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30)
“관문을 일단 하나정도 돌파해야 하지 않겠느냐?”
지일광이 전음으로 지성룡에게 물어왔다.
지성룡도 삼일째이기에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렇게 저도 생각합니다. 일단은 오늘은 관문을 저희 삼형제가 돌파할 생각입니다. 그러면 바로 뒤따라 모든 사람들을 끌고 들어 오십시오. 저들도 오늘은 우리가 진입할 지 모른다는 전망을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면 혹시 어떠한 암수가 있지는 않겠느냐?”
“아마 그럴지도 모릅니다. 암기나 폭약을 사용한다면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런 문제를 주의하겠습니다만 할아버지도 그런 점을 모두에게 주의하라고 해 주십시오.”
“알았다. 그러면 오늘은 관문을 돌파하는 것으로 모두에게 통보하겠다.”
아침을 건량으로 해결하고 그들은 오원주가 모이라고 하여 모였다.
오원주는 이미 상의를 끝내었는지 지일광이 나섰다.
“오늘 일차관문을 돌파할 계획이다. 연룡이와 장룡이, 성룡이가 앞장을 서서 관문을 돌파하면 일조의 나머지가 통과하고 이조, 삼조, 사조, 오조의 순서로 관문을 통과하여 먼저 들어간 사람을 지원하여라. 최대한 빨리 이차관문 앞까지 장악하여 최대한 적을 격살하여라. 아울러 적들도 우리가 오늘은 관문을 돌파할 것을 예상하여 혹시 암기나 폭약을 사용할 지도 모른다. 그러니 행동을 최대한 신중히 하고 사위를 철저히 경계하도록 하여라.”
지일광의 말에 모두의 얼굴에는 긴장과 흥분이 어렸다.
“또한 암기나 모든 공격은 바로 공격초기에 시발점을 제압하여야 한다. 그렇기에 발견하는 즉시 공격하여 피해를 최소화 하여야 한다.”
그렇게 당부가 끝나자 그들은 아침 일찍부터 그들은 출발하였다.
관문에 접근하여 밀고 들어가자 전날처럼 관문의 출구를 막고 방어를 하였다.
지성룡은 최대한 공력을 끌어올리고 앞으로 쇄도하며 횡으로 베어갔다. 양 옆에 있던 지연룡과 지장룡도 따라서 쇄도하였다. 그들의 쇄도에 뒤로 물러서던 적들은 계속하여 뒤따라 들어온 사람에 의해 공격받기 시작하였다. 지성룡은 그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십여명이 모여있는 곳으로 뛰어들자 앞으로 검을 내밀어 횡으로 베어간 후에 다시 반대로 휘저었다.
그의 검이 부딪치자 그들은 엉겁결에 검을 들어 막았으나 그는 검강을 동시에 운용하였기에 ‘째째쨍’하는 소리와 함께 검들이 튕겨 나갔고 앞에 서있던 자들이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무너지는 적들을 그대로 지나치면서 뒤에 서있는 적들에게 재차 쇄도하였다. 장내에는 이미 대부분의 사람이 관문을 통과해 들어와 그 동안 관문을 사이에 두고 벌인 공방의 답답함을 해소하고 있었다. 이미 이틀간 치열한 공방과 피튀기는 접전의 경험이 후기지수들에게 거침없는 살수를 사용하게 만들고 있었다. 서슴없이 쓰러지는 적들에게 재차 공격을 뿌리고 다시 다른 적에게 지체 없이 달려들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대둔산의 산적들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었고 후위에 서있던 자들은 뒤를 보이고 도망치고 있었다.
순식간에 삼십여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고 적도들이 도망가자 그들은 뒤를 쫓아 갔다. 그들이 뒤를 쫓자 도망가던 적의 수뇌 중에 하나가 전날 사용하였던 오독망을 꺼내들고 조준을 하였다. 지성룡은 그 순간 왼손으로 오독망의 주둥이를 향하여 장풍을 발사하였다. 막 쏟아져 나오던 암기는 오히려 장풍의 힘에 의하여 도망가던 무리들의 후방을 덮쳤고 그 순간 십여명의 무리가 비명소리와 함께 쓰러지고 그들은 쓰러지자 마자 바로 절명하고 말았다. 쫓아가던 그들은 그렇게 쓰러진 무리가 마침내 부글부글 몸에서 끓더니 녹아 내리자 가던 걸음을 멈추고 섰다.
