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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두가 된 이유-241화 (241/245)

241화

아침 해가 뜨기도 전,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계두교 소식을 이미 들었는지, 모인 이들 대부분이 뜬눈으로 밤을 보낸 얼굴들이었다.

그렇게 이른 아침 시작한 우리의 회의는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계효보의 힘이, 또 그가 이끄는 요괴 군대의 힘이 얼마인지 모르기에, 전력을 어디에 얼마나 분산해야 할지 제대로 감을 잡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천주님! 소림사의 방장 원혼 대사가 방문해 천주님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봉문 중인 소림사에서, 그것도 방장이 직접 봉문을 깨고 나를 찾아왔다?

소림의 신뢰를 바닥까지 떨어뜨리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내게 할 말이 있다는 뜻이다.

“얼른 모셔라.”

“존명.”

잠시 후, 모두가 곱지 않은 시선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원혼 대사가 천주전으로 들어왔다.

그는 나에게 허리를 깊이 숙여 합장한 후.

“소림의 봉문을 임시로 풀게 허락해 주십시오.”

“왜 그래야 하죠?”

“나무아미타불. 본 사는 지은 죄가 너무 많기에, 오십 년 봉문만으로는 그 죄를 다 씻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직접 참회할 수 있는 기회를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자리에 계신 분 모두가 이해할 수 있게 말씀해 주시겠어요?”

“천문의 이상은 저희 소림에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요괴들의 대규모 발호로 이어진다고 하였을 때, 크게 놀라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본 사는 봉문 중이고, 천주님이시라면 능히 요괴들을 막아내실 것이라 생각하여 잠자코 있었습니다.”

“음…….”

“어젯밤 계두교라는 사이비 종교가 봉기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밤새 본 사의 승려들과 논의한 끝, 저희 소림이 계두교의 봉기를 감당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곧바로 천주님을 뵙기 위해 홀로 숭산을 내려와 이곳으로 달려왔습니다, 나무아미타불.”

“그대들이 계두교를 막겠다?”

“그렇습니다.”

“계두교와 함께하려는 게 아니고?”

“나무아미타불. 빈승을 현화천의 뇌옥에 가두소서. 그리하여 만에 하나라도 소림이 이상한 행동을 했을 때, 빈승의 목을 가장 먼저 치십시오.”

“천수신권도 동의한 일이오?”

“원욱 사형은 탄성대전 이후 참회동에 들어가 한 걸음도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음…… 고맙소. 소림에 계두교의 일을 부탁하겠습니다.”

“나무아미타불. 소림은 그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계두교의 봉기를 제압하겠습니다.”

사부님, 그날 그래서 그리 말씀하셨던 거예요?

‘난 우리 악치가 살생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천수신권을 살려 주라는 이유가 그거였어요?

소림사가 변할 것이라 알고 있었던 거냐고요?

참, 우리 사부는 말이다. 이렇게 매번 사람을 놀라게 하고 만다.

사부의 말은 언제나 옳다.

소림사 덕분에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잠시 후, 원혼 대사가 떠나기도 전.

한 사람이 더 왔다.

천무휘다.

“천 형!”

“마 형!”

나와 인사를 나눈 천무휘가, 언제나 그렇듯 다급한 상황 속에서도 예를 잃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 후.

“천주님, 임시로 화산의 장문인 자리를 맡게 된 극혼검왕 범철승 장로님의 뜻을 전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공과 사를 구분하는 천무휘다.

그래서 나에게 존대를 하는 것이다.

“무슨 전언인가요?”

“화산의 봉문을 잠시만이라도 풀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혹 계두교의 봉기 때문인가요?”

“그렇습니다.”

“계두교의 봉기 때문이라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소림에서 그들을 친히 막겠다고 했습니다. 원혼 대사와 조금 전까지 그 문제를 상의하고 있었습니다.”

어랏?

천무휘의 눈동자가 떨린다.

뭐지? 웬만한 일로는 감정이 저리 흔들릴 녀석이 아닌데.

“천주님.”

“말씀하십시오, 천 대협.”

“제 동생…….”

아! X팔.

뭔가 싸하다.

