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19화 (19/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19)

이런 소식은 재빠르게 간세를 통하여 천하 곳곳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이런 소식에 천하 곳곳은 벌컥 뒤집어 지고 있었다. 그러나, 뒤집어는 지지만 대부분 그들이 아는 시각이 진시나 사시경이라 어찌해볼 수도 없어 애만 태우고 있었다.

우선 팔룡의 면면을 살펴보면

검룡(劍龍) 위지세가 위지강천

독룡(毒龍) 사천당가 당문성

암룡(暗龍) 사천당가 당한영

도룡(刀龍) 하북팽가 팽덕중

장룡(掌龍) 진주언가 언무외

신룡(身龍) 무영천가 천기로

해룡(海龍) 사마세가 사마웅휘

광룡(狂龍) 단목세가 단목천리

이들이 팔룡으로 불리게 된 것은 그들이 맨 처음 무림맹에서 당시 총사이던 만박노인과 대면을 할 때 그들의 무위가 출중하여 만박노인이 흥을 위해 한번 대련을 해보라고 종용하여 그들의 실력과 특징을 보고 만박노인이 붙여주었다. 그일을 계기로 그들의 우정은 깊어졌고 그들이 팔룡이라는 칭호에 곳곳에서 도전해 오자 그들의 도전을 물리치면서 그들의 이름을 지킬 수가 있었다.

이들 여덟명이 무림맹에 머물던 세가 후예들을 중심으로 군웅회를 만들었고 삼년이 지나자 그들은 이회의 군웅회를 자신들의 기준에 맞추어서 선정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뚜렷한 신진고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인위적으로 이회 군웅회원을 입회식장에서 비무를 하게 만들어 금,은,동의 삼검을 만들었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것이 삼검이었다. 그들의 무위는 실질적으로 팔룡에 버금갔다. 마찬가지로 삼회도 삼검이 탄생하였지만 이회의 삼검에 못미치기에 삼검이라는 호칭대신에 삼도라고 칭해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군웅회하면 팔룡 삼검으로 친해지고 있었다.

그들을 위시한 군웅회원들이 천하문의 총단에 위치한 천하관에 위용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 부산을 떨었다.

특히 오룡과 삼검에 대하여 누가 누구인지 말하길 좋아 하는 사람들은 옆사람에게 소개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용운은 공증인이 필요하기에 그이야기를 하였고 지청현이 마침 같이 있던 승천검황에게 말하자 기꺼이 나서주겠다고 말하였다.

승천검황으로서도 자신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것이 향후 무림행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기에 승낙을 하였다. 이런 줄도 모르고 군웅회원들은 오고 있었다. 화려한 무대위에서 군웅회원을 누르고 올라서려는 천하문의 준비는 까마득히 모른 채 군웅회원들은 한쪽 천막에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지유성이 비무대 위에 섰다.

“여러분, 무림맹의 군웅회의 분들이 저희 천하문의 후기지수들의 실력을 견식코자 비무를 청하였기에 이런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이에 우리 천하문은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여 이자리를 급히 마련하였습니다. 대전방식은 연승방식으로 하며 나올 수 있는 주자는 여덟명으로 하였습니다.

아울러 이번 비무의 공정한 진행을 위한 공증인을 이 자리에 한분 모실까 합니다. 중원에서 일황이라는 이름으로 위명이 자자하신 승천검황어르신께서 공증인이 되어주십사 하는 청을 받고 기꺼운 마음으로 맡아주시었습니다.”

그말에 천하문의 원로들 사이에 하얀 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이 일어나 천천히 비무대로 걸어나왔다.

그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 특히 각파의 간세들은 승천검황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는 표정이 가관이었다.

더구나 군웅회는 느닷없는 천하문의 공증인 선정에 의아하였지만 승천검황이라는 말에 모두 벌떡 일어났다. 그들은 비무에 공증인 필요하다는 것에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만큼 그들이 어리숙하다는 증거였다.

그들의 표정은 각각이었다. 일부는 자신들의 자리에 승천검황이 나왔다는 사실에 희희낙낙하였지만 일부는 뭔가 이상한 느낌에 의구심을 가지고 천하문이 왜 이 자리에서 승천검황을 소개하는가 의구심을 가졌다.

