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29)
“적들의 규모는 얼마나 되느냐?”
대흉은 적과의 공방이 일차관문에서 벌어진다는 것을 들었다. 다행히 고작 삼십명도 안된다고 하여 증원군만 투입하여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기로 하였다.
“일단 방금 전에 물러갔다고 하옵니다. 하오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 모두를 모이시라고 하였습니다.”
오흉이 대청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말을 꺼내었다. 오흉이 이상한 것이 있다면 이상한 일이기에 그일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궁금해 하였다.
“지금 제가 파악한 정보로는 우리 산채 반경 삼십리에 걸쳐 무려 이천오백의 인원이 투입되어 있습니다. 한데 그들은 그 자리만 지킬뿐 움직일 생각을 않고 있으며 뒤산에 있는 조망대에서 파악하기로 오직 스물여섯명의 무리와 그 뒤의 스무명의 무리만 이번 공격이 가능한 지점에 있다는 것입니다. 앞의 스물여섯은 여든이 넘은 노인 다섯과 청년 스물하나입니다. 이 숫자는 제 추리로 보건데 노인은 이대문주와 같이 부분주를 지내었던 네명, 현재 그들은 오원주라고 부르는 인물입니다. 또한 스물한명중에 스무명은 이번 오대문파와 비무를 위해 뽑힌 인물이고 한인물은 바로 군웅회와 전투에서 이름을 알린 참룡검객이 아닐까 합니다.”
오흉의 말에 두서너명의 얼굴이 붉어졌고 노기를 참지 못하였다.
“이런 죽일놈들”
대흉은 고함을 치고 말았다. 오흉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깨달은 것이다.
“또한 뒤를 따라오는 인물들은 항상 앞 조를 공격하기 위해서 지나야 될 배후를 경계하면서도 앞 조에 거리를 두고 앞 조를 피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앞 조 모르게 은밀히 앞조를 보호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그들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스무명으로 나이가 사십대 정도의 인물들입니다. 아마 이 모든 정황으로 보건데 제 생각이 맞는 것 같습니다.”
오흉이 마저 말하자 대흉이나 두서너명은 노기를 참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우리를 상대로 실전연습을 한다는 말이냐?”
“아마도 그럴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이천오백은 우리가 탈출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역할을 하고 실질적인 토벌은 그 스물여섯이 주가 되어 할 것이라 사료됩니다. 또한 뒤의 이십인은 천하문의 중진들로 아마 앞조가 하나라도 위험에 빠지면 즉각 투입되어 그들을 구출할 것입니다.”
오흉은 삼십명도 안되는 인원으로 공격을 하자 골머리를 싸매다가 이제야 해답을 발견한 것이다.
“그들의 무위는 어느 정도냐?”
“청년들은 최절정에 모두 올라있었습니다. 하옵고 참룡검객의 무위는 최절정에서 벗어나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수하들의 보고에 오원주는 항상 전면에 나서지는 않지만 그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들의 공력이 등봉조극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어찌 아느냐?”
“방금 전에 일차관문에서 그들이 철수 하였는데 공방이 길어지자 부채주가 오독망(五毒網)이라는 암기를 사용하였는데 아무런 상처없이 막아내었다고 합니다.”
오독망은 사천당가에서 개발한 암기였다. 당가서열 제칠위에 몰라있는 무서운 암기였다. 오독망은 다섯종류의 독침을 모두 백가지씩 모아서 발사하는 터럭 같은 암기였다. 하나 한번펼쳐지면 오장 반경의 사람은 모조리 침의 사정권에 드는 무서운 암기였다. 마치 독의 그물같다고 하여 오독망이라 불리고 있는 암기였다. 오독은 때에 따라 변하는데 오행독의 순서대로 배열하였다. 인간중에는 한 두가지 성질을 가진 독은 쉽게 해독할 수 있지만 다섯가지 독을 동시에 해독할 수는 없기에 지금까지 이 암기에 제대로 격중하고 살아난 사람은 독문의 인물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그러나, 이 암기에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니 만일 상대가 먼저 알고 장풍이나 검풍을 발사하는 순간 뿌리면 너무나 침이 가볍기에 비산하여 버린다는 것이었다. 또한 호신강막이 강하면 뚫지 못하는 수가 있었다.
이것은 당문 밖의 사람의 이야기였다. 만일 당문의 고수들이 오독망의 비침에 진기를 주입하여 던지는 경우는 진기가 실린 비침은 일반적인 장풍이나 검풍으로 막아낼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당가서열 칠위에 올라있는 암기였다.
