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27)
‘이번에 천하문에 참룡검객이 혜성처럼 등장하였다고 하는데 이번 한수칠흉의 토벌에도 나서겠지.’
영소혜는 사마 영추상이 물러가자 생각에 잠겼다.
한수칠흉으로 발생할 문제보다 군웅회와 대결에서 등장한 지성룡에 관심이 더 쏠리고 있었다. 그의 일은 최근 무림에서 등장한 어떤 인물의 행적보다도 그녀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
‘현재 무림은 칠십여년이 흘러오면서 영웅이 없었다. 일황, 일성, 삼도, 사마로 대표되는 무림의 인물들은 모두 원나라시절에 나서 원을 몰아내는데 앞장선 인물들이다. 그런 분들이 지금까지 무림을 이끌어 오다보니 후기지수는 그 역할이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한데 이제 그런 이름을 제치고 신진영웅이 등장하는 것이다.’
그녀의 생각은 지성룡에 관한 보고를 생각하다가 피식 웃었다. 간세들이 보고한 지성룡의 외모에 관한 언급에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 나이는 이십세, 외모는 육척이 넘는 키에 상당히 호감이 가는 미남형으로 윤곽이 뚜렸하며 호리호리해 보이나 어깨는 상당히 발달하였으며 허리는 상당히 가는 편으로 구경하는 사람들이 향후 여자깨나 울리겠다는 평을 하고 있었으며….>
그런 언급을 생각하자 영소혜는 다시 미소를 머금었다.
‘내가 왜 이러지? 독수빙화라는 나의 명호에 걸맞지 않게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느냔 말야?’
그렇게 자신의 뇌리에 떠오르는 생각은 지워버리려고 하였지만 그럴수록 그 언급에 따라 오히려 외모가 상상되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독수빙화라고 하여 남녀간의 일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자신의 눈에 차는 남자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처음으로 남자다운 남자로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의 무공에 필적하는 사람은 사황성에서 거의 없었다. 있다면 원로원에 연금되다시피한 원로들 분이었다. 그러니 주변의 남자에 대하여 눈이 들어올 리가 없었다. 물론 천지문에서 율사청과 얼마 전 혼담에 관하여 이야기가 오고 갔었지만 그에 대하여는 그저 경쟁자라는 생각이 강하였지 남자라는 의미로 다가오지 않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말았다.
물론 그 것이 그저 슬쩍 의중을 떠보는 이야기 수준이었지만 그녀로서는 내키지 안았던 것이다.
한데 갑자기 이 난국에 그런 한가로운 상상을 하게 된 것이니 자신이 생각해도 우스운 일이었다.
그러나 내심 궁금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녀의 마음은 그 생각을 떨치려 할수록 상상 속에 백마 탄 왕자로 지성룡의 모습은 구체화되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어떻게 지우려고 하여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변하기 시작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처음 해보는 경험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치부하였지만 이렇게 생성된 그녀의 감정은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자라나고 있었다.
‘그가 이번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일까? 정말 궁금하구나? 가서 몰래 볼까?’
그런 생각에 그녀는 화들짝 놀라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미쳤구나. 내가 또 이런 생각을 하다니!’
영소혜는 천하문의 일에 이런 생각을 다시 하는 자신이 어이가 없어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영소혜가 간곳은 후원이었다. 영소혜가 적적해 하는 것을 알기에 사황은 매화각이라는 후원을 만들어 주었다. 그 후원에는 어릴적부터 영소혜의 놀이 상대가 되어 주던 사황성 간부들의 여식들이 모이는 장소이기도 하였다.
사마는 영소혜가 너무 고립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그 또래의 아이들을 반강제적으로 차출하다시피 모아놓았고 그때부터 매화각은 영소혜의 친구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었다. 같은 또래이지만 친구라고 하지 못하고 모두다 영소혜에게는 존칭을 사용하지만 그래도 그 또래를 만날 수 있기에 조금은 영소혜가 세상물정을 아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매화각에 들어가자 여자애들이 조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이 건물 안에서 하는 소리이지만 이미 영소혜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그들은 이미 절반이상이 혼례를 올린 상태였다. 정말 추녀가 아닌 이상 스물이 된 여자들에게 혼사를 미룰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니 남편이 요번에 항주에 다녀 왔다던데 뭐 좋은 것 사오지 않았니?”
