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연재] 독문무공(2)
2. 청명관(淸明館)의 독문무공
천하문의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건물은 중앙에 자리잡은 천하전(天河展)이었다. 천하전은 삼층짜리 거대한 건물로 한면의 길이가 삼십장에 이르는 웅장한 건물이었다.
이곳은 천하문의 모든 대소사가 결정되고 삼대기업의 우두머리들의 집무실이 있었다.
천하문의 문주의 집무실이 있으며 네 부문주들의 집무실이 있으며 천하문의 중요 간부의 집무실도 있었다.
하나, 이런 천하전의 권위를 능가하는 곳이 있으니 청명관(淸明館)이었다.
청명관은 천하문의 뒤쪽 동산에 있는 별관이었다. 이곳은 바로 전대문주와 부문주들 및 은퇴한 노인들이 머물면서 소일하는 곳이었다.
이곳이 그런 곳인만큼 다른 사람들은 천하전이 제일 높은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오대속가의 인물들은 천하전에서 결정하지 못하는 중요한 문제는 청명관에서 결정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즉 일대, 이대 문주와 부문주들이 머무는 청명관이야 말로 천하문의 최고 권력기관이었다.
현재 문주와 부문주는 이들의 심부름꾼이라는 말이 맞을 만큼 아직도 이들의 권위는 무소불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청명관의 관주는 지청현이 맞고 있는데 천하문의 태상문주령이라는 것을 만들어 버렸다.
즉 태상문주와 태상장로라는 직책으로 물러났던 것이다. 그 후 지금의 문주들이 물러나자 그들을 다시 청명관의 한쪽으로 불러들여 오원을 지키는 오원주로 만든 것이다.
오원이란 독문무공을 연구하는 다섯개의 독문무공 창안조직이었다. 오원에는 현직에서 물러나는 이대와 삼대의 인물들을 소속시켜서 무공을 연구하게 만든 것이다.
지청현과 다른 네명의 태상들이 이대문주를 오원으로 불러들인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그대로 밖에 머물 경우 어떻게든 천하문의 일에 관여할 소지가 있기에 오원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그들을 묶어 놓은 것이다.
만일 노인들이 밖에서 문주와 부문주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혼란이 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청명관은 천하문 최고의 권부이며 은퇴한 천하문 원로(元老)들의 모임이 되었다.
또한 그들에게 독문무공을 창안하게 만든 것은 은퇴한 이후에 나태해져 무공을 소홀히 하지 못하도록 하고 그간 그들이 익힌 무공을 발전시키도록 하기 위해서 였다.
결국 이런 청명관의 조직은 오대 속가의 가장 선임이 오태상을 맡고 다음 선임이 오원의 원주가 되도록 만든 것으로 조직의 안정을 위한 조치였다.
현직에서 물러난 노인들에게 할 일을 마련해줌과 동시에 조직의 혼란을 없애는 적절한 조치였다. 또한 현직에 있는 후손들에게 어른들이 지켜본다는 것을 인식시켜 경각심을 가지게 하는 효과를 주고 있었다.
결국 청명관은 천하문 속에 또 다른 세력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청명관 가운데 있는 태상전에서는 열한명의 인물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오태상과 오대원주였다. 그리고 한 인물은 바로 천하문의 차차대 문주로 지명된 하남제일룡(河南第一龍) 지연룡(池淵龍)이었다.
“그간 우리가 연구한 독문 무공은 모두 다섯가지 입니다. 바로 다섯 어른들로부터 나온 무공을 바탕으로 만든 것입니다.”
오대원주의 수좌인 지일광(池日光)이 말을 하였다.
“일단 우리가 완성한 무공은 아직까지 완성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일단 무공의 이름에 류(類)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하였습니다. 따라서 지금부터 각 가문의 후기지수 다섯씩을 청명관으로 불러들여 무공을 전수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말을 하는 동안 한쪽 구석에 앉은 지연룡은 그 말들을 기록하고 있었다.