이 암기가 흑도에 전해져서 일종의 암기통으로 변종되어 사용되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에 있어서는 오독망이라 하면 바로 이런 암기통에서 발사되는 것을 일반적으로 일컫고 있었다.
“우리도 오독망을 막을 수는 있지 않느냐?”
“물론입니다. 하지만 일장이나 날아간 이후라면 막아낼 수가 있습니까?”
그 말에 모두들 대답을 못하였다.
“그는 사정권 밖에서 검기를 시전하여 일장이나 날아간 비침들을 모두 막아내었습니다. 물론 그러다 보니 그도 내상을 입은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능력을 보였다는 것은 등봉조극의 경지에 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라면 아무리 육십여명이 있다고 하여도 혼자서는 무리지만 두명만 있으면 그정도 관문은 돌파할 수 잇습니다. 결국 그들은 천천히 우리를 실전연습을 하면서 제거하겠다는 의도인 것입니다.”
오흉 유소는 상대의 전력을 파악하고서 의문에 싸였고 결국 지금의 결론에 이른 것이다.
“상대는 지금 오대문파와의 비무에 나갈 이십명으로 우리를 몰살시킨다는 계획을 세운 것입니다. 전면전이 이루어진다면 그들도 피해를 입기에 피해를 아예 입지 않겠다는 전략입니다.”
대흉은 이십명의 최절정 고수라고 생각하자 암담하여졌다. 거기에 경험많은 다섯명의 노고수까지 있고 그들을 지키는 스무명의 고수들도 있었다.
스무명의 최절정 고수라면 사황성에서도 외당 기찰대의 전 전력에 버금가는 전력이었다. 그들이 현재 삼백명이지만 사황성의 기찰대가 몰려 온다면 하루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단지 그래도 위안이라면 아직 저들은 실전감각이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죽음과 살인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몇 번만 대전하면 금방 해결되어 버리는 문제였다.
‘우리가 결국 저들의 사냥감이 되어 실전연습의 대상이 되어야 하다니? 우리가 말년에 이 무슨 비참한 처지란 말인가?’
유첨은 이런 입장이라면 어떤 수를 써야 된다고 생각하였다.
“방법이 있느냐?”
“성급하게 오독망이라는 암기를 사용하여 적에게 경각심만 주었습니다. 아마 오늘 적들은 오독망에 대한 것을 알고 철저히 대비를 하고 우리에 대하여 악독한 마음을 품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내일부터는 일차관문을 돌파하거나 아니면 잔인한 살수를 쓸 것입니다. 그들에게 의도하지 않았지만 실전경험 하나를 만들어 준 거입니다. 그들은 암수나 암기에 신중할 것이고 그 만큼 우리는 싸우기 곤란한 지경에 빠질 것입니다. 일단 다음에 그들이 몰려 오면 제가 나가서 지휘를 하겠습니다.”
“좋다. 나도 내일 나가서 그들을 살피겠다.”
대흉 유첨도 가기로 하였다.
관문에서 물러난 그들은 전에 머물던 곳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돌아오자 전에 비하여 두배의 경계를 하였다. 이제는 그들도 적에게 알려진 상황이라 언제 공격받을 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한번의 교전으로 그들은 이제 전투가 무엇이라는 것을 실감하였다. 그 때 전령이 다가왔고 무엇인가 지일광에게 지시를 받고 사라졌다.
단목장손은 돌아오자 마자 두 원주의 호법을 받으면서 운공요상에 몰두하였다.
그사이 그들은 내내 경계에 최대한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적의 기습은 자칫 잘못하면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단목장손의 운공요상이 끝나자 특별경계태세를 해제하고 한쪽으로 모여서 휴식을 취하였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지연룡, 지장룡, 지성룡은 한자리에 모였다.
지연룡은 지성룡에게 물었다. 지연룡이나 지장룡은 지성룡이 오늘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다. 적의 실력이라면 그저 밀고 나갔다면 관문이 돌파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왠일인지 그렇게 하지 않고 연습하듯이 임한 것이다.
“그렇게 강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내일은 우리를 파악하였기에 한수칠흉이 나올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훨씬 더 격렬해 지겠지요. 일단 내일까지는 모두가 실전감각을 익히는 시간이 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저 관문에서의 공백이지만 그들의 다양한 무공초식을 견식하였습니다.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않지만 다양한 초식을 접함으로써 좀더 강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내일은 만용일지 모르지만 일단 장풍과 권법을 저는 사용하여 보겠습니다.”