“제 동생이…… 임시 장문인인 범철승 장로님의 명을 어기고…… 몇몇 매화검수들과 함께 참회림을 부수고 화산을 내려갔습니다. 추정하기론, 계두교에 입교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

“어허!”

“이런!”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이미 천예휘가 화경의 벽을 깬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전생과 달리, 그 세가 많이 약해진 계두교.

소림만으로 차고도 넘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천예휘가 가세를 한다면 말이 달라진다.

천수신권이 나서지 않는다면, 소림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게 뻔하다.

천수신권은 은거에 들어가 두문불출이라고 하고.

강제로 나오라고 하기에도 찝찝하고.

“천주님, 제 동생…… 제가 막을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천 형!”

나도 모르게 언성을 높여 천무휘를 불렀다.

그를 부르는 내 음성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지금 천무휘는, 천예휘를 직접 죽이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천주님! 화산과 제 혈육의 업보. 스스로 씻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쿵.

그가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닿게 조아렸다.

난 신법까지 펼쳐 곧바로 다가가 그를 말린 후 일으켜 세웠다.

아! 미친X.

상황을 왜 이렇게까지 만드는 거야?

그냥 조용히 착하게 좀 살면 어때서!

미칠 것 같았다.

눈물이 마구 쏟아질 것 같았다.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천무휘를 보니, 내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처럼 아팠다.

“천 형…….”

“마 형, 부탁이에요. 제가…… 제가 해야 해요.”

그래도 그건 아니다.

천예휘 그 사악한 계집이 아무리 전생에 내 몸에 칼빵을 일백 방 놓았어도, 친오빠인 천무휘에게 그녀를 죽이라 할 수는 없다.

광천마제였던 나라면 모를까, 착한 도사가 되기 위해 참선을 계속 잇고 있는 나는 절대로 이를 허락할 수 없다.

“탄성대전의 승자인 현화천의 천주 권위로 화산의 봉문 해제를 허합니다. 다만!”

줄곧 무표정하기만 하던 천무휘의 눈동자가 다시금 떨리기 시작했다.

난 그의 눈길을 피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다만, 화산은 죄인 천예휘를 죽이지 말고 산 채로 잡아 현화천에 압송해 무림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합니다. 이것이 현화천주로서 화산의 봉문을 해제하는 조건입니다. 이 조건을 수락해야지 화산의 하산을 허락하겠습니다. 천 대협은 이를 받아들이겠소?”

천무휘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고마워요, 마 형.

“화산은 현화천주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그날 이후.

나는 오대세가 중 남궁세가와 제갈세가를 제외한 나머지 세가와 종남파 등의 봉문도 임시로 해제하였다.

남궁세가와 제갈세가의 봉문을 해제하지 않은 것은.

미친X들이다.

그들이 계두교의 핵이라는 정보가 사방에서 전해져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예휘 역시 남궁세가로 갔음이 이미 여러 정보를 통해 확인되었다.

이제 소림과 화산 등이 그들을 막을 것이다.

부디, 우리 천무휘 녀석이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

“이제 열흘 남았네?”

다시 미호와 단둘이 천주전 지붕 위에 앉아 밤하늘을 보고 있다.

“그러게. 시간 참 빠르다.”

“사부님께 특훈 받는 건 어때?”

“내가 살다 살다 사부님께 무공을 배우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네. 삼재검법 가르쳐 드린 게 엊그제 같은데.”

“퇴마술을 배우는 거 아니야?”

“음, 그게, 애매해. 정확히 말하자면, 그게 우리 현화문의 가르침을 배우는 건데. 무공이라 할 수도 있고, 도를 닦는 수양으로 볼 수도 있고, 네가 말한 대로 퇴마의 힘도 가지고 있고. 이걸 정확히 딱 잘라 뭐라 규정하기 어려워.”

“만류귀종 뭐 그런 건가?”

“그래. 그게 맞겠다.”

“그래서 어떤데?”

“그냥 그래. 열심히 뭘 수련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부님하고 같이 있는 건데. 이상하게 뭔가 기분도 좋고. 원래도 그랬지만.”

“네가 광마일기에 그리 써 놨잖아. 사부님 말은 무조건 옳다. 믿으면 복이 온다고.”