지청현은 천하문의 차기 소문주로 지명 받은 이후에 청명관에서 서기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일단 우리가 다섯에게 무공을 전수하여 익히는 과정에서 보완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대상들은 이미 본인들에게 다음달 초까지 청명관의 청운각에 들어오라고 통보가 끝났습니다. 그 대상자는 열둘에서 십팔세 미만의 오대손들입니다.”
그 말을 하고 지일광은 다섯장의 문서를 오태상들에게 건넸다.
모두 그 문서를 훑어보고 있었다. 거기에는 기재들의 신상내력이 적어져 있었다.
그 글을 보던 오태상의 미간이 찌푸려 졌다.
“지성룡(池成龍)이 들어가다니 어찌된 일이냐?”
지청현의 질문에 오원주의 얼굴은 핼쓱하니 변하였다.
우선 여기에서 삼십년전에 일어난 사고에 대하여 짚어보아야 한다. 독문무공의 창안은 이미 삼십년전에도 시도를 하였다. 하지만 삼십년전의 시도는 무참한 실패로 돌아갔고 그후에 십년전까지는 독문무공의 창안에 대하여는 금기시하였다.
오태상이 사십년전에 문주직에서 물러나 청명관에 머물면서 한 일이 바로 독문무공의 창안이었다. 그러나, 오태상들은 무공을 가르쳐 주는대로 익히면서 자연스럽게 무공을 익혔지 창안해보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나름대로 십년간 연구하여 천하제일신공(天下第一神功)이라고 만든 무공이 있었다. 그것은 그 당시 오태상이 가지고 있던 무공을 조합한 것에 불과하였고 그것을 실험적으로 지금의 문주의 동생인 지상운(池尙雲)에게 전수하였다. 그 결과 지상운은 주화입마(走火入魔)를 당하여 반신불수(半身不垂)의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다행히 황산 태백거에 머물던 황산의가에 데려가서 치료를 하였기에 병신이 되는 것은 면하였지만 단전이 파괴되어 다시는 무공을 익힐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지상운은 그덕에 그 후 학문에 매진하였고 지금은 천하서원의 원주가 될만큼 학문의 경지가 높아졌지만 어찌되었건 지상운은 오태상들에게는 실패의 증거로서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하니 새로운 무공을 창안하여 새로이 익히는 자리에 자식을 보내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식들과 손자들을 협박하여 지금의 명단에 나온 애들이 선출된 것이다.
그런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오태상은 그 글을 보다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글에 적힌 아이들은 가문에서 가장 내놓은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는 손자들이 워낙 많다보니 잘 모르지만 지성룡만은 출생이나 신분 때문에 잘 알려지게 되었다. 그들이 아는 지성룡은 천자문도 떼지 못한 바보였기 때문이다.
지성룡은 바보천치였다. 지금의 문주인 지용운(池溶雲)의 손자로서 소문주로 지명받은 지연룡의 바로 밑 동생이었다.
지성룡이 나기 두 달 전에 산모가 하혈을 하고 몹시 앓았다. 그러다 보니 산모를 살리자는 생각에 독한 약을 많이 먹였다. 그러나, 그렇게 독한 약을 사용하였어도 지성룡은 떨어지지 않고 용케 버티다가 열달을 채우고 세상에 나왔고 건강하였다. 그러나, 일년이 지나고서야 그 아이가 바보라는 것을 알았다. 아이 때는 몰랐는데 커가면서 귀도 밝지 못하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다행이라면 다섯살이 되어서야 그저 갓난아이 정도의 말을 하였고 차츰 말문이 트여 이제 열다섯이 되었는데 일곱살바기 아이정도로 말을 한다는 것이었다.
지성룡을 제외한 아이들의 면면도 지성룡에 못지 않은 가문의 쓰레기(?)들이었다. 모두가 바보이거나 별로 촉망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였다.
오원주로서도 자신들이 창안한 무공이 다른 오태상과 다른 무공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표본이 있는 상황에서 아들들에게 멀쩡한 아이를 보내라고 강요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보니 결국 쓰레기 집합장이 되고 말았다.
“결국 이런 짓꺼리를 하도록 놔두어야 한단 말인가?”