“그 인간이 퍽이나 그러겠다. 가서 온갖 여자들을 섭렵하였나 보더라. 그러면서 와서는 시치미를 뚝 떼고 있더라고. 그럴려면 비녀 한쪽이나 사오고 그럴 것이지.”
두 여자의 말은 모두 부끄러움이나 창피함은 없는지 거리낌이 없었다.
“니 남편은 안그러게 생겼는데 그러니? 하긴 남자들이 열 여자 마다하지 않는다고 하더니? 하나 그래도 니 남편은 아직까지 감추기라도 하니 다행이다. 우리집 그 인간은 아예 이제는 대놓고 그러니 미치겠다. 영선당에 춘화라는 기생하고 소문이 파다하게 놀아 나고 있어.”
“그렇다고 어쩔 수 있니?”
두 여자는 내당 당주와 외당 당주의 딸로서 모두 작년에 사황성에서 장래가 유망한 남자들과 결혼을 하였다.
그들의 대화를 듣자 영소혜는 이상한 상상이 들자 다시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다.
갑자기 남녀간의 일이 머리 속에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남자들은 열 여자 마다하지 않는다는 말에 지성룡도 그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이 나자 질투의 감정이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었다. 아무 상관도 없는 남자가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이상하게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 남자도 그럴까?’
돌아서는 영소혜의 뇌리에 불현듯 그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안 그러겠지?’
그렇게 생각하다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남자에 대하여 이런 생각을 하였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어 머리를 은연중에 도리질치고 말았다.
그런 생각을 떨치려고 오다가 다시 그런 생각을 하였다는 자신에게 놀라서 그런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당황스러웠다.
한시진만에 준비를 하여 모인 그들은 날이 어두워 지자 청명원을 나섰다. 그들은 남의 눈에 뜨이지 않는 인적이 뜸한 길로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영파진에 도착한 것은 삼경무렵이었다. 그들은 최대한 은밀히 이동하였고 스물여섯명만이 움직였다.
그들이 영파진에 도작하자 세명의 인물이 나와 있었다. 천하 삼단의 단주들이었다. 그들은 오원주들과 몇마디 말을 하였고 그들을 소롯배에 안내하였다.
그들의 행로는 배가 침몰한 곳에서 내려 대둔산 자락을 타고 대둔산채 근처로 이동하기로 되어 있었다. 이미 대둔산 지리에 밝은 길잡이도 배에 대기하고 있었다.
천하삼단은 먼저 창성현과 운성현에 배치가 되어 있었다. 그들이 승선하자 소롯배는 야음을 타고 소담강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청명원에 모여서 대략적인 작전에 대하여 들었다. 대둔산채가 있는 잠천곡은 대둔산에서 제일 험한 곳이었다. 그 잠천곡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물이 흐르는 양 계곡으로 밖에 길이 없었기에 다수가 진입하기는 어려웠다. 더구나 이곳에 이르기 위해서는 수많은 계곡을 통과해야 했기에 관군들이나 몇 번의 토벌군은 중도에서 포기하여야 했다. 천하삼단이 이들을 토벌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희생을 각오해야 했다. 그렇기에 소수 정예랄 수 있는 이들을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소담강을 따라 내려가는 그들은 아무런 말이 없이 강물을 보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살생을 목적으로 처음 가는 출정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것은 오원주도 지난 오십년간 처음이기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마음 속에 있는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지만 그들로서도 불안했기 때문이다. 오태상들 같은 역전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그동안 천하문에서 혈전을 경험한 사람들은 드물었다. 표행을 하거나 천하오단에 있는 자들만이 그런 일을 했기 때문이다.
흘러가는 물길에 시선을 두고 있는 그들의 시선에는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사위(四位)는 조용하여 오로지 물 흐르는 소리와 배가 지나는 소리만이 철퍽거리는 소리로 울려퍼지고 있었다.