“그러게. 그런 믿음 때문일까? 사실 얼마 전까지는 조금 긴장되고 그랬는데. 지금은 마음이 편해.”

“와! 궁금하다. 도대체 어떤 가르침을 받는지.”

“들으면 실망할 텐데?”

“알려줄 수 있어? 사문의 비기 이런 거 아니었어? 그럴까 봐 안 물어본 건데.”

“현화문에는 비기 같은 거 자체가 없어.”

“그럼 알려 줘. 사부님에게 구체적으로 배우는 게 뭔지.”

“그게…… 그게 말이야…… 착한 아이가 되는 법.”

*

왜 하필 십간산일까?

계효보가 십간산 위에 시공간의 문을 연결한 이유가 따로 있을까?

내가 그곳에서 회귀해서?

아니면 우리 집이 그곳에 있어서?

그도 아니면, 그냥 계효보도 십간산이 익숙해서?

모르겠다.

내가 화나는 건, 십간산이 전장이 될 테고, 달랑 초가 한 채라지만, 정든 내 집이 이 싸움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빌어먹을 닭대가리 새끼.

그렇게 그날.

무림의 힘이 모두 몰린 십간산의 하늘 위로.

요계에서 인간계로 연결되는 시공간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쿠르르르르르르르릉.

쿠르르르르르르르릉.

대기를 울리는 천둥.

맑은 하늘에 갑자기 몰려든 먹구름.

그리고 그것은 하나의 작은 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내공으로 안력을 높이지 않으면 볼 수조차 없었던 그 작은 검은 점이, 점차 커지고 있었다.

쿠르르르르릉.

쾅!

쿠르르르르르르릉.

천둥과 번개가 조금씩 더 거세어졌고, 그럴수록 작은 점은 계속해서 커져만 갔다.

중원 각지에서 몰려든 무림인들은 사실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그러다 실제로 시공간의 문이 열리는 것을 보자, 놀람과 두려움에 크게 술렁였다.

안타깝게도 북해빙궁에서는 소식이 없다.

사부가 올 것이라고 장담한 백두신령과 산군, 그리고 고려의 산신령들은 올 것이다.

사부가 온다고 했으니 오는 것이다.

다만, 우리 달호 녀석이 임무에 실패한 게 조금 마음에 걸린다.

확실히 좀 많이 어려운 임무긴 했다.

하지만 괜찮다.

그들 외에 정말 많은 이들이 와 주었다.

황제가 자신의 친위대까지 보내 줬고, 황궁의 대제사장과 술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그들만이 아니다.

수백 년 전 자취를 감추었던 모산파의 술사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 우리에게 합류하였고.

다시 민가와 무림에서 그 명성을 떨치는 술사들이 수도 없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수백 배나 되는 무인들이 참여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일이다.

사부.

작은 사부.

무적할매.

우리 예지.

만검좀.

극양신장과 주소수.

유령신검.

송암 도장과 아미삼검까지.

이미 화경의 벽을 깬 의제와 한해북도 언제나처럼 내 곁을 지켜 주고 있다.

“마 형!”

“엇? 천 형!”

“헉헉. 예휘가…… 예휘가 남궁세가, 제갈세가의 무인들과 함께 이쪽으로 도주했어요. 남궁과 제갈, 그리고 예지를 포함한 계두교의 마지막 잔당들이 삼백 명 정도 됩니다. 곧 도착할 거예요. 죄송해요. 모두 소탕하지 못해서요.”

“아니에요. 정말 잘해 줬어요. 수십만 명에 달하는 계두교의 광신도들을 석 달이 되기도 전에 이렇게까지 소탕한 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성과예요. 이제 함께해요, 천 형.”

“네, 마 형. 소림과 화산 등도 곧 합류할 거예요.”

“든든하네요. 소림과 화산이 적이 아닌 동지가 되니까요.”

“네. 화산의 형제들도 너무 좋아하고 있어요.”

그렇게 소림과 화산 아니, 천무휘가 합류했다.

더없이 든든했다.

그리고 그때.

쿠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릉.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쾅쾅쾅콰콰콰쾅!

요계에서 시작한 시공간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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