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14화 (14/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14)

6. 비무대회

천하문은 오대문파와 비무에 나갈 대표를 선발하기 위한 비무를 사월 이십일부터 실시하기로 하였고 이 비무에는 벌써 출전 신청자가 백여명에 이르고 있었다.

그들은 개인적으로 이번 선발에 선출되면 천하문 내에서 자신들의 입지가 강화된다고 생각하기에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번에는 사대와 오대가 출전하였지만 대부분 사대가 주축이었다. 오대는 선임자들 이십여명에 불과하였다.

“어떻게 하는 것이 이번 대전의 선발을 위해서 좋겠는가?”

지용운은 부문주와 지유성을 모아서 오일 후에 있을 비무에서 대전 방식을 논의하고 있었다.

“일단 제 생각으로는 열개조로 나누어 각 조에서 두명의 인물을 올려보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지유성은 자신이 모든 것을 준비하였기에 세부 계획안까지 마련하였기에 그 것들을 말하였다.

“이번 비무는 일단 우승자를 가리는 목적보다는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열명을 고르는 것이기에 열개조로 나뉘어서 그 조에서 모든 사람이 대전을 합니다. 일단 열명이 한번씩 겨룹니다. 모두 두번씩 겨루고 만일 이패를 하게 된다면 자동으로 탈락을 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번씩 겨룬후 두번 패한자를 찰락시키고 남은 자들을 다시 겨루게 하여 최후 이인이 남을 때까지 겨룹니다.”

지유성은 자신이 생각한 대전 방식을 말하였다.

“왜 이패를 하면 탈락하게 하는가?”

“그 것은 우리가 각조에서 두명을 뽑기로 한 것 때문입니다. 만일 이패를 당했다면 그 조에는 당연히 그보다 강한 사람이 두명 이상 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동으로 탈락 시키는 것입니다. 각조에는 여기에 있는 명단과 장소처럼 첫날과 이튿날에 걸쳐 두명을 선발합니다.”

지유성이 이미 사전에 작성한 출전자들을 골라서 만든 대전표를 배포하였다.

“알겠네. 한데 이렇게 선발된 스무명을 어떻게 다시 열명으로 선발할 생각인가?”

“예, 이렇게 선발된 사람은 다시 사개조로 나뉘어서 다섯명씩 대전을 합니다. 그렇게 하여 상위 두명을 자동으로 선발하고 삼등을 한 인물들을 다시 마지막으로 모아 두명을 선발합니다. 물론 이때는 탈락하지 않고 모두 겨루게 됩니다.”

지유성의 설명에 모두는 타당한 방볍이라고 생각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강자와 강자가 초반에 만나면 초반에 강자가 탈락하는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두다 그런 생각으로 다소 우려를 하였는데 거의 완벽하게 강한 열명의 강자를 선출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면 열개조의 비무를 주관할 사람들은 청명원에 계시는 어르신들을 모시기로 하였는가?”

“예. 이 문제는 일단 문주님이 청명원에 들러 협의를 해주십시오.”

지유성은 이런 문제만은 자신이 할 일이 아니기에 아버지인 지용운에게 일단 미루었다.

“알았다. 내가 그분들을 움직여 비무를 주관하시도록 하겠다. 이렇게 준비를 하도록 합시다. 그럼 일단 모든 사람들에게 이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공표를 하여라.”

“알겠사옵니다.”

지유성은 밖으로 나왔다. 이미 각 가문의 차대를 이끌어갈 사람들과 어느 정도 교감을 이루었기에 지유성은 그것을 공표하기 위한 벽보를 제작하라고 지시를 내려 사월 십오일 정오에 천하문 곳곳에 벽보가 나붙었다.

이번 비무에 출전한 사람들중에 특이한 것은 천하사관에 있는 어린 사람들이 출전하였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출전은 이외로 받아들여 지고 있었다. 대부분 스물 다섯 이상의 인물들이 주축을 이루는 가운데서 유독 그들의 출전은 의외로 받아들여 지고 있었다.