각 파의 간세들은 군웅회와 천하문의 비무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승천검황이 천하문의 후견인이 되었음을 암묵적으로 공표하는 것을 알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온갖 정보로 분석에 여념이 없었다.

승천검황이 비무대 한쪽에 올라 장내의 사람들에게 예를 표하고 앉자 장내의 사람들은 승천검황이라는 이름에 압도 되었는지 조용하였다.

“이렇게 공증인을 맡아주시므로 이 비무는 참으로 뜻 깊은 자리가 되었습니다. 이제 비무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양측의 비무에 나설 여덟명의 대표는 나와주십시오.”

그러자 군웅회와 천하문의 대표들이 비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들이 올라가자 비무대 양끝으로 여덟개씩의 걸상을 가져다 놓았다. 이미 말한대로 군웅회는 오룡삼검이 나왔고 천하문에서는 지성룡과 천하칠걸이 나왔다.

그들이 나오자 천하문도들 사이에서는 의외의 인선에 놀라고 있었다.

천하문에서 나올 대표로 그들의 쟁쟁한 후기지수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었다.

지성룡은 삼천여명에 이르는 관중들을 보자 가슴이 설레이고 긴장이 되어 군웅회의 대표로 나온 오룡삼검의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을 굳게 가지고 군중들을 한번 쓰윽 훑어 보았다. 자신이 떨리면 상대도 떨린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일광에게 제일 먼저 나가게 된다는 말을 들었고 그들 모두를 다 물리치라는 말을 들었기에 그들을 쓰윽 보았다. 그들의 무공수위가 그의 눈에 보이기 시작하였다.

<일단 상대와의 대전시 그들의 무공 수위가 가늠된다면 그들은 너보다 하수이니 결코 위축되거나 두려워 하지 말아라. 실전 경험이 부족할 때에는 상대를 과대 평가하여 위축된 자세로 임하다가 가진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지일광은 어제 밤새내내 비무에 관하여 설명을 해주었다. 그 말이 떠올라 지성룡은 상대를 노려 보았다. 그들은 천하문의 이십명의 선발된 인원들과 비슷한 무공 수위였다.

‘이길 수 있는 상대이다. 당황하지만 않는다면 된다. 최절정 초입의 무공 경지이다. 일부는 최절정의 완숙한 경지이지만 나의 무공수준은 저들보다 한 단계이상 위라고 할 수 있다. 오원주 보다도 더 높은 경지인 내가 저들에게 위축될 필요는 없다.’

마음을 굳게 다지자 하나하나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러자 비무대 아래 있는 군중들에게 눈을 돌렸다. 비무대아래에서 쏘아지는 이상한 기운때문이었다. 지성룡은 눈길을 돌리다가 군중들의 중간에 위치한 한 청년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지성룡은 그간 이상한 기운을 보낸 인물임을 알고 그를 살펴보았다. 평범한 차림이었지만 그의 윤곽이 그대로 눈에 투영되엇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상대는 움찔 몰라면서 시선을 피하였다.

서로 가볍게 목례를 하고 각자 걸상으로 가서 앉았다.

승천검황은 그들이 자리에 앉자 일어났다.

승천검황이 일어나자 모두들 승천검황에게 눈이 모아졌다.

승천검황이 앞으로 나서서 양쪽을 향하여 손짓을 하였다. 일차로 싸울 사람을 나오라는 신호였다.

“이 비무가 상호간에 친목과 실력을 알아보는 자리이기에 내가 판단하여 승부가 났다고 판단하면 지체없이 승부를 중지시킬 것이다. 우선 무기를 놓치거나 요혈의 부위에 흔적이 남으면 일차적으로 패배로 간주할 것이다. 또한 비무대 아래로 몸을 날리는 것도 패배로 간주할 것이니 그렇게 알도록 하라.”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승천검황이 자리에 앉자 둘은 표시가 되어 있는 자리에 섰다. 징이 울리자 마침내 비무가 시작되었다.

지성룡은 그 자리에 서서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첫번째는 이회의 동검 하북팽가의 팽효중이었다. 팽효중은 일차로 나오게 되자 상대를 노려보았다.

상대는 자신보다도 더 어려 보였기에 얕보는 마음이 있었다. 더구나 무공을 익힌 사람에게서는 강한 기세가 느껴지는데 눈앞의 상대는 그런 기세가 느껴지지 않아 더욱 경시하는 마음이 들었다.

