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독문무공-7화 (7/149)

제  목: [연재] 독문무공(7)

4. 갈등

“이 소식을 개봉쪽에서 보내왔다는 것이냐?”

무림맹의 대총사 제갈중명은 천기각의 제일밀령이 들고 온 서찰을 보다가 다시 한번 확인을 하였다.

“네, 그렇습니다. 천하문의 동태를 살피러 간 밀탐이 보낸 것입니다.”

<천하문이 이번 비무에 대비하여 비무대회의 대표를 선발할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에 대한 내용을 요약하여 보고합니다.

선발은 사월 이십일부터 자체비무를 통하여 선발합니다. 선발되는 인원은 다섯명의 배수인 열명으로 하며 그대상은 천하문도중에 내년 중추절을 기준으로 삼십오세 이하로 한정하였습니다. 또한 이번 선발 외에도 선발되지 않은 인원을 대상으로하여 매달 이십일에 다섯명씩을 선발한다고 발표를 하였습니다.

또한 이렇게 선발된 인원은 따로 특별훈련을 통하여 비무시까지 무공을 증진시킨다는 것도 발표되었습니다.

최종으로 대표는 내년 오월초에 그 동안 선발된 인원 중에서 최종으로 열명을 확정한다고 합니다.

이런 계획이 천하문도들 사이에 공표되어 대상이 되는 모든 인원들이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서찰을 다 읽은 제갈중명의 얼굴은 한 순간에 구겨지고 말았다.

그 서찰에는 천하문에 선수를 당하였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필승의 조건에서 한가지를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바로 삼십오세로 한정한 연령 때문이었다.

삼십오세라는 나이가 갖는 의미였다. 삼십오세라는 나이가 일반적으로 어떤 무공을 완성하기에는 애매한 나이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 나이에 무공을 완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였다.

그 나이 때까지는 어느 문파나 무공의 고하가 큰 차이가 없었다. 대부분 그 나이 이후에 우열이 판단되었다. 그 나이이후에도 계속 경지를 높이느냐 아니면 정체하느냐가 상승무공과 다른 무공과의 차이였다.

천하문이 먼저 선수를 치고 나온 것이다.

천하문이 삼십오세 이하로 한정을 하였기에 오대문파도 삼십오세로 한정을 하여야 하였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결국 오대 문파가 비무에 이겨도 이겼다고 할 수가 없었다.

‘당했다. 선수를 쳤어야 했는데 안일하게 생각하였다. 사십세로 한다면은 필승인 것을 삼십오세로 함으로서 삼할의 승률이 사라지고 말았다.’

삼십오세의 나이는 오대문파의 실정상 최고무공을 익혀 완성하기에는 이른 나이였다. 결국 이삼위 무공을 완성을 앞두거나 최고 무공을 이제 입문하는 나이였다. 즉 오년정도의 시간으로 그들은 최고의 무공을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천하문과 큰 차이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삼십오세 이후 끊임없이 발전하느냐 아니면 정체하느냐가 무인들에게는 중요한 요소였다. 그 나이에 이를 때까지는 무공의 고하보다는 개인의 자질이 얼마나 뛰어나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였다. 결국 이렇게 함므로써 오대문파가 가진 무공의 우위가 상당히 사라진 것이다.

이미 천하문이 삼십오세로 발표하여 준비하는 마당에 다른 나이로 옮기자고 주장하는 것은 늦었기에 바꿀 수가 없는 일이다. 물론 바꾸자면 바꿀수도 있지만 그렇게 바꾸는 것은 이 비무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되고 세간에 너무 일방적으로 오대문파가 독주하는 느낌을 줄 것이었다. 그렇게 하여 비무에 이긴들 아무 소용이 없었다.

‘천하문의 대응이 만만치가 않구나. 이렇게 된다면 생각을 다소 바꾸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저 오대문파가 비무를 통하여 이기기만을 기다리다가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는가?’

그러다가 제갈중명은 갑자기 얼굴이 변하였다.

‘만일 오대문파가 지게된다면?’

그런 생각을 하다가 제갈중명은 다시 얼굴을 바꾸었다.

