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16)
비무대회는 천하칠걸로 인하여 중단이 되어버렸다. 결국 무기를 하나 더 가진 천하칠걸의 등장은 결국 비무대회 자체의 공정성을 해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비무대회에서 애초 열명을 선발하려던 계획은 결과적으로 스무명을 선발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궁여지책으로 발표된 내용이 향후 두달간은 비무대회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발표하기 까지 상당한 진통이 있었고 일단 그렇게 발표되자 천하문은 다소 술렁이기 시작하였다.
그들 이십명이 오월 초하루부터 들어와서 원로들의 집중적인 지도를 받기로 하였다.
그렇게 하여 비무대회는 애초의 계획과는 다른 결과로 마무리 지어졌다.
그렇게 되는 것에는 근본적으로 원로들의 신공(新功)창안 노력이 있었기에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천하칠걸이 잘못했다고 한다면 결국 천하칠걸에게 신공을 전수한 원로들이 잘못한 것이었고 그렇다고 천하칠걸과 다른 문도들을 동일하게 취급한다면 불공정한 비무이기 때문이었다.
“한데 어떻게 무공을 가르쳐야 하는가? 그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이 남아 있는 것이오?”
오원주중에 지성룡을 호법하는 지일광을 제외한 네명은 한자리에 모였다.
오원주는 지씨의 지일광, 종씨의 종유명, 소씨의 소유현, 양씨의 양광령, 단목씨의 단목장손등이었다. 양씨의 양광령이 말을하였다.
“물론 우리가 만든 신공을 일차적으로 전수해야 할 것이 아니오?”
종유명이 이야기를 하였다.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허나, 만일 우리가 창안한 신공이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되는 것이오? 그렇게 된다면 나갈만한 모든 사람이 주화입마에 걸리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오.”
그말에 모두가 아무런 말을 못하였다.
“일단은 기존의 무공을 다시 정리하여 대성하도록 가르치고 그 무공은 일단 지금 지성룡에게 최대한의 문제점이 없는지 확인한 연후에 가르칠 것인지 결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양광령의 주장에 모두가 말이 없었다. 사실 그말을 꺼 내자 누구도 더 이상 말을 못하는 것은 어느 정도 공감한다는 증거였다.
“한데 지성룡은 삼일째 무엇을 하는 것이오? 지원주가 지금 삼일간 호법을 서고 있다고 하는데?”
“글쎄요. 지금 참수를 하는 것 같습니다. 평생에 몰아일체의 상태에서 참수를 하는 기회가 있다는 것은 진정한 행운이 아니오. 더구나 승천검황어르신의 무공을 전수받은 상황에서 그런 참수에 든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는 것이오.”
그말에 모두는 고개를 끄덕여 공감을 표하였다.
“맞는 말이오. 그 아이가 이번에 대각을 이루어 모든 것을 해결하였으면 좋겠소이다.”
“일단 그애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지금의 시점에서는 최고의 방법일 것이오. 그렇게 합시다. 신중을 기하는 것은 이런 일일수록 중요합니다.”
“또한 저번에 새로 정리한 내의가 있는데 그것을 다시 한번 아이들에게 전수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우선적으로 그 것을 새로이 전수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하도록 합시다.”
그렇게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다.
지일광은 아예 삼일 밤낮을 호법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정성은 손자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라고 모든 사람의 입에 오르 내리고 있었다. 대단한 정성이 아닐 수 없었다. 먹는 것이야 그곳에서 해결이 되었지만 대소변도 아예 그곳에서 해결하고 있었고 씻지 못하는 불편도 감수하는 정성을 보이고 있었다. 그가 그렇게 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밖에서 증조부가 보초를 서느라고 고생을 하고 있을 때 안에서는 지성룡은 지극히 중요한 순간을 맞고 있었다.
‘아, 가장 약한 것으로 가장 강한 것을 포용하는 일이다.’
지성룡은 세개의 무공이 천하제일신공과는 하나로 융합되지 않기에 그렇게 몰아일체의 상태에서 모든 것을 잃고 매달리고 있었다.
그의 의식은 그일에 너무 매달리기 때문에 외부의 변화나 시간흐름에 대한 인식을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살아있지만 현재는 그의 내부에서 격렬한 심력의 소비로 인하여 모든 의식이 폐쇄되어 버린 상태였다. 무한한 사유만이 존재하는 상태였다.
