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9)
“자 우리도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합시다. 성룡이도 따라 들어오거라.”
지성룡도 그들이 가는 데로 따라갔다.
청명원의 대전에는 안수전(安壽展)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었다. 즉 안수전이라는 말이었다.
지성룡이 그 안에 들어가기는 처음이었다. 여기는 오태상과 오원주의 낮에 머무는 방이 있었다.
가장 중앙에 대청이 있었고 그곳에 들자 탁자가 있었다.
지성룡이 안으로 들어가서 다른 사람이 앉아도 그냥 서있자 자리를 가리키면서 앉으라고 하였다.
그들이 자리에 앉자 시녀가 차를 준비하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차를 가지고 나왔다.
차가 나오자 시녀가 차를 다 놓을 때까지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지성룡은 자리에 앉아서 호흡을 골랐다. 이미 한시진 가까이 검법을 전개하자 숨이 거칠고 온몸에 땀이 났기 때문이다.
시녀가 차를 놓고 나가자 지청현이 입을 열었다.
“훌륭하였다.”
지청현은 차를 한 모금 마신 연후에 말을 지성룡에게 건넸다.
“한데, 너의 공력이 그 정도로 증진 된 것이 이상하구나.”
그 말에 모두가 그런 의문이 들었다.
“이리와 보아라.”
지성룡이 자리에서 일어나 지청현에게 다가갔다. 다가가자 손을 잡았다.
손을 잡고 공력이 밀려오자 움찔 하였지만 가만히 있었다.
손을 놓고 지청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놀라운 일이다. 공력이 어찌 이정도이라는 것이냐? 고작 이삼년을 수련하였는데 나에 버금가다니?”
지청현이 나직이 중얼거리자 모두들 경악의 표정이 되었다.
지성룡이 태아에 있을 때 그의 어머니가 하혈을 하였다. 그 때 하혈이 멎지 앉자 지유성은 결국 인근에서 명의로 이름이 높은 인의의생(仁義醫生) 초량(草凉)을 낙양까지 가서 모셔다가 치료를 하였다.
그때 지유성은 차기 소문주로 지명을 받았던 시기였고 그에게 선물로 천년하수오 한 뿌리가 들어와 보관하고 있었다. 그것을 인의의생에게 건네 산모를 위해 쓰라고 하였다.
그러나 인의의생의 진맥결과 천년하수오 하나만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기에 그가 가지고 있던 천년속단유에 극독인 학정홍을 첨가하여 마침내 치료를 하였다. 학정홍은 미세한 양으로 황소도 죽이는 극독이지만 잘 쓰면 또한 영약이 될 수도 있었다.
그 것을 영약으로 만드는 것은 천년속단유가 있기에 가능하였다. 천년속단유는 그 자체만으로는 내공증진이나 기력을 돋구지는 못하지만 심맥을 보호하고 상처를 아물게 하며 독한 성질의 약을 중화시키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영약을 복용할 시 영약의 성분을 잘 흡수하는 효과가 큰 약이기에 의가에서는 만병통치약이라고 할 만큼 귀중한 약이었다.
더구나 인의의생은 천하문에서 의가를 개축하는데 드는 비용을 지원받았기에 그러한 영약을 서슴없이 사용하였다. 그일을 결정한 천하문주의 손자이자 차기 주인이 될 지유성의 본부인이었기 때문이다.
하나 산모가 먹으면 모든 자양분은 아이에게 우선적으로 가기에 그 영약은 지성룡에게 우선적으로 갔고 아이가 받아들이지 못한 약의 일부만이 산모에게 사용되었다. 그랬기에 다 낫지 못하고 지성룡을 낳은 연후에 산후통에 시달리다가 십년만에 나이 서른을 갓 넘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결국 그 약의 성분은 거의 지성룡의 몸에 쌓여 있었기에 지성룡은 그동안 바보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구결을 외우게 하여 말을 많이 하자 그 동안 막힌 혈도와 경락의 일부가 목과 입 주변에서 먼저 풀렸고 외우려고 노력하다보니 뇌의 활동이 자극되어 자연스럽게 혈도와 경락이 열려갔던 것이다.
