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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두가 된 이유-244화 (244/245)

244화

“사부, 비켜요!”

뻥 뚫린 자신의 가슴을 경악한 눈으로 보며 몸이 굳어 있는 계효보.

그곳에 여전히 자신의 손을 뻗은 채 서 있는 사부.

난 사부에게 비키라는 말을 뱉음과 동시에 광천검을 뽑아 몸을 날렸다.

일수다.

오로지 그 일수에 내 모든 것을 담았다.

스물일곱 번의 죽음과 스물여덟 번의 삶.

그 모든 깨달음과 힘을 실어 광천검을 계효보에게 휘둘렀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내 주변의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

돌이며 나무며 흙까지 모두 먼지가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계효보.

그의 육신은 물론, 그가 뿌린 피까지 형체를 아예 소멸시켰다.

쿠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나의 모든 것을 담은 공격.

그것의 폭발이 얼마나 크고 대단했는지, 치열했던 수십만, 인간과 요괴를 합치면 일백만이 넘을 이 엄청난 전장이 순간 모두 멈추어 버렸을 정도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계효보가 완전히 소멸된 후에도 한참이나 십간산은 여진으로 크게 진동하였다.

끝이다.

계효보는 진짜로 죽었…… X팔.

뭐지?

하늘 위에.

히죽히죽.

웃고 있다.

놈이.

왜지?

어떻게?

죽였는데?

소멸했는데?

요왕이 말한 그 생명정이란 거, 가루조차 남지 않게 없애 버렸다고!

그런데 왜?

어떻게 놈이 저 위에서 나를 보며 히죽 웃음을 짓고 있을 수 있냐고?

“말했잖아, 광마야. 난 이미 신이 되었다고.”

말도 안 돼.

저 새끼.

저 닭대가리 새끼.

진짜로 신이 된 거야?

떨렸다.

순간 두려움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때.

“유현 도사님, 신의 몸에 손을 댔으니 혼나야겠지요?”

퓽.

계효보가 손을 뻗었고, 그곳에서 주먹보다 작은 달걀…… 어? 달걀?

달걀 같은 게 사부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그 위력이.

“사부! 조심해요!”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사부만이 간신히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다.

사부 뒤에서 싸우던 수백 명의 인간과 요괴들.

모두 핏방울 하나 남기지 않고 소멸하였다.

한 번뿐이다.

사부가 버틸 수 있는 건.

사부도 닭의 그 공격으로 이미 내상을 크게 입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사부를 다치게 하다니.

“네 이놈! 닭대가리!”

놈을 향해 다시금 몸을 날렸다.

하지만.

퓽.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달걀 하나가 나에게 날아왔고.

난 그것을 광천검으로 베어 버리려 했지만,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사부와 나.

닭대가리의 공격 한 번씩을 받아내었을 뿐인데,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감당할 수 없는 닭의 힘.

더 큰 문제는.

아니, 절망적인 건.

놈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놈은 불사의 신, 불사의 요괴, 불닭이 되었다.

그리고 놈.

간신히 두 발로 서 있는 사부를 향해 손을 뻗고는 나를 쳐다본다.

히죽히죽.

여전히 얄밉게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결정해. 내 권좌의 좌편에 앉을지, 아니면 네 사부가 갈기갈기 찢겨 죽는 걸 보던지.”

“내가 너를 따르게 되면…… 사부는 살려줄 거야?”

씨익 웃는다.

그러고는 하는 말이.

“아니, 죽일 건데? 큭큭큭.”

그러고는, 퓽.

사부를 향해 달걀이 나가……?

나가지 못했다.

놈이 사부를 향해 달걀을 쏘려던 그 순간.

저 높은 하늘 위.

가득했던 구름이 걷히고.

그곳에 황금 불상.

가부좌를 틀고 눈을 깊이 감은 황금 불상이 금빛 광채를 뿌리며 모습을 드러냈고.

동시에 계효보의 등을 향해 권을 뿌렸다.

천 개의 권.

천수신권이 때맞춰 등장한 것이다.

“사부!”

“알았다!”

천수신권은 고수가 맞다.

엄청난 고수다.