‘이제 천하제일 신공을 완전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하나 세가지 신공은 너무나 크고 넓다. 그 세가지를 전부다 담는 것은 만용이다. 그 세가지를 모두 담는 것은 무한한 우주를 다 포용하려는 만용이다. 우주는 그대로 인데 우주를 담을 그릇을 만들어 담으려고 하는 것이다.’
세가지 무공은 마치 용들처럼 그의 머리 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 용을 잡기 위해 심력을 쏟다보니 천하제일신공도 한 마리의 거대한 용의 형상으로 그의 머리 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런 형상으로 가끔은 부딪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네 마리의 용들은 서로간에 타협하지 못하고 그의 심상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아, 이 네 마리의 용들은 그저 그렇게 있다. 한데 나의 좁은 마음이 천하제일신공으로 형성된 용만을 나의 용으로 생각하여 파괴하려고 하였다. 이 네 마리의 용 모두다 나의 용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 생각이 들자 지금까지 포획의 대상으로만 존재하던 세 마리의 용을 살피기 시작하였다. 아직까지 엉성하던 천수경의 무공으로 형성된 용과 창령검제의 창령검결로 형성된 용이 차츰 보다 완성된 용으로 만들어 지고 있었다. 그는 두 마리의 용으로 천하제일신공으로 형성된 용과 승천검황으로 형성된 용을 잡으려고 하는 시도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마음이 그쪽으로 옮겨가자 그 두 마리의 용은 힘을 받기 시작하였고 차츰 완전한 용으로 형성이 되어 갔다. 그의 심득과 두 고인의 심득이 교감하면서 그 비급에 담긴 오의가 구체화 되었고 그의 두 비급에 대한 깨달음이 커지면서 그 두 마리의 용은 순간적으로 성장을 하였다. 그는 천하제일신공안에 모든 것을 다 담으려고 하였기에 그 용들을 의도적으로 축소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 고인들의 심득을 다시 한번 깨우치자 이제는 그 심득이 점점 자라게 되어 천하제일신공과 대응할 만큼 커간 것이다.
지성룡은 다시 승천검황의 심득으로 형성된 용을 움직여 세 마리의 용을 대항하였다. 그 심득과의 교환으로 승천검황의 용이 부쩍 성장하는 것을 느끼고는 놀람을 금치 못하였다.
그 놀라움은 앉아 있는 지성룡의 얼굴마저 찡그러지게 만들었다.
지성룡은 거대한 용으로 자라는 승천검황의 심득으로 형성된 용을 움직여 다른 용들을 공격하였고 다른 용들은 필사의 저항을 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거대하다 하여도 세마리의 용이 저항하자 승천검황의 용은 더 이상 커지지 못하고 소강 상태로 접어 들었다.
그렇게 되자 이제 지성룡은 다시 천하제일신공의 용을 다시 마음속에 자신과 교감시키자 천하제일신공의 심득으로 형성된 용이 아까 보다 좀더 커지고 있었다.
그렇게 성장한 용이 다른 용들을 공격하였지만 네 마리의 용은 서로가 자신의 영역을 지키면서 결코 자신의 영역을 내놓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네마리의 용을 바꾸어 갔지만 더 이상 크지 않았고 그는 네 마리의 용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자 네마리의 용은 어느 순간엔가 조금씩 흐려지면서 사라지고 있었고 그는 의식의 끈을 놓아 버렸다. 너무나 심력이 혹사를 하였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한편으로 지일광은 삼일 밤이 지나도 나오지를 않자 문틈으로 지성룡을 보았고 지성룡이 바닥에 쓰러져서 누워있자 얼른 안으로 들어갔다.
지성룡의 숨소리가 자는 사람의 숨소리처럼 평안하였기에 지일광은 자고 있는 증손자를 침상에 안아 눕혀주었다.
이런 경험이 없기에 지일광으로서는 걱정이었지만 자고 있는 지성룡의 얼굴이 평안하고 안색이나 피부색깔도 오히려 윤기가 돌자 안심을 하였다.
지성룡이 이런 상태에 든 것은 청명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일이었고 초미의 관심사였다. 오히려 비무대회보다도 더 관심을 쏟고 있었다.
지일광이 호법을 서는 동안 오태상이나 승천검황도 지대한 관심을 표시하고 있었다.
승천검황으로서도 자신의 심득을 전해주자 마자 이렇게 지성룡이 몰아일체(沒我一切)의 경지에 들자 놀라고 있었다. 승천검황은 오십년전에 몰아일체를 경험하고 지금의 경지에 들었다. 그 후에는 오히려 무공을 잊으려 하였기에 자신의 경지가 어디인지 모르고 있었다.