‘이제 내가 드디어 피의 강호행을 시작하는가? 대장부는 결코 두려움이 없이 자신의 길로 간다. 그리하여 강호행을 누가 철혈지로(鐵血之路)라 하지 않았던가? 나는 강해지리라. 결코 두려움 때문에 물러서지 않는 강한 사람이 될 것이다.’
지성룡은 처음에는 살인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처음 오원주로부터 한수칠흉을 토벌하는 임무를 맡아야 된다고 들었을 때 아득하였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강호행이었고 그 강호행이 살행을 목적으로 한 도적의 토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은 내내 지금까지 그의 가슴을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마음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두려움없이 부딪치기로 마음을 정하자 오히려 홀가분하여 졌다. 막상 닥치고 나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그렇게 마음먹자 그의 마음 속에는 이제 설레임이 생기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내가 죽을 수도 있는데 남을 죽여야 한다는 사실에 괴로워 하였다니?’
그 것은 지성룡이 그만큼 순박하다는 증거였다. 싸움을 앞두고 어떻게 남을 죽일 수 있느냐는 걱정을 하는 것은 그의 성품이 악하지 않기에 그러한 것이었다. 지성룡은 자신이 상대를 해야하는 적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지일광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지일광은 지성룡이 다가오자 무슨 용건인지 궁금하였다. 토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 내내 안색이 안좋았다. 다른 사람 모두 그렇기에 그러려니 하였다.
“저, 한수칠흉은 어떤 인물들입니까?”
지일광은 지성룡이 한수칠흉에 대하여 묻자 무슨 의미 인지 지성룡의 안색을 살폈다.
어둠 속이지만 지일광 같은 사람에게는 확연히 지성룡의 얼굴이 보였다.
지일광은 아까와 다른 지성룡의 기색에 불현듯 살인에 대한 두려움을 벗은 것을 알았다.
‘음, 상대에 대해 알려고 하는 것은 살인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고 이제 자신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인데 벌써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였다는 것인가?’
오원주는 모두가 말이 없이 조용히 생각에 잠기자 굳이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두려움을 없애지 않았다. 그런 과정을 통하여 무(武)에 대한 성찰을 하고 그렇게 하여 보다 성장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벌써 그런 과정을 마무리하고 이제 생존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두려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으로 그런 두려움이 있기에 무인들은 강해지려고 하는 것이었다.
오원주가 이번 토벌을 결정한 이면에는 이런 두 가지의 두려움에 몸소 직면하게 하여 한단계 도약하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였다.
인간이 인간을 죽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였을 때 느끼는 두가지의 두려움은 실제로 경험해 보아야 정확하게 파악이 되는 것이다. 그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면 막상 적을 만나 자신의 본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어이없이 자멸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더구나 문파간의 비무는 말만 비무이지 실전이나 마찬가지 였기에 그런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선다면 아무리 무공이 높아도 지고 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에게 생사를 건 실전을 경험하게 하는 것은 중요하였다.
더구나 오대문파와 겨룰 상대는 결코 한수칠흉보다 강했으면 강했지 약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수칠흉은 적당한 상대였다. 정 위험할 것 같으면 오원주들이 직접나서서 싸울 생각이었다.
상대에 대하여 파악하려고 하는 것은 그만큼 이제 싸울 자세가 되었다는 증거였다.
“한수칠흉은 나이가 칠십정도된 바로 이곳 출신의 마두들이다. 이곳에서 패악을 행하다 결국 쫓기데 되어 그들은 강남으로 도망가 사황성에 투신하였다. 그들의 무공 수위는 일곱 모두가 최절정의 경지로서 너희들에게 뒤지지 않는 무공을 가지고 있다. 물론 성룡이 너는 그들 모두보다는 무공에서는 강할 것이다. 하지만 강호에서 경험이 칠이다는 말처럼 무공이 높다고 하여 반드시 이긴다고 할 수 없다. 특히 흑도 인물들은 무공 뿐만이 아니라 암수도 능하기에 그 암수도 조심하여야 한다. 또한 우리가 가는 대둔산채에는 한수칠흉만이 아니라 삼백여명의 인물들이 있다. 그들은 한수칠흉의 부하라고 생각해 볼 때 무공을 가진 무인이라고 봐야 하고 그들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지성룡은 막상 한수칠흉에 대하여만 생각하였는데 삼백여명이나 부하들이 있다고 하자 그들을 이긴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보였다.