한편 천하칠걸들은 지성룡을 일차전 상대로 내보내자 불만이 컸다. 그들은 지성룡을 내보내는 것이 이해가 안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살펴도 무공을 익힌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들은 지성룡과 이년 가까이 보내면서 바보로 알기 때문이었다. 집안 어른들이 하는 일이라 불만이 있지만 꾹 눌러 참고 지성룡이 어이없이 질 것을 예상하여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팽효중은 지성룡이 움직일 생각없이 검을 가운데로 세우고 노려보자 겁을 먹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여 가문의 기초도법인 오호단문도법의 기수식을 취한 후에 그대로 쇄도 하였다. 사실 이 오호단문도법은 다섯마리의 호랑이가 쇄도하는 환상이 들만큼 강한 도법이었다. 팽가의 어떤 도법보다도 가장 중시하는 도법이었다. 다른 여타의 도법이 있지만 이 오호단문도법의 기수식에서 오호를 부른다는 것을 가장 으뜸으로 치는 것이 팽가의 가법이었다. 이 기수식은 팽가의 모든 것이라 할만큼 중요한 초식이었다.

팽효중이 순식간에 쇄도하자 지성룡은 가볍게 신형은 좌로 반보 내딛으며 쇄도하는 팽효중의 도를 피하였다. 그러나 그정도 움직이는 것으로 팽효중의 도에서 일어나는 도풍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쇄도 하는 도풍에 그대로 검을 부딛쳐 갔다. 지성룡이 시전한 것은 선인지로라는 가장 평범한 한수였다. 선인지로는 바로 위에서 내려치는 한수였다. 그 한수가 펼쳐지자 강하게 일어나던 도풍이 일시간에 사라지면서 검과 도가 부딪쳤다.

순간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팽효중의 신형이 처음 서있던 자리보다도 두어 걸음 더 뒤로 퉁겨져 나갔다.

간신히 중심을 잡은 팽효중의 신형은 떨리면서 균형을 잡았다. 이 한수로 팽효중이 손해를 본 것이 틀림없었다. 지성룡의 신형은 처음의 자리로 어느새 돌아와 있었고 아무일도 없어 보였다.

지성룡은 팽효중이 자리를 잡자 이번에는 먼저 쇄도해 들어갔다. 그의 한수는 처음에는 천천히 움직이는듯 하다가 순식간에 팽효중의 도에 집중하여 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공격이 마치 팽효중의 몸이 아니라 도를 목표로 쇄도하는 것 같았다. 팽효중은 도에 검이 쇄도하자 피하지 못하고 다시 맞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만일 도를 피하면 그의 몸이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부딪치는 순간에야 상대에게 방금 전 공력으로 밀린 것이 떠올랐다. 그러나 후회는 늦었기에 혼신의 공력을 다 주입하여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지성룡은 정면으로 부딪쳐 오기에 자신이 의도한 대로 되자 그대로 검신에 공력을 배가하여 도신의 중간을 때려갔다.

그 순간 그의 검은 차츰 파란기운을 내뿜으며 내려오고 있었고 조금 지나자 그 파란기운도 사라져 버렸다.

그의 이 한수의 동작에 몇몇의 눈에는 경악이 어렸다.

파란검기가 나타났을 때 경악을 한 것이 아니라 사라질 때 경악한 것이다.

오태상이나 오원주등 천하문의 원로들이었고 공증인 석에 앉아있는 승천검황이 그러했고 군웅회에서는 대부분이 파란검기가 사라지자 얼굴에 안도가 어렸는데 오직 검룡 위지강천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대부분은 놀라도 그저 약간 얼굴이 상기된 반면 위지강천만은 그렇지가 못했다.

“검강이다.”

그의 말에 막 안도의 표정을 짓던 군웅회의 사람들은 의아한 듯 보았다.

이미 그때는 지성룡과 팽효중이 부딪치고 물러서고 있었다. 팽효중은 부딪치다가 허공을 치는 듯한 느낌에 물러서고 있었고 지성룡은 상대의 도를 자르고 물러서고 있었다.

“쨍그랑”

그소리와 함께 그들이 부딪친 자리에서 맑은 금속성이 울렸다.