지성룡이 몰아 일체의 경지에 들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기 때문에 승천검황도 그 이후의 경지가 궁금하였던 것이다. 무공을 익히면서 가장 좋은 일이면서도 가장 위험한 일이 이 몰아일체의 경지에 드는 것이다. 이 경지에 들어가면 비약적인 무공의 성장이 일어나지만 잘못되면 주화입마에 들거나 아예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지일광은 처음에는 손자를 보호할 마음에서 선 호법이지만 이제는 하나의 자신만의 특권처럼 이일이 느껴지고 있었고 지성룡이 잠자리에 든 이후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지키고 있었다. 이미 네번째 밤이 밝아 오고 있엇지만 지일광은 자리에 있었다. 그는 한잠도 삼일 밤낮을 지새웠기에 몸은 피곤하였지만 자신의 마음만은 날아갈 것처럼 후련하였다.
그때 오태상과 승천검황이 다가왔다.
“지금도 그대로 이냐?”
“아닙니다. 막 잠이 들었습니다.”
그 말에 그들의 얼굴에도 안도의 빛이 감돌았다.
“한시진 전에 쓰러져 잠이 들었기에 침상에 눕혔습니다.”
“얼굴빛은 어떠하던가?”
승천검황이 궁금하여 물었다.
“삼일 밤낮을 그렇게 보내고도 얼굴이 평안하고 피부에 오히려 윤기가 돌고 있었습니다.”
“오, 다행이로다. 그간 뭔가 거대한 깨달음을 얻은 것 같도다.”
“그런 것 같습니다만 깨어나보아야 알 것 같습니다.”
지성룡은 일어나다가 지나밤에 자신이 바닥에서 명상에 잠겼는데 지금은 침상에 누워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상하여 창문으로 눈을 돌렸다. 해가 이미 중천을 지나고 있었다. 그러다가 자신이 꾼 꿈을 생각하였다. 그 꿈을 생각하자 불현듯 자신이 느낀 것들이 생각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간 고심하던 것들이 말끔히 해결된 것을 알았다.
“내가 바닥에 잠이 든 것을 발견하고 침상에 눕혀 주었구나. 한데도 아무것도 모르고 자다니 아직도 멀었구나.”
지성룡은 자리에 앉아 천하제일신공을 운기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불현듯 꿈속에서의 생각이 들어 그 대의 기억을 더듬어 그대로 해보았다. 그간 항상 운기할 때마다 들끓던 기혈이 안정되고 편안하였다.
또한 꿈속에서 보았던 용이 마음속에 또렷하게 형상화 되었다.
그의 몸은 운기를 하자 부운삼매의 경지를 지나 등봉조극의 경지를 보이고 있었고 다시 청(靑), 황(黃), 적(赤)의 삼색의 광휘가 정수리에서 솟아 오르고 있었다. 드디어 삼화취정의 경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렇게 점점 광휘가 강해지더니 어느 순간 사라지고 점점 아래로 신형이 내려앉더니 그의 눈이 떠졌다.
“아직 신공이 익숙하지가 않아 삼성도 이루지 못하였구나.”
자신의 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지성룡은 나직히 탄식을 하였다.
‘꼭 다른 신공들도 운기가 가능할 것 같은데 한번 해볼까?’
지성룡은 나머지 세가지 신공도 운기가 가능할 것 같아 운기에 들어갔다.
그는 나머지 신공들이 한번도 운기하지 않았는데도 익숙하였고 꿈속에서 보았던 용이 마음 속에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신공이 진행될수록 점점 그 용이 자라기 시작하였다. 지성룡은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세가지 신공을 모두 진행하였다. 이미 밖이 조금 어두워 지는 것으로 보아 자신이 깨어난지 벌써 두시진이 흐른 것 같아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려다가 문밖에 누가 있는 것 같아 조용히 열어 보았다.
“일어났느냐?”
지일광이 바닥에 앉아 있어 깜짝 놀라 어리둥절하였다.
“무슨 일이옵니까?”
지일광은 지성룡의 질문에 오히려 어리둥절하다가 지성룡이 아무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이 사월 스무아흐레이다.”
그 말에 지성룡은 놀라서 지일광을 보았다.
“너는 삼일동안 몰아일체의 경지에 들어 보내었다. 무인이라면 평생에 한번이라도 들기를 원하는 경지에 들어 무려 삼일동안이나 보내었다. 그동안 어떤 깨달음이 있었느냐?”
