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17)
7. 간세
“어서오시오.”
용유는 천천히 문안으로 들어섰다.
용유(容儒)는 바로 청신원(淸信院)을 지키는 오대 신장(神將)이었다.
청신원은 남경상림(南京商林)의 총수인 남경상림주 유주광(柳主光)의 거처였다. 하나 이 청신원의 또 다른 실체는 바로 남경상림의 감찰기관이라는 것이다.
남경상림은 중원의 삼대 상단이었고 장강의 젖줄을 쥐고서 강남상계를 장악하고 있는 세력이었다.
상계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청신원은 현재 무력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었고 내부와 외부의 도전자들을 물리치고 있었다.
이 청신원은 그런 남경상림을 유지하는 무력의 핵심이었다.
남경상림에는 오단이 있었고 그 오단은 오대신장에 의해 지휘되고 있었다.
용유가 들어서는 곳은 바로 남경상림의 칠대 상주 중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차대 남경상림의 임주로 유력한 유한열(柳漢烈)의 집무실이었다.
물론 용유가 움직이는 것은 오직 림주의 명에 의해서 이기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그래도 임주의 장자이기에 은연중 오대신장도 유한열의 말을 어느 정도는 따라주고 있었다.
유한열이 자리에서 일어나 용유를 맞이 하였다. 용유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예를 표하고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내가 용신장을 뵙자고 한 것은 긴히 몇 가지에 대한 일 처리를 부탁하고자 함이네.”
용유는 부탁이라고 하자 상당히 긴장이 되었다. 그간 그의 어투에서 부탁이라고 할 때에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에 한하였다. 그저 해주시오라는 말로 반 명령을 내리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위험한 일인 경우에는 부탁한다고 하면서 일을 시키고 있었다.
“말씀을 하시지요.”
용유는 위험한 일도 자주 하였기에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번에 천하문(天河問)이 오대문파와 상당히 곤란한 일이 생겼다는 것을 들었을 것이오. 그래서 말인데 그들의 동태를 파악하는 일을 그대가 직접 가서 해주었으면 하는 바이네. 물론 그일은 굳이 그대가 갈 필요가 없다고 하겠지만 만일 천하문이 붕괴되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그 곳에 비밀 기지를 만들어 놓고 개봉을 접수할 준비를 해야하지 않겠는가?”
용유는 유한열의 말에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유한열이 말하는 것은 들키는 날에는 목숨이 위태로운 일이었다.
“이일은 임주님도 아시는 일입니까?”
“물론일세. 나와 임주님이 비밀리에 결정한 일이네. 우선 자네는 일단 오대신장의 자리를 반납하고 떠난 것으로 처리하라는 것이 아버님의 명이네. 그 후에는 우리가 지원해주는 것은 고작 이 오만냥 뿐일세.”
유한열은 은표를 한다발 내놓았다.
“이 돈으로 개봉인근에 장원을 하나사서 호위무사를 고용하고 개봉에 점포를 마련하게. 그 점포는 비단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네. 그런 연후에 호위무사들을 조련하고 점포를 통하여 천하문에 접근하여 그들과 교분을 만들어야 하네. 물론 필요하다면 천하문에 가입하는 것도 자네의 자유일세.”
유한열의 말은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용유는 쉽게 대답을 하기가 애매한 일이었다.
“물론 필요하다면 일정수준 돈은 더 지원할 수가 있네. 그저 자네는 그곳에 있다가 만일의 경우 개봉에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이니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네.”
“하오면 만일 천하문이 더욱 융성하게 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 것이 아닙니까?”
용유는 천하문이 지금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기만 하여도 자신이 가서 어떠한 일을 하여도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내년의 비무대회에서 천하문이 이긴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간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기에 자네를 보내는 것일세. 일단 자네는 이일을 서둘러 주었으면 좋겠네.”
용유는 일방적인 통보에 내심으로 불만이었지만 따를 수밖에 없어서 물러났다.
