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10화 (10/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10)

장추산이 물러가자 지유성은 책을 들고 고민에 잠겼다. 아마 그 책이 분명하였다. 책을 펴자 책이 오래되면 나는 독특한 곰팡이 냄새가 방안에 진동하였다. 지유성이 책을 펴자 서문이 있었다.

<…..원통하도다. 우리 두 의형제가 천지문에 멸문한 원한을 갚고자 천지마제에게 도전하였으나 두사람의 합공으로도 이기지 못하고 오천여초만에 도망을 치고 이렇게 죽어간다. 아, 이에 죽음에 이르러 본로들의 본신부공이 유실되는 것이 안타깝고 혹시라도 이글을 읽는 사람이 이무공을 익혀 천지문의 악행을 조금이라도 막아준다면 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비급을 남긴다…….>

천수장왕이 남긴 천수경의 서문이었다.

이글로 보아 문제의 비급이 틀림이 없었다.

지유성은 그책을 마저 읽어보았다. 진본임에 틀림이 없어보였다.

다시 창령검결을 펼쳤다. 거기에도 비슷한 서문이 있었고 천지문에 대한 저주가 들어 있었다. 또한 오초식의 창령검제의 유학이 남겨져 있었다. 읽어보다가 책을 품속에 갈무리하고 안채로 들었다. 그러나 안채에 들어서도 내내 고민이 되었다. 이것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이 된 것이다.

일단 어른들에게 알리고 처분을 기다리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것을 처리할 방안을 생각하자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언젠가는 이 것을 습득한 것이 알려질 것이고 천지문에서 권리를 주장한다면 천지문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오대문파들과도 갈등이 있는데 그일에 천지문과의 갈등이 발생한다면 문제가 심각해 질 것이다. 더구나 만일 이사실을 오대문파에서 안다면 또한 그들이 무림맹을 움직여 어떤 짓을 할지 예측이 되지 않았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딴생각이 생겨 어떻게 점심을 먹었는지도 모르게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 천하문의 총단인 천하전으로 갔다.

“무슨 할말이 있느냐?”

지유성이 천하전의 문주의 집무실에 들자 지용운은 지유성의 안색이 굳어있자 물었다.

“아버님 천지문에서 천수장왕과 창령검제의 유물을 발굴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는지요?”

“물론이다. 한데 천리무영이 그것을 가로채어 달아났다니 천지문이 하는일에 천리무영이 그렇게 개입할 배짱이 있는지 의문이구나. 더구나 그 천리무영이 사황성에 의해 정주에서 붙잡혔는데 비급은 종적이 없고 자결을 했다니 뭔가 이일에는 흑막이 있는 것 같다.”

지용운은 이일에 뭔가 흑막이 있어보여 소문을 그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그가 아는 천리무영에 대한 기록을 보건데 그는 좀도둑 중에서 조금 나은 수준에 불과하였다. 한데 흑도최고의 문파인 천지문이 당한 것부터 이상하였다. 더구나 협서성 웅이산에서 정주까지 도망을 쳤다는 것은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동안 천지문의 마영대는 그의 종적을 찾지 못하고 놓쳤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지용운의 말에 지유성은 갑자기 뭔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옛날 천수장왕과 창령검제는 천지마제와 결투후에 홀연히 실종되고 말았다. 한데 천지문이 그들을 과연 놓아주었는지 의문이다. 혹시 그들이 오래전에 그들의 유품을 수습하였다가 이번에 모종의 음모를 위해 풀어놓은 것이 아니가 걱정이 된다.”

지용운의 말에 순간적으로 지유성은 뭔가 함정에 천하문이 빠진 것을 느꼈다. 그 비급을 얻었다는 것이 꼭 어떤 음모 같았기 때문이다.

“아버님, 소자가 바로 그 비급으로 보이는 것을 획득하였나이다.”

지유성의 말에 지용운은 깜짝 놀라 지유성을 보았다.

“흑도무림이 짠 완벽한 음모이다. 결국 오대문파와 본문의 정면대결을 틈탄 이간계이다. 그것을 보자.”

그것을 지유성이 꺼내자 지용운은 가져다 살펴보았다. 살펴보던 지용운은 책장의 가운데를 뜯었다. 한지로 쓴 책은 보통 두장을 접어서 글을 썼다. 그렇기에 가운데를 찢어도 책의 내용은 손상이 되지 않았다.