지성룡은 자신이 몰아일체에 들었었다는 것을 알자 오히려 놀랐다. 그저 한잠 잘자고 자신이 그 동안 얼마나 무공을 생각하였으면 그런 꿈을 꾸었을까 생각하였는데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자 몰라 수밖에 없었다.
“그저 조그마한 성취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아니다. 그런 일이라면 언제든지 일어나도 좋은 일이니 마음에 두지 말아라. 그리고, 어른들에게 가 보자. 어른들도 걱정에 매일 한두번씩 찾아 왔느니라.”
그 말에 지일광이 자신이 그렇게 있는 동안 내내 지켰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다시 한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흔이 다 되어가는 증조부가 방 앞에서 지키고 있었다는 것에 가슴이 뭉클하였다.
그만큼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고마웠다.
사실 이런 일이 생기기 때문에 폐관이라 하여 홀로 외진 곳에서 익히거나 연공관에서 아무도 출입하지 못하는 곳에서 익히는 것이었다. 한데 지성룡이 아무 생각없이 자신의 거처에서 연무를 하다가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지성룡은 지일광이 안수전으로 가자 뒤를 따랐다.
‘뭐라 답을 한다는 것인가? 나도 내가 무엇을 얻었는지 모르는데….’
지성룡은 안수전에 들어서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하여 설명하여야 할 일이 걱정이었다. 그저 생각에 잠겨서 삼일을 보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저 잘 모르겠다고 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구나. 그래도 뭔가 기대를 할 텐데 걱정이구나.’
자신에게 이미 변화가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지성룡은 그런 걱정을 하면서 따라가고 있었다.
안수전은 청운각과 가까운 거리이기에 곧 도착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가는 것을 보고 소식을 들었는지 나머지 사원주들도 하나둘 모이고 있었다. 그만큼 지성룡의 일은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이었다.
안수전에 들자 아직도 무슨 할말이 많은지 오태상과 승천검황은 찻잔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지성룡이 들어가자 모두 이야기를 멈추고 지성룡을 훑어 보았다.
“일어났느냐? 그래 몸은 어떠하냐?”
지청현은 지성룡이 다가가자 앉기도 전에 물었다.
“녜, 몸에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소손의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옵니다.”
지성룡은 모두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자 예를 표하여 미안한 마음을 표시하였다.
“되었다. 그러나 상당히 위험하였다. 너의 증조부가 일찍 발견하여 호법을 섰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고 아무것도 모르는 하인이 들어가서 너를 건드렸다면 큰일이 났을 것이다. 앞으로는 너의 거처는 청운각이 아니라 이곳 안수전의 한쪽에 있는 곳으로 옮기도록 하여라. 물론 너의 옆방에는 너의 증조부가 거할 것이다.”
그 말에 마침 들어와 있던 사원주도 놀라고 말았다.
지성룡의 거처를 안수전으로 옮기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안수전은 오원주도 집무실을 두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곳에 지성룡이 거한다는 것은 그만큼 지성룡이 중요한 인물이라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성룡의 옆에서 지일광이 머문다는 것은 어찌 보면 지성룡의 수발을 드는 일을 증조부가 자청하여 한다는 것이니 파격을 넘어 경악할 일이었다.
물론 청운각에 이번에 이십여명이 들어오게 되어 그곳에 계속 거하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어 이동을 하여야 했지만 안수전이라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성룡이 대답을 하고 자리에 앉자 본격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지성룡이 잘 모른다고 하자 질문을 하던 사람들의 얼굴에 실망이 어렸다. 하나 승천검황은 아직도 한마디 말도 없이 지그시 보기만 하였고 그것이 더욱 지성룡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모두가 그런 승천검황을 눈치채고 입을 닫자 장내에는 정적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형상이 마음에 들어 왔구나. 한데 하나가 아니라 넷이로구나.”
지성룡은 승천검황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러하옵니다. 하나로 합치고자 하였으나 안되어 넷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말이 무슨 소리인지 몰라 장내에 있는 사람들은 궁금하였다. 그러나, 함부로 말을 할만큼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었다.
“둘은 이해가 되는데 둘은 무엇이냐?”
“최근에 얻었던 것들입니다.”
그말에 승천검황은 의미하는 바를 깨닫고 놀랐다.
“조작이 된 가짜라고 하던데 진짜였느냐?”
“일부는 조작이 되어 있지만 구할 이상은 온전하였기에 어느 정도 복원이 가능하였습니다.”