계효보가 자신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 또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역시 이번 일권에 모든 것을 걸었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난, 사부와 함께 남은 힘을 모두 끌어올려 천수신권과 함께 세 방향에서 계효보를 공격해 들어갔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쾅쾅쾅!

다시금 엄청난 폭발.

이번엔 단발이 아닌 일천 발이 넘는 폭발이 그렇게 지상의 열장 위에서 터져 나갔다.

계효보의 강한 반발이 느껴졌지만, 완벽하지 않았다.

놈은, 놈은 말이다.

신이 아니다.

그리고 그건.

폭발의 여운이 사라진 뒤에야 나타났다.

한쪽 팔이 완전히 잘리고.

온몸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계효보.

검붉은 피를 그렇게 온몸으로 흘리며.

쉬이이이익.

쿵.

놈이 힘을 잃고 땅으로 추락했다.

방심할 수 없다.

“사부!”

난 다시 사부와 함께 땅으로 곤두박질친 계효보를 향해 다시금 광천검을 휘두르며 몸을 날리…… 어?

“뭐 하냐, 광마야?”

내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

계효보다.

그럼 내 앞에 쓰러져 있는 이놈은 뭔데?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뒤로 돌았다.

계효보가, 또 다른 계효보가 지상에서 열 장 위 허공에 뜬 상태로 히죽히죽 나를 보며 웃고 있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다.

놈의 왼손에.

아! 천수신권 원욱 대사가.

축 늘어진 채 머리가 잡혀 있다.

“주제 파악도 하지 못하는 인간 놈들 같으니라고.”

곧, 천수신권의 머리를 잡은 계효보의 왼손의 힘줄이 툭 하고 불거져 나오더니 천수신권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나무아미타불. 죄송합니다, 마 시주. 빈승이…… 큰 과오를 저질렀습니다.”

혼절한 줄 알았던 천수신권의 몸에서 금빛 광채가 뿜어져 나옴과 동시.

계효보도 무언가 잘못됐음을 깨닫고 인상을 와락 구겼다.

곧.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자폭이었다.

천수신권과 계효보는 그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아니다. 계효보는 죽지 않는다.

내가 다시 뒤를 돌아보았을 때.

웃음기가 아까와는 같지 않은 닭대가리.

계효보가 또 살아나 허공에 떠 있었다.

그런데.

아! 이거였군.

천수신권이 동귀어진을 노린 게 아니었어.

아까까지만 해도 계효보 스스로 자신의 기운을 드러내지 않았을 때, 아니 처음부터.

그가 작정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 나는 놈의 존재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내 바로 뒤에 한참이나 서 있었을 때부터 줄곧.

나는 전혀 놈을 감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젠 느껴진다.

천수신권이 소림의 기운, 불문의 기운을 계효보에게 묻히고 죽은 것이다.

‘고맙습니다, 원욱 대사님. 부디 다음 생에서는 활불이 되길 바랍니다.’

계효보도 그걸 느낀 모양이다.

그래서 인상을 구기고 있는 것이고.

하지만 이는 잠시뿐이었다.

놈이 다시금 처음의 그 얄미운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더러운 중놈이 괜한 짓을 하고 가 버렸군. 하지만 그렇다고 바뀌는 건 없어. 왜? 봤잖아. 난 불사의 몸이거든, 하하하.”

쿠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그때, 엄청난 지진이 일어났다.

머리가 하늘에 닿을 것 같았던 대상왕이 쓰러짐과 동시에 일어난 대지진.

백미호가 가장 먼저 삼대천요 중 하나인 대상왕을 쓰러뜨린 것이다.

곧이어.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쿠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작은 사부와 무적할매가 거의 동시에 각각 용왕과 현무왕을 쓰러뜨리고 우리와 합류했다.

아니. 의제, 한해북, 금예지, 만검존, 극양신장, 주소수, 유령신검, 빙궁주, 고려의 산신령들과…….

“어흐으으으으으으으응!”

백두산 산군까지.

각기 맡았던 요괴들을 모두 물리치고 우리와 합류하였다.

커다란 원을 그리며 계효보를 포위했다.

하지만 계효보는 그래도 여유로웠다.

-미호야, 생명정을 파괴하는 방법을 못 찾겠어. 아니, 그게 실제로 있는 것인지 그것조차 모르겠어. 전혀 느껴지지가 않아.