지성룡의 말에 지연룡은 장풍이 궁금하였다. 그저 기본적인 초보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나에게 장풍에 대하여 좀 알려줄 수 있느냐? 본문에는 장풍이 없지 않느냐?”
“그러면 일단 할아버님에게 물어보고 틈나는 대로 가르쳐 줄게. 한데 형이 보기에 그들을 밀고 나가서 혹시 포위된다면 헤치고 나올 자신이 있어?”
지성룡은 지연룡에게 물었다.
“솔직히 자신이 없다. 좀더 실전을 해본다면 모르지만 사방에서 검을 겨누고 있다면 감당할 자신이 없다. 물론 시정잡배라면 모르지만 저들 수준의 무사라면 감당할 자신이 아직은 없다. 왜?”
“만일 형이 감당할 자신이 생기면 말해줘. 그러면 그때 관문 밖으로 밀고 나갈 테니까.”
지성룡의 말에 지연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장룡은 옆에서 둘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참, 오늘 저들이 사용한 오독망은 장풍을 사용하였다면 훨씬 쉽게 막았을 텐데 검풍을 일으키다 보니 늦어 무리를 하였어. 일단 장풍의 원리에 대하여 소개해 줄게.”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그들의 대화에 모여들었다. 그들도 장풍에 대하여는 궁금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검만 배우다시피 하여 무공의 일반적인 것은 다소 소홀히 하고 있어. 일단 장풍은 가장 내공을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무공이야. 장풍은 결국 내공을 사용하여야만 시전이 가능한 무공이고.”
지성룡이 간단하게 장풍을 시전하여 돌맹이를 부수었다. 그러나 다른 장풍과 달리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지금 시전한 장풍이 바로 장풍에서는 제일 어렵다는 격공무성장(隔空無聲掌)이야. 격공무성장을 시전할 줄 알고 방어할 줄 안다면 장법에 대하여는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다고 할 수 있어. 물론 검으로 막을 수도 있지. 이번 전투가 끝나면 그것을 사용하여 대련 때 좀 골려줄 생각이었지.”
지성룡은 장법에 대하여 설명을 하였다.
“장풍도 그 힘의 흐름이 있어. 그렇기에 방어가 가능하지. 그 힘의 뿌리를 차단하고 호신강막으로 바람을 막아야 하지. 그 것은 장풍이 어디서 나오는가 생각하면 되지. 바로 이 장심이지. 일반적으로 장풍의 방어는 이 장심을 검으로 공격하면 되지. 결국 이 장심에서 나오는 것이니까. 장풍을 사용하는 고수들도 반드시 있을 거야. 그들은 무조건 장심을 공격하면 되지. 물론 그 공격시기는 팔을 내 뻗는 순간이야. 조금 늦더라도 최대한 공력을 주입하여 장심으로 찌르면 장풍의 힘은 흩어지고 말지. 한데 두 손을 뻗으면 연속적으로 두 손을 다 공격해야 하지. 한데 대부분은 두손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두손 중에 한손은 허초일 확률이 높지. 그것은 실전감각과 장풍을 듣고 느껴야 하는데 경험해보면 알거야.”
지성룡의 말은 상당히 귀중한 말이었다. 그들은 일반론적으로 전에 들었지만 그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 버렸기에 장풍은 지금도 문외한 이었다.
“아까 시전한 격공무성장은 검으로 말하면 검강정도의 경지야. 그 다음부터는 혼자 스스로 깨달아야 하지. 한 일년정도 배우면 거의 흉내는 낼 수 있을 거야.”
그들은 검강을 대부분 시전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검강의 시전이 실전이나 대련에서 사용할 정도는 아니고 그저 정지된 자세에서 한두 번 시전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지성룡의 설명에 오원주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듣고 있었다. 그들로서도 장풍에 대하여는 그저 지금 지성룡이 말한 수준 정도를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풍이라고 하는 것도 그저 장심으로 공력을 발출하는 수준정도를 알고 있었다. 천하문에는 변변한 장공이 없기 때문이었다.
지성룡의 설명에 그들은 손을 놀려 따라서 했다. 순간 곳곳에서 장풍을 연습하자 소리가 나기 시작하였다. 어떤 사람은 아직까지 장심으로 장풍을 발출하는 방법도 모르고 있었다.