그제서야 승천검황은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천하문에서 천수장왕과 창령검제의 비급을 얻었다고 들었지만 조작되었다는 말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더구나 승천문의 무공에 비하여 한단계 떨어진다고 생각하였기에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그 무공이 자신의 무공이나 천하제일신공 만큼의 심오한 경지에 이르러 있었던 것이다.
“하나로 만들지 못하였느냐?”
“그러하옵니다. 하나로 만들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옵니다.”
그 말에야 장내에 있는 사람들은 조금 이해가 되었다. 지성룡이 몰아일체의 경지에서 한일이 네 가지 무공을 깨우친 것인데 결국 하나로 만들지는 못했다는 말이었다.
“하긴 어찌 하나가 될 수 있겠느냐? 하나 하나를 인정하는 것도 방법이겠지. 그렇지 않았다면 심력이 고갈되었거나 아직도 그 상태로 있어야 했을 것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니 자만하지 말고 너만의 길을 개척해야 할 것이다.”
그 말을 듣자 이제 스스로 깨우치는 것 외에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 가르침 명심하겠사옵니다.”
“그래, 피곤할 것이니 푹 쉬도록 하여라.”
그러나, 지성룡은 푹 쉴 팔자는 아니었다. 안수전을 나와 일단 청운각으로 가다가 사원주에게 붙잡힌 것이다.
지일광도 그간의 일을 모르기에 지성룡과 다를 바가 없었다.
오원주가 사용하는 안정전(安精展)의 대청에 따라서 들어 갔다.
이번 비무과정에서 오대문파와의 비무는 전적으로 원로들이 책임지기로 결정이 났다. 실무야 지유성을 비롯한 차기의 부문주들이 담당하지만 모든 일이 오원주를 비롯한 청명원의 일이 되었다.
당장 그들이 오월 초하루면 들어올 상황에서 가르칠 것이 걱정이기에 지성룡을 부른 것이다.
“우리들이 창안한 무공에 대하여 자세히 듣고 싶어 부른 것이다. 너의 생각에 문도들에게 그 다섯가지를 전수하여도 문제가 없겠느냐?”
이리에 관한한 누구보다도 중요한 답을 쥐고 있는 사람이 지성룡이기에 모두가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 것들은 모두 문제가 있습니다. 그대로 전수하면 큰 문제가 있습니다. 저야 큰 문제없이 지나갔지만 주화입마에 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 말에 오원주들은 순간적으로 문제가 심각하게 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방법이 없느냐?”
“물론 방법이 있습니다. 몇 군데 수정하면 됩니다. 제가 내일까지 수정하여 구결과 풀이를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내일 저녁정도에 건네드릴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까지 기존의 무공을 익힌 사람이 익힐 때는 익힌 무공에 따라 한가지만 익혀야 합니다. 다 익히려면 문제가 있습니다.”
지성룡의 말에 오원주들은 안심을 하였다.
“저는 일단 물러가서 그 일을 하도록 하겠사옵니다.”
지성룡은 더 이상 자신이 있어봤자 할말이 없기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아이가 부쩍 성장한 것 같구려.”
종유명은 지일광에게 말하였다.
그들로서는 지성룡이 어느날 부각되자 자신의 가문에서 그런 일이 생겼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아쉬움을 많이 떨쳐낸 것이다.
“그렇습니다. 이제야 오대문파의 위협이 시시해질 만큼 저 아이가 성장한 것 같습니다.”
지일광은 지성룡의 일로 가슴이 뿌듯하여 말하였다.
“자, 이제 다시 마저 이야기를 합시다. 지원주님은 증손자를 지키느라 그 동안의 일을 잘 모르실 것입니다.”
지일광은 비무대회에 관한 것을 상세하게 들었다.
“알겠소이다. 하지만 지금 저 아이의 말을 듣고 보니 따로 그 아이들만 교육할 필요는 없을 것 같소이다.”
지일광은 천하칠걸을 분리하여 교육시킨다는 말에 이의를 제기하였다.
“그렇습니다. 그 아이들도 다시 바뀐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니 조금 이해의 차이는 있겠지만 굳이 차별을 둘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종유명도 지일광의 말에 동의를 표시하였다.
“그러면 일단 성룡이가 안수전으로 옮기면 애들을 맞을 준비를 청운각에 합시다. 그리고, 내 생각인데 성룡이에 대한 일은 모두 함구하도록 합시다.”
지일광의 말에 모두 그 생각을 읽었는지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하였다.
그들이 지성룡의 성취나 여타의 것들을 듣는다면 자신감을 잃을 수도 있고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으며 사명감도 줄어들어 교육에 성과가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