그러나, 다른 일이라면 큰소리를 칠 것이지만 오태상들도 그들의 업보가 있기에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종이를 구기는 것으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였다.
지성룡은 청명관에서 물러나오면서 동생을 대신하여 자기가 그 자리에 가고 싶었다.
할아버지나 아버지의 지엄한 명령 때문에 그런 내색을 못하였지만 이일은 이렇게 해서는 안되는 문제였다.
청명관 생활이 이제 일년이 지났지만 고조부와 증조부들의 관계를 보면서 놀람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나이가 여든이 된 증조부들은 고조부들 앞에 서면 고양이 앞의 쥐처럼 쩔쩔매고 있었다. 그리고,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하고 있었다. 그만큼 고조부들의 권위는 대단하였다.
독문무공의 창안에 대하여 일일이 간섭하여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달에 한번씩 증조부들을 닥달하였다. 그리고, 한달 전에야 겨우 독문무공이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번 익혀보게 하라는 승락이 떨어졌다.
그 승락이 떨어지자 그 소식은 오대 가문을 초긴장의 상태로 몰고 갔다.
그들은 그일에 참여하면 모두 반신불수가 되어 버린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기 자식만은 거기에 참여 시키지 않으려고 하였다. 결국 가장 무공을 익히지 못힐 것 같은 아이들을 선발하자는 문주와 부문주들의 합의에 의하여 현재의 아이들이 선출된 것이다.
무공을 못 익힌다고 후손들을 윗분들이 죽이기야 하겠냐는 생각에 글도 제대로 못읽는 아이들을 선발한 것이다.
원주들도 아버지들의 성화에 못이겨서 하는 일이기에 아들들의 괘씸한 짓거리들을 눈을 질끈감고 용납하고 말았다. 이일에 관하여는 아무리 불 같은 성격을 가진 노인들이지만 넘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일이 이렇게 된 데는 그 노친네들의 업보가 있기 때문이다.
사월초, 청명관의 청운각은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모이다보니 여기저기 싸우는 소리가 들리고 수선스러웠다. 이일을 위해 한달전에 급조하여 건립한 청운각은 스물다섯개의 방과 다섯개의 연무관이 있었다.
청운강에 모인 아이들을 바라보는 오대 원주의 얼굴에는 걱정스러움이 가득하였다.
각기 다섯아이들을 자신들이 장안한 오대가문의 무공을 전수하여 그 위력을 입증하여야 했다.
극성스러운 노인들 때문에 여든의 나이에 이짓을 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마음뿐이지 겉으로는 표출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동생들과 아들들, 조카들을 총동원하여 오태상의 명령에 따르고자 십년간 시달리면서 지금의 무공을 기초로 새로운 무공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무공을 익히게 하여 위력이 지금의 무공보다 월등하고 새로운 무공이라고 입증하여야 했다.
지가의 무공은 유운류(流雲類)라 칭한 유운십이검과 유운심공을 하나로 합친 무공이었다.
지금까지 유운검법은 무당의 유운십오검을 기본으로 하여 만들어진 것이기에 실질적으로는 유운십오검의 후반 삼초식이 없는 형태였다. 백오십년전 태청검법을 대성한 유운자(流雲子)는 태청검법을 기반으로 유운십오검을 창안하였다. 그 위력이 무당 최고의 검법이라는 태극혜검에 필적하는 무공이었다. 또한 태청심공을 발전시켜 유운심공을 전수하였다.
태극혜검이 장문인과 일부 극소수의 인물들에게만 개방된 반면 유운십오검은 직계제자 누구라도 익히게 하였고 속가제자도 유운심공과 유운십오검의 후반 삼식을 제외한 모든 것을 익히게 만들었다.
이렇게 한 이유는 당시 무당의 태극혜검을 익히는 존재는 몇이 되지 않았고 제자들이 태청검법만을 익히게 하기에는 제자들이 너무 약했기 때문이다.
또한 태청검법이 태극혜검에 약하듯이 유운십오검도 태극혜검에는 상극이라 제자들이 익혀도 장문인의 권위에 도전할 위험도 적었다. 그렇기에 유운십오검은 오히려 태극혜검보다도 더 무당의 검법으로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런 유운심공와 유운검법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였고 이제 그 성과를 볼 때가 되었지만 선대의 업보로 시작부터 어렵게 된 것이다.