‘정말 한심한 일이군.’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오원주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로서도 지금까지 안에서만 있었기에 이런 문제는 잘 모르고 있었다. 그들도 사실 젊었을 때 빼고는 직접 싸워보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런 치명적인 결함을 이제야 발견한 것이다. 멀리서 이런 장면을 지켜보는 천하문의 아버지와 숙부들도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고 있었다. 자신들의 처지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지성룡은 다음날은 검을 버리고 적수공권으로 적들을 상대하였다. 격공무성장을 시전하자 십여명의 인물들이 내상을 입고 순식간에 쓰러지고 말았다.
지성룡은 어제와 같이 불시간에 암기가 사용될지 모르기에 뒤에 항상 서 있었다. 그런 암기의 방어에는 다른 어떤 것보다 장풍이 효과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것을 아는지 오원주들도 지성룡이 서있는 것에는 말이 없었다.
가끔씩 어제 연습한 장풍을 일부는 기습적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산적들은 기습에 놀라 피하였다. 그들이 장풍을 쓴다는 것을 알자 어제에 비하여는 방어에 상당히 힘들어 하고 있었다.
그들 뒤에는 수뇌부인 듯한 인물들이 십여명 서있었다. 그들은 직접 관문의 전투에 참석하지는 않고 있었지만 시시각각으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지성룡도 그들이 한수칠흉을 비롯한 수뇌부인줄을 알았지만 그저 지켜보기만 하였다.
검일변도의 공격에서 간간이 장풍을 섞어서 공격하자 적들이 방어에 힘들어 하는 것을 알자 맛을 들였는지 어제 배운 것을 실습하고 있었다. 그들이 사용하는 장풍은 그저 장심으로 공력을 밀어내는 것에 불과하였지만 그런 장풍도 내공의 밑받침이 있기에 그들은 쩔쩔매고 있었다.
그러자 산적들도 이제는 장풍에 대한 방어를 배웠는지 검으로 장심을 노리면서 공격해 들어왔다. 그러나 그들의 방어적인 공격은 우검에 의하여 막히자 장풍에 휩쓸려 뒤로 나뒹구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한사람이 나뒹굴면 뒷사람이 신속히 그 자리를 매꿨지만 장풍에 격중된 사람들은 한참동안 혼수상태에 빠져들었다.
검수가 장풍을 쓰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었지만 하수이고 서로 마주보고만 싸우는 전투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장풍을 사용한 일부는 곧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고 헉헉대기 일쑤여서 그들은 교대할 때쯤이면 녹초가 되고 말았다. 장풍을 사용하면서 공력을 남용하였기 때문이다.
지성룡은 그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두었다. 힘이 빠진다는 것을 아는지 몇 번 시전하다가는 장풍의 사용을 자제하였다. 지성룡의 생각에 아직 관문을 돌파하여 나가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였고 오원주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날도 한번의 공방을 하였다. 전날은 일 각씩 하였지만 그날은 이 각씩 공격을 하였기에 오후 나절 내내 공방을 하게 되었다.
그들이 물러나오자 어제에 비하여 그들은 상당히 피곤하였다. 이각을 싸웠고 장풍을 사용하여 공력을 소진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물러나자 마자 반으로 나누어 운기조식을 하였다.
그들이 다 운기조식을 마치자 지유성은 그들을 다시 모았다.
“오늘은 장풍을 전개하고 공력을 회수하는 법에 대하여 알려줄께요. 물론 검을 사용할 때도 검기를 회수하는 것을 배웠으니까 알겠지만 장풍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장풍을 전개할 때는 동귀어진을 할 생각이 아니라면 항상 공력의 팔성이내로 전개를 해. 그렇지 않으면 진원마저 고갈되는 수가 있으니까. 그리고 공력을 회수하지 않고 싸우면 결국 혼자 지치고 말것이야.”
지성룡의 설명은 어제 그런 말을 해주지 않은 지성룡이 얄미웠지만 해주었다고 하여도 오늘의 경험이 없었다면 잘 배우지 못했을 것이었다.
그들은 공력의 회수에 대하여 조금씩 이해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그렇게 배우는 동안 저녁은 저물어 가고 있었다. 그들은 장풍이 상당히 효과적인 공격법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들도 집중하여 배우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뒤쪽으로 정찰은 내보냈겠지?”
대흉 유첨은 오흉 유소에게 물었다. 그들은 오늘 전투는 직접참여하지 않았지만 내내 보고 있었다.
