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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두가 된 이유-235화 (235/245)

235화

나는 나의 잃어버렸던 무공을 되찾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광천마제 시절 나와 얽힌 인연의 사람들을 만나 되찾는 방법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답은 처음부터 우리 사부에게 있었다.

사부는 언제나 나에게 한 가지만을 바랐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착한 아이로 계속 자라 주기만을 바란 것이다.

그래서 마음의 수양을 계속 쌓길 바랐고, 열심히 도를 닦기를 바랐다.

하아! 그것에 답이 있었을 줄이야.

만검존을 통해 화경의 경지를 되찾은 후, 나는 우리 녀석들과 함께 사 년 동안 은거를 했다.

의제, 한해북, 천무휘, 예지 그리고 왕대까지.

모두 열심히 수련할 때 나는 한적한 곳에서 계속 마음의 수양을 쌓았다.

사 년 동안 계속.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추혼책과 각혼필이 내게 가한 금제가 무엇인지.

또 그 금제를 풀 방법이 무엇인지.

모든 답은 사부가 언제나 말했듯 마음에 있었다.

착한 아이가 되라는 것.

선한 마음을 가지라는 것.

마음의 수양을 쌓아 겹겹이 쌓였던 나의 나쁜 마음을 버리라는 것.

내 속에 있는 그런 나쁜 마음이 하나씩 벗겨질 때마다, 추혼책과 각혼필이 내 몸과 영혼에 가한 금제 역시 하나둘 풀렸던 것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강서 남창 우각당.

그곳에서 칠검문을 위시한 남창의 정파 무림과 싸울 때.

당시 천무휘는 적수노사 동탁방을 향해 극대로 분노하였다.

그리고 그런 천무휘를 보는 것만으로 나는 절정의 경지를 되찾을 수 있었다.

무슨 관계가 있었던 것일까?

천무휘의 분노, 악인에 대한 순수하고 정의로운 분노에 내가 공감하였다.

내 몸에 정의라는 마음이 깃드는 순간이었고, 동시에 나는 절정의 경지를 되찾을 수 있었다.

정의라는 마음이 천무휘의 악인에 대한 순수한 분노를 통해 내 마음으로 들어오며, 금제의 실을 한 가닥 끊어 버린 것이다.

두 번째, 백두산.

그게 어떤 나쁜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백두신령은 자신의 힘으로, 또 임의로 나의 나쁜 마음으로 만들어진 금제의 실을 한 가닥 끊어 주었다.

그래서 나는 초절정의 경지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다음은 왕대.

왕대가 나를 향해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순간, 나는 초절정 극상의 경지를 되찾을 수 있었다.

왜? 주인님이란 말이 뭔데?

말 자체가 무엇이 되는 건 아니다.

나는 그때 왕대와 함께 울었고, 녀석의 아픈 과거와 현실을 공감하였다.

내 마음에 공감과 배려 그리고 연민이라는 선한 마음이 들어섰고, 다시 나의 힘을 금제했던 나쁜 실 한 가닥을 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만검존.

언제나 보지만, 그는 순수하다. 착하다.

가진 힘에 비할 바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는 사람에 비해도 겸손하고 착하며 순수한 인물이다.

난, 만검존과 검을 겨루었다.

그리고 그 검을 통해 그의 내면을 보고 깨달았던 것이다.

그의 순수한 영혼을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나는 나를 금제하고 있던 나쁜 마음이라는 실을 다시 한 가닥 끊을 수 있었다.

화경의 경지를 되찾는 순간이었다.

사실, 그때는 이미 조금씩 알아 가고 있을 때였다.

틈이 날 때마다 명상을 하고 참회를 하며 불현듯 그런 생각들을 했었다.

나를 되찾는 것.

착한 아이.

작은 오해와 누명이 겹쳐 마두라 불리고, 대마두가 됐으며, 종국에는 스스로 자포자기하여 천하에서 가장 사악한 인간이 되리라 결심했던 나.

그랬던 나를 처음의 나, 사부가 돌아가시기 전의 나로 되돌리는 것.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당시의 순수하고 착했던 나로 되돌아간다면.

잃어버린 모든 것 역시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을 종종 하였다.

그렇게 사 년이란 은거 수양 중.

나는 참회하고 깨달으며, 한 가닥 한 가닥이 모여 종국에는 나의 착한 마음을 촘촘히 감아 놓은 실타래의 실을 하나씩, 또 한 가닥씩, 사 년 동안 계속 끊어 갔다.

그렇게 사 년이 지나고 다시 서른 살이 된 지금.

나는 광천마제 시절의 마지막.

목숨을 건 도박을 통해 현지의 경지를 갈구하던 그 시절의 나를 넘어설 수 있었다.