용유가 이번일에 선정된 배후에는 용유만이 가지는 장점 때문이었다. 용유는 오대신장중에 연치가 제일 어렸다. 다른 신장들이 모두 오십이 넘은 반면 용유는 고작 서른 여섯에 불과하였다. 또한 용유는 상당한 학식이 있었고 오대신장이 되기 전에 남경표국에서 표두를 지냈으며 그 후에는 나이 서른 하나에 청신원에 들어와 이년여간 감찰업무를 맡아 신화적인 감찰능력을 보였고 이년 전에는 오대신장의 자리에 올라 지금 유일하게 감찰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런 용유는 곧 칠대 상주 자리에 합류할 것이라는 말이 돌만큼 능력 있는 존재였다. 한마디로 문무(文武)를 겸비한 인재인 것이다.
‘이번일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만일 천하문에 존재가 들킨다면 나 뿐만이 아니라 남경상림에도 상당히 악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천하문에서 그들의 근거지에 우리의 비밀 기지가 있었다는 것을 안다면 그들은 우리와 마찰이 발생한다. 만일 천하문이 붕괴되지 않는다면 이일이 들키지 않는다고 하여도 향후에 나의 존재는 비밀에 부쳐져야 한다. 그렇게 되면 나의 장래는 있을 수가 없게 된다.’
용유는 천하문이 붕괴되지 않는 다면 결국 자신은 양지에 못 나서게 될 이일을 해야 하기에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못한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용유의 고민은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개봉에서 이십리 떨어진 장현마을의 강진사의 장원이 외지인에 팔린 것은 그렇게 주목받지 않고 진행되었다. 그는 인근의 삼백여 두락이나 되는 강진사댁의 토지도 같이 구입하여 일약 장현마을에서 가장 부자가 되었다. 삼백여 두락의 토지는 삼십여호 장현마을에서 부치는 토지의 반에 해당되는 토지였기 때문이다.
삼십대 중반의 젊은 장주는 토지의 도지를 전과같이 그대로 유지하였기에 이사를 하여 왔지만 크게 반감이 없이 쉽게 동화되었다. 그런데, 특징이라면 그는 호위무사를 삼십여명이나 거느리고 있었고 한달이 안가 이웃 마을의 토지를 조금씩 사들이고 있었다.
한데 어느날인가 외출을 하더니 장주가 개봉에 어떤 점포를 열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였고 그 점포가 비단점포라는 좀더 구체적인 소문도 돌았다.
그 장주는 항상 움직일 때는 호위무사들과 같이 움직였는데 장주가 개봉에 가도 나서도 삼십여명의 호위무사는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다시 들리는 소문에는 개봉에 점포말고도 저택하나를 구입하여 들어갔다고 하는 소문이 돌아 그가 가진 재물이 상당하다는 것을 모두 알게 되었다.
개봉에 용강상회(容江商會)는 점포를 열자 비단을 팔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항주에서 내노라하는 비단 상회와 줄이 닿아 있는지 최고급 비단이 진열되기 시작하였다.
용강상회의 주인이 어떤 수를 썼는지 개봉에서 장사를 하려면 천하문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도 그들과 충돌이 없이 잘 하고 있었다.
“용 점주, 잘되는가?”
천하문의 천하상단 개봉총타의 외단 기찰대의 순찰인 양현상은 용강상회에 들어서면서 주인을 보고 아는 체를 하였다.
이곳에서 점포를 내고 장사를 하기위해서는 천하문에서 일정한 절차에 의해 허가를 구해야 했다. 그것은 일종의 세금을 내고 일정한 상거래 질서를 준수할 것을 서약하여야 했다.
물론 천하문에 이렇게 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장사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하지 않고는 장사꾼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손님들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장사라는 것이 소개에 소개를 하여야 하는데 그런 일이 이루어 지지 않는다면 손님이 없어지고 망하는 것이었다.
양현상은 얼마 전에 자신을 찾아온 용유에게 개봉에게 장사를 하도록 해주는 제반 조치를 취해 주었다. 양씨이기에 돈이 궁한 것은 아니지만 은지 백냥은 상당한 돈이었다. 그런 돈을 서슴없이 아무런 대가도 없이 먼저 내놓고 일의 편의를 부탁하자 문제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도와주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그런 부탁을 하는 사람들은 점포를 내고 나면 별로 친한 척을 하지 않고 피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사람은 친구처럼 생각하는지 오히려 자주 찾아오고 있었기에 오늘도 순찰을 돌다가 특별히 들른 것이다.
