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13화 (13/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13)

5. 침절곡(沈絶谷)의 노인 (2)

“총관, 하성이를 불러오게.”

지청운은 밖으로 나와 아들을 찾았다.

지하성은 지청운의 장자로 당년 열여덟이었다.

곧 총관의 전갈을 받은 지하성이 들어왔다.

“인사올려라.”

지하성은 아버지가 불러 인사를 올리라고 하자 눈앞에 범상치 않아 보이는 노인에게 인사를 올렸다.

“어르신, 이 아이가 저의 아이입니다. 이번에 마침 본가에 보낼 일이 있는데 개봉까지 어르신을 모시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청운은 어떻게든 승천검황을 개봉에 보내고 싶었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점에 승천검황 같은 사람이 천하문에 머문다면 그 자체로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할까? 이제 너무 밤이 깊은 것 같네.”

“예, 그럼 어르신 편히 주무십시오.”

지청운은 자신의 처소를 승천검황에게 내어 주고 밖으로 나갔다.

지청운으로서는 승천검황을 알게되어 기쁘기 짝이 없었다.

아들을 이끌고 서재의 아들의 거처로 갔다.

“앉아 보아라.“

지하성은 아버지가 인사를 하게한 노인이 누구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자 이상하였지만 꾹 눌러 참고 있었다.

“저 어른을 천하문까지 모시고 갔다 오너라. 저 어른이 누구인지는 누구도 알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니 가는 동안 분쟁은 최대한 없애도록 하여라. 저분은 전설 속에 승천검황이시다.”

그의 말에 지하성도 놀라고 말았다.

“녜, 명심하겠습니다. 하오면 내일 바로 출발합니까?”

“그렇다. 다른 하인들은 없이 네가 직접 시종을 들면서 다녀오너라.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지하성은 하인 하나도 없이 자신이 직접 시종을 들으라는 말에 내심으로 걱정이 되었지만 사안의 중요성에 비추어 어쩔 수가 없었다.

“알겠사옵니다.”

“중요한 일이기에 너에게 직접 맡기는 일이니 한치의 실수도 없어야 한다.”

“녜.”

승천검황은 잠자리에 들어서 지청운이 말해준 중원무림의 변화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그가 없는 동안 너무나도 변해버린 중원무림이었다.

특히나 천하문과 오대문파를 위시한 무림맹과의 분란을 생각하자 너무나 편협한 정파인들의 소치에 어이가 없었다.

‘오로성승이 이일을 알면서도 방치를 하였단 말인가?

그가 생각하는 천하단은 그당시 얼마나 용맹하고 의협에 넘치는 세력이었던가?

그런 세력을 무림맹에 들어오지 못하게 가로막고 분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설마 오대문파가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편협한 존재였단 말인가? 내가 떠나있던 동안 무림맹이 너무나도 변질되었다. 비무를 통하여 천하문을 말살시키려고 하는 음모를 꾸미다니? 내가 이대로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이런 기도를 하지 못하도록 그들의 버릇을 고쳐야 하겠도다. 물론 가면서 좀더 조사는 해보아야 사실이라면 내가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승천검황은 자신이 중원에 나오게 된 것이 하늘의 뜻으로 느껴졌다.

오랜만에 편안한 잠자리에 들자 오히려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 늦게야 잠이 들었다.

“천지문에서 사자가 당도하였습니다.”

지용운은 천지문에서 사자가 당도하였다는 말에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라 하여라.”

천지문의 사자는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지용운은 지그시 상대를 모려보았다. 온 이유는 뻔하였지만 여기서 괜히 잘못 상대하면 문제가 커진다.

“무슨 일로 천지문에서 왔는가? 본문과 천지문은 갈 길이 달라 서로 할 말이 없는데…”

“이것은 저희 문주님의 서찰입니다.”

지용운은 그것을 수하를 시켜 받아보게 하였다.

혹시 몰라 수하는 봉서를 뜯어 안의 내용물을 손을 넣어 만져 본 연후에 지용운에게 건네 주었다.

지용운은 글을 읽어 보았다. 내용은 바로 천하문이 얻은 천수장왕과 창령검제의 무공을 돌려달라는 것이었다. 다행이 분실하였는데 천하문에서 얻었다는 소문이 있으니 그것이 그 물건이라면 돌려달라는 말이었다. 어찌 보면 천하문에서 부인하면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는 말처럼 느껴졌다.

‘이글은 정말 이상하군. 무슨 생각으로 이 글을 보냈단 말인가?’

정말 이상한 글이었다.