‘그것은 무림맹이나 본가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세가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세가들의 기반은 상업에 있다. 그런데 만일 천하문이 이긴다면 일차적인 피해자는 구파일방이 아니라 세가이고 본가도 피해를 당하게 된다. 그들이 무림맹에 가입을 하게 된다면 그들이 하남성 밖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을 수가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본가도 어렵게 된다. 우리가 있는 제남은 바로 천하문에 의해 잠식될 것이다.’

제갈중명은 얼굴을 찌푸렸다. 오대문파가 지게되면 오대문파가 잃는 것은 위신이었지만 자신들은 실리를 뺏기에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본가는 오히려 천하문의 영향으로 위축될 것이다. 어찌되었건 오대문파가 이겨야 한다. 이 내용이 이미 오대문파에 알려졌을 것이니 일단 그들의 대응을 지켜보도록 하는 것이 좋겠군.’

무림맹주인 청명도장은 전전대 무당의 장문인이었다. 삼도의 일인으로 무림맹주 자리를 구순의 나이에 맡아 십오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물러나려고 하였지만 아직도 만류하는 사람들 때문에 어쩔 수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더구나 삼도의 다른 사람들이 한사코 맹주의 자리를 내놓는 것을 만류하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무림맹의 일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지 않은 것은 무림맹주가 되면서부터였다. 그 동안의 무림맹에 관련된 대소사는 대총사인 만박노인이 각파의 장문인들과 협의하여 처리하였다.

이번 오대문파와 천하문의 일도 사실 그는 방관하였다. 그저 그러려니 하고 듣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밑의 사람들이 수근대는 것을 듣다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큰일이 벌어지는 것을 깨달았다.

‘천하문과 오대문파가 결국 비무를 하여 무공의 사용여부를 결정한다. 물론 사소한 일일 수도 있지만 만일 오대문파가 말 그대로 한판이라도 진다면 무림맹에 천하문이 들어오게 되고 무림맹은 혼란에 휩싸일 것이 아닌가?’

청명도장은 방관만 하기에는 일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다.

‘더구나 속가 제자이지만 지사형은 무당에 있을 때부터 나보다 더 뛰어난 무재였다. 속가 제자가 아니었다면 무당의 장문자리는 지사형이 차지하였을 것이다. 더구나 지사형의 제일 무서운 점은 만인을 압도하는 위엄과 지혜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지사형을 너무나 얕보고 성급하게 일을 하는 것이 아니지 모르겠구나. 지난 칠십년간 오대문파의 핍박을 받으면서도 지금의 성세를 이룩한 지사형이다.’

청명도장은 그런 생각이 들자 맡겨놓고 있기에는 불안하였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무림맹의 일을 아랫 사람들에게 맡기다가 이일만 관여할 수도 없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자신은 상징적인 존재였다. 자기가 나서서 할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저 놔두어도 알아서 돌아가기에 지켜보았던 것이다. 나서서 한다면 막을 인물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냥 두었던 것이다. 한데 너무 성급하게 정면대결을 추진하고 있었다.

‘제갈총사는 야망이 큰 인물이다. 그가 이번 일에 배후에 있을 것이다. 그가 오대문파에 동조하여 일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다고 그들의 기세를 꺾을 수 있을까? 나는 태을자 이래로 이루어지는 천하문에 대한 고립을 반대하지만 그것을 반대하다가 일어날 반발 때문에 그대로 두었다. 무림맹과 천하문과의 반목을 조금 어렵더라도 일찌감치 해결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는구나. 태을자 사후에 일을 추진하려고 하였는데 제갈총사가 일을 그르치고 마는구나.’

사실 청명도장으로서는 자신보다 반배분 정도 위이고 나이도 일곱살 위의 연장자인 태을자가 항상 껄끄러웠다. 물론 동배인 종남의 정해도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아직도 무림맹에 미치는 영향은 청명자에 못지 않았다.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기에 천하문과의 갈등을 그대로 방치한 것이다.

‘이대로 방치하는 것이 최상의 수이겠구나. 태을자나 종남의 정해도장은 아직도 문파의 일에 관여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은 그들이 져야 하겠지.’