“어서오십시오. 덕분에 잘되고 있습니다. 하옵고 양순찰님의 사촌형님이 바로 차대 부문주가 되실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분을 뵙고 인사를 드리면 어떨까 하는데 도움이 되실런지요.”
양현상은 용유를 보았다. 그가 그런 부탁을 하는데는 또 다른 속셈이 있어 보였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제가 얼마 전에 항주의 금금상회(金錦商會)의 사람을 만났는데 비단을 더 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현재도 잘되고는 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것 천하상단에 비단을 조금 넣을 수 있었으면 해서 입니다.”
그 말에 양현상은 그의 말을 듣자 이번의 청탁은 자신의 범위를 넘는 문제이기에 망설였다. 차기 부문주인 양인상을 소개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만나준다고 장담할 수도 없고 만일 이문제가 외부에 알려질 경우 지금하고 있는 일에서 마저 쫓겨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재주가 일천하여 고작 천하이관밖에 통과하지 못하여 현재의 자리에 있었지만 양씨이기에 그래도 과분한 권한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만일 이일이 알려지면 그마저도 그만두어야 했다.
“용 점주, 이일은 내가 어떻게 해볼 문제가 아니오. 차라리 조금 있다가 기찰대주를 자연스럽게 만나게 해줄 테니 그때 그분에게 말씀드리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이말을 듣고 섭하게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아무리 외부의 청탁이 있어도 기본적으로 들어 줄수 없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우리 천하문의 신조입니다. 내가 용전주의 일을 들어주고 편의를 봐준것도 내가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이기에 가능하였습니다.”
양현상의 말에 용유는 얼굴에 미소를 짓고 오히려 미안한 표정이 되었다.
‘실로 말단이라도 상당한 생각이 있지를 않는가? 양씨이지만 권력에 소외되고 무시를 당하는 인물이기에 접근이 용이할 것 같아 접근하였는데 역시 호락호락하지는 않는 구나. 이런 사람들이니 천하문이 개봉을 지배하고 천하 삼대 상단이 되었구나.’
용유는 양현상의 태도에 처음에 갖고 있던 천하문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것을 알았다.
‘결국 시일을 두고 점진적으로 접근해 가야 하겠지.’
“양순찰님의 입장을 모르고 제가 억지를 부렸습니다.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저야 양순찰님이 하라는 대로 할 것이니 이일은 못들은 것으로 해주십시오.”
“아니오. 용점주야 잘 모르기에 그렇게 하신 것이니 제가 송구합니다. 하지만 일을 잘못처리하여 제가 어떻게 되는 것은 문제가 아니나 용점주까지 불이익을 당할 것이니 그러는 것입니다.”
율사청은 개봉성문을 통과하여 개봉부중에 들어 왔다.
그는 기본적으로 아무런 변장을 하지 않고 왔다. 만일 변장을 어설프게 하여 오히려 자신을 경계하게 만들어 버리는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자신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천지문에서 핵심 몇 뿐이기 때문이었다.
‘일단 개봉에 오기는 왔다만 앞으로 어떻게 천하문에 접근을 하지?’
개봉부중을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있지만 별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천지문에서 심어놓은 간세나 세력도 있지만 그들과는 관련이 없이 그들은 오히려 천하문에게 알려질 소지가 있었다. 그들이 개봉에서 암약하고 있지만 천하문에서 알면서도 모른척하는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시작부터 일이 틀어지기에 단신으로 직접 온 것이다.
자신이 직접 와서 보고 듣고 난 연후에 방법을 결정하기로 하고 무작정 온 것이다.
그는 일단 출출하여 근처에 보이는 객잔겸 반점으로 들어갔다.
그는 천지문의 총단을 나올 때 남이 보지 않도록 은밀히 나왔고 행적을 감추기 위해 남쪽으로 천리나 떨어진 악양에서 첫 행보를 시작하여 자신의 족적을 남기면서 오고 있었다.