결정적으로 유운심법을 연마하자 막히거나 유통이 원활하지 않던 혈도와 경락이 하나둘 복구되어 뇌의 활동이 왕성해졌고 지유성이 아무것도 모르고 행한 열한가지 내공의 연마가 그의 몸을 개정대법을 한 효과를 불러 다른 사람이라면 몇 번이나 주화입마에 들 상황을 면하게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본시 영약이라는 것이 자연의 기운을 받아 자라는 것이기에 인간이 섭취하면 그 성분의 일부만을 받아들이고 대부분은 유실 되고 만다. 하나 아이는 태초의 원시 상태이기에 그 기운을 거의 빠짐없이 받아 들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천년하수오와 천년속단유, 학정홍의 성분은 거의 그의 몸 안에 축적되어 있었다. 그 것이 세맥과 골수 깊숙이 있었기에 누구도 몰랐던 것이다.
그랬던 것이 이년여간 연무를 하자 은연중에 그의 몸의 본신지기로 전환되었던 것이다.
그런 사정을 모르기에 지청현의 놀람은 당연하였다. 지청현이 놀라자 다른 사람들도 지성룡을 살폈고 하나같이 놀라고 말았다.
지성룡의 성취는 그들 오태상의 경지에 필적하는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그들 오태상의 놀람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지성룡은 괴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지성룡의 성취는 대단한 것이었다. 신공이 없다고 하여도 내공자체만으로도 이미 그 나이또래에서는 필적할 수준이 없을 만큼 강한 상태였다.
번갈아가면서 열사람이 살피자 그들이 왜 놀라는 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것은 지성룡이 아직 무공에 대하여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살피고 나자 지성룡은 다시 자기 자리에 앉았다.
“이 아이가 무슨 영약을 먹었는가?”
지청현이 궁금하여 지일광에게 물었다.
“그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손부가 천년하수오를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천년속단유와 학정홍도 같이 먹었는데 그 후 손부는 십년만에 죽었고 아마 그 약의 일부가 이아이에게 전해져 그 동안 체내에 잠복하였다가 무공을 접하자 본신지기로 전환된 것 같습니다.”
지일광의 말에 다소 이해가 되었지만 그래도 완전히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천하문의 문도들 중에 상당수가 영약을 복용하였지만 이런 효과를 본 것은 드물었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었으니 영약이라는 것을 복용한 후 효과는 영약의 성분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복용하여 얼마만큼 흡수하였는가가 중요하였고 그 후에 어떻게 효능을 살렸는가에 달린 것이었다.
지성룡의 몸 안에 잠복한 영약의 성분은 세맥과 골수에 머물면서 몸안의 기운들과 동화해 나가면서 자기증식이 일어난 것을 모르기에 그런 효과에 의문을 표한 것이다. 지성룡에 잠복한 영약의 성분이 골수에서 스스로 몸 안의 기운을 자양분으로 하여 이십여년간 커간 것이다. 이미 그의 몸 안에 흡수한 성분의 몇 배로 커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의 골수는 결국 영약을 생산하는 조직이 되었던 것이다.
“너는 열한가지 구결을 다 외우고 있느냐?”
“녜, 그러하옵니다.”
그 말에 다시 놀랐다. 이미 외웠다고 들었지만 전부 외우고 있는 줄은 몰랐다.
“하면 그 것들을 다 익혔느냐?”
“예, 다 익혔습니다.”
지성룡의 대답에 이미 본 사실이라 믿지 않을 수 없었다.
“하면 그 무공중에 심공도 다 익혔느냐?”
“예, 일단은 처음에는 다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일년전부터는 천하제일신공상에 있는 것만 아침저녁으로 운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겁법을 펼치는데도 이 심법을 사용하여 펼쳐도 큰 문제가 없기에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지성룡의 대답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하면 천하제일신공 상의 무공을 다 펼칠 수 있느냐?”
가장 궁금하기에 지청현은 물었다.
