제 목: [연재] 독문무공(35)
13. 밀약
“손님이 이것을 전해드리라고 하였습니다.”
지유성은 집으로 돌아와 봉서를 총관이 건네자 받아 보았다.
지유성은 봉서를 개봉하여 읽어 보았다. 가금은 상당히 기밀을 요하는 상거래를 요청할 때 이렇게 밀봉하여 봉서를 건네기에 그려려니 하다가 봉서의 내용에 놀라고 말았다. 봉서안에는 열자만이 적혀있었다.
<무림맹(武林盟) 천기각주(天機閣主) 인자기(寅資基)>라 적혀 있었다.
이 것이 의미하는 바는 만나자는 것이었다. 그 신분이 지극히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런 인물이 자신을 찾아온 것은 중요한 일을 협의하자는 것이었다.
“그 손님을 모셔오게. 그리고 집안의 출입을 통제하게.”
“예, 그렇게 하겠사옵니다.”
지유성은 방으로 들어갔다. 무림맹의 천기각주라면 일파의 장문들에 버금가는 비중있는 인물이었다. 그 인물이 직접 찾아온 것은 기밀을 요하는 협의를 하기 위해 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곧이어 총관이 당도하고 사십대의 문사가 따라왔다.
“어서오십시오.”
지유성은 안으로 맞아 들였다. 그도 예를 표하였다.
안으로 들어가자 누구도 오지 못하게 하였기에 안심하고 운을 떼었다.
“무슨 일로 오시었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소생은 무림맹의 제갈중명 대총사의 명을 받고 왔습니다.”
그말에 지유성은 이미 예상을 하였기에 놀라지 않았다.
“이렇게 직접 온 것을 보니 다른 사람들은 모르게 온 것 같은데 그 이유가 있소?”
“물론 입니다. 일단 이 글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지유성은 그가 내미는 서찰을 받아 읽어 보았다. 그 서찰은 제갈중명이 보낸 것이 틀림이 없었다.
<……. 이글은 저의 뜻과 그곳에 간 천기각주의 뜻이라고 할 수 있으며 본맹의 여타 문파나 본맹의 맹도들의 뜻과는 별개의 생각임을 먼저 밝히는 바입니다.
저는 무림맹이 변해야 하며 그 제일 처음이 천하문에서 무림맹에 들어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연후에 무림맹을 진정한 무림맹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말은 무림맹이 중원 무림을 대표하는 진정한 무림맹이 되는 길뿐이고 오대문파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것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이러한 뜻은 지난 백년간 무림맹을 이끌어온 사람들의 뜻임을 첨언하는 것이며 그 중심에는 천기각주가 있음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내용을 읽어본 지유성은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내용으로 보자면 자신들이 무림맹의 기존 주류인 오대문파를 축출한다는 말이지만 그런 발상을 한다고는 생각이 되지 않았다.
하물며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자신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은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또한 여기에 밝힌 무림맹을 백여년 동안 이끌어온 세력이라는 것이 오대문파가 아니라면 누구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글중에 이해가 안되는 것이 있네. 제갈총사와 그대가 무림맹에서 오대문파가 쥐고 있는 주도권을 뺏겠다는 말인데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시오?”
“물론 어렵기에 도움을 청하고자 온 것입니다.”
천기각주는 당당하니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림맹에 들어갈 길이 있소?”
지유성은 오대문파의 방해로 입맹조차 못하는 현실에서 오대문파를 몰아내는 일을 돕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 되물었다.
“물론 정상적으로는 어렵습니다만 이미 길이 있지 않습니까? 바로 내년 중추절 비무대회입니다. 만일 아드님이신 참룡검객이 비무대회에 나간다면 그일은 가능한 일이 아닙니까? 비무대회 규칙상 한사람이 오대문파 전부와 상대를 하여도 문제는 없지 않습니까? 한자리에서 오대문파의 대표를 연파한다면 그 것은 당연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 순간 지유성은 그들이 찾아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되도록 안에서 돕겠다는 뜻이었다. 내심으로 비무대회가 열릴까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오대문파에서 어떤 구실로던지 비무대회를 무효화 시키는 것을 막아주겠다는 의도였다. 그리고 오대문파에서 지게되면 그때 자신들이 전면에 나설 것이니 도와달라는 의도인 것이다.