그는 지금 악양 출신의 이가청(李價請)이라는 이름의 호패를 가지고 철저히 신분을 위장하고 있었다.
반점에 들자 점소이가 자리에 맞이 하였다.
“일단 소면이나 가볍게 먹을 것을 좀 다오. 그리고 오늘부터 며칠간 묵을 것이니 방하나도 잡아주도록 하여라.”
율사청이 은자를 건네자 점소이는 꾸벅하고 절을 하였다. 그가 건넨 돈이 십문짜리였으니 점소이에게 주는 것으로는 조금 과한 돈이었다. 소면 한 그릇이 칠문이니 그보다 더 큰 돈이기 때문이었다.
“예, 염려 마십시오.”
점소이는 주방 앞에서 뭐라고 말하고는 안쪽으로 부리나케 사라졌다. 아마도 묵을 방을 말하려는 것 같았다. 율사청은 자리에서 주변을 둘러 보았다. 백여명은 족히 앉을 자리에 고작 두 자리만 차 있었다. 지금은 점심을 먹기에는 늦은 시각이었다.
‘천하문은 다른 상단에 비하여 내부의 결속이 강하다. 대부분의 상단이 핵심 몇몇만이 혈족으로 구성된데 비하여 이들은 중간까지도 오대 속가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그들에게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일까?’
그 생각에 음식을 기다리면서 시간이 지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생각에 빠져들어 음식이 나오고서야 상념을 접었다.
점심 때가 지나서인지 상당히 배가 출출하여 허겁지겁 음식을 먹었다.
점심을 마치고 객잔의 방도 정하고 율사청은 일단 개봉의 정세를 파악하기 위해 개봉부중을 구경하다가 저녁무렵에 들어 왔다.
‘실로 개봉은 천하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이곳의 천하문을 보다 보니 천지문은 세력에 있어서 견줄 바가 아니다. 그만큼 천하문의 저변이 넓다는 것이다. 천지문의 문도가 오천에 그 가족을 다하여도 고작 삼만을 넘지 못하는데 이곳 개봉이 아예 천하문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이들의 힘은 얼마나 될 것인가? 무림맹의 온갖 방해에도 이런 저변이 있기에 오히려 성세를 드날리는 것이다.’
율사청은 개봉부중을 둘러보면서 느낀 감정은 천하문의 방대함에 대한 경탄이었다.
그러나, 천하제패의 야망을 가지고 있는 율사청이기에 감탄만 할 수 없었다.
천지문이 가지는 강함이 무공이라면 천하문은 방대함의 힘이었다. 이런 방대한 조직은 겉으로 보기에는 무사가 없다고 하여도 끈기와 저력이 있었다. 한번에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이 뿌리를 자르기 전에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 것이다.
이런 세력은 공격에 취약하지만 또한 막상 공격하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공격해야 할지 결정할 수가 없었다. 처음의 한번의 공격은 쉽게 공격하지만 그 이후에 잠적을 하면 어떻게 대응할 수가 없었다. 결국 시간이 가면 오히려 역습에 휘말려 공격한 세력이 역습에 휘말려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곳곳에 흩어져 있기에 일순간에 단 한번의 거사로 그들을 완전하게 제압하여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최소 사오만의 무사들은 일시에 동원하여야 했다. 그런 세력이 있을 수는 없었다.
‘오대 성씨의 후손을 모조리 제거하여야 사라질 천하문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몇 군데 부수는 것은 일도 아니지만 수백개의 기업 중에 그저 몇 개 부숴진 것일 뿐이다.’
율사청은 방에 들어와서도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한데 승천검황이 천하문에 있다는 소문이 도는데 그 것이 사실인가?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천하문에 대한 모든 것은 다 소용이 없어진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 천하문에 대한 오대문파의 시도는 헛것이 되어 버리고 오히려 그들이 궁지에 몰리게 된다. 오대문파와 천하문의 분쟁도 싱겁게 종결이 되고 만다.’