청명도장은 예의 무심한 얼굴이 되었다.

무림맹에 와있는 오대문파의 장로들은 천하문에서 대표를 선발하는 계획을 듣고 급히 모였다. 무당의 운산도인, 화산의 명륜도인, 아미의 복호선사, 종남의 진해도장, 청성의 유현도장은 무당의 운산도인의 거처에서 회합을 갖고 있었다.

“그들이 삼십오세 이하로 나이를 먼저 한정하였소. 이렇게 되면 우리의 계획에 상당한 자질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오?”

그말에 그들은 입맛이 썼다. 삼십오세라는 것이 오대검파의 비무대회에 출전하는 나이 제한 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자신들끼리 하는 비무대회에 사용하는 연령을 원용하였다는 점에서 자신들의 우위를 확보하였다고 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들에게 있어서 그 것은 승산을 절반이나 날려버리는 것이었다.

결국 장로나 일대제자의 선두를 제외하고 비무를 하자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오대문파에서 하는 비무대회가 축제일 수 있는 것은 무공의 고하가 아니라 후기지수들의 자질을 비교하고 친목을 다지는 자리이기에 가능하였다. 만일 삼십오세가 아니라 사십세로 하였다면 그 자리는 사활을 건 전쟁터가 되어 버렸을 것이다. 그만큼 다섯살의 나이차이는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주요문파는 삼십오세 전후에서 장령제자와 차대 장로가 될 제자를 결정하였고 장령제자의 나이가 오십에 이르면 자리를 넘겨주었다.

결국 마흔이 되면 그들은 문파의 최고 무공을 어느 정도 성숙한 수준에 근접하게 익히게 되었다. 그 이전이 자질의 싸움이라면 그 이후는 무공의 고하가 확연히 드러나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결국 천하문의 의도를 그들도 파악한 것이다. 생각치 못한 상태에서 선수를 내주고 만 것이다.

“결국 우리나 그들이나 대등한 조건에서 싸우는 것이 되어 버렸소. 결국 우리의 필승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게 되었다는 것이 아니오?”

그때 화산의 명륜도인이 나섰다.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각 문파가 오대오로 싸운다면 그렇지만 각 문파의 최고 고수 일인의 싸움이오. 그들은 착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오. 우리화산만 하여도 매화칠식을 대성하고 이미 매화칠절를 익히는 제자가 그 나이에 세명이나 있습니다. 또한 무당도 제유라는 후기지수가 태극혜검을 벌써 팔성이나 익혔다고 들었소. 그것은 아미나 종남, 청성도 마찬가지가 아니오. 이미 그들의 무공은 장로들에 필적한다고 들었소.”

그렇게 명륜도인이 말을 하자 그들의 얼굴이 다소나마 펴졌다.

“우리가 걱정할 문제는 바로 의외의 복병입니다. 그들도 지난 칠십여년간 놀고 있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오. 사조님이 이일에 대하여 걱정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합니다. 만일 그들이 혹시라도 독문무공을 완성하지 않을까 주시하라고 하였소이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그것입니다.”

명륜도인의 말에 펴졌던 얼굴에 다시 긴장의 빛이 떠올랐다.

“우리의 무공은 너무나 알려져 있소. 그들은 우리 무공의 원류를 속속들이 알고 있고 그것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소이다. 그 점이 그 어른께서 걱정하는 것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그들은 더 이상의 논의를 할 필요를 못 느껴 해산하고 말았다.

지성룡이 지유성과 같이 다음날 청명원에 아침 일찍 찾아갔다.

그간 지성룡이 머물던 청운각에 다시 찾아갔다. 그곳에서 어른들이 나와 찾기를 기다렸다.

지성룡은 지난 밤에 잠을 못이루고 계속 생각에 잠겼다. 괜히 신중하게 처신하지 못한 자신을 질책하기도 하였다. 어느 정도 완성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찌감치 알려서 주목을 받게 되자 곤혹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동안 혼자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혼자 고민하던 것을 집안어른들에게 이 기회에 물어볼 수도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기도 하였다. 자신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어느 순간 바뀌었다는 것이 또한 즐겁기도 하였다.