“그럼 비무대회를 그대로 추진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길이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사대세가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군웅회의 일로 체면이 땅에 떨어져 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무림맹에서 발을 붙이기 곤란한 지경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들을 부추겨 오대문파와 천하문의 비무를 성사시키게 만들 것입니다.”
군웅회의 일로 망신을 당한 사대세가의 입지는 날로 위축되고 있었다. 그들로서는 다른 대안이 절실하였다. 그들이 천하문에 새로 도전하여 설욕하기 전에는 이런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하나 만일 무림맹의 주축이랄 수 있는 오대문파마저 꺾인다면 그들의 이런 망신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사대문파가 비공식적인 비무에 진 것이라면 이들은 공식적인 비무에 지는 것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연습시합에 진 것과 공식적인 시합에서 진 차이와 같은 것이다. 사대문파로서는 이왕 당한 망신이니 물귀신처럼 오대문파도 당하라고 할 것이 분명하였다.
그렇기에 사대세가를 비롯한 무림맹의 세가들이 비무가 열리도록 만드는 것은 당연하였다. 그 것도 결과가 천하문에 유리하게 예측되기에 가능하였다. 오대문파가 아무리 피하려고 하여도 사대세가를 비롯한 각 세가에서 비무를 하게 만드는 분위기라면 오대문파로서도 일방적으로 비무 약속을 파기하지는 못할 것이었다.
또한 설사 파기를 하더라도 천하문에게 질 것을 두려워 하여 포기하는 것이라고 압박하여 천하문을 당초의 약속대로 무림맹에 받아들이라고 하여 천하문이 들어가게 만들어 줄 것이었다.
지유성은 그들의 의도를 알자 내심 미소를 지었지만 표정은 무심함을 유지하였다.
“이일은 나 혼자의 일이 아니기에 문파의 어른들과 협의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은 물러가셔서 편히 쉬십시오. 내일 다시 뵙도록 하십시다.””
지유성은 방에 혼자서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그가 생각에 잠기는 이유는 그들이 언급한 백여년간 무림맹을 이끌어온 세력이라는 것에 대한 정체였다. 그것을 물을까 하다가 묻지 않았다. 만일 물었을 때 나올 대답을 들었을 경우 오히려 곤란한 지경에 빠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말하는 세력은 오대문파가 아니다. 하면 무림맹에 그들 말고 무엇이 있는가? 무림맹에는 오대문파를 비롯한 각 문파에서 파견되어온 자들과 무림맹에서 고용한 인부들이 주가 아닌가? 가만 각 무파에서 파견된 인원은 고작 오백여명이고 나머지는 대대로 무림맹에서 일하는 자들인데 설마 그들을 말하는 것인가? 무림맹이 들어선지 이제 백년이 넘었으니 그들과 연관된 자들만도 수만에 이르고 잇다. 하면 그들이 이제 무림맹에서 세력화 되었다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자 이제 무림맹도 하나의 문파처럼 세력화되는 것을 인식하자 웃음이 나왔다.
‘그들이 오대문파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 그들의 우두머리가 천기각주인 양유대학사 인자기라는 것인가? 결국 제갈중명은 그들과 손을 잡았고 무림맹에서 오대문파를 축출하려는 게획을 본격화 하였다는 것이군. 그렇다면 이는 우리에게도 호기가 아닌가? 아직까지 함곡관 서쪽으로는 진출하지 못하였는데 이렇게 되면 그런 기회가 온다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자 날아갈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실로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일이었다.
‘이들이 우리에게 접근한 것은 군웅회의 일로 인하여 우리에게 승산이 높아졌기에 하는 일이다. 그렇게 본다면 군웅회에 감사할 일이군. 사대세가를 비롯한 세가들이 살길은 우리가 오대문파를 꺾는 일이니 우리를 응원해야 하는 그들의 처지도 웃지 못할 희극이로다.’
이렇게 생각하자 기분이 좋아졌고 그는 저녁을 먹으러 본채로 향하였다.
청운각의 후기지수들은 다시 청운각으로 돌아와서 연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지성룡은 다시 안수전의 거처로 돌아왔고 그도 평상시의 생활로 돌아왔다.
