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12)
5. 침절곡(沈絶谷)의 노인
화란산이 멀리 보이는 융가력(隆伽歷) 고원.
춘삼월 이지만 그곳은 아직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었다. 그래도 시간의 힘은 이길수 없는지 쌓인 눈이 녹아 하얀 대지는 양지바른 곳에서 조금씩 황토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 융가력 고원의 한 계곡, 침절곡(沈絶谷)은 눈이 녹아 졸졸 흘러가는 시냇물 소리가 이제는 제법 커지고 있었다.
이곳 융가력 고원의 침절곡은 사방이 사백여장이나 되는 아담한 계곡인데 이곳에 목옥(木屋) 한 채가 시냇물에서 십여장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삐이- 익’
소리와 함께 목옥의 문이 열리면서 누더기를 걸치고 백발의 머리를 길게 묶었으며 수염이 세자나 되어 배꼽아래로 내려오도록 기른 키가 상당히 큰 노인이 나타났다.
노인은 목옥에서 나와 하늘을 한번 올려다 본 후 시냇물로 다가가 세수를 하였다.
“아, 시간은 잘도 흘러 이제는 다시 봄이 어김없이 찾아오는 구나.”
손에 물을 적셔 얼굴을 몇 번 문지르고 일어난 노인은 누가 듣지도 않을 말을 혼자 중얼거렸다.
“등격리사막에서 일어난 혈겁 끝난 후에 칠십여년을 이곳에서 보내었지만 사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오는 구나. 그 때 피에 물들은 등격리 사막을 보면서 얼마나 내가 무공을 익힌 것을 저주하였던가? 모든 것이 부질없어 이곳에 팔십년을 살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인간 세상이 그리워 지는 것은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모든 것이 부질없어 이렇게 잊고 살기로 하였는데 이제 다시 피에 절어 살던 그 시절이 그리워 지다니 지난 칠십년의 이곳 생활이 부질없었던 것이란 말인가?”
노인은 듣는 사람도 없는 것을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혼자 말을 하였다. 그동안 격리된 이곳에서 살다보니 혼자말이 버릇이 된 것 같았다.
“지난 칠십년동안 천하는 어떻게 변하였을까? 중원의 주인이 몽고족에서 다시 중원인으로 바뀌었을 것이고, 그동안 무림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이제 나는 까마득한 옛날 사람이 되어 모두에게 잊혀져 있을 것이고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제 한줌의 흙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제는 내가 지난날 익혔던 승천심공(勝天心功)이나 승천등룡검법(勝天騰龍劍法)도 가물가물해지고 있구나.”
노인의 말속에 등장한 승천심공과 승천등룡검법은 일황(一皇) 승천검황(勝天劍皇) 소리백(蘇利白)의 독문무공(獨問武功)이 아닌가?
“이제 하늘에 오를 날도 멀지 않아 보이는 이 마당에 이곳에서 중원 소식을 궁금해 하는 것 보다도 중원에 가서 중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살펴보자. 혹여 무덤속으로 묻어두고자 한 내 무공을 이어받을 아이가 있다면 전해주는 것도 승천검문(勝天劍問)의 조사들을 구천(九川)에서 만났을 때 떳떳할 것이다.”
승천검황은 그렇게 말을 하고 돌아서서 목옥으로 돌아갔다.
목옥으로 들어간 승천검황은 누더기 옷을 갈아입었는지 검은 빛이 도는 장삼으로 바뀌었다.
누더기 노인이 그런 멀쩡한 장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더구나 머리도 위로 묶고 문사건을 썼기에 다소나마 단정해 보였다. 그러나 배꼽아래로 길게 내려온 수염은 어쩔 수가 없는지 그대로 있었다.
“이런 차림을 해본지도 칠십년만이군.”
노인은 옷을 만지면서 칠십년만의 외출이 감개가 무량하였다.
그가 입고 있는 장삼은 승천삼보 중에 하나인 승천보의이고 그가 머리에 쓴 문사건은 승천건이라 일컬어 지는 승천삼보중에 당당히 서열일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승천삼보의 이위는 승천검보였지만 이미 그것은 노인의 머리속에 기억되어 사라지고 없었다.
승천검제는 주변을 둘러보았고 그는 게곡 밖으로 걸어아갔다. 그러다가 십여걸음을 걷다가 뒤돌아서서 목옥을 보았고 그는 아쉬운 표정이 되더니 고개를 흔들고 일수를 목옥으로 뻗었다. 그 순간 목옥은 먼지가 되어 사르르 바닥으로 주저앉았고 바람이 불자 흩날리기 시작하였다.