각 가문의 차기 문주나 부문주로 지명된 인물들도 당연히 출전하고 있었지만 그들도 이번 선발에 뽑힌다고 자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열살이나 나이가 많은 숙부들에게 이긴다는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준비가 되어 가는 동안에 옥문관을 출발한 지하성은 말을 타고 한달에 걸쳐서 개봉 외곽에 접근하고 있었다. 무림맹이 있는 장안에서 승천검황은 며칠간 머물면서 소식을 듣고 있었고 다시 출발하여 함곡관을 넘은 것은 사월 십일이 지난 이후였다. 행로를 여유있게 승천검황이 조정하였기 때문이다. 이미 칠십년이 지났기에 승천검황의 얼굴을 예전에 본 사람일 지라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기에 아무도 그들을 눈여겨 보지 않았다. 그저 사이좋은 조손이 여행을 하는 정도로 다른 사람들은 보아 넘겼다. 더구나 옥문관의 관문사령의 아들이라는 지하성의 신분 때문인지 몇군데의 관문이 있었지만 모두가 문제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지하성으로서도 상당히 부담이 되는 여행이었다. 천하의 승천검황을 모시고 여행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사에 신중을 기하였다.

승천검황은 지루한 여행을 아무 말없이 계속하기에 젊은 지하성으로서는 답답하기도 하였지만 어찌 보면 지하성에겐 다행이기도 하였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지하성이 개봉에 도착한 것은 사월 십구일날 점심때였다.

“이글을 어떻게 받았느냐?”

지유성은 총관이 서찰을 아침 일찍 들고오자 받아 읽다가 되물었다.

“예, 아침에 오십여리 떨어진 역관의 사인이 들고 온 것입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닐세. 일단 내가 역관으로 나갈 것이니 말 한마리를 준비하여 주게.”

지유성은 지하성이 역관에서 아침에 출발하여 개봉의 천하문에 당도한다는 글이었다.

지유성은 말을 타고 달려갔다. 지유성이 급하게 삼십여리를 달려가자 오고 있는 지하성과 노인이 보였다.

지유성은 말이 보이자 얼른 내려 오기를 기다렸다.

“어서오십시오. 천하문의 사대제자 지유성이 어르신을 뵙습니다.”

지하성이 이미 천하문의 소문주라는 것을 말하였기에 승천검황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 답례를 하였다.

“이미 조부님에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기다리고 게십니다.”

지유성은 말에 올라 두 사람을 이끌었다.

이미 청명원에 머물 거처를 별도로 마련하여 보안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었다.

지유성은 일단 청명원의 쪽문을 통하여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사전에 귀빈이 당도한다는 전갈이 가 있었기에 아무도 제지하지 않고 있었고 문주와 오태상만이 문앞에 나와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지청현은 예전에 스치듯이 보았기에 승천검황을 잘 모르지만 형의검 소양기와 난파검 단목영은 무림맹에서 몇 번 접했기에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아, 어서오십시오. 이렇게 검황선배님을 뵈오니 커다란 광영이옵니다.”

형의검 소양기가 나섰다. 몇 번 안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승천검황도 소양기를 보자 다소 안면이 있는 듯 하였기에 앞으로 나섰다.

“아, 무림맹에서 몇 번 보았던 것 같구려.”

“예 그러하옵니다. 이렇게 선배님을 뵈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저희들은 풍진이도 사부님과도 같이 뵈었습니다.”

그 말에야 승천검황은 확연히 기억이 떠올랐다.

“아, 그 어른의 제자분들이시군요. 아마 두분으로 인하여 무림맹이 한동안 시끄러웠던 일이 기억납니다.”

“자, 안으로 드시지요 선배님, 그전에 천하문의 저는 천하문의 태상문주인 지청현입니다.”

지청현이 자신을 소개하였다.

“아, 개봉에서 몽고족들이 제일 두려워한 유운검을 뵈니 반갑기 그지없구려.”

승천검황도 일을 아는 지 아는 척을 하였다. 종수사와 양조휘도 소개를 하였고 마지막으로 지용운이 소개를 하자 안으로 들었다.

아침에 지용운에게 승천검황이 온다는 말을 들은 오태상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전부터 부산하게 청명원을 청소하자 봄이 되었기에 어른들이 거하는 청명원을 대청소하나보다 생각하였는데 감쪽같이 이일을 준비한 것이다.

오태상은 부랴부랴 의관을 새로이 정제하고 문 앞으로 나가 맞아 들인 것이다. 그들은 한동안 승천검황을 머물게 하여 외부로부터 오는 압력을 막아내기로 한 것이다.

안수전에 들어가서 대청에 앉자 다시 한번 정식으로 소개가 이루어 졌고 오원주도 그 자리에 나왔다.