“아닙니다. 육초까지는 펼칠 그 수가 있습니다만 그 이후는 아직까지 펼칠 수가 없습니다. 물론 변초는 거의 시전이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본초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성룡의 말에 지청현이나 다른 사람들의 얼굴에 아쉬움이 어렸다.
하지만 그들로서는 육초나 펼쳤다고 하자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육초까지 삼성을 완성하였고 그 이후는 이성을 터득한 것에 불과하였지만 일초의 위력만으로 지금까지 여타의 검법의 위력을 능가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부터 우리 열사람은 너와 같이 숙식을 하면서 너를 지도하기로 하였다. 물론 너는 혼자 이만큼 터득하였으니 우리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같이 해보자.”
“녜,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황성의 소문주인 천지문의 천지쌍마에게 건네받은 두권의 서책을 받자 일단 필사를 하라고 지시하였다.
천지쌍마가 내놓은 천수장왕(千手掌王)의 천수경(千手經)과 창룡검제(創龍劍帝)의 창룡검결(創龍劍訣)이었다. 그녀는 그 책을 천하문에 전해줄 길을 찾았고 그 길을 발견하였다.
“들어와서 보고하여라.”
사황성의 조직은 사각 사당의 조직이 있었다. 사각은 천기각(天機閣), 풍운각(風雲閣), 도찰각(導察閣), 살각(殺閣)이고 사당은 내당(內堂), 재당(財堂), 외당(外堂), 청류당(淸柳堂)이었다.
천기각은 강호정세를 파악하고 무림의 중요 인물에 대한 감시나 정보 수집을 하였다. 풍운각은 사황성의 질질적인 무력을 관장하며 사단이라는 휘하의 조직을 가지고 있는데 도합 이천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조직이었다.
도찰각은 바로 사황성 휘하 조직을 감찰하고 형벌을 담당하는 조직이었다.
살각은 사황성에 위협이 되는 인물을 제거하는 조직이었다.
내당은 사황성 총단의 주요 살림을 관장하고 성주와 주요 간부들을 편안하게 살수 있는 살림을 하고 있으며 재당은 사황성의 주요 사업을 관리하고 있었다. 외당은 전 중원에 흩어져 있는 암흑조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그들에 대한 관리를 담당하고 있었다. 청류당은 중원에 존재하는 기루와 객잔에 대한 주된 관리를 하는데 재당에서 특별히 분리시킨 것이다.
하나 이런 공식적인 조직 외에 성주휘하의 비공식조직이 여럿이 있는데 그 중 소문주가 관리하는 밀영루가 그 중 하나였다.
밀영루는 사황성의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고 오직 사황성의 성주인 사마의 명만 들었는데 최근에 이에 대한 통수권을 영소혜에게 넘겨주었다.
“예”
밀영루는 바로 소문주인 영소혜가 기거하는 취화원(聚花園)이 바로 밀영루라고 할 수 있었다.
곧이어 오십정도 되어 보이는 문사차림의 인물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래 적당한 방법을 찾았느냐?”
“예, 그러하옵니다. 가장 적당한 방법을 찾았습니다. 천하문의 인물 중에 일단 소문주인 지유성에게 전달하기로 하였습니다. 전달하는 사람은 바로 그의 하인인 장추산입니다. 그는 부인이 죽기 일보직전에 지유성의 도움으로 살아났기에 제일 하인 중에서 충성스러운 자입니다. 더구나, 그는 글을 읽지 못하기에 만일 책을 건네 받는다면 무조건 지유성에게 바칠 인물입니다. 또한 책을 그 장추산에게 전달하는 방법은 장추산이 자주 가는 텃밭입니다. 그는 텃밭에 주로 채소를 심어 왔는데 곧 그 텃밭을 갈아서 파종을 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그가 텃밭을 갈 때 그 철함을 몰래 묻어둔다면 아무런 의심이 없이 전달될 것입니다.”
“그렇게만 하면 되겠느냐?”