팽효중은 자신의 손에 있던 도를 보다가 믿지 못하는 얼굴이 되었다. 비무중에 도가 상대의 검에 잘린 것이다. 그것도 무 잘리듯이 잘린 면이 말끔하였다. 결국 의도한 대로 잘렸다는 것이었다. 팽효중은 도를 보다가 아무말도 못하고 도를 내렸다.

“졌습니다.”

도를 자를 정도의 인물이 마음만 먹었다면 자신의 몸도 두동강이 내었을 것이기 때문에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만일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다시 덤비는 것은 몸뚱이를 두동강내기 전에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그제서야 장내는 웅성이는 소리가 커지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너무 놀라 말을 못하고 있다가 이제야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단검신화(斷劍神話)라 일컬어 지는 이날의 비무는 무림맹의 군웅회로서는 종말을 고하고 치욕에 모두 십년간 페관에 드는 일이 시작된 것이다.

은검 위지성목은 동검 팽효중이 지는 것을 보았기에 성급히 공격하지 못하고 지성룡이 공격하자 피하기에 급급하다 변변이 공격도 못하고 겉옷 가슴부위에 별모양의 흔적을 얻고 물러나고 말았다. 금검 단목위기는 격렬하게 지성룡을 공격하였지만 번번히 막히다가 역시 검이 잘리는 수모를 당하고 물러났다.

세명의 사람이 져서 물러나자 장내는 함부로 수근대지도 못하는 정적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 정적은 누가 강요해서가 아니라 어이없는 상황에 대하여 설명할 길이 없어 일어나는 정신적 공황상태였다.

이렇게 되자 광룡 단목천리가 나섰다. 금검 단목위기의 형으로 동생과는 달리 단목세가의 금성권(金星拳)을 중점적으로 익혀 박투술의 대가였다.

금성권은 권법으로서는 드물게 내외공을 고루 갖춘 무공이었다. 주로 권법이 외공을 기본으로 하여 내공을 나중에 갖추는 것인데 반하여 금성권은 내공과 외공을 동시에 수련하였다. 또한 다른 권이 손을 주로 사용하는 것이 반하여 이 박투술은 온몸을 사용하기에 그 몸의 움직임이 과격하였다. 그래서 결국 만박노인은 단목천리를 광룡이라 칭하였던 것이다.

단목천리가 맨몸으로 나서자 지성룡은 검을 검집에 꽂고 적수 공권으로 나섰다.

그의 이런 움직임에 천하문의 사람들도 놀라고 군웅회는 더더욱 놀랐다. 천하문에는 검공(劍功)을 제외한 다른 무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성룡은 천수장왕의 천수권을 최근 익히기 시작하였다. 이 천수권은 천수장왕의 무공을 이루는 근간으로 이 천수권에서 천수장공이 나오고 천수장왕이 최후에 창안한 천수공이 나왔던 것이다. 천수장왕은 적수공권으로 싸우면서도 천수공이라는 이어심검(以於沈劍)의 경지에 이르는 무공을 창안하였다. 천수장왕의 이론에는 검은 팔의 연장에 불과하니 맨손으로도 검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를 위해서 팔과 다리를 검과 같이 만든다면 검이 필요없다는 내용이었다. 그의 별호에 장왕이라고 들어가 있지만 그의 무공을 본다면 오히려 검왕이라고 불리어야 했다.

지성룡은 천수장왕의 천수권을 익히기 시작하였다. 그것이 꼭 천수장왕의 무공 뿐만이 아니라 다른 무공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가 검을 거두고 나서자 단목천리는 거침없이 금성권을 운용하여 부딪쳐 왔다. 단목천리는 검강을 보았기에 적수공권으로 부딪치는 것이 불안하였는데 지성룡이 검을 거두자 그런 부담을 떨칠 수가 있었다.

지성룡은 상대의 권각술이 현란하고 예측불허이자 신이나서 같이 부딪쳐 갔다. 천수권도 금성권처럼 내외공을 겸한 권법이기에 두 사람의 대결은 아까와 달리 상당히 격렬하였다.

지성룡은 처음에는 육성의 공력으로 대항하였지만 삼십여초가 지나자 오히려 오성의 공력으로 낮추었다.

차츰 금성권이 익숙해지자 그 정도로도 대항이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백여초가 순식간에 흐르자 지성룡은 다시 육성의 공력을 사용하여 몰아부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되자 단목천리는 십여초만에 한쪽팔이 제압되어 버렸다.