하나하나 소개가 이루어 지자 천하문이 가진 세력이 만만치 않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승천검황은 한때 무림맹의 일에도 관여를 하였기에 종수사나 기타의 인물에 대하여 소상히 들었기에 예전의 기억이 떠올라 어느 정도 천하문의 면면을 짐작하게 된 것이다.

“저희들은 어르신이 나오셨다는 소식을 손자로부터 전해 듣고 학수고대하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청현은 오늘 아침에 들었지만 얼른 말을 바꾸어 아부를 하였다.

“나 같은 노인에게 무슨 볼일이 있다고 기다렸다는 것이오. 이제 늙은이에 불과한 사람이올시다.”

“어찌 어르신의 위용을 모르는 중원의 무림인이 있겠습니까? 등격리 사막에서의 위용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홀연히 세상을 등져 저희들은 항상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파운검 종수사의 말에 승천검황은 감회가 새로운 듯 아무 말이 없었다.

“자네에 대하여는 자하도장으로부터 들었네. 태을자는 나도 몇 번 만나보았지만 상당히 옹졸한 인물이네. 나에게야 항상 공손하게 대하였지만 몇몇 인물들에게 대하는 것을 보고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인정하려 들지 않으려는 것을 보았네. 자네의 사부인 자하도장이 내심으로 자네를 걱정하는 것을 들었네.”

이 자리에 앉은 사람들과 승천검황의 관계는 난파검과 형의검이 동배이고 나머지는 한배분아래였다. 풍진이도가 승천검황보다 한배분 윗대의 선배대접을 받았기 때문이다.

“예, 지금도 못난 제자를 걱정하신 사부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오십년 전에 사부님이 몽고와의 전쟁에서 얻은 상처가 도져 입적하였을 때 가지도 못한 것이 정말 한입니다.”

그 말에 승천검황은 자하도장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승천검황보다 나이가 스무살이나 많지만 승천검황의 사부와 자하도장의 사부인 청령도장이 동배이라 사형사제 관계로 이어지게 되어 동배의 세교를 나누었다. 자하도장은 무림맹에서도 상당한 위치에 있음에도 항상 겸손하였다. 그런 자하도장이 태을자의 오만함에 상당히 마음고생이 심하였다.

그것을 알기에 종수사가 장례식에도 가지 못한 것을 듣자 태을자의 처사에 다시 한번 분노하고 말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소이다.”

승천검황은 이렇게 동시대의 인물을 만나자 기쁘기 짝이 없었고 점심때부터 시작한 담소는 사흘을 계속하여 이어지게 되었다.

비무대회는 승천검황이 청명원에서 원로들과 담소하는 동안에 진행되고 있었다.

열개의 연무장에서 청명원의 이대의 원로들이 나와서 대회를 주관하였다. 그들의 권위에 도전하는 제자들은 없었기에 대회는 원만하게 진행되었다.

일조에서는 지연룡과 양주상의 독주로 첫날은 막이 올랐다.

이조는 천하칠걸로 이름이 나기 시작한 지성룡과 양공리가 중인의 예상을 뒤엎고 선두를 질주하여 모두를 놀라게 하였다.

삼조는 마찬가지로 지강룡이 일패를 당하였지만 살아 남았고 차기 부문주에 유력한 양만리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사조는 종가의 별이라고 하는 종일명이 두각을 나타냈고 단목인형이 의외의 두각을 내고 있었다.

오조는 소인상과 단목강현이 집안의 선대를 제치고 파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육조는 감찰당의 조윤겸이 타성으로는 의외의 선전을 하고 있었고 지강운이 선두에 나서고 있었다.

칠조는 소유상이 가장 강할 것이라는 종영강을 제치는 파란을 일으키면서 선두가 되어 있었다.

팔조는 단목우현과 종소명이 선두에 부각하였다.

구조는 지장룡과 지명운이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십조는 단목진형과 양영상이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이런 결과로 인하여 거의 스무명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었다.

지성룡은 자신이 비무대회에 나가지 말라는 어른들의 당부 때문에 몇 군데 다니면서 비무를 구경하였다.

자신도 나가서 참가하고 싶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오태상과 오원주는 중요한 손님이 있는지 안수전에서 나오지를 않고 있었다. 전대 기인인데 오태상보다도 위의 배분이라고만 알려지고 있었다.

지성룡을 보아도 지성룡의 성취는 모두에게 비밀이었기에 지성룡에 대하여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몇몇만이 지성룡이 이제는 어느 정도 지각이 정상적으로 돌아와 혼자 다녀도 되는가 보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성룡은 첫날 비무가 끝나자 청운각으로 돌아오다가 안수전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전대 기인이라면 현재 자신이 가진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까 하였기 때문이다.