“하나 싸움에서 무공이 높다고 하는 것은 언제건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 그리 걱정할 것은 없다. 이만한 숫자라면 그들을 제압하지는 못할 수 있을 지라도 결코 그들에게 포위되어도 큰 문제는 없다. 단지 너희들이 경험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나 그것도 차츰 그들과 싸우면서 터득해 나가면 될 것이다.”
그말에 지성룡은 오원주가 이 싸움을 단 한번의 전투로 끝내려고 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그들을 단련시키면서 싸우려는 것을 알았다.
“이번 전투는 결코 천하삼단이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의 역할은 오직 이산에 있는 자들이 탈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닷새가 되었건 열흘이 되건 일년이 걸리건 여기 있는 우리만이 그들을 공격할 것이다.”
그 말에 모두들 자신들이 토벌에 중심에 서있다는 것을 절감하였다. 대부분 자신들이 토벌을 한다고 하여도 천하삼단이 같이 나서는 줄로 생각하였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 천하삼단은 오직 도주하지 못하게 막는다는 말이었고, 시일이 얼마나 걸리건 그들을 처단하는 것은 자신들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사실에 모두는 이일이 단순한 실전이 아니라 그들과 대둔산채 간에 어느 한쪽이 사라져야 끝나는 전쟁이라는 것을 절감하였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버님들을 포함한 오원주 분들이 굳이 토벌을 청운각에 있는 아이들과 성룡이만 데리고 하려는 의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아마도 그 아이들을 단련시키려는 의도가 아닐까 합니다. 오대문파와의 비무는 말이 비무이지 실전이나 다름이 없는 것입니다. 그런 비무에 나갈 아이들입니다. 그들에게 생과 사에 대한 확실한 의미를 가르치고자 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이번 토벌은 그들을 강하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아이들은 초반에는 조금 어려울 것이지만 할아버지들이 계시기에 큰 위험은 없을 것이고 시일이 조금만 지난다면 그들은 실전에 적응이 되어 그들의 수가 많을 망정 큰 위험이 없이 무난히 토벌할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지유성이 보기에 그들은 대부분 최절정의 초입을 지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스무명이나 있고 등봉조극의 경지에 있는 오원주가 간 이상 이변이 없는 한 최절정무인인 한수칠흉과 대둔산채는 토벌할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지성룡을 믿고 있는 지유성 이었다.
“물론이다. 어찌 보면 그런 면도 있지만 아버님이 최근 외부의 일에 대한 것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대응을 주문하고 있는데 이러다가 피할 수 없는 난관에 봉착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일단은 혹시 모르니 너를 비롯한 차기 부문주들과 무공이 강한 자들로 이십여명을 데리고 아버님 근처에서 며칠간 지켜보고 있거라. 정히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나설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모르는 일이니 주의해서 나쁠 것은 없을 것이다.”
지용운의 말에 지유성은 자신이 그런 대비를 생각치 못한 것에 대하여 자책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런 대비는 알아서 했어야 하는데 자신은 그저 지켜 만 본 것이다.
이일은 말을 하기 전에 알아서 조치를 하였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알겠사옵니다. 그렇게 조치를 바로 하겠습니다. 소자는 그런 것을 생각치 못하였사옵니다.”
그리하여 지성룡 일행이 떠나는 그 시각에 그들의 아버지와 숙부들도 이십여명 따라나서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 절제 절명의 위기가 되지 않는 한 멀리 지켜보기만 할 것이지만 자신들이 나서는 일이 없기만 기원하고 있었다.
이미 계획을 천하삼단의 단주들을 만나서 들었기에 그들도 소롯배를 타고 그들의 뒤를 따랐다. 오원주와 스물한명의 청년들은 하나하나가 중요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안위에 대한 대비는 충분히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