“졌소이나.”

한쪽 팔이 제압되어 붙잡히자 단목천리는 패배를 자인하였다.

단목천리가 패배를 자인하고 물러가자 진주언가의 장룡 언무외가 나섰다.

이미 모든 사람들은 승부에는 관심이 없었다. 군웅회에서도 이제 지성룡에게 어떻게 지느냐에 대한 관심으로 바뀌고 있었다.

이번에도 지성룡은 언무외가 적수공권이자 적수공권으로 나섰다. 광룡이 박투술이라면 언무외는 장공이기에 두사람의 대결은 거리를 두고 빙빙 돌면서 이루어 졌다.

“펑”

“펑”

소리가 연속적으로 울려퍼졌다. 장과 장이 부딪치면서 나는 소리였다.

십여번의 소리가 울려 퍼진 후 두 사람이 돌던 것을 멈추고 서로 마주보고 섰다.

두 사람이 최후의 초식을 겨루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지성룡은 육성의 공력을 사용하여 서로 마주치고 있었다. 그러나 장룡의 공력이 만만치 않아 이번에는 칠성으로 올렸다. 둘의 장풍이 서로 마주치면서 ‘펑’하는 소리가 아까와 달리 묵직하게 울려 퍼졌다. 십여번의 소리가 그저 짧고 큰 소리였다면 이번의 소리는 묵직하고 낮은 반면 오래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소리가 울려퍼지자 사람들은 두 사람에게 시선이 갔다. 모두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한데 갑자기 언무외가 가슴을 움켜쥐더니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으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러더니 기침을 하기 시작하더니 피를 한 모금 앞으로 뱉어 냈다. 이번 대결로 내상을 입은 것이다. 군웅회의 다른 사람들이 나섰지만 장룡 언무외는 그 자리에서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에 들었고 군웅회의 인물들은 그런 그를 둘러서 지키고 있었다.

일다경의 시간이 지나자 언무외가 일어났고 그는 졌다는 의미로 예를 표하고 물러났다. 아마 지금은 말도 하기 어려운 상태인 것 같았다.

그는 자리에 앉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고 군웅회의 다른 사람이 있는 천막으로 물러갔다. 그런 것이 마무리되자 팽덕중이 나섰다.

그로서는 동생이 지는 것을 보았기에 자신이 나서도 마찬가지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피할 수 없어 나섰다. 지성룡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벌써 한시진이 넘게 대결을 하였지만 하나 지친 기색이 없었다.

그 시각 팽가의 가주는 마침 태원의 본가에서 개봉에 인접한 별가에 와서 머물고 있었다. 그는 황실의 종친인 월왕 주원익과 사냥을 하고 밤 늦게까지 산속에서 야영을 하고 돌아와 이 소식을 듣자 부랴부랴 달려왔지만 이미 비무가 시작 된지 한시진이 지난 오시에나 도착하였다.

팽가의 가주는 열화도 팽유상으로 지금 나서고 있는 팽덕중의 아버지 였다.

그는 천하문의 연무장에 들어오다가 이미 비무가 시작되었기에 말리지도 못하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조금 먼저 도착한 총관이 팽기중에게 공증인이 승천검황이라는 말을 하였기 때문이다.

평소 그의 성격이라면 도착하자 마자 비무를 중단시켜야 했지만 공증인이 승천검황이라고 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간 비무에 대하여 보고를 받았다. 공증인이 있는 비무를 중단시킨다는 것은 공중인을 우습게 아는 처사였기 때문이다.

설사 천하문과 자신이 비무의 중지를 합의 하였다고 하여도 이제 공증인의 양해가 없이는 비무를 종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조치는 승천검황의 권위를 깔아뭉개는 짓이기 때문이었다. 만일 그가 나서서 중지하라고 외친다면 그것은 승천검황을 무시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비무는 실로 비참하게 지고 있었다. 모두 패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비무의 내용이었다. 실로 처참하다 못해 개망신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들과 대결할 청년을 보다가 경악을 하고 말았다. 그는 최절정의 경지에서 최근 벗어나 등봉조극에 들고 있었다. 한데 눈앞의 청년의 경지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상대의 경지가 가늠되지 않는다면 진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천하문의 원로들의 표정을 보다가 분통이 터지는 것을 느꼈다. 삼십여명의 노인들이 비무대 한쪽에 거만한 표정으로 통쾌하다는 듯이 비웃음을 머금고 자신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운데에 있는 오태상들을 보다가 부르르 떨고 발작하지 못하고 보고만 있었다.