안수전에 들어가자 대청에서는 노인들의 목소리가 유쾌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는 청명원 어디건 무상으로 다니기에 아무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대청으로 올라가자 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던 오태상이 지성룡을 손으로 불렀다.

승천검황은 갑자기 스무살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청년이 다가오자 이상한 생각에 지성룡을 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천하문을 보건데 이곳은 천하문 최고의 중지이었고 문주라도 어느 정도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들어오는 곳이었는데 어린 아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태상들이 그를 잘 알고 있는 듯 놀라지도 않기 때문이다.

평상시에도 무시로 출입을 하는 것 같았다.

“인사를 올리거라. 이분은 일황으로 이름을 날리시는 승천검황 어른이시다.”

지청현이 지성룡에게 인사를 하라고 말하였다. 지성룡은 대단한 전대 기인이라고는 생각을 하였지만 승천검황인 줄은 몰라 놀람이 극에 달하였다. 지성룡이 대례를 하자 승천검황은 지성룡을 보다가 이채를 발하였다. 실로 지성룡의 성취가 경이롭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있는 오태상이 등봉조극의 단계인데 지성룡이 거기에 육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 고손자 입니다. 아까 저희들이 독문무공을 창안하려고 하는 것을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그 무공을 익히면서 저희들이 못다한 것을 완성할 아이입니다.”

지청현의 말을 들으면서 승천검황은 오대문파에 얼마나 당하면 그렇게 까지 하였을까 한탄을 하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는데 지성룡을 보자 그런 생각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지성룡의 성취를 보건데 범상치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오대문파는 실로 예상치 못한 강적을 만나게 되었구나. 이렇게 되면 오대문파는 이아이로 인하여 스스로 묘혈을 판 것이나 다름이 없게 되었구나.’

승천검황은 지성룡을 보면서 감탄을 지나 경이의 눈으로 보게 되었다.

“소인 지성룡이라 하옵니다.”

“실로 대단한 성취를 이루고 있구나. 새로운 무공을 익힌다고 하였느냐?”

“녜, 그러하옵니다.”

“한데 조금 문제가 있어 보이는구나. 알고 있느냐?”

“그러하옵니다. 아직 몇 가지 난제가 있지만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성룡은 자신의 상태를 알아채자 놀라고 있었다. 지성룡은 며칠 전부터 자신이 운기를 하고 나면 상당히 혈기가 올라와서 가라앉히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 결국 그만큼 무공이 불안정하기에 일어나는 일이었다.

“물론 아직 심각한 상태는 아니지만 이대로 간다면 큰 화를 당할 수가 있겠구나. 그 이유를 아느냐?”

“녜, 심공중에 상허하허중현(上虛下虛中玄)이요 상만하만중허(上滿下滿中虛)이니라 하는 구결의 뜻이 애매하기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이것이 내공을 가르키는 것인지 마음을 가르키는 것이지 몰라서 그러하옵니다.”

“허허, 둘 다 그러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이것은 비인부전이라 함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비인부전이라는 것이 우선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파악하여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또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즉, 너는 그 말을 아직 깨닫기에는 조금 모자란 듯 하구나. 네 말을 듣고 보니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그 문제는 자연히 언젠가는 해결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급히 생각말고 조금 더 정진해 보아라. 또한 내가 지금 한가지 구결을 불러 줄 것이니 이것을 참고하여 너의 무공을 완성하여 보아라.”

승천검황은 지성룡을 보자 제자로 받아 들이고 싶은 욕심이 났지만 이미 인연이 아닌 것 같아 자신의 무공을 전수해 주기로 하였다. 구파일방 같은 문파의 제자들은 이미 문파에 얽매여 있기에 자신의 무공을 소화할 수도 없었다.

승천심법과 승천등룡검법을 불러주었다.

이것은 전음으로 하였기에 장내에 있는 사람 누구도 듣지 못하고 있었다.

지성룡이 자신의 무공을 깨달으면 좋고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깨우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알려준다면 다행이기 때문이었다. 사승(師承) 따위의 겉치레는 이미 중요치 않게 생각하기에 행한 일이었다.

장내에 누구도 승천검황이 지성룡에게 무공에 대하여 가르침을 준다고는 생각하였지만 그의 무공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무공을 전수해 주리라고는 생각치도 못하였다.