다른 가문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이 오대문파의 이삼위 무공을 약간씩 변형하여 오대조사의 심득을 더하여 변형되었지만 오대검파의 무공이 가지는 특성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지금까지 오태상이 오대문파의 고수들과 겨루어 보지는 않았기에 그들의 무공이 약하다고는 못하지만 그들 문파의 일위무공을 능가하는 무공을 가지고 있다고 장담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파운류(破雲類)는 파운검법(破雲劍法)과 파운신공(破雲神功)을 하나로 합쳤으며,
형의검(衡意類)는 형의십검(衡意十劍)과 형의심공(衡意心功)을 하나로 합쳤으며,
난파검(蘭破類)는 난파칠식(蘭破七式)과 난파검공(蘭破劍功)을 하나로 합쳤으며
비조검(飛鳥류)는 비조구식(飛鳥九式)과 복마심공(伏魔心功)을 하나로 합쳤다.
하나, 이런 무공이 변형을 시켰기에 누구도 위력이나 안전성에 대하여는 믿을 수 없었다. 어찌보면 근본 무공과 다른 독창적인 무공을 만들다 보니 상극적인 요소도 들어가게 되어 위험 천만한 무공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 이유는 오태상의 요구조건을 맞추다 보니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된 것이다. 오원주들도 자신들이 창안한 무공이 안전하다고 자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보물처럼 간직되는 천하제일신공(天下第一神功)보다는 살인적(?)이지는 않지만 아직도 위험한 요소는 다분히 있는 무공이었다.
실로 주화입마 걸리기 딱 알맞은 무공이라는 것이 오태상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중론이었다. 워낙 닥달하기에 머리를 굴려 만든 무공이지만 오원주들은 새로 창안한 무공을 볼 때마다 엉엉 울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오태상들의 한이야 이해하지만 지금의 사람들은 무림맹을 이제는 거꾸로 무시하자는 조류도 생겨나고 굳이 무림의 문파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다. 무림맹에 들건 들지 못하건 하등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 대문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누구도 입 밖으로 함부로 표현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삼십년전의 일이 밖으로 알려져 천하문은 한때 천하의 조롱거리가 되기도 하였다.
지성룡은 영문도 모른체 아버지가 여기에서 앞으로 한동안 지내야 한다는 말에 청운각에 들어오게 되었다.
자신 또래의 아이들이 모여있자 그는 신이났다. 평상시에는 누구도 자신 곁에는 오지않아 쓸쓸하였는데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신나는 기분도 잠시였다.
한시진도 못가서 지성룡은 또다시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
그곳에 모인 스물네명의 아이들의 공통된 생각 때문이었다.
‘바보, 천치에도 격이 있다. 바보라도 다 같은 바보가 아니다.’
이런 공통된 생각에 모두들 지성룡을 따돌림한 것이다.
그들은 바보이고 멍청이라고 칭해지지만 지성룡과는 격이 다른 바보이고 멍청이인 것이었다.
결국 스물네명의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난리를 피우고 놀았지만 지성룡만은 끼워주지 않은 것이다.
다섯명의 아이들씩 가문의 어른들에게 연무관으로 불려갔다.
아이들은 아무리 그래도 가전 무공 몇 수는 할 줄아는 아이들이었다. 순수하게 바보는 지성룡뿐이었다.
그들이 바보라고 칭해지지만 집안의 어른들이기에 눈치만 볼뿐 장난은 못하였다.
그들은 첫날부터 유운류의 구결을 외우도록 무조건 교육받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자리에 앉아서 집안 어른들이 읽어주는 대로 구결을 따라서 외우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오원주들이 오태상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었다. 어찌되었건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고 아이들에게 글자부터 하나하나 가르친다는 것은 요원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그저 구결을 큰소리로 따라 읽게 만들어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다.
바보들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하자 큰소리로 따라 읽으니 뭔가 하는 것 같았다.