“정말 그들은 잔인한 놈들입니다. 우리에 비하여 더욱 잔인한 놈들입니다. 마치 우리들을 자신들의 연습상대로 알고 있는 놈들입니다. 저놈들 만한 고수가 꽤나 많이 출동한 천하삼단에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만한 능력을 가지고 잔인하게 저들에게 맡겨놓고 있습니다. 독안에 든 쥐를 하나씩 잡아먹고 있는 격입니다.”
유소의 말에 대흉인 유첨은 뛰쳐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뒤쳐 나간다고 하여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만일 뛰쳐 나간다면 천하삼단의 공격에 몰살당하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다.
“그럼 오늘처럼 말도 안되는 싸움을 해야 하느냐? 오늘은 얼마나 인명이 다쳤느냐?”
“오늘 열다섯이 격살되고 중상이 열넷, 경상이 스물 두명입니다. 이틀간 벌써 열아홉이 죽고 중상이 스물다섯입니다. 결국 싸울 수 있는 인원이 마흔 네명이나 줄었습니다. 경상자까지 합친다면 이할 가까이 전투력을 상실하였습니다. 아마도 저들을 보건데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첫번째 관문을 돌파할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 나와 싸웠던 격공무성장을 사용하는 청년이 참룡검객 같아 보였습니다. 사실 그가 오늘도 짓쳐들었다면 막을 수 없었습니다. 이차 관문도 돌파당할 것이라 사료됩니다. 허나 그들은 일차관문만을 통과할 것이라 사료됩니다.”
“지금 그들은 어디에 있느냐?”
“지금 그들은 일차관문에서 오백여장 떨어진 곳에 진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하나 보초가 있기에 우리 첨병이 접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첨병이 보초 백여장 근처에 접근하였다가 격살당하고 말았습니다.”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장풍을 배우고 있다고 하옵니다. 우리가 오독망을 사용하자 그 대비책으로 장풍을 배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면 그들은 대부분 장풍도 모른다는 것이냐?”
“천하문의 무공 중에는 장풍이 없습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무공은 검공이기에 대부분 장풍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아옵니다. 하나 오늘 참룡검객으로 보이는 자가 사용한 격공무성장은 상당한 경지로 우리도 막기 어려운 장공이었습니다.”
“그가 장공을 익혔다면 어디에서 배웠다고 생각하느냐?”
“그가 승천무황의 진전을 이었다고 하니 승천무황에게 배운 것 같습니다.”
대흉 유첨은 자신들이 천하문을 너무 쉽게 보았다는 것을 알았다. 도망친 표두가 비겁하다고 하겠지만 가장 현명한 일이었다. 그만큼 철저한 천하문이었다. 자신들 같으면 원수들이기에 물불 안가리고 무조건 처단할 텐데 그렇지 않고 이를 기회로 후기지수들의 무공을 증진할 어처구니 없는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손해보지 않는 장사꾼이었다. 그렇기에 오대문파의 모진 멸시와 핍박속에서도 버티고 살아남은 것이다.
“어떻게 하고 있다고 합니까?”
“현재 대둔산을 며칠째 포위만 하고 있다는 정보입니다.”
제갈중명은 지금 천하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포위만 하고 있습니까?”
“천하삼단에 심어놓은 밀정에 따르면 방원 삼십리를 철통같이 안에서 탈출하지 못하게 막고만 있다고 합니다. 하나 천하문에서 지금 오원주와 예전에 오대문파와의 비무를 위해 선발된 청년들과 참룡검객의 행방이 묘연하고 소문주 지유성과 무공이 출중한 사십대들 이십여명도 자리를 비우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들이 사라진 것과 봉쇄만 하는 것과는 연관이 있지 않을까 사료됩니다.”
천기각주가 들어와서 보고를 하였다.
‘설마 이 와중에 후기지수들에게 실전연습을 시킨다는 것인가?’
제갈중명은 불현듯 그런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천하문은 항상 무슨일이건 집요하였다. 그 집요함에 오대문파도 지금까지 그들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없어진 인원이 쉰 가까이 되겠구려?”
“그들이 안에서 그들을 토벌하고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대둔산은 지형이 험하기에 소수정예로 밖에 공략이 불가능 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예전에 몇번 토벌을 하려고 검토도 해 보았지만 실익이 없다는 결론이 나서 그대로 방치하였습니다. 그때의 결론이 최절정 무사 십여명이 앞장서야 하는데 일파의 장로급이 열명이나 나설만큼 한가하지가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음, 그럼 후기지수들과 사라진 사십대의 사람들이 토벌을 하는가?”