맑은 샘물의 속을 들여다보듯, 이제는 내 마음이 보였다.

얽히고설켜 풀어질 줄 몰랐던, 금제의 실타래를 모두 끊어 버리고 치워 버렸다.

이제 나는.

현경의 경지를 넘어 저 멀리 아득하기만 했던 생사경이란 경지를 언뜻 언뜻 볼 수 있게 되었다.

천수신권이 나를 상대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렇게 시작되어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아직 모든 것이 완벽하진 않다.

아마도 내가 우화등선할 그런 날이 되어야, 추혼책과 각혼필을 완전히 놓아줄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조급하진 않다.

마음이 맑아지니 모든 것이 여유롭게 느껴졌다.

천천히, 또 천천히.

얼마가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사부와 함께 우화등선할 수 있는 그날까지 계속해서 정진해 나갈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억겁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

창궁검제의 죽음.

금강불괴지체의 피똥.

천수신권의 패배와 굴욕.

그리고 소림사 방장의 부복과 눈물, 간청.

고작 이립(而立, 서른 살)의 나이에 천수신권을 일방적으로 꺾어버린 현화천주인 나의 신위.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실제 소림사의 방장 원혼 대사가 무릎을 꿇었을 때 이미 싸움은 끝이 났다.

나머지는 그저 형식적인 과정에 불과했다.

그날 소림사 방장이 무릎을 꿇었고.

곧바로 소림사 중들 모두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

내가 신호를 보내자, 십만이 훌쩍 넘는 인파가 광야로 몰려들었다.

태어나 처음 보는 엄청난 수의 거지떼였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개방의 방주 걸왕 취팔개가 있었다.

그는 품에서 더러운 서류 몇 장을 꺼낸 후, 걸왕이라는 명성에 어울리게 고절한 상승의 내공을 운용해 모두가 똑똑히 들을 수 있게 말했다.

그간 창궁검제 남궁비혁과 천수신권 원욱이 저질러 온 온갖 악행들에 관한 내용이었다.

사십여 년 전 귀주에서 주소수에게 두들겨 맞은 후, 이를 감추기 위해 산장 사람들을 죽였던 일.

다시 산서에서 유령신검의 사형을 죽였던 일.

원욱의 쌍둥이 동생 원곡이 살아 있었고, 그가 실제 이들에게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녹주마적단과 적사마적단을 이끌었다는 사실.

삼존하구룡협과 비정검사 오화서가 이들의 비밀 병기였다는 사실.

마두들을 이용해 구파일방과 오대세가가 아닌 후기지수들을 몰살하려 했던 일.

수많은 음모와 악행 뒤에 이들을 암암리에 도왔던 제갈세가와 오대세가 그리고 화산과 종남이 있었다는 사실.

나를 이용하고 없애기 위해 자행했던 수많은 일들까지.

그 폭로가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사람들의 충격은 더 극심해졌다.

천수신권이 나에게 따귀를 일백 대나 맞을 때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그 얼굴을 무림에 처음 선보이는 하오문의 문주가, 걸왕의 폭로가 모두 사실임을 보증해 주었고.

다시 포쾌문의 금의포쾌 여적위가 여러 증거와 증인들을 군중들 앞에 내놓았다.

오십만 명, 아니 이제는 육십만 명이 훌쩍 넘는 무림인들이 끝도 없는 충격의 도가니에 빠지는 순간이었다.

소림사 봉문 오십 년.

해체 직전의 무림맹이 똘똘 뭉칠 수 있었던 중심엔 소림사가 있었고 천수신권이 있었다.

이제 둘 다 무너졌다.

누가 그들이 무릎을 꿇었는데, 항거할 수 있겠는가?

거기에 천수신권과 창궁검제의 악행까지 모두 밝혀졌다.

남궁세가가 무릎을 꿇었고, 화산이 무릎을 꿇었다.

제갈세가를 비롯한 오대세가와 종남파가 다시 무릎을 꿇었고, 모두가 그렇게 나를 향해 무릎을 꿇으며 목숨을 구걸했다.

남궁세가 봉문 오십 년.

제갈세가 봉문 오십 년.

사천당가, 황보세가, 하북팽가, 종남파 봉문 십 년.

그 외 무문과 세가 면죄.

면죄부는 내가 줬지만, 이를 제외한 처벌은 내가 아닌 스스로 자처한 것이다.

아마 내가 장문인이나 가주 한 명 정도는 죽여야 한다고 말했으면, 그 기한을 더 늘리겠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됐다.

그렇게 할 필요도 없고 이유도 없다.

스스로 잘못했음을 알고, 다시 그러지 않으면 된다.

난 그렇게 모두를 용서해 각자의 집으로 돌려보냈다.