내 전음에 미호도 심각한 얼굴이었다.

-설마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나도 몰랐어. 나도 느껴지지 않아. 보이지도 않고. 그래도 막상 부딪쳐 보면 뭔가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왕의 힘을 모두 전수받은 백미호조차 이를 감지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휴우.

방법이 없다.

놈을 죽일 수 있는 방법.

뭐가 보이고 느껴져야 부수건 깨건 하지 않겠는가?

절망감이 들었다.

“일단, 계속 죽여야 합니다. 놈이 진짜 신이 아닌 이상, 계속 죽이다 보면 무언가 나올 겁니다.”

예지다.

우리 예지.

계효보와의 싸움은 모두가 알고 있다.

다른 요괴들을 상대하면서 이미 우리 측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들 무리해서 빠르게 상대하던 요괴들을 무찌르고 합류한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나와 똑같은 절망감에 빠져 있을 때.

예지가 힘을 북돋아 준 것이다.

“저부터 가겠습니다!”

말과 동시에 계효보를 향해 몸을 날리는 금예지.

아니, 우리들의 첫사랑.

단 일수에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 계효보를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용감하게, 또 과감하게, 다시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저렇게 몸을 날린다.

심쿵이지만, 이번의 내 심쿵은 슬픔과 아픔이 함께하는 심쿵이다.

“나도 가겠다! 죽어라!”

“죽어라, 닭대가리야!”

“어흐으으으으으으응!”

예지의 용기 때문이었을까?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닭을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또, 그의 한 수에 자신들이 죽을 수 있음 역시 잘 알 테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용감히 계효보를 향해 몸을 날리고 있다.

눈물이 쏟아졌다.

쫄보인 내가 등신 같았다.

모두가 저렇게 열심히 싸우는데.

작은 사부도.

무적할매도.

우리 예지도.

“여보! 조심하세요!”

“당신도…… 으악!”

주소수가 피투성이가 되어 땅에 곤두박질쳤고.

극양신장은 불의 눈물을 흘리며 계효보를 향해 달려들었다.

가죽이 벗겨지고 찢긴 산군은 계속 상처를 입으면서도 닭에게 달려들었고.

의제도, 한해북도.

만신창이가 되어 가면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유령신검도, 만검존도.

송암 도장과 아미삼검까지 가세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이미 인간과 요괴들의 싸움은 멈추었다.

계효보와 우리의 싸움이 너무나 격렬해, 그들 모두 수백 장 밖으로 몸을 피해 싸움을 멈추고 우리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중이다.

나도, 계효보도, 또 모두가 알고 있다.

이 싸움으로 인간계와 요계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커어어어어억.”

쉬이이이이이이이이잉.

쾅.

“사부!”

사부마저.

사부가.

다른 이들과 함께 계효보와 함께 싸우다 수십 장 밖으로 날아가 큰 충격과 함께 땅으로 떨어졌다.

사부가.

우리 사부가.

X팔.

온몸에서 피를 흘리고 있다.

계효보, 찢어 죽일 닭대가리 새끼.

용서하지 않겠다.

“죽어라, 닭대가리이이이이이!”

나도 몸을 날렸다.

사부의 안위를 살펴야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모두 죽으면 모두 죽고.

살면 함께 산다.

사부가 죽으면, 나도 죽으면 그만이다.

그전에.

닭대가리는 꼭 죽이고 죽고 싶다.

그것만큼, 그것만큼은 꼭 이루고 싶은데.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쉬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쾅.

계효보의 한 방에.

수십 장을 날아 땅에 곤두박질쳤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공교롭게도 사부 바로 옆에 떨어졌다.

사부나 나나, 피를 철철 흘리고 있다.

그래, 사부와 함께 죽는 것도 나쁘지 않지.

사부님, 그동안 고마웠어요.

“당…….”

아! 우리 사부.

지금 뭐 하는 거지?

“당, 당…….”

당?

당이 뭐야?

사부!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사부가 아파서 미친 걸까?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더 슬펐다.

눈물이 마구 쏟아졌…… 어?

“당. 당. 당다라당당 당당당. 당당당당. 당당당당. 다다다당. 당다당당당…….”

어? 저 노래?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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