“독기가 나올 수 있으니 숨을 멈추고 뒤로 물러서라.”
지일광이 얼른 명령하였고 그들은 모두 십여장 뒤로 물러섰다. 한참 달려가던 적도들 중에 서너명은 미처 가지 못하고 쓰러져 역시 비명을 지르다가 절명하였다. 나머지 산적들은 이차 관문안으로 후퇴하였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지성룡은 눈을 돌려 부상을 입은 사람이 없는지 살폈다. 모두 무사한 것 같았다.
적도들의 숫자를 헤아려 보니 사십육명이었다.
오독망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비참한 죽음은 없었을 것이었다.
“자, 성한 시체는 한곳으로 모으고 독이 묻은 시체는 위험하니 돌아서 가도록 하자.”
지일광의 말에 그들은 신속히 움직여 시체들을 한쪽으로 치웠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지성룡은 검을 이용하여 땅을 판 다음에 시체를 넣고 묻었다. 이런 시체를 곁에 두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이미 물이 되어 흐르는 시체들도 흙을 퍼서 덮어주고 다시 흙을 덧 씌었다.
그런 작업을 일각여 동안 한 후에 그들은 다시 대오를 정비하고 이차관문을 향하여 나아갔다. 이차관문은 일차 관문과 달리 문이 있었다. 그 문은 철 기둥을 결합한 것이었다. 그 철기둥 사이에는 온갖 암기가 장착되어 그들에게 겨누어 지고 있었다.
암기를 발견한 그들은 일단 일차관문이 있는 곳으로 물러났다. 서너명의 보초만을 일차관문안에 남겨두고 일차관문 바깥으로 나갔다. 아직도 피비린내가 진동하였기 때문이었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관문의 돌파이기에 모두들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지만 그들은 자리에 앉자 자신들이 관문하나를 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일차 관문을 넘었을 뿐이었다. 이차 관문은 보기에 결코 일차관문에 비하여 통과가 그리 쉬어 보이는 관문이 아니었다.
“모두 수고하였다. 일단은 관문을 통과하여 이렇게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다. 하나 보다시피 이차 관문은 접근부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오늘은 일단 경계를 서면서 이차 관문을 통과하는 방법을 강구해 보기 바란다.”
지일광의 말에 모두는 다시 안으로 이차관문이 보이는 곳으로 갔다. 그렇게 가서 보아야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온갖 암기가 잔뜩 발사될 것 같은데 ……”
지성룡이 나직이 중얼거리자 지연룡이 다가 왔다.
“우리도 암기나 활이 있으면 좋겠구나.”
그러면서 돌맹이를 하나들더니 문을 향하여 던졌다. 그러나 문에 미치지 못하였다.
“그것 괜찮은데 일단 조금 가까운 곳에 가서 계속하여 돌을 문을 향해 던진다면 그들은 쉽게 문에 접근하지 못할 것이고 문 근처에 접근만 한다면 일차 관문과 큰 차이가 없겠는데.”
지성룡의 말에 지연룡도 길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렇기 위해서는 조준한데로 보내는 연습을 해야 겠다.”
그들은 그런 대화를 하면서 좀더 가까이 다가 갔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 일단 여기에서 모든 사람들이 돌을 던지기 시작한 후에 저기 보이는 바위 뒤까지 절반이 이동하고 그 동안 절반은 계속 돌을 던지는 것이지. 그리고 나서 여기에 절반이 도착하여 다시 돌을 던지기 시작하면 절반은 바위 뒤로 합류하고 다시 절반은 이곳에서 문을 향해 돌을 던지고 절반은 다시 문을 향하여 접근하는 것이 어떨까?”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저 철문을 부수고 들어 가는 것도 쉽지는 않아 보이는데?”
지연룡은 다소 철문이 견고해 보이자 물었다.
지성룡이 보기에도 철문은 다소 견고해 보였다.
“몇 명이 공력을 합하여 민다면 무슨 수가 생길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고 그들은 뒤로 물러 나왔다.
지연룡과 몇몇은 돌을 들어 공력을 주입하여 뿌리는 연습을 하였다. 일단 문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암기나 기타의 것으로 저들이 암기를 발사하지 못하게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번번히 빗나가던 것이 한나절 정도 지나자 오십장 밖에서도 거의 목표물에 근접하게 던질 수 있었다. 그들의 그런 연습덕분에 바위 하나는 상당한 수난을 당하여야 했다.