그러나, 바뀐 것이 있다면 저녁을 먹고 두 형들을 번갈아 일각씩 만난다는 것이었다. 그 것은 그들에게 유성천검과 무적도왕의 무공을 풀이해주기 위해서 였다. 그들로서는 혼자서 무공비급만을 가지고 익히려고 하였지만 결국 포기하고 지성룡에게 도움을 구하였다. 상승에 이른 지성룡이기에 무공 이론만은 해박하였다. 특히 그 비급들은 승천검황이 기록하였기에 어휘의 선택에서 승천검황 특유의 어휘가 사용되었고 타 문파의 무공 용어에 생소한 그들로서는 잘 이해가 안되었기에 지성룡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내심으로 지성룡과의 무공에 관하여는 경쟁의식을 어느 정도 포기하였기에 동생이지만 도움을 청하였다. 그들은 이미 지성룡이 승천검황의 무공도 전수받았다는 것을 알기에 자신들이 익히는 것도 전수받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기에 더욱 스스럼없이 비급을 공개하였다.
지성룡은 돌아온지 삼일만에 책 한권을 들고 지청현을 찾아갔다.
<천하장법(天河掌法)>이라 적혀진 장법입문서였다.
천수장왕의 천수경에 담긴 내용을 가지고 장법에 대한 입문서를 만든 것이다. 이곳에는 가장 기본적인 장법입문에서부터 격공무성장을 시전하는 방법까지 최대한 자세하게 실려있었다. 그일을 위해 사흘밤을 꼬박 매달려서 완성한 것이다. 이미 내용은 예전에 생각해 두었기에 적기만 하면 되었지만 어쨌든 요점을 빠짐없이 적느라고 상당히 애를 쓴 것이다.
“음, 일단 내가 한번 검토하고 이대로 해도 될지 다른 사람과도 상의를 해보도록 하겠다.”
“예, 알겠습니다.”
“수고하였다.”
지청현은 책을 받자 검토를 하였다. 몇번이나 장공의 대가를 초빙할까도 하다가 미루어 두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청현은 책을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실을 알게되자 이게 이렇구나 하고 탄식을 하였다. 장법이라는 것은 장심을 통하여 공력을 발출하여 목표한 것에 타격을 주는 것이었다. 특히 이미 내공심법을 가진 사람이 익히기위한 것이기에 상당히 쉽고 간략하였다.
이대로 익히기만 하면 얼마든지 장공을 사용할 수가 있는 것이었다. 그 배운 내공심법과 경지에 따라 위력이 다르고 장법의 성격이 다를 것이지만 장풍의 세가지 발출법인 파뢰장, 회선장, 격공장을 펼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아울러 가장 어려운 격공무성장의 입문에 관하여 적혀있었다. 이 서적만 있다면 장법에 대가는 못될망정 장법에 대한 일반적인 것은 익힐 수 있는 것이다.
장법은 공력을 직선으로 보내어 목표에 격중시키는 파뢰장과 곡선으로 돌려 보내는 회선장, 공력을 뭉쳐서 탄환처럼 보내어 목표지점에서 격발시키는 격공장이 있었다.
이런 장법은 파뢰장이 가장쉽고 회선장이 어려우며 격공장은 상당한 내공조예가 있어야 가능하였다. 또한 장법을 시전하는데 소리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유성장과 무성장을 말하는데 유성장에 비하여 무성장이 몇배 시전이 어려웠다. 따라서 격공무성장이 가장 어려운 장공이었다. 대부분 장공의 대가들이 사용하는 것은 격공무성장으로 이를 응용하여 좀더 기교를 부리는 것이 각 문파에서 사용하는 독문장공이었다. 물론 장공에 대하여 더 복잡한 초식에 대하여 알고 있었지만 그 것들은 천수장왕의 독문내공으로 시전해야 했기에 격공무성장까지만 적어놓은 것이었다.
만일 장공에 관심이 있다면 자신이 배운 내공심법에 맞는 장법을 만드는 것은 격공무성장을 시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가능할 것이라는 점도 그렇게 한 원인이었다. 또한 자신의 독문무공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천수장왕의 무공을 공개하기 싫은 것도 원인이었다.