*

탄성대전(誕星大戰)이라 불린 탄성산 싸움이 끝난 후 일 년이 지났다.

난 서른한 살이 됐다.

천무휘 이 녀석, 아직 소식이 없다.

우리 정보 조직인 현안전과 개방, 하오문까지 동원해 백방에 수소문했지만, 그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봉문 중인 화산에까지 사람을 보냈다.

혹시나 천예휘는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천예휘는 이미 사 년 전 폐관에 들어 두문불출 중이라고.

화산에서조차 천무휘에 관한 그 어떤 소식도 듣지 못했다는 답변만 받았다.

그리고 의제 녀석.

이젠 화산에 가자고 할 법도 한데.

아무 말이 없다.

평소 그대로다.

웃고, 농담도 하고.

가끔 실없는 짓도 하고.

그런 의제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화산과 의제, 그리고 천무휘.

그 중간에 있는 나.

다시 천예휘까지.

휴우. 이건 내 업보만큼이나 지독하게 꼬여 버린 실타래가 되어 버렸다.

어떻게 풀어야 할지 엄두조차 내지 못하겠다.

그래서 못 본 척, 모른 척하고 있는데.

그래서 의제 녀석에게 너무 미안하다.

움직이긴 움직여야 하는데, 그러면 천무휘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 같고.

의제도 그걸 바라지 않기 때문에 아버지와 대도곽가의 복수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다.

아! 돌겠다.

당장에라도 화산으로 뛰어가 그것들을 죄다 찢어발기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내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는 것과는 달리, 무림은 무림사를 통틀어도 역대급이라 할만큼의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다.

마두들은 사라졌지,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라며 으스대던 자들은 봉문을 해 버렸지.

우리 현화천이라는 절대적 구심점이 든든히 버티고 있지.

뭐, 그냥 매일매일이 평화로운 나날들……은 개뿔!

미친놈들이, 주먹 센 형들이 사라지니까 작은 놈들끼리 매일 치고 박고.

하루라도 조용한 날이 없는 무림이다.

그리고 이제 허울뿐인 무림맹은 빠르게 해체 수순에 들어간 상태다.

그나저나 무림맹이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해왔는지는 몰랐다.

무림맹에서 본격적으로 해체 수순을 밟으며,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모두 우리 현화천에서 맡게 됐다.

덕분에 처호, 처선, 공손병은 다시 눈코틀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거 미안해도 너무 미안해서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해체하지 말고 그냥 존치해. 무슨 엄청난 적들과 싸우는 것도 아니고, 고작 한다는 일이 죄다 잡일들인데, 그걸 왜 네가 떠맡아? 호구야?”

천하에 나에게 이런 식으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명뿐이다.

무적할매다.

“향이는요?”

“왜 사서 고생을 해? 너야 사서 고생하는 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만, 네가 그렇게 멍청하게 구니까 네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어지잖아.”

“아이, 자꾸 말 돌리지 말고. 향이는요? 왔으면 나한테 먼저 조르르 달려왔을 텐데. 향이가 왜 안 보여요?”

“맞다! 금 소저가 있었지? 아니지, 금 소저가 아니라 이제는 검후라고 불러야 하나? 다들 그렇게 부르던데. 아무튼 금 소저가 아미파 속가제자라고 했지? 적전제자가 아니고.”

이 할매가 계속 내 말을 씹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향이! 우리 향이는 왜 안 보이냐고요!”

“이 녀석이 벽력탄을 삶아 먹었나? 갑자기 소리는 왜 질러? 작게 말해도 다 들리는구만.”

아! 참자, 참아.

진정하고.

“그러니까 우리 향이는 왜 안 보이고, 우 여협만 천주전에 왔냐고요?”

“안 왔으니까 안 보이지.”

“여기…… 우리 현화천에 아예 오질 않았다고요? 우 여협 혼자 온 거예요? 왜요? 향이한테 무슨 일 생겼어요?”

“일은 무슨. 향이도 이제 열여덟 살 아니더냐?”

아! 우리 향이가 벌써 열여덟 살인가?

세월 정말 빠르다.

“근데요?”

“뭐가 근데야? 근대는 국 끓일 때 넣는 게 근대지.”

“재미없어요. 향이 어디 갔냐고요?”

“열여덟 살이라고 했잖아. 진즉 무림행을 나서도 될 나이였어. 내가 아끼고 아끼다가 이제야 허락했다. 무림초출. 두루두루 다니며 견식도 넓히고 경험도 많이 쌓으라고 무림행을 보냈다.”

이 할망구가 미쳤나!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그 작고 예쁜 아이를 혼자 보내면 어떡해!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반대로 내 두 다리는 번쩍 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찾으러 가야 한다.

우리 향이는 내가 지켜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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