당장 형제들의 시선이 그 일을 모르기 전에는 그저 걱정스러운 눈길을 주다가 오늘은 자신이 간다고 하자 모두 대문밖으로 나와서 전송을 하였다.

그런 사실이 즐겁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번거로움을 생각하자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자, 가자.”

사시가 되자 하인이 와서 어른들이 찾는다고 전갈을 하였다.

청명원의 대전 앞에는 오십여명의 노인들이 모여 있었다. 일대와 이대만 합친 인원이었다.

지성룡의 검술을 보기 위한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대전 앞 뜰에 모인 것이다.

지성룡은 어른들을 보자 예를 표했다. 지유성도 그 옆에 있었다.

지유성은 이미 이들의 의도를 알기에 자신의 허리에 매고 있건 검을 풀어 지성룡에게 주었다. 지성룡은 검을 받자 당황스러웠지만 허리에 매고 대전 앞 공터로 나갔다.

평상시에 청명헌에 진검 뿐이 없어 진검으로 연습하였기에 진검이 오히려 목검보다 느낌이 익숙하였다.

지성룡은 일단 몸풀기 체조부터 하기 시작하였다. 이왕 어른들이 보고 있기에 최고의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자신이 최초에 배운 유운심법도 아니고 다른 어떤 운기법도 아닌 자신만의 운기법으로 호흡을 가다듬었다. 굳이 말한다면 천하제일신공상의 운기법을 좀더 가다듬은 자신만의 독문심법이었다.

그가 대전 한가운데 서자 모두들의 시선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기 시작하였다. 뭇사람들의 시선이 한순간에 쏟아지자 지성룡은 긴장이 되었지만 다시 한번 호흡을 고르게 하고 단전에 모여있는 기운을 온몸으로 골고루 보내었다. 일단 상단자세의 기수식을 취한 후에 몸풀기 체조를 실시하였다. 그가 몸풀기 체조를 시작하자 차츰 긴장되었던 몸이 풀어지고 차츰 주변을 잊어갔다. 그렇게 삼십육개의 동작을 마치는 순식간에 그의 얼굴은 마치 득도한 고승처럼 처음의 상기된 표정이 사라지고 평안하여졌다. 첫번째와는 확연히 속도가 빨라졌고 그 자세도 훨씬 안정되어 갔고 처음에는 다소 거칠던 숨소리가 이제는 들리지도 않게 낮아졌다. 지성룡은 온몸에 팽창되는 기운을 깊숙이 뱃속 아래고 끌어내렸다. 이 내공심법을 운기할 때마다 온몸이 터질듯이 팽창하였다. 만일 그렇게 놔두면 무한정 폭주하기에 항상 조심을 하여야 했다. 그러나 한시진 넘게 지나면 오히려 온몸이 편안해지고 억제했던 진기가 다시 돌아 심신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진검으로 시전하자 속도는 어제보다 훨씬 바르게 전개되었다. 목검은 가볍고 약하기에 오히려 진기를 주입하여 시전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어제는 처음으로 목검으로 연무를 했기 때문에 진기조절에 상당히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지유성은 처음에는 지성룡이 긴장하여 폭주하는 것 같아 불안하였지만 자세는 어제보다 오히려 훨씬 더 안정되었고 어제는 보이지 않던 검기가 이차에 접어들면서 나타나자 어제는 진기를 거의 싣지 않고 운용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구나 청명원에는 목검이 없다는 생각이 미치자 불안하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삼차로 접어들자 간간이 나타나던 검기가 이제는 연결동작에도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 속도는 어제에 이미 최고로 보여주었던 속도를 능가하고 있었다. 이제는 현란한 한 마리의 학이 노니는 것 같았다.

어느 사이엔가 문주와 부문주들도 와서 보고 있었다.

사차로 접어들었을 때에는 번쩍이던 검기가 이제는 푸른빛으로 돌기 시작하였다.

“절정검기라니?”

누군가 나직이 신음성을 흘렸다. 검기의 단계에서 최고의 검기였다.