<…… 이 글을 보내게 된 연유는 다름이 아니옵고 본 문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귀 문에서 우리가 일어버린 비급을 습득하였다는 이야기가 중인들에게서 나오고 있는 바 귀문에서 이 비급을 얻었다면 이 비급은 바로 본문의 소유가 분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오니 부디 귀문에서 돌려주시기를 간청하오니 혜량하여 주시기를 바라옵니다. 혹여 귀문에서 얻지 않았는데 우리가 오해를 하였다면 귀문의 넓은 마음으로 이러한 글을 보내게 된 사죄하오니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참으로 알쏭달쏭한 내용이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지용운은 어떻게 받아 들여야 좋을 지 몰라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사자가 이렇게 오셨는데 참으로 민망하게 되었습니다. 귀문에서 잃어버린 비급을 본문에서 얻었다는 허무맹랑한 소문이 돌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본문은 그런 비급을 얻지 않았습니다. 본문이 얻었다는 소문을 듣고 본문에 이런 비급을 달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점 귀문의 문주에게 잘 말씀드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사자는 참으로 글을 보고 대답하는 지용운의 반응에 이상하였다. 그런 반응을 하자 듣는 그로서도 이상했기 때문이다. 내용이 너무나 이성적이기 때문이다.

“이 내용을 아울러 답서로 작성하여 줄 것이니 오늘은 쉬었다가 내일 출발하시구려. 자네는 이분을 객관에 모시고 성대히 접대하도록 하게나.”

“알겠사옵니다.”

지용운은 천지문에게서 사자가 왔다고 하자 협박성 글을 들고 올 줄 알았는데 이런 이상한 글을 받자 기분이 묘했다.

“가서 소문주에게 들라 이르라.”

지용운의 부름을 받은 지유성이 들어왔다.

“참으로 이상한 글귀입니다. 이 글은 우리가 부인한다면 마치 문제 삼지 않겠다는 글이 아닙니까?”

지유성도 글을 보고 이상하였다.

“혹여 이 글을 들고 온 것이 우리가 그 비급을 얻었다는 것을 알리는 목적으로 온 것이 아닐까 합니다. 즉 그들은 우리에게 어떠한 반응이 나와도 문제될 것이 없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지용운은 그말에 그들의 속셈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하면 그들에게 일단 우리가 얻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답서를 보낼 생각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녜, 그렇게 하시고 일단 천지문과의 갈등은 비켜 가야 할 것입니다.“

“그들도 이런 글을 보낼 때는 우리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상을 하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천지문과의 일은 이렇게 해결을 한다고 하겠지만 결국 오대문파와 무림맹의 의구심은 어떻게 해결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냐?”

지용운은 그 문제가 남아 있기에 물었다.

“이 문제는 아마도 천지문에서 그들에게 그런 의구심을 주기 위한 고도의 술책이 아닐까 합니다. 그들이 한발 물러난다고 하여도 오대문파와 무림맹은 물러나지 않을 것이기에 일단 유화책을 사용하여 우리에게 그 비급이 있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만드는 고도의 술책이고 이 술책에 오대문파와 무림맹이 빠져든다면 우리에게 그들의 공격이 계속될 것입니다.”

“아마 오대문파도 이것이 천지문의 술책인 줄을 알면서도 우리를 공격할 것이다. 또한 비급이 정파 기인들의 것이기에 무림맹에 달라는 요구를 하여 우리를 압박할 것이다. 그들의 그런 술책을 알면서도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구나.”

지용운은 뻔히 아는 함정에 빠져드는 현실이 안타까웠지만 또한 벗어날 길이 없어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은 힘으로 헤쳐나가야 했다.

“자네는 숙부님 댁의 총관이 아닌가?”

지유성은 자신을 찾아온 인물이 옥문관에 나가 있는 지청운의 수하이자 놀라 급히 물었다. 뭔가 중요한 일이 있기에 멀리서 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는가?”

지유성은 혹여 무슨 일이 있는지 용건을 물었다.

“장군님이 이 글을 소문주님께 전해 드리라고 하여 왔습니다.”

지청운은 숙부이지만 나이가 비슷하여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었다. 군문에 들어서도 교통이 이어지고 있었다.

“알겠네.”

지유성은 서찰을 받아 들었다.

“어디서 머물 것인가?”

“일단 장군님의 심부름도 있으니 본댁에 들려 장군님의 서찰을 올리고 머물까 합니다.”

“알았네. 떠나기 전에 한번 들리게나.”

지유성은 총관을 보내고 방으로 들어갔다.