옥문관의 북서쪽의 대막에서 중원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곳이다. 검은 장삼을 입은 승천검왕은 옥문관의 관문으로 다가갔다.
관문을 수비하는 명나라 군대는 대막에서 나타난 노인의 모습에 한참바라보고 잇었다. 다짜고짜 중원으로 가야 한다는 노인의 말에 통과시키기가 어려워 보고를 하였고 줄줄이 나타난 그의 상급자들도 모두 난색을 표하자 결국 관문사령까지 달려오게 되었다.
“이보시오. 중원 사람이라면 호패가 있을 것이 아니오? 그호패를 보여주시오.”
승천검황은 자신이 괜히 관문을 그냥 넘어갈 걸 이곳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관외에 나간지가 칠십년이 된 노인이오. 그 당시에 그런 것이 없었는데 새로이 생긴 것이오? 죽기전에 한번 고향산천이나 둘러보려고 이렇게 길을 나선 것인데 그냥 갈 수는 없는 것이오.”
수비대 관문사령은 이런 노인을 통과 시킬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이 가끔은 있었다. 한인들로 관외에 나가 살다가 죽을 때가 되어 찾아오는 것이다. 그들은 한인이지만 호패가 없기에 통과시킬 수가 없었다. 그들이 한인이라는 것은 오직 그들의 외모와 말 뿐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이들을 통과시키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리하여 궁여지책으로 아예 그런 사람들을 위해 호패를 만들어 주었다. 이 패를 옥문패라 하였는데 이 패를 발행하면 중원어디에서나 중원인으로 대접은 받았지만 관외인이라는 것이 알려져서 항상 관의 감시를 받게 되었다. 어찌 되었건 이패의 발급대상자가 몇 년만에 나타난 것이다.
“어르신, 이름이 어떻게 되며 고향이 어디이고 연세가 어떻게 되시오?”
승천검황은 자신의 고향을 더듬어 보았다.
“이름은 소리백이라 하고 혹시 악양이라고 아시오? 아마 나이는 아흔 하나인지 둘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구려.”
소리백은 나이에 관한한 삼십년을 속여 말하였다.
만일 자신이 백이십이 넘은 노인이라고 한다면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일단 저를 따라 오시지요. 중원을 다니려면 호패가 있어야 하는데 이 패를 발급하기 위해서는 한나절정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관문사령은 일단 소리백을 안으로 이끌었다. 중원으로 들어갈 길이 있다고 하니 그들이 하는대로 따르기로 하였다.
옥문관의 거대한 관문을 통과하여 나가자 밖에서는 성벽만이 보이던 곳이 사람이 북적이고 있었다.
이곳은 관문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와서 머물고 관문밖의 물산이 모여들기에 상업적으로 번성하고 있었다.
십여년전에 관문이 개방되면서 일반인들이 관문 밖으로 왕래하게 되자 곳곳에서 상인들이 몰려 왔고 이제는 대시진이 형성된 것이다.
관문사령의 인도대로 수비대의 행정사무를 보는 곳에 가서 지정해준 자리에 앉았다.
소리백으로서는 공연히 소란을 일으키지 않으려 예전에 그라면 상상도 못할 대접을 조용히 감수 하였다.
한참 지나자 관문사령이 검은색으로 된 호패를 들고 왔다.
관문사령은 나이가 아흔이 넘은 노인이 나타나자 다소나마 긴장이 되었다. 그가 보기에 범상해 보이지가 않앗다. 아흔이 넘은 노인이 허리가 하나 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 노인이 무림과 관련이 있는 노인으로 보였다. 그런 인물을 건드려서 문제를 크게하고 싶지 않아 호패를 재촉하여 만들어 왔다.
“여기 호패입니다. 중원을 여행하려면은 어디에 가더라도 호패가 있어야 성문을 통과할 수가 있습니다. 하니 이 호패를 항상 간직하셨다가 성문에서 보여야 성문을 통과할 수가 있습니다.”
관문사령이 이것저것 중원에 다니면서 주의해야할 일들을 일러주었다.
소리백은 그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가보셔도 됩니다. 만일 관외로 나가려면 갈 때 이패를 주고 가야 하니 반드시 잘 보관하십시오.”
소리백은 관문사령에게 가볍게 예를 표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소리백이 중원으로 들어왔지만 자신이 무일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배가 고파 객잔입구로 가다가 그 생각이 들자 발걸음을 돌렸다.
그때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아까 그 관문사령이었다.