팽유상은 천하문의 문주인 지용운이 다가오자 얼른 예를 취하였다.

“멀리서 이렇게 오셨으나 마침 지금 비무가 진행중이라 영접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앞으로 가시지요.”

팽유상은 모욕감에 부르르 몸이 떨렸지만 잠자코 지용운의 뒤를 따랐다. 막 그때 팽덕중과 지성룡의 비무가 시작되었다.

팽덕중이 가전의 오호단문도법과 수월도법을 사용하여 밀어부치고 있지만 그것은 겉보기 일뿐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어찌보면 고수가 하수를 대하면서 지도대련을 하는 듯이 지성룡의 태도에는 여유가 있었다.

결정적일 때만 한번씩 선인지로 같은 공격으로 도법을 끊어 주고 있는데도 움찔 놀라 물러나고 있었다. 순식간에 오호단문도법과 수월도법의 모든 초식이 시전되었는데도 지성룡의 근처에도 못가고 있었다. 지성룡은 팽덕중이 역시 팽효중보다는 한수 앞서자 몰아부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유운검법을 시전하여 쇄도하자 몇초를 못버티고 팽덕중은 도를 놓치고 말았다. 도는 십여장이나 날아가 비무대의 가장자리에 떨어지더니 날아가던 힘에 비무대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도가 바닥에 구르자 팽덕중은 멍하니 보다가 도를 향하여 몸을 날리더니 도를 집어들고 자리를 떠나 사라지고 말았다. 이런 치욕을 당하고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라진 팽덕중이 강호에 몸을 드러낸 것은 이날부터 이십여년이 지난 나이 오십여세 때였으니 그날의 치욕이 얼마나 컸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일이었다.

팽유상은 막 지용운이 안내한 자리에 도착하여 자리에 앉으려다가 그꼴을 보고 말았다. 팽덕중이 수치심에 자리를 뛰쳐나가자 따라가지도 못하고 애매한 상태에서 그대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일로 팽유상은 가문의 수치라고 하여 오년간 팽가의 봉문을 하고 말아버리게 된다. 팽유상의 이런 곤란한 처지와는 달리 다시 비무는 당가의 암룡 당한영이 나서고 있었다.

당한영은 당가 칠대 암기술중에 가주가 익히는 만천화우를 제외한 육대비기를 대성하여 암룡이라는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하나 아무리 암룡이라도 결국 호신강막을 뚫지 못하고 모든 암기가 지성룡의 검에 의해 퉁겨져 나가고 말았다. 결국 암기가 모두 떨어진 당한영은 패배를 자인하고 물러나고 말았다.

결국 최후의 주자인 검룡 위지강천이 나서자 모두의 시선은 이 최후의 대결에 눈이 모아지고 있었다.

위지강천으로서는 최절정의 자신의 무공으로는 어떻게 해볼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팔룡중에 유일하게 검강을 시전할 줄 아는 고수였다. 그만큼 팔룡의 수좌였다. 사마웅휘가 가전 무공을 대성하기 전까지는 혼인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하게 된 것도 그와의 대결에서 지고난 연후였다.

다른 팔룡들은 차이가 없다고 하지만 검룡 위지강천만은 한수위로 평가되어 천룡이라고도 말하기도 하였다. 그만큼 팔용 중에 제일 나은 실력을 가진 존재였다.

지성룡은 위지강천이 나서자 칠성의내력을 끌어올리고 대결에 임하였다. 위지강천은 지성룡이 마주서면서 기세가 더욱 강해지자 지성룡에게 놀람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다른 상대에게 자신보다 조금 높은 기세로 싸우던 것이 자신을 대하자 한단계 더 높은 경지의 무공을 선보이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고 상대에 맞추고 있었고 이제 자신에게도 맞춘 것이다.

지성룡은 한단계의 위의 위지강천에게 오직 기존의 오대검법을 사용하여 이기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지성룡은 칠성의 공력을 사용하여 유운검법을 비롯한 기존 검법을 사용하여 몰아부치기 시작하였다.