“저들이 오늘 보인 무위는 결코 우리의 아래가 아니었다.”
대흉은 걱정에 싸여서 말을 건네었다.
“괜히 탈출을 먼저 하는 것인데 저들을 기다린 것이 화가 된 것 같구나.”
대흉의 말은 절망을 가득 담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들을 마지막으로 한번 삼관문에서 폭사시킬 예정입니다. 그들은 폭사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삼관문은 바위사이의 길이가 십여장이나 됩니다. 그들이 그곳을 통과할 때 폭발시킨다면 그들은 결코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말에 모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리 얼굴이 밝지 않았다. 그렇게 해 보았자 뒤에 포위하고 있는 천하문 사람들을 생각하면 아무 길이 없기 때문이었다.
“현재 싸울 수 있는 인원이 얼마나 되느냐?”
“백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여 현재는 이백여명만이 싸울 수 있습니다.”
”그렇겠지. 하나 그들로 과연 저들에 대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들의 무공은 이제 실전에 대한 두려움이나 요령도 어느 정도 터득해 보였다.”
“그렇습니다. 저들의 기세는 이제 자신감에 차 있습니다. 초반에 저들이 적응이 안되었을 때 전면전을 치루는 것이 나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흉은 괜히 저들에게 실전감각만 키워준 것 같아 후회가 되었다.
“그렇다고는 하나 저들중에 선두에 섰던 참룡검객만은 저들과는 격이 다른 것 같다. 그렇기에 우리가 전면전을 한다면 그가 더 많은 활약을 했을 지 모르지만 결과는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삼대주가 너무 성급하게 오독망을 꺼내어 화를 키웠다.”
“그것은 그렇지만 오독망의 약점을 너무나 잘 아는 것 같습니다.”
오흉은 오독망이 무용지물이 되자 그들이 사용할 무기가 없어져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한탄을 하였다.
“그 무기는 최절정고수들에게는 소용이 없는 암기이다는 것은 잘 알지 않느냐? 그 정도 고수들에게 자연지물이나 암기 따위는 아무 소용이 없다.”
그들은 대청에 있으면서도 불안하였다. 언제 불쑥 쳐들어 올라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일차관문이 뚫리는 것을 보면서도 속수무책이었던 자신들 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참여를 하였다 해도 결과는 똑같기에 물러난 것이다.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
매일 대둔산 전투가 진행된 이래 지용운은 청명원에 오태상에게 매일의 정황을 보고하였다.
“어제 상당한 전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적도의 사상자의 수가 백여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첫날 단목원주가 조금 내상을 입은 것 외에 아직까지 별다른 부상자도 없다고 합니다.”
“다행이다. 그들이 잘하고 있다니 한시름 놓이는 구나. 한데 유성이도 안보이던데 그들도 그곳에 가 있느냐?”
“녜, 암중으로 그들을 지켜보라고 하고 있습니다. 혹시 위험한 지경에 처할까 걱정이 되어 보내었습니다. 하옵고 그곳을 점령한 후에 철수를 하지 말고 그곳에 머무는 문제는 조금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너무 외진 곳이라 먹을 것을 보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내 생각에는 그곳에 상승의 무공을 익힐 수련관을 세우는 것이 어떨까 한다. 또한 여름이 되면 이곳 개봉은 너무 덥다. 그러니 노인들이 머물 전각등도 지으면 어떨까 한다.”
지청현의 말에 지용운은 그말도 맞는 것 같아 고개만 끄덕였다.
“일단은 그곳에 천하 산단중에 일단 정도를 상주시키고 차츰 후기지수들이 무공을 수련하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 어떨까 한다.”
“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저도 천하관 만으로 문도들의 훈도에는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천하관이 생겼지만 상승무공을 전수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상승무공일수록 무고의 위력이 큰데 사람이 많은 천하관에서 수련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은 그곳은 비무대회에 나갈 아이들의 수련장으로 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아이들이 이곳 청명원에서 익히지만 다소 비좁은 것은 사실이다. 그들에게 그곳에서 수련을 하게 되면 마음놓고 수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문도들에게 새로 창안한 무공이 부작용이 없다고 하니 전수를 하여야 한다. 전수대상은 오십이 되지 않은 모든 무도들로 하여 들어가서 보름정도 기초 수련을 받고 나오게 게획을 세워보아라. 그 이상 나이를 먹은 사람은 아무리 배워도 소용이 없을 것이니 그리하여라.”