검기라는 것은 소약에 나타나는 검기가 있고 대약의 단계에서 나타나는 검기가 있으며 절정의 단계에서 나타나는 검기가 있는데 모두 달랐다.

소약의 단계에서 나타나는 검기를 진무검기(眞無劍氣)라고하여 줄여서 무검기라고도 불렀다. 그것은 검기라고 하여도 그저 빛이 날뿐 거의 위력이 없었다. 물론 내공이 성숙하여 감에 따라 조금씩 위력이 증가하지만 소처음에는 거의 위력이 없었다. 다음으로 진성검기(眞成劍氣)라고하여 대약의 단계에서 나타나는데 어느 정도 기운이 있어 세자정도의 거리에서는 상당한 위력이 발휘되었다. 만일 삼척장검이 있다면 여섯자 밖에서도 상대를 바로 검으로 공격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절정의 단계에 이르면 검기가 푸른빛을 내는데 그런 검기를 절정검기(絶頂劍氣)라고 하였다.

그런 검기가 본 동작을 시전할 때면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속도는 눈으로 쫓기에는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렇게 오차로 접어들자 연결동작마저 절정검기가 사라지지 않고 맴을 돌고 있었다.

그렇게 준비체조만으로 장내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보통 준비체조만으로 이 각여를 사용하는데 지성룡은 일각도 못 소요하여 마치고 유운검법으로 들어갔다.

지유성은 어제의 모습과 다른 지성룡을 보면서 다시 한번 놀랐다. 목검과 진검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어제는 그저 진기를 운용하더라도 가장 낮게 운용한 반면 오늘은 최적의 단계로 운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유운검법을 시전하는 것을 보던 사람들은 가장 어려운 동작만을 하고 지나가자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렇게 오대검법이 지나가는데 이각이 못걸리고 새로이 창안한 무공에 들어가자 장내는 숨쉬는 소리도 없이 조용하여 졌다. 이미 절정검기는 계속하여 자라나 이제 일장안을 휘감고 있었다.

이제 그 동안 가장 궁금하였던 새로운 무공으로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시전한 것은 장내의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이고 진짜는 지금부터였기 때문이었다.

지성룡이 시전한 것은 천하오관을 통과하고 난 사람이라면 얻는 경지였다.

그렇기에 그 나이에 대단한 것이긴 하지만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다.

지성룡이 다시 유운류라 이름 붙여진 무공을 시전하자 장내의 노인들은 눈을 부릅뜨고 보았다. 완성되었다고 할 자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최고의 무공이라고 생각하였던 무공이었다.

아직 완성을 못하였기에 펼칠 자신은 없지만 지성룡이 펼치자 기쁘기 한량이 없었다.

지성룡은 새로 창안한 무공을 펼치면서 일성의 공력을 높였다. 만일 지금과 같은 공력으로 펼치면 오히려 속도가 떨어지고 지금까지의 리듬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다시 한단계 속도가 올라가고 마치 손과 몸이 기형인이 미쳐 칼을 휘두르듯이 검이 움직였다.

그것은 새로 창안한 무공에서 일반적인 변초들을 생략해버리고 그저 어려운 변초들 몇 개만 전개하고 본초를 전개하기 때문에 마치 미친 사람이 발광하듯이 보인 것이다.

최초 일초식의 본초식을 전개하자 모두들 경악의 눈이 되었다.

그것은 자신들의 경지를 뛰어넘거나 근접하였기 때문이고 그것으로 공격을 받았을 때 막을 방도가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흔히 인간이라면 어느 정도 전개할 수 있는 검의 한게가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였기 때문이다. 상식을 뒤집는 검의 방향과 흐름은 예측이 불가능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경악하는 그들과는 별개로 지성룡은 마치 발광하듯이 검을 내뻗고 휘두르면서 빠르게 전개하였다.

그렇게 일각이 조금 지나자 다시 새로이 창안한 무공을 다 펼쳤다. 일부의 눈에는 감격에 겨워 눈물까지 맺히고 있었다.

바야흐로 가장 핵심인 천하제일신공으로 넘어가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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