“어르신, 관외에서 오셨다면 은자가 없으시겠군요. 그러지 마시고 제 집으로 가시지요. 어르신을 뵈오니 고향에 있는 조부님이 생각납니다.”
관문사령 지청운은 마침 할아버지 같은 노인이 나타나자 반가웠다. 지청운은 청년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마흔다섯이나 되었고 수비대에서도 서열 오위의 고위직이었다.
종 팔품의 관문사령의 직급은 오천호였다. 오천호라는 것은 원래 오천의 보병을 거느릴 장군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그저 직급을 나타내는 형식적인 것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는 바로 명나라와 북원의 전쟁이 벌어졌을 때 무가에서 충원된 무사출신의 장군이었다.
바로 천하문에서 군에 차출되어간 이래 전쟁이 끝나고도 세가에 복귀하지 않고 그대로 군에 몸담고 있는 인물이었다.
지청운은 문주인 지용운의 사촌동생이었다. 그러나 고작 천하삼관만을 통과하고 군에 차출된 그로서는 오년이 지난후에 천하문에 돌아 가는 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돌아가 보았자 고작 천하표국의 표두나 지낼 것은 뻔하였다.
군에서 그 동안의 활약으로 부천호의 직급에 올라 있었기에 세가에 복귀하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 군령을 핑계로 군에 남아버렸다. 그리하여 군에서만 이십오년이상 지낸 백전용사였다.
그런 지청운에게 무인인 듯한 소리백은 상당히 관심이 가는 인물이었다. 더구나 할아버지가 백살이 넘었슴에도 정정하였는데 이 노인도 그에 못지 않아 내심으로 결례가 생길가 두려워 자신이 노인에 관한 모든 수속을 밟아 주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기도는 무공이 없는 듯 하였지만 틀림없이 무공이 할아버지 지청현의 경지를 능가하는 것 같았다.
“그런가? 사실 객잔이 보여 들어가려다 돈이 없어 돌아서던 참이었네.”
소리백은 체면이나 그런 것에 구애되지 않았기에 솔직하게 말하였다.
지청운으로서는 노인을 미행하였다. 이곳에 있는 동안이라도 말썽없이 떠나기를 바랐다. 그런데 노인이 객잔을 가려다가 돌아서자 돈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인인 것 같은데 참 솔직한 것 같아서 얼른 부른 것이다. 이왕에 자기 집으로 데려가 살던 이야기라도 듣고 혹시 도움이 될까하여 부른 것이다.
“자, 가시지요.”
소리백은 젊은 사람이 상당히 싹싹하고 친근하게 굴어 자세히 살펴보았다. 군에 있는 인물인데도 상당한 무공 수준이라 깜짝 놀라고 있었다. 도가 계열의 무공을 익히고 있어 보였다.
‘젊어 보여서 스물이 갓 넘은 청년으로 보았는데 마흔정도는 되는 것 같구나. 이정도의 관문을 책임지고 있는 관문사령이라면 상당히 고위직일텐데 이렇게 겸손하고 경우가 바른 것을 보니 명가의 자손으로 명사나 엄친의 가르침을 받은 것 같다.’
소리백은 나름대로 지청운을 평가하고 있었다.
소리백은 상대의 호의를 받기로 하였다. 잘하면 얼마 정도의 노자돈도 생길 것 같아 잠자코 따라갔다.
상당히 커보이는 집으로 다가갔다.
“장군님, 돌아오십니까?”
장군이라는 호칭은 원래 종칠품 참장 이상에만 사용하는 것이지만 최근에는 그보다 한단계낮은 오천호에도 최근에는 사용되고 있었다, 오천호는 천호들 중에서 유능한 사람들을 참장에 오르기 전에 주기위한 직급이었다. 그렇기에 오천호가 되면 거의 참장에 올랐기에 아예 최근에는 장군이라고 호칭하였다.
소리백은 장군이라는 호칭에 지청운을 다 시보았다. 군에 대하여는 잘 모르지만 장군이라 칭해지기 위해서는 군부에서 상당한 직위에 올라야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생각보다 큰 저택이기에 놀랐다. 생각보다도 훨씬 고위직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문지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은 지청운은 소리백을 안으로 인도하여 갔다.
지청운이 자신의 거처에 소리백을 모시자 시녀가 손님이 온 것을 전해 받았는지 차를 내왔다.
“어르신, 이렇게 중원에 칠십년만이시라면 중원의 사정을 모르시겠습니다.”