“예, 일단 초벌이 끝나고 돌아오면 유성에게 이일을 맡겨서 진행토록 하겠습니다. 하오면 원주님들이 계속 이일을 하셔야 합니까?”
“그럼 그들말고 새로운 무공을 아는 사람이 있느냐? 물론 청운각의 애들도 알겠지만 그들에게 에비 뻘 되는 사람이 가르침을 받을 수는 없지 않느냐?”
“알겠사옵니다.”
지용운은 언제나 오태상, 특히 지청현과 말을 하면 언제나 가르침을 받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그렇기에 항상 많은 준비를 해가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중요한 일이 많은 시점이다. 본문의 흥망이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매사에 신중하고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천하삼단과 많은 사람이 빠져나간 시점이니 행여 불측한 무리들이 넘볼 수도 있으니 경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지용운은 지청현의 말에 경각심을 가졌다.
“아버님, 이번 고희연(古稀宴)은 준비를 하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남경상림의 총림주 유주광은 아들 유한열이 묻자 자신의 나이가 벌써 일흔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음, 너무 요란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아무 것도 않고 지나갈 수는 없겠지. 팔월 스무닷새이니 이제 두달 밖에 남지 않았구나. 하면 초청장을 보내도록 하여라.”
“녜, 알겠사옵니다. 그러면 모든 준비는 소자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천하 삼대 상단의 하나인 남경상림의 총림주의 고희이니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런 기회를 통하여 위세를 보이고 손님을 초청하여 장사에 이용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일단 중요 상단이나 세가들, 무림맹에 가입한 무림방파들에게 모두 초청장을 보내어라. 또한 우리들은 상인이니 흑도라고 하여 그들과 경원할 필요는 없다. 사마련의 주요 문파에도 초청장을 발송하도록 하여라.”
“녜, 그렇게 조치하겠사옵니다.”
유한열은 벌써 자신의 나이도 이제 고희에 이르렀다고 생각하자 아들에게 총림주를 물려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그런 생각을 하자 이번 고희연을 그런 기회로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각주, 이제 어떻게 무림맹이 가야 한다고 생각하시오? 각주가 생각하는 길을 말해보시오?”
양유대학사 인자기는 대총사인 제갈중명이 단도직입(單刀直入)적으로 묻자 상대의 의중을 가늠하였다. 그는 큰 공명은 없었지만 제갈중명을 보건데 뭔가 뜻이 통할 것 같아 자신의 흉금을 일부 털어놓았었다. 그의 의도대로 제갈중명은 지금 어느 정도 움직였지만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었다.
“제가 조금 생각과 다르더라도 받아 넘길 수 있습니까?”
“기탄없이 말해보시오. 이왕 이렇게 말이 나온 김에 숨길 것이 무엇이 있겠소이까? 설사 이자리에서는 맹주님이 물러나야 한다는 소리도 상관없으니 말해 보시오.”
제갈중명과 인자기는 이제 탁자에 마주앉았다. 그 말은 서로 대등한 관계라는 의미이기도 하였다.
“일단 총사의 입장에서 무림맹을 위해서 총사자리도 버리겠습니까?”
그 질문에 대한 의도를 몰라 인자기를 보았다.
“이 질문은 어떤 입장에서 방향을 잡겠냐는 것입니다. 무림맹의 총사로서 방향을 잡겠느냐 아니면 오대문파를 안고가는 무림맹의 총사이냐 그렇지 않는다면 제갈세가의 가주의 입장이냐, 그도 저도 아니면 천하무림의 안정을 위하는 무림의 지자로서의 입장이냐는 것입니다.”
그 말에 제갈중명은 자신이 어떤 입장인가 생각을 하여 보았다.
그 어떤 하나도 명확하지 않은 자신의 어정쩡한 입장이었다.
“일단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와야 어떻게 할 것인지 길이 나올 것입니다.”
천기각주의 질문은 무림맹을 비롯한 천하의 정보를 취급하는 천기각주답게 예리하였다.
“좋소이다. 말을 하자면 나는 우선적으로 제갈세가주요. 그 것은 무엇에 우선하는 자리요. 두번째는 무림맹의 총사요. 이두가지 입장에서 말을 하는 것이오. 물론 무림이 평화로울 수 있다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최소화 해야 하고 우리 제갈세가나 무림맹의 피해가 최소화 되기를 원하는 사람입니다. 하나 무림맹이 오대 문파중심으로 이끌어 가야 된다는 것은 고집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답을 하자 인자기는 이해가 된 듯 하였다.