지성룡이 적은 장법입문서는 오태상이 검토를 하고 승천검황에게도 검토를 부탁하였다.
그리고 승천검황이 이대로 익혀도 좋다는 말이 떨어지자 오원주에게 전달이 되었다.
영파진에 도착한 무적철검 일행은 객잔에 처소를 정하고 여독을 풀었다.
“이 곳의 분위기가 어떠하냐?”
“상당히 활기가 있습니다. 물건들이 많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러하다. 무림에서 주로 싸우게 되는 원인이 바로 상권을 놓고 싸우는 것이다. 그렇기에 무림이라는 곳은 상계와 큰 차이가 없다. 결국 뒤집어 놓고 본다면 상인이 있으면 무림인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나 무림인들이 상권에 무단으로 개입한다면 결국 그 무림인은 강도나 다름이 없기에 무림인들은 개입할 명분이 있어야 한다. 즉 명분이 없는 일에는 개입할 수가 없기도 하다. 그렇기에 또한 상계와 무림이 다르기도 하다.
정도 무림이 상계에 개입할 때 명분이 있을 때만 개입하고 흑도무림은 명분에 관계없이 힘과 이권만 있으며 개입을 한다. 그러나 아무리 흑도라고 하여도 조직이 커지면 개입할 수가 없고 일정한 법도에 의해서만 개입을 하게 된다. 또한 재물을 노리는 녹림도들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상권에 대하여는 일정한 법칙에 의해서만 개입을 하는 것이다. 무림의 세력이라고 하는 것은 상권이 미친다는 의미이다. 하나 지금의 상황은 이런 점과는 맞지가 않은 점이 있다. 이점을 아느냐?”
“예, 그렇습니다. 천하문의 상권이 호북성 곳곳에 뻗쳐 있는데 그들의 무력은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그렇게 되면 호북성의 상권을 천하문이 포기하거나 호북성의 무력도 천하문에 귀속될 것이겠군요.”
“그렇다. 이런 불균형은 현재 호북성뿐만이 아니라 강북의 산서, 산동, 하북성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그렇기에 오대문파를 비롯한 무림맹이 천하문을 무림문파로 인정을 하지 않는 것이다. 만일 천하문을 인정하는 날에는 곧 그곳이 천하문의 세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황영지에게 무적철검이 가르쳐 주는 것은 무림의 이면에서 일어나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현재 이런 불균형 때문에 언젠가는 무림에서 충돌이 일어나겠군요.”
“그 충돌이 바로 오대문파와 천하문의 비무이다. 그들은 전면전이 아니라 대표전을 치루어 결국 승부를 가리자고 오대문파가 최후 통첩을 한 것이다.”
무적철검의 말에 황영지는 다시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의문이 생긴 것 같았다.
“하나 듣기에 오대문파가 지금의 상황에서는 천하문의 참룡검객을 이길 승산이 없다고 하던데 그들로서는 왜 이런 비무를 신청하였나요?”
“그것은 일의 선후를 모르는 말이다. 오대문파가 비무를 신청할 때까지는 천하문에 그런 고수가 있는 줄을 몰랐다. 또한 비무 신청을 하면 천하문이 적당한 선에서 양보를 하고 굴복할 줄로 알았던 것이다. 그 굴복이라는 것은 상인이 장사를 하면 이문이 남는데 그 이문의 일부를 오대문파에서 나누어 갖는 방식이 되었을 것이다. 즉, 오대문파의 생각에는 비무를 신청해도 천하문이 비무에 응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참룡검객이 등장하였으니 오대문파로서는 진퇴양난에 처하게 된 것이다. 천하문으로서는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이다.”
그말에 황영지는 이해가 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오대문파는 자신이 판 함정에 빠진 격이군요.”
“그렇다고 보아야 하겠지. 오대문파가 이대로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고 결국 천하문과 격돌은 불을 보듯 뻔하게 되었다. 하나 문제는 군웅회 일로 사대세가가 협조를 안할 것이니 더욱 곤란하게 된 것이다.”
“아, 군웅회 일 때문에 사대세가도 천하문에 원한을 가질 것 아닙니까? 그러면 오대세가는 원군을 얻게되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무림의 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사대세가를 비롯한 세가들은 이번에 군웅회 일로 망신을 당하고 무림맹에서 입지가 좁아졌다. 그렇다면 무림맹에서 그들의 입지를 회복하는 방법은 무엇이겠느냐?”