영소혜는 너무나 미진하였다. 그렇게 한다면 전달이 되기는 하지만 그 서책을 획득하였다는 것을 무림맹에서 알기는 어려웠다.
“물론 이렇게 하는 것은 확실히 전달은 되겠지만 무림맹에서 알 수가 없게 됩니다. 바로 천기각과 천지문의 마영대를 이용하여 비급의 행방을 찾는 것입니다. 여기에 십년 전 우리손에 죽은 천리무영의 이름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 말에 영소혜는 미소를 지었다.
“좋은 생각입니다. 하면 천지문에서 잃어버린 것으로 해야겠구려.”
“물론입니다. 웅이산 도솔곡에서 잃어버린 것입니다. 바로 발굴하는 순간 몰래 잠입한 천리무영이 탈취하여 사라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천지문에 잠입시켜둔 밀정을 통해 이 소식을 알고 천리무영을 찾아 중간에서 비급을 강탈하려고 합니다. 마침 천리무영은 개봉으로 숨어들고 그곳에 책을 묻고 정주에서 우리에게 붙잡힙니다. 우리는 천리무영을 족쳐 비급을 개봉의 한 공터에 묻고 다른 사람에게 파가라고 비밀스러운 표기를 남겼다는 자백을 듣습니다. 그러나 이미 그 서책은 천하문으로 넘어가고 이 소식을 들은 우리는 모든 것을 없던 것으로 합니다. 하지만 천지문은 우리에게 천리무영을 넘기라고 하지만 천리무영은 자결을 하고 우리와 천지문은 반목을 합니다. 하나 이 소문은 천하에 퍼지고 한데 이것을 개봉에 있는 우리 밀영이 소문을 내서 천하문에서 이상한 책을 발굴하였다고 소문을 냅니다. 이것이 제가 만든 계획입니다.“
“일단 제가 천지문에 계획을 통보할 것이니 만반의 준비를 하시오.”
천리무영은 십년전에 사라진 도둑이었다. 하나 혼자 큰 도둑질을 하였지만 그 무리가 없어 항상 쫓겨 다녔다. 한데 천리무영은 북경의 한 장원을 털었는데 하필이면 그곳이 바로 사황성의 북경분타였다. 천리무영이 털어간 것 중에는 바로 북경 암흑가의 계보를 적은 서책이 있었고 거기에는 일반인이 알아서는 안될 내용이 있었다. 바로 조정의 대신들과 일어난 비밀스러운 거래가 담겨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사황성에서는 밀영루의 전 인원을 급파하여 천리무영을 잡아 물건을 회수하고 그를 총단으로 압송하였다.
그리고 천리무영은 결국 아무도 모르게 제거되고 말았다.
장추산은 이삼일 봄비가 오다가 개자 텃밭에 채소 씨앗을 파종하기 위해 괭이를 챙겨들고 텃밭으로 갔다. 그는 평생을 천하문을 위해 살아온 인물이었다. 그가 좀 바보스러운 면이 있지만 주인에 대한 충성심만은 누구 못 지 않았다.
어릴적 지유성의 하인으로 지내면서 지금까지 지유성을 위해 한시도 딴마음을 갖지 않았다. 허나 천성적으로 우둔하기에 하인들 사이에서도 별로 대접을 못받았지만 지유성도 그런 장추산을 감싸주면서 짝까지 지어주었고 부인이 큰 병에 걸려 눕자 삼백냥에 이르는 큰돈을 들여 약을 지어주어 살려주었다. 물론 지유성의 입장에서야 그 돈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삼백냥이라는 돈은 엄청난 돈이었다. 표국에 일류 표사가 받는 녹봉이 고작 한달에 열냥이니 삼백냥이라는 돈은 꼬박 이년반을 일해야 받을 수 있는 돈이었다.
그런 돈을 서슴없이 하녀를 위해 사용하자 하인들은 감격하였고 당사자인 장추산과 그부인은 그를 위해 더욱 충성심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그 시기가 지성룡의 어머니가 죽고 채 일년도 못된 시점이기에 그런 면도 있지만 어찌되었건 그 일이 있은 후부터 하인들은 지유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훨씬 달라졌다.