“좋습니다. 그럼 무림맹이 현재의 상태로 갈 수 없는 몇 가지 문제는 잘 아실 것입니다.”
“물론이오. 결국 오대문파 위주로 되어 있는 체제를 고쳐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나 길이 없지 않습니까?’
“길은 없지만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번 군웅회 사건은 잘된 일이었습니다.”
제갈중명은 그 말에 이상하였다.
“무슨 길이 있다는 것입니까?”
“지금까지 무림맹을 이끌어 온 것은 오대문파이지만 지난 백년 가까운 세월동안 무림맹의 실질적인 주인은 무림맹에서 일하는 우리들이었습니다. 오대문파가 주인 행세를 하였지만 이 무림맹에서 일하는 하급무사나 서기들은 대를 이어서 이 자리를 지켜 왔습니다. 그들도 이제는 하나의 엄청난 잠재력을 갖춘 세력이라는 것을 모를 것입니다. 그들이 무려 중원에 오만에 이르게 흩어져 있습니다. 그들의 힘이라면 무림맹의 일을 한 순간에 무력화 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갈중명은 그말에 그들이 지난 백여년간 음지에서 일해온 것을 생각하자 소름이 끼쳤다. 지금도 삼천에 이르는 자들이 무림맹에서 일하고 있었다.
“저도 그 중에 하나입니다. 제가 학자이라고 하여 들어온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 대부터 무림맹에서 일해온 집안출신이라는 것입니다. 무림맹에는 그런 후예들이 수도 없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의 힘을 무시하다가는 어느 누구도 무림맹에서 발 붙이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면 그들이 뭔가 일을 한다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우리는 조정으로 말하면 내시이고 별감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힘을 무시하고 대립하면서 성공한 조정신료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겠구려. 하면 그들의 생각을 알고 있을 것이니 말해보구려.”
“그들은 지금 무림맹에 천하문이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무림맹에서 화산파만은 몰아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들이 일하면서 화산파의 태을자가 맹주를 하는 시기만큼 멸시를 당했던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 웅크리고 있는 또 하나의 힘을 보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힘이 드디어 제 목소리를 내기위해 자신에게 찾아온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길은 무엇인가?”
“비무를 하도록 하십시오. 그 길이 바로 무림맹에서 오대문파를 꺾고 천하문이 들어오고 총사가 사는 길이 될 것입니다.”
“하면 내가 암중으로 천하문을 지지하라는 것이오?”
제갈중명은 그 길이 쉽게 잡히지가 않아 되물었다.
“오대문파는 지금의 상황에서 비무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획책할 것이고 그 중심에는 화산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총사님은 그 비무를 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상황에서 화산과 천하문의 중재는 총사의 몫이 될 것입니다. 그 일에 개입은 하되 결코 전쟁이 나거나 화해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화산의 명륜도인이 총사에 대한 불만이 상당히 있지만 참는 것도 이런 중재에서 총사가 화산의 의도대로 따라주기를 바래서 입니다. 그들의 불만을 잠재우면서도 그들의 의도는 달성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현재 일황, 일성, 삼도의 문제는 그분들 스스로 해결을 못합니다. 결국 누군가의 중재가 필요하고 그 역할은 현재 총사밖에는 하지 못합니다.”
그 말에 제갈중명은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지금 천기각주가 접근한 의도도 알 수가 있었다. 그들은 지금 무림맹의 주인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 일을 위해 자신을 찾아온 것이다.
“알겠소이다. 하나 일황과 일성삼도의 대결이 된다면 결국은 일성삼도가 유리할 것이 아니오?”
“백년전부터의 무림맹을 본다면 오대문파는 무림맹에서 소림도 상당히 경계하였습니다. 일성과 삼도는 하나가 아니라 둘입니다. 또한 삼도도 태을자를 제외하면 모두 무림의 일에 대하여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성의 방관과 이도의 소극적인 협조속에 일황과 천하문을 대응해야 하는 것이 태을자입니다. 이번 싸움에서 무림맹은 그저 침묵으로 나가야 합니다. 태을자의 의견에 따르되 결정적으로는 움직이지 않아야 합니다.”
제갈중명은 현재의 무림맹 하부에서 일어나는 반기를 느낄 수가 있었다. 결국 무림맹에서 오대문파를 축출하는 일에 무림맹을 움직이는 자들이 움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