율사청은 개봉을 다니면서도 천리지청술을 전개하여 소문에 대하여 듣고 있었다. 그중에 그의 귀에 잡힌 것이 천하문에 은거기인이 와 있는데 오태상이 융숭한 대접을 하는데 그 인물이 승천검황 같다고 수근대는 것을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지금까지 중원 판도는 누구도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일황이 어떠한 생각을 하고 그 일황을 등에 업은 천하문이 어떤 생각을 하는가에 향후의 일이 결정될 것이다.’
율사청은 반점으로 나갔다. 좁은 방안에서 보다 반점에서 사람들 사이에 섞여 저녁을 먹으면서 소문을 듣기 위해서 였다.
그렇게 율사청의 개봉에서의 생활도 시작되고 있었다.
“아버님, 몇군데서 심각한 간세의 침투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지유성은 오대문파와의 일이 발생한 연후에 간세의 움직임을 엄밀히 파악하고 있었다.
천하문에는 정보조직이 공식적으로는 없고 삼대 상단내부에 외단을 두어 외부 정세를 감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천하문에도 비밀리에 정보조직이 있었다.
“음 그렇겠지.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는 일이 아니냐? 무림맹의 각 문파와 상단은 정보 수집을 위해 예전에도 간세를 파견하여 왔고 알면서도 굳이 모른척 하여 왔지 않느냐?”
“물론입니다. 하지만 지금 들어온 간세들은 그저 무시하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일례로 남경상림에서 사라진 용유라는 자가 버젓이 개봉에 점포를 마련하여 공개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는 남경상림의 오대신장이라 칭해지는 핵심인물이 아니냐?”
“그렇습니다. 그가 이곳에 와있는 목적이 단순한 정보수집의 차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유성의 말에 지용운은 생각에 잠겼다.
“하면 이곳 개봉상권을 그들이 노리기라도 한다는 말이냐?”
“그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가 온 목적이 심히 입에 담기가 민망한 목적이라는 것이라고 밖에 판단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엇이냐? 그 목적이?”
“우리가 붕괴된 이후의 포석인 것 같습니다. 그는 일류 낭인 삼십여명을 고용하고 있고 기타의 무사들도 이십여명 고용하고 있습니다. 이곳 개봉에서 그런 정도의 호위무사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무슨 일을 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수입니다. 하지만 만일 개봉에서 본가가 철수하고 난다면 그 인원은 상당한 힘이 될 것입니다. 아마도 오대문파와 비무에 패하여 본가가 위축될 때를 대비하여 들어온 세력이라는 것입니다.”
지유성의 말에 지용운의 표정은 심히 불쾌한 표정이 되었다.
“일단 엄중히 감시를 하여라. 그들이 우리를 그렇게 무시할 정도에 이른 것이냐?”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용유는 표면적으로는 남경상림에서 쫓겨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이일이 들켜도 문제가 없도록 위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용유가 쫓겨난 것이기에 그가 점포를 여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지유성의 말이 끝나고 나서도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또한 흑도 삼문의 동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리고 새로이 밝혀진 내용입니다만 천지문의 일이 있기 전에 흑도 삼문이 비밀리에 회합을 가졌고 거기서 이번 일이 모의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럴 줄 알았다. 더 이상의 움직임은 없느냐?”
“천지문의 소문주인 율사청이 사라졌습니다.”
“하면 그가 이곳으로 잠입하였다는 것이냐?”
“그의 용모를 아는 사람이 천지문에서도 거의 없습니다. 그런 그가 이름만 바꾼다면 잠입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옆에 있어도 우리는 모를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사라진 것은 개봉으로 잠입하기 위해서라고 판단됩니다.”
“알았다. 그가 잠입을 하였어도 우리의 동태를 파악하고 우리의 내부 인물에게 접근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섣불리 행동하여 자신의 입지를 좁히지는 않을 것이다. 승천검황어르신에 대한 소문이 돈다는데 어느 정도이냐?”
“이미 상당히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설마하는 반응입니다. 그렇기에 청명원의 경계를 강화하라는 명을 하달하고 할아버지에게도 이 문제를 상의 드리고 오는 길입니다.”
“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