“여기를 보아라. 이것은 정교하게 위조된 모조품이다. 아마 이곳에 적힌 무공은 교묘하게 원래 무공을 위조하여 적은 것이다.”

책에 사용된 종이의 단면이 종이의 색갈과 달랐다. 그것은 결국 급히 오래된 것으로 위조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책장을 염색한 것이라는 증거였다.

“잘 보아라. 이글들이 그분들의 친서하면 글씨의 서체에 웅휘로운 기상이 느껴졌을 것이다. 한데 잘 쓴 글씨이지만 이 글은 힘이 없다.”

지용운의 지적에 지유성은 이미 그들의 음모에 걸려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경로를 통하여 이 서책을 얻게 되었느냐?”

지유성은 장추산이 얻은 경위를 말하였다.

“틀림없는 음모이다. 그들은 바로 너에게 전달되도록 한 것이다. 아마도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해 연출된 것이다. 이일은 사황문도 어느 정도 관여를 한 것 같다. 아마 내일이면 우리가 이것을 얻었다고 소문이 날 것 같구나.”

지용운은 이런 음모가 다가오자 다시 머리가 무거웠다.

“일단 부문주들에게 알리고 어르신들에게도 알려야 하겠다. 그리고 너는 일단 이 것을 연룡이를 불러 같이 필사하도록 하여라. 최대한 많이 하도록 하여라.”

“녜, 알겠습니다.”

지유성은 내심 불안하던 것이 지용운의 지적으로 현실화되자 마음이 무거웠다.

천하문주 지용운은 지유성이 나가자 걱정이 되기 시작하였다.

이미 흑도의 음모가 다시 천하문을 옥죄어 온 것이다. 이일은 이런 일을 설상가상이라고 하여야 했다. 아마도 오대문파는 이번 일로 인하여 비무대회에 불안을 느낄 수도 있고 무림맹에 이번일을 가지고 어떠한 수작이든 만들어 천하문을 공격할 것이 예상되고 천지문과 사황성도 이번 기회에 천하문을 압박할 것이 틀림없었다. 무림맹과 오대문파도 벅찬 상황에서 흑도까지 적이 된다면 절망이었다.

“여봐라. 가서 부문주님들에게 잠시 뵙자고 연통을 넣어라.”

지용운은 한시라도 빨리 대책을 수립하여야 했다.

그러하기에 부문주들을 불렀다. 어른들에게 보고하기 전에 부문주들과 협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였다.

아마도 그들에게도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지만 일단 알려 대비책을 강구해야 했다.

지용운은 청명원으로 혼자 가고 있었다. 오태상과 나머지 어른들에게 알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미 열흘전에 지성룡을 데리고 간이래 아직까지 특별한 일이 없이 퇴청도 하지 않고 청명원에서 숙식을 하면서 지성룡과 같이 지내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일도 궁금하였지만 당면한 이일이 중요하였다. 부문주들도 이미 흑도의 음모라는 것을 알자 일단 보고를 하고 총단의 경비를 강화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어 일단 지용운이 청명원에 보고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지용운은 첩첩산중으로 일이 점점 어렵게 되자 어떻게 해야할지 길이 보이지 않았다. 지성룡의 일로 조금 서광이 보이는 듯하자 엉뚱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기에 일단은 보고를 하러 가면서도 앞날을 생각하자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일단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뗀다고 하면 흑도에서 이일로 증거를 들이댈 것이지만 부인하면 그들도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무림맹은 이일을 조사한다고 어떻게든 나설 것이 뻔하였다. 오대문파는 비무대회에 영향을 미칠 이일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흑도와의 분쟁은 곧 사라지고 백도와 끝 없는 신경전을 벌이고 비무가 시작되기도 전에 전면전을 벌이게 될 수도 있었다.

흑도는 천하문과 오대문파의 일을 알고 이일을 추진한 것이 틀림없었다. 만일 비급이 진짜라면 더더욱 그들의 의도는 분명하였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이미 안수전에 다다랐다. 그가 들어가자 대청에는 열한명이 모여 있었다.

“무슨일이냐?’