장추산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을 하였고 그렇기에 아예 지유성은 몇 개의 전답을 그에게 지으라고 맡겨버려 그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전답을 가꾸는 일 외에도 쉬지 않고 지유성의 장원을 쓸고 무엇이건 쉬지 않고 일을 하여 지유성에게 진 빚을 갚으려 하였다.
그가 채소를 심을 땅을 파고 있는데 이웃 큰 장원의 하인인 종팔이 나타났다. 여기서 큰장원이란 문주인 지용운의 장원으로 지유성이 결혼하여 이곳으로 오기전에는 장추산과 한 때는 같은 방에서 지내던 인물이었다.
“여보게 추산이 잘 지내지?”
종팔이가 길에서 소리를 쳤다. 장추산도 며칠간 보지 못했기에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물론이네.”
“수고하게나. 자네는 너무 몸을 아끼지 않고 일만 하니 걱정일세.”
장추산은 종팔의 말을 귀로 흘리며 사람 좋은 웃음만 지었다.
막 종팔과 대화를 마치고 괭이를 내리치자 괭이에 뭔가 닿는 느낌에 괭이를 놓치고 말았다.
“쨍”
하는 소리로 보건데 철판을 친 것 같았다. 장추산은 괭이를 들어 바닥을 파나갔다. 이미 밑에 뭔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조심스럽게 파보니 사방이 한자 정도 되는 철함이었다. 높이는 반자정도였다. 무엇이 들었나 궁금하여 열어보니 책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고 누군가 최근에 이것을 묻은 것 같았다.
장추산에게는 생각할 것이 없었다. 그저 생각나는 것은 이것을 지유성에게 가져다 주는 것만이 떠올랐다.
지유성은 점심을 먹으러 집에 들렸다가 자신의 처소로 찾아온 장추산을 만났다. 지용운은 어릴적부터 자신을 돌보아준 장추산을 하인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보다 불과 네살밖에 더 나이를 먹지 않았지만 이날 이때까지 음지에서 항상 자신을 위해 일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다른 하인들이 바보 멍청이라고 놀려도 본가에서 나올 때 그만은 데려왔었다.
그런 장추산이기에 그의 행동만은 총관에게 일러 자유롭게 하여주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 자신의 본분을 잊고 막되먹은 행동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장추산이 무엇인가 이상한 철함을 들고 오자 지유성은 궁금하였다.
“이게 무엇인가?”
“예, 소인이 오늘아침에 텃밭을 일구다가 땅속에서 판 것입니다. 이상하여 가져 왔습니다.”
지유성은 장추산이 철함을 건네자 받아 열어 보았다.
안에는 두 권의 책자가 있었다.
<천수경(千手經)>과 <창룡검결(創龍劍訣)>이었다. 지유성은 그 안의 내용을 읽다가 얼굴에 경악의 빛이 돌았다.
어제 저녁 들은 소식 때문에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웅이산에서 천지문이 천수장왕과 창룡검제의 은거지를 발견하고 막 그들의 유품인 두권의 무공비급을 회수하는 찰나 천리무영으로 보이는 도둑이 그것을 가로채 갔다는 것이다. 그일이 십여일전에 있었고 마영대가 천리무영의 뒤를 쫓아 낙양까지 이르렀다고 하였다. 한데 어제는 사황성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정주에서 천리무영을 비밀리에 잡아갔으며 그때 이미 천리무영은 비급을 어디로 빼돌렸는지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 천지문에서는 사황성에 천리무영을 넘겨달라고 요청을 하였는데 천리무영이 갑자기 자결하여 시체만 넘겨주게 되어 양 문파간에 상당한 분란이 예측된다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을 보고 받은 것이 어제였기에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
“아, 못보던 책이구려.”
“소인은 까막눈이라 잘 모르오니 이것을 도련님께서 보십시오.”
장추산은 지유성이 책에 관심을 보이자 책을 건네주고 나갔고 장추산은 까마득히 그일을 잊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