선수를 빼앗긴 위지강천은 맞받아 치기에 급급하였다. 가전의 팔황검법을 펼치고 나서야 겨우 평수를 유지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가전의 팔황검법은 오직 칠식에 불과한 검법이었고 지성룡이 사용하는 오대검법의 초식은 오십여초에 이르고 있었다. 처음에야 팽팽하였지만 지성룡이 한번 초식을 접하고 나자 이미 그 초식은 더 이상 위협적이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팔초가 지나자 위지강천은 수세에 몰렸고 막기에 급급하여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지성룡이 사십여초에 이르자 위지강천은 자신이 비무대의 가장자리에 몰린 것을 알았다. 위지강천은 지성룡이 지금 펼치는 아미의 검과 같은 한초식을 피하려다가 결국 그 초식을 피하면은 자신이 비무대 아래로 구른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검아래 있을 수는 없어 피하였고 결국 비무대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지성룡은 위지강천이 비무대 아래에 착지하는 것을 보자 비무대 가운데로 갔고 공증인석에 있는 승천검황에게 예를 표하였다. 승천검황은 예를 받고 일어나 앞으로 나왔다.

“이것으로 군웅회와 천하문의 비무는 천하문이 이겼음을 이자리의 공증인 승천검황 소리백은 선언하노라.”

소리백의 낮지만 웅혼한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지자 광장에 모인 군중들은 천하문 천세를 외쳤다. 여기에 모인 대부분은 천하문의 식솔이기 때문이었다.

위지강천을 비롯한 모든 군웅회의 인물들은 실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마음이었다. 자신들이 이렇게 한사람에게 무참하게 희롱당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더 이상 군응회는 존재하지 못할 치욕을 당한 것이다.

그들은 도망치듯이 떠나갔고 그들이 사라지자 오히려 장내에는 함성소리가 커졌다. 그 자리에 나타났던 열화도 팽유상은 슬그머니 도망치고 말았다.

“하하, 군웅회(群雄會)도 이제 보니 군서회(群鼠會)로군.”

한 사람이 그렇게 말하자 그 말은 군웅회의 다른 말이 되어 버렸다.

“군서회라니 아침에 그렇게 기고만장하게 나타나더니 꼬리를 말고 도망치는 것을 모니 쥐새끼 같더군.”

“그러게나 말일세.”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장내를 떠나는 무리 사람을 따르던 율사청은 뒤통수에 느껴지는 시선에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지성룡이 율사청을 보고 있었다.

율사청은 한참 지성룡을 보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이미 나의 경지를 앞섰기에 나를 알아보았다. 여기에 있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나는 고작 천지신공을 팔성에 이르고 자만하였다. 천하문을 어떻게 하는 것은 천지신공을 완벽히 터득한 이후이다. 천하문의 지성룡이라 했던가? 그는 이후 나의 최대의 적이 될 것이다.’

한편 율사청이 황급히 자리를 떠나자 지켜보던 지성룡은 아버지 지유성이 자신을 보고 있자 시선을 거두었다.

“저 인물은 바로 천지문의 율사청이다.”

지유성의 말에 지성룡은 자신이 그간 중원 무림에 대하여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다.

“천지문은 바로 천수경과 창령검결을 풀었던 문파이다. 백오십년전에 천지마제는 바로 그 두분의 합공을 받고도 오히려 오천여초만에 격퇴한 인물이다. 그 천지마제의 진전을 이은 인재라고 하는 구나. 어찌 되었건 오늘은 잘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무공을 보이지 않고 오대검법만 사용한 것은 더욱 잘한 일이다.”

지성룡은 아버지의 칭찬에 오히려 마음이 씁쓸하였다. 증조부인 지일광이 시키는 대로 하기는 하였지만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처음에는 그런 행위가 상대에게 주는 의미를 잘 몰랐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무인으로서는 죽음보다 더한 치욕이었기 때문이엇다. 다행히 큰 부상은 주지 않았지만 더한 상처를 주었던 것이다.

이날은 백년 역사이래 최고의 간세(間細)의 날이었다. 그 자리에 모였던 삼백여명의 간세는 그날의 일을 생생하게 중원 곳곳에 전파시켰고 천하문이 활동하도록 묵인한 공(?)을 톡톡히 갚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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