지청현은 지용운의 등장에 퉁명스럽게 물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 명령의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문주인 지용운이었다.

“보고드릴 것이 있어서 입니다.”

일단 대청으로 들어가면서 말을 이었다.

“일단 성룡이는 잠시 밖에 나가거라.”

지성룡은 할아버지의 말에 일어나 문밖으로 나갔다.

지용운이 보고를 하는 동안 내내 그들은 아무말이 없었다.

“결국 흑도놈들이 선수를 쳤구나. 이 비무가 성립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어떻게 결말이 나건 다음 목표는 자신들이 될 것이기에 양패구상을 노린 이간계가 틀림없구나.”

지청현도 한 순간에 모든 것을 파악하였다.

“결국 정면돌파 뿐이다. 일단 모든 힘을 항상 출동할 수 있도록 하고 무조건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일단은 그 서책의 사본을 보내보아라. 위조를 하였을 망정 완전히 엉터리는 아닐 것이다.”

지용운은 지청현이나 모두가 정면돌파뿐이라고 말하자 다가올 일들이 막막하였지만 그길 뿐이기에 마음을 다질 수밖에 없었다.

“하온데 하시는 일은 잘되십니까?”

“물론이다.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다. 특히 성룡이가 실전에 대한 경험이 없기에 이를 중점적으로 지도하니 조금 더 깨우침이 있어보이고 이해도 증진되었다. 근본적으로 이일은 그아이가 열쇠를 쥐고 있으니 그 아이에게 맡겨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우리의 경험을 통하여 실전 경험을 쌓게 하고 무공에 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주고 있다. 설사 정면대결을 하여도 그 아이가 있는 한 어느 누구도 함부로 천하문을 넘보지 못할 것이다.”

지청현의 말에 암담하던 마음이 다소나마 개운해지는 것 같았다.

지성룡은 어른들이 긴한 이야기가 있는 듯하여 밖으로 나와서 청명원의 뜰을 거닐었다.

지난 열흘간은 상당히 바빴고 그 동안 많은 무공지식을 얻었다. 그 동안 체계적인 무공지식에 대한 공부는 제대로 받지 못했기에 그간 자신이 알던 무공에 대하여 정리할 수가 있었다.

그런 과정을 통하여 자신의 무공이 상당히 터무니 없는 것을 억지로 익힌 것을 깨달았다.

‘내가 보기에 천녀속단유 때문에 내가 억지로 무공을 전개한 것이다. 그래도 내몸이 버틴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몇번이나 주화입마에 들었다는 것이다. 결국 천하제일 신공은 현재 나밖에 익힐 수가 없는 무공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누구라도 익힐 수 있는 무공이어야 독문무공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 것을 열명의 어른들과 토론을 하면서 깨닫게 되었고 그런 자작을 통하여 현재는 누구라도 익힐 수 있는 무공을 만들어야 했다.

‘일단 일초식을 완전히 전개하기 위해서는 범인이라면 지금의 백팔십초의 변초로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두배인 삼백육십초를 생각하였다. 지금에 비하여 좀더 단계를 늘리는 것이다. 그래야 만이 범인이라도 몸에 무리가 없이 무공을 익힐 수가 있다.’

그는 열흘간의 토론으로 일초식의 틀을 거의 완성하였다. 결국 초식 자체의 문제보다는 수련과정의 문제였다. 또한 심법도 현재의 운기법은 너무 거친 운기법이었고 속도가 느리지만 좀더 세련되고 몸에 무리가 없도록 다소나마 살을 붙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되어 일부는 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수정을 하고 있었다.

‘지난 열흘간 내가 얻은 것은 상당히 많다. 펼치지 못하는 칠초도 모자라는 변초를 보완한다면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펼칠 수 있는 변초를 만들어야 한다.’

지성룡은 뜰을 조용히 걸으면서 자신이 해야할 일이 많음을 자각하였다.

‘하지만 내가 무공을 익힐수록 다양한 지식이 필요함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경락이나 혈도등에 관한 지식을 좀더 알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의술을 익혀야 할 것이다. 일단은 천하서원에 의서에 관한 것도 있다고 하니 거기에 있는 의서를 모조리 읽어야 하겠다.’

생각을 정리하자 지성룡은 다시 안수전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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