지성룡은 다른 사람들이 크게 읽자 자기도 따라 외우기 시작하였다. 그저 아무 뜻도 모르고 옆에 앉은 아이들이 하자 따라서 말하기 시작하였다.
지성룡에게는 이런 목청훈련이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지금까지 말을 하였지만 그것은 밥먹고 싶어 수준의 말이 전부인데 어려운 구결을 부정확하지만 따라 읽다보니 발성훈련이 된 것이다.
다른 아이들은 오원주의 술책에 의해 구결만은 조금씩 외우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원주들과 어른들이 아이들이 한장을 외울 때마다 상으로 먹을 것을 특별히 주었기 때문이다. 먹을 것을 얻어먹는 재미에 아이들은 외우기 시작하였고 열흘이 지나자 대부분 삼십여장정도 되는 구결중에 한두장은 외울 수 있었다.
예상대로 한장도 외우지 못하고 남들을 부러운 눈으로 보고 있는 아이가 있었으니 지성룡이었다. 아무리 따라서 외울려고 하여도 되지 않은 것이었다. 사탕을 받아먹고 싶은 마음에 글을 외우려고 하였던 것이다. 우선 제대로 듣지를 못하였고 머리가 모자라기에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것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점점 흘러가기 시작하였고 두달이 지나자 구결만은 완벽히 외우는 아이들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바보라고 하는 아이들 중에도 똑똑한 아이는 한둘 있었다. 단지 어떠한 연유로 인하여 공부에 적응하지 못한 것일 뿐이었다. 먹을 것에 팔려 노력하다보니 머리가 트이고 공부하는 것이 익숙해진 것이다.
한쪽에서는 아이들에게 구결을 외우게 하고, 다 외운아이들은 뜻을 풀이해주면서 시간은 빠르게도 흘러가고 있었다.
호랑이 같은 오태상은 가끔씩 아이들을 점검하였기에 원주들은 게으름을 피우지 못하였다.
이런 가운데 육개월이 지나자 구결의 뜻마저도 다 풀이하게 되어 일부는 이제 실습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그때부터는 사탕으로도 아이들의 진전을 이룰 수는 없었다.
‘외우거나 뜻 풀이를 익히는 것은 상관이 없다. 하나 몸으로 익히는 것은 하지 말아라.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날로 병신이 될 것이다.’
들어오기 전에 모두 부모에게 그 말을 듣고 들어왔다. 오직 그 말을 안들은 사람은 지성룡뿐이었다. 아니 했을지도 모르지만 그 말을 알아듣지도 못했을 것이다.
병신이 되지 않으려는 생각만은 사탕의 유혹도 뿌리치게 만들었다.
오태상들은 육개월이 지나서 아이들에게 원주들이 가르친 것을 점검하다가 결국 아이들이 익히지 않으려 하는 것을 알았지만 그저 조용히 떠나갔다.
하지만 지성룡도 사탕하나를 얻어먹는 쾌거를 이루었다. 육개월만에 한장을 외운것이다.
그 사탕 맛은 지성룡에게는 무엇보다 맛있는 것이었다. 지성룡은 한장을 외운후 사탕맛을 보아서인지 꾸준히 외워나갔다.
절망하는 오대원주들은 지성룡에 유일한 흥미거리가 되었다. 아이들은 건성으로 공부를 하였고 지성룡만이 열심이었다.
“일단 아이들에게 현재의 무공부터 익히게 하여라.”
오태상의 말에 원주들은 이상함을 느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천하관의 무공교두들을 불러와서 아이들에게 기존의 무공을 익히게 하였다.
그런 일이야 자신들이 하여도 되었지만 귀찮았다.
천하관의 무공교두들은 현재 아이들의 숙부들이었다.
오태상이 기존 무공을 익히게 만들고 사탕을 주게하자 아이들은 신이나서 익히기 시작하였다. 다시 아이들의 진도가 빨라지기 시작하였다.
하나, 이런 노력도 육개월이 다시 지나면서도 아무런 효과도 못 거두었다.
기존무공의 학습에는 어느 정도 열의가 있었지만 새로운 무공은 아예 잊어버리려 하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