한편 지성룡은 두 가지 구결을 듣자 그 구결이 천하제일신공상의 구결과 너무나 흡사하여 놀라고 있었다. 약간의 표현과 순서가 다른 것을 제외하면 거의 흡사하였기 때문이다. 차이점이라면 승천검황이 불러주는 구결이 훨씬 더 치밀하고 안정적이라는 것이었다.

구결을 외우는 데는 천부적인 재질이 있지만 그 구결의 뜻을 생각하다 보니 쉽게 외우지 못하였다. 세 번이나 승천검황이 구결을 불러주어서야 간신히 외운 것 같았다.

“한번 외워보아라.”

승천검황이 외우라고 하자 역시 전음으로 외우기 시작하였다.

다외우자 승천검황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뜻은 알겠느냐?”

“예, 다행히 일부는 알 수 있습니다. 제가 뜻을 풀이하겠사오니 틀린 부분을 일러주시기 바랍니다.”

지성룡은 자신이 생각하는 구결의 오의를 풀이하여 나갔다. 지성룡이 오의를 풀어가자 승천검황의 얼굴은 다시 놀람으로 가득차기 시작하였다.

‘지금 저 아이가 풀이하는 오의는 한번 듣고 바로 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구결을 이미 접하였기에 그 뜻을 풀이할 수 있는 것이다. 하면 이들이 창안한 무공이 결국 나의 무공과 흡사하다는 것인가? 실로 등봉조극의 경지에 있는 인물이 오기조원의 경지를 넘어 조화지경을 넘보는 무공을 창안하였다는 것이 아닌가? 실로 풀이를 보건데 거의 정확하지 않은가? 일부는 틀리지만 그 것은 차차 시간이 흐르면 스스로 터득할 것이니 바로잡아서 오히려 혼란을 줄 필요는 없다. 나도 이 구결을 저만큼 풀이하는 데는 사십에 이르러서야 가능하였는데 저 나이에 가능하다니 대단하구나.’

승천검황은 오기조원의 경지를 예전에 벗어나 지금은 자신이 스스로 명명한 조화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이 경지는 이미 무공의 경지를 벗어나 자연에 조화되는 경지로 여기에 이르면 내공이나 초식 등은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는 경지였다.

지성룡의 풀이가 끝나자 이미 시간은 초경이 지나 이경에 이르고 있었다. 장내의 누구도 소리하나 없이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주 잘 풀이 하였도다. 일부는 아직 깨달음이 부족하여 그러한 것이니 차츰 시간이 지나면 그 뜻이 명확해질 것이다. 그러니 조급히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익혀라. 성급하게 익히는 것은 오히려 화가 되니 신중하게 천천히 익혀 나가거라. 아울러 내가 전해준 구결은 너의 신공에 참조하되 굳이 익힐 필요는 없다. 향후 이 구결을 익힐만한 사람이 보이면 승천문의 십팔대 문주로 삼아다오.”

그말에 오태상은 얼굴이 변하고 말았다. 뭔가 지성룡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은 알았지만 승천검황의 독문무공을 전수해준다고는 생각치 못했다. 승천문의 십팔대 문주로 삼아달라는 말은 승천문의 모든 것이 지성룡에게 전해졌다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알아 챈 것이다. 지성룡도 그말에야 자신이 승천검황의 모든 것을 가르침 받은 것을 알았다.

“제자 지성룡 사부님을 뵙습니다.”

지성룡이 대례를 하자 승천검황은 가로막았다.

“이미 내가 죽으면 흙으로 돌아갈 것이기에 그저 전한 것이다. 그러니 그런 속례에 구애받지 말아라. 그저 나를 너의 할아버지들을 대하듯이 할아버지라고 불러라. 그러면 된다.”

그말에 지청현은 지성룡에게 고개를 끄덕여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알겠사옵니다. 고조할아버지로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하고 삼배를 하였다. 제자라면 구배지례였지만 가문의 존장이라면 삼배지례가 최고의 예우였다

“되었다. 죽기 전에 다시 이런 속례의 인연을 맺게 되다니…….”

승천검황이 탄식을 하자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도 오태상은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승천검황의 손자가 되었다는 것은 향후 지성룡이 속한 천하문에 대한 도전은 승천검황에 대한 도전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일이 승천검황에게는 대수로운 일이 아닐지 몰라도 오태상들에게는 생각치도 못한 행운이었다. 천하문을 궁지에 몰기 위해 안달인 오대문파에서 안다면 땅을 칠 일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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