지청운은 무슨말을 할까 하였지만 일단 중원 정세에 대하여 말을 꺼냈다. 아마 눈앞의 노인도 무림인이라면 그런 것에 관심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무림인이 아니라도 관외에 오래 머물렀으면 그동안 중원에서 일어난 일을 모르기에 그동안 중원에 무슨일이 있었는지 궁금해 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칠십여년간 산속에서 도를 닦았네. 그 모두가 부질 없는 것이 되어버렸지만…. 그동안 중원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이미 이렇게 옥문관에 관문이 생긴 것을 보니 중원인의 세상이 되었고 그 나라가 명이라는 것을 짐작하였지만 구체적인 것은 하나도 몰랐다.
“혹시 명나라는 예전 장사의 진우량 휘하에서 있던 주원장의 세운 나라인가?”
“녜, 그렇습니다. 하오나, 다른 곳에 가시면 그런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큰일날 말씀입니다.”
주원장을 주원장이라 부르는 말은 명조에서는 상당히 큰 죄였다. 소리백은 그 말이 지금에서는 상당히 무엄한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알겠네. 내가 중원정세를 모르다 보니 결례를 하였네.”
“아니옵니다. 어르신이야 당연한 말씀일 수 있습니다만 세상이 주씨 세상입니다.”
“한데 지금의 황제는 어떻게 되는가?
“사십여년전 태조페하께서 승하하신 후에 그분의 손자이신 혜제께서 즉위하였으나 삼년만에 황위가 태조폐하의 네번째 황자이신 성조폐하에게 이르러 이십팔년간 천하를 통치하시다가 선황이신 선덕제에게 보위가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곧 승하하여 십년전에 지금의 황상이신 홍치제께서 즉위하셨습니다.”
소리백은 그말에 실로 자신이 떠난 칠십여년만에 주원장이 중원을 통치하고 이미 황조가 사대손에 이르고 있는 것을 알자 세월이 많이도 흐른 것을 절감하였다.
“하면 무림은 어떠한가?”
“무림은 몽고족이 물러간 이후 무림맹이 구파일방과 사대세가를 주축으로 하여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그들의 치하 속에서 하남의 천하문과 흑도의 사마련이 무림맹의 세력과는 별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소리백은 천하문이니 사마련이니하자 어리둥절하였다.
“혹시 천하문이라면 개봉의 천하단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지청운은 노인이 천하단을 알자 갑자기 궁금해졌다. 지금의 사람들은 천하문은 알아도 천하문의 전신이 천하단이라는 것은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천하단이 개봉의 몽고족을 몰아내고 개명한 것이 천하문입니다.”
그말에 소리백은 천하단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 당시에 단주가 무당의 속가제자인 지청현으로 아는데 그분에 대한 소식을 아는가?”
지청운은 갑자기 할아버지에 대하여 묻자 노인이 역시 무림인이라고 생각하였다.
“소인의 할아버님입니다. 지금도 개봉에 생존해 계십니다.”
그렇게 말하다가 지청운은 갑자기 소리백이라는 이름이 귀에 익었다.
‘설마 이분이 일황인 검황이 아닐까? 이분이 칠십년이나 산속에 게셨다면 자신에 대한 소문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지청운은 노인을 보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자 새로워 보였고 더더욱 평범한 노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일을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
지청운이 군문에 몸담을 수 있었던 것도 천하문에서 군부에 사람 하나 정도 있어도 좋겠다는 수뇌부의 판단이 있었기에 가능하였고 그렇기에 지금도 천하문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었다.
“저, 어르신이 혹시 승천검황이라 칭해지시던 분이 아닙니까?”
지청운의 질문에 아직도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자 오히려 소리백이 놀라고 있었다.
“그렇네.”
“소인 천하문의 삼대제자 지청운이 검황어르신을 뵙습니다.”
지청운은 우선 절을 꾸벅 올렸다. 지청운으로서는 천하문의 위기를 알고 있었기에 갑자기 나타난 검황이 구세주 처럼보였다. 전설의 일황을 이렇게 눈앞에서 본다는 것이 새로웠다.
“원, 자네도, 한데 천하문이 왜 무림맹에 들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가고 자네는 왜 여기에 있는가?”
소리백은 자신을 승천검황으로 알고 격동을 하여도 자신의 존재가 중원에서 일황이라는 이름으로 칭해지고 최고의 고수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에 그저 전대의 기인에 대한 예의려니 하고 자신이 궁금한 것을 물었다.
지청운은 오대문파와 천하문에 얽힌 그간의 비사를 말하였다. 소리백은 그 내용을 듣다가 한탄을 하였다. 편협한 무림맹의 처사 때문이었다.
그렇게 승천검황 소리백의 중원행은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