‘숙부님이 총관에게 직접주어서 글을 보내야 할만큼 중요한 내용이 무엇이란 말인가?’

지유성은 글을 개봉하여 읽기 시작하였다.

<….. 우연히 대막에서 들어오는 노인을 만나게 되었다. 한데 노인이 범상치가 않아 집으로 맞아들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노인이 칠십여년 전에 중원에서 사라진 전설 속의 승천검황 소리백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노인은 그 동안 심산유곡에 있었기에 중원 정세에 어두웠고 그간의 변화에 대하여 잘 모르고 있었다. 이에 하성이를 그분과 동행하게 하였다. 일단 하성이가 도착하면 그 분을 은밀히 조부님에게 안내하여 만나게 하여 드려라. 이 사실은 기밀을 요하기에 이렇게 은밀히 전하니 철저히 조부님과 만나기 전에는 기밀을 요하여라. 그 대상은 오직 너와 문주형님, 정도에 국한하고 설사 오태상어른들도 만나기 전에는 기밀을 유지하여야 한다. 총관에게는 이 사실을 비밀로 하였으니 내 아버님도 모를 것이다. 그러니 이일을 잘 알아서 처리하리라 믿는다…….>

지유성은 글을 읽다가 놀라서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만일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지금 이렇게 어려운 본문에 있어서는 커다란 홍복이 아닐 수 없다. 중원에 그분의 위세에 견줄 분이 없다. 어떻게 하든지 그분을 우리 천하문에 연관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분에게 천하문과 관련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유성은 서찰을 품속에 넣었다.

‘이 비급들은 상당히 무공에 박식한 사람이 정교하게 조작한 가짜이다. 실로 상당한 지식이 있어야 만이 이 비급의 허점을 알 수가 있다.’

지성룡은 천수경과 창룡검결을 읽고 그 것이 상당한 무공의 조예가 있는 사람에 의해 조작된 것임을 파악하였다.

‘일단 이 글의 구할 이상은 진짜이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상태로도 이 비급은 지금 익히고 있는 오대 검법의 위력을 능가하고 있다. 이 글을 읽음으로써 그 동안 미진하였던 부분에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지성룡은 탁자에 앉아 필사해 온 비급을 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이 글이 조작되었기에 익히면은 안된다고 하였지만 참조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글에 있는 내용은 상승 무공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좋은 참고 서적이다.

더구나, 이 글에 적힌 마지막 문구들은 이 글을 적은 사람들도 가보지 못한 미답의 경지를 설파하고 있다. 그 경지는 삼화취정을 지나 오기조원에 이르는 길이다. 이들의 경지가 삼화취정이라고 할 때 오기조원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한 이야기 이다.’

지성룡은 사실 지금까지 천하제일신공상의 경지에 대하여만 알기에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았는데 비급을 읽음으로써 비교할 수 있게 되자 어느 정도 판단이 서게 되었다. 무공이라는 것이 상승에 이르면 하나로 귀일(歸一)되기 때문이었다.

지성룡은 지금은 천하서원에 소장하고 있는 의술에 관한 서적들을 읽고 있었다. 천하서원에는 삽백여권에 이르는 의술서적이 있었는데 그 서책을 읽으면서 인체의 신비에 관하여 알고 있었다. 한참 열을 올리던 집안 어른들도 지성룡에게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지식을 알려주었지만 한달 정도 지나자 그들의 지식이라는 것이 한정되었기에 이제는 지성룡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은 그들도 이제는 스스로 도움이 못된다고 판단하였는지 지성룡이 의학서적을 읽자 얼씬도 하지 않고 맡겨두고 있었다.

그래도 성과라고 하면 노인들과 대련을 하게 되어 무술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그 동안 펼치지 못한 천하제일 신공의 칠초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의술 서적과 이 비급을 통하여 천하제일 신공이나 새로이 창안된 무공이 가지는 헛점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논리상으로 멋진 검초이지만 인체의 한계를 무시하고 그 극복할 방법을 알려주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아직 완성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두가지 때문에 어느 정도 완성할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지성룡에게 가짜이지만 천수경과 창룡검결은 어떤 책보다 귀중한 가르침을 주고 있었다. 이것은 천지문의 천지쌍마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들의 생각에 이렇게 변조하면 아무 쓸모가 없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그들이 이런 경우를 예상하지 못하였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일단 이 글들을 다 읽게 되는 시점이 육개월 뒤인데 그때쯤이면 뭔가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성룡은 다시 천수경을 처음부터 읽어가기 시작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