“그것이 이상한 보고를 하나 들었습니다. 그들이 모여서 움직이는데 아이들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여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후기지수만이 이번 공략을 참석하고 그들은 만일을 대비하여 예비로 암중에서 위험에 대비하여 나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후기지수들이 실패하면 직접 나설 것으로 사료되지만 말입니다.”
제갈중명은 천기각주의 말에 이런 정보를 어떻게 알아냈나 궁금하였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아랫사람에게 물을 수 없어 가만히 있었다.
“하면 어떻게 생각하시오? 우리는 그저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이미 이일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이 이번 행사를 함으로서 무림문파로서 위용을 처음으로 무림에 보이고 잇습니다. 물론 군웅회에 대한 것도 있지만 그 것은 아직까지 어린 아이들이 철없이 날 뛰다가 당한 것으로 되어 있기에 큰 의미는 없다고 하겠습니다. 하나 이번 대둔산채는 다릅니다. 그 지역에 삼십년동안이나 자리잡고 있던 산채를 토벌하는 것이기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향후 천하문의 위세는 더욱 커질 것이라 사료됩니다. 무당과 화산에서 이미 천하문의 일을 지켜보려 대륭장과 백가장에 갔는데 면박만 당하고 떠나왔다고 합니다. 그들의 이런 일들을 보더라도 이미 그들은 그들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갈중명은 그 보고에 어이가 없었다. 그런 보고가 이미 들어올 정도로 이런 일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대로 있어야 한다는 말이구려?”
“그렇습니다. 하남성에 인접한 호북, 산서, 산동, 하북성이 모조리 천하문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말로는 무림맹의 눈치를 보는 것 같지만 현재 천하문과 거래가 끊기면 곤란한 지경에 처해 있습니다. 이일을 알기에 오대문파가 더더욱 천하문을 압박하는 것입니다.”
천기각주의 말에 제갈중명은 천기각주를 다시 볼 수밖에 없었다.
천기각주 인자기(寅資基)는 양유대학사(良儒大學士)라는 명호를 가진 유학자인데 뒤늦게 만박노사에게 발탁되어온 인물이었다.
나이는 마흔둘이지만 늦게 무공에 입문하여 무공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지만 천부적인 두뇌만은 인정을 받고 있었다. 무가에 어떤 연줄이 없기에 천기각주로 있었지 안그랬다면 총사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는 인물이었다.
“그 정도라면 각주는 오래전에 알고 있었을 것이 아니오?”
“물론입니다. 하나 저의 입장에서 그들의 일에 뭐라 말을 할 입장이 아니었고 그들은 이런 보고에는 오히려 쓸데없는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하기에 천하문에 관한 정보는 알아도 보고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습니다.”
그제서야 무림맹에 천하문에 관한 정보가 빈약한 이유를 알았다. 공식적인 정보가 아니기에 천하문에 관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하면 각주가 가진 천하문에 관한 정보를 좀 알려주시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각 군현의 호족들이 천하문과 어느 정도로 거래하는지에 관한 정보요.”
제갈중명은 자신이 그 동안 파악한 정보가 쓸데없는 정보라는 것을 알았다. 어찌보면 필요한 정보는 그 동안 사장되고 있었던 것이다.
“하면 그들이 그 정도로 각 지역의 호족들을 장악하고 있다면 어찌하여 지금까지 그런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것이오?”
제갈중명은 그 말에 이상하여 물었다.
“천하문이 그런 문제에 대하여 아직까지 인내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그 정도로 당하면서도 인내하고 있습니다. 그 분노가 폭발하는 날 무림맹은 풍비박산이 나고 오대문파는 아마도 군웅회가 당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더한 치욕을 당할 것이라는 것이 아랫 사람들의 중론입니다.”
제갈중명은 보다 더 자세히 알 필요를 느꼈다. 자신의 제갈세가는 천하문과 거래를 하지만 아직까지 그 정도는 아니었다.
“하면 그들은 오대문파의 속가들이 오대문파의 편을 들어도 상거래에서 그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은 것이오?”
“그렇습니다. 철저하게 상거래에서만은 그런 원칙을 지켜 왔습니다. 그러나 십년전부터는 그런 속가들의 인심이 오대문파를 이반하고 있습니다. 겉으로야 오대문파의 말을 듣는척 하지만 만일 천하문이 요청만 한다면, 아니 요청이 없어도 그들의 편에 설 것입니다.”
제갈중명은 그제서야 무림맹의 실체가 보이고 있었다. 이미 안에까지 썩어 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무림맹의 눈과 귀가 이미 막혀있었던 것이다. 보고 듣는 것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