황영지는 곰곰이 생각을 하였지만 천하문에 다시 도전하여 이기는 것 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다시 도전하여 이기는 것 외에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그 것이 정석이겠지. 하나 그 일은 참룡검객의 무공을 볼 때 쉬운 일이 아니다. 하면 다른 방법이 없겠느냐?”
황영지는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요. 다 같이 망신을 당하게 만들면 되겠군요. 결국 사대세가는 어떻게든 비무를 하게 만들어야 하겠군요”
그렇게 말하고 배꼽이 빠져라 웃었다.
“그런 것이 세상일이다. 결국 오대문파는 안에서 사대세가에 의해 비무대회에 나가도록 압력을 받을 것이고, 천하문은 협상을 하지 않고 뒤로 빼는 형국에 처한 것이다. 그렇기에 진퇴양난의 지경에 처한 것이다.”
황영지는 다시 한번 강호의 생활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무적철검이 말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자 웃음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역시 경험이 많은 사람의 식견은 달랐다.
“주변의 기척을 한번 잘 느껴보아라.”
갑자기 무적철검이 전음으로 말하자 황영지는 몰래 공력을 돋구어 주변의 기척을 감지하였다. 객잔안에 몇사람이 있는데 그중 세사람이 기척을 죽이고 있었다.
“저들은 우리를 감시하는 것인가요?”
황영지도 전음으로 말하였다.
“그렇다. 아마도 천하문의 배에서 표두의 낌새가 이상하더니 결국 내리자 마자 감시자가 붙었다. 그만큼 천하문은 철저하다.”
“우리가 그들에게 아무 위해도 끼치지 않았는데도 감시를 하다니?”
“그만큼 모든 일에 신중하다는 증거이다. 아마 우리의 정체에 대하여도 신중히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만일 우리의 정체를 모른다면 나중에는 어떠한 시비를 걸어서라도 우리의 정체를 파악할 것이다.”
그말에 황영지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느냐?”
지용운은 지유성에게 밀사가 온 내용에 대하여 보고를 들었다.
“아마도 제갈중명이 말을 갈아타려는 의도 같습니다.”
“하면 밀사로 온 천기가주에 대하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지용운도 서찰에 언급된 세력에 대하여 신경을 쓰고 있었다.
“이제 무림맹에 있는 토착세력들이 움직이는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 무림맹이 형성된지 백년이 되어가고 무림맹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대를 이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이제 일정한 세력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지유성의 말에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일치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제갈중명은 이 기회를 이용하여 토착세력을 끌어들이고 우리를 끌어들여 현재의 무림맹의 주도세력인 오대문파의 영향력을 줄인다는 계산이로구나. 하나 그렇게 함으로서 그가 얻는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
지용운은 제갈중명이 얻는 것을 가늠하여 보고 있었다.
“소자의 생각에 제갈중명의 권한을 증대시키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본문과 오대문파, 각 세가들이 무림맹에서 서로 견제를 한다면 결국 무림맹 본단의 힘은 증대되고 결국 그 본단의 수장이랄 수 있는 대총사의 권한은 증대될 것입니다. 특히 내부의 인물들이 그를 지지한다면 그의 권한은 훨씬 막강해질 것입니다. 또한 토착세력들도 본단의 힘이 강해지면 자신들의 권한도 커질 것이기에 우리를 끌어들이려는 것 같습니다. 또한 우리가 들어가게 된다면 무림맹의 재정에도 일정부분 보탬을 줄것이고 그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훨씬 많아질 것이기에 이런 선택을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야 무림맹에 들어가면 우군이 없기에 그들에게 호의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지유성의 말에 지용운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이런 거래는 만일 알려지면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일이었다.
“일단 이일은 아무런 증거도 남기면 안 되는 일이다. 나와 너만 아는 것으로 일단은 하여야 할 것 같다. 그들에게 도움을 준다면 감사하게 생각하며 그 일은 잊지 않을 것이라는 말만 하여라.”
지용운은 신중한 사람이었다. 이번일이 함정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물증을 남겨 곤란한 상황을 초래하고 싶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