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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두가 된 이유-232화 (232/245)

232화

오롯이 선 상태로 두 눈을 지그시 감으며 합장한 령무라는 젊은 중.

그의 몸에서 황금빛이 태양마저 집어삼킬 기세로 터져 나왔다.

금강불괴지체(金剛不壞之體).

이게 너무 흔하디흔한 말이라 그러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수백 년에 한 명이 불강불괴신공을 대성할까 말까, 지독히도 어려운 소림의 신공이 바로 금강불괴지체다.

수십 장 밖에서까지 나는 고스란히 그 금강불괴신공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빈틈이 없다.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스스로 파괴하지 않는 이상, 무결점.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 중 가장 완벽에 가까운 존재가 아닐까 싶다.

아니, 맞다.

저 젊은 나이에 어찌 저런 경지에 이를 수 있었을까?

아니, 광천마제 시절에는 이룩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랬기에 광마일기에 그 기록이 없다.

천수신권이, 또 이미 죽어 버린 남궁비혁이, 무슨 술수라도 부린 것일까?

모를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조금 전까지 우습게만 느껴졌던 저 금강불괴를, 나조차 쉬이 쓰러뜨릴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주소수 역시 이를 느낀 모양이다.

방금까지만 해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젊은 중을 지금 그녀가 인상까지 와락 구기며 노려보고 있다.

그녀 역시 어떻게 금강불괴를 파훼해야 할지 감조차 잡지 못하는 것 같다.

큰일이다.

만약 그녀가 여기에서 저 젊은 중에게 쓰러진다면, 지금까지 힘들게 얻은 성과가 모두 물거품이 된다.

그때였다.

령무라는 젊은 중이 지그시 감았던 눈을 떴다.

황금빛 광채가 사방을 가득 채우는 듯했다.

그리고 곧, 그가 움직임을 취하려 했다.

그런데 다시 그때!

주소수가.

“잠깐!”

놈을 향해 한 손을 뻗으며 행동을 제지.

뭐지?

저 아줌마 왜 저래?

령무를 뒤로하고 몸까지 돌려세운다.

진짜 뭐야?

겁먹은 거야?

나는 왜?

날 쳐다본다.

“천주님의 허락을 구합니다.”

갑자기 뭔 허락?

맘대로 뛰쳐나가 놓고서 이제 와 허락을 구한다고?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주소수가 말을 이었다.

“저자를 제가 상대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아! 헷갈리네.

진심인 거야?

아니면 자기 말고 다른 사람을 내보내 달라는 거야?

결국 전음을 보냈다.

-뭐 어쩌라는 거예요?

-뭐가 어쩌긴 어째요? 정식으로 허락해 달라는 말이지.

-다른 사람 내보내 달라는 거 아니었어요? 금강불괴 파훼법 알아요?

-천주님!

-네.

-제가 오늘 입고 나온 이 옷, 서역에서 정말 어렵게 구한 비싼 비단으로 만든 옷이에요. 장신구도 고려에서 가까스로 구한 장신구고요. 오늘 이렇게 치장하는 데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알아요? 이제 제가 주인공인데, 여기서 물러나다니요. 말도 안 돼요. 그냥 멋지게 ‘허한다’라고 해 주세요.

-그, 그러니까…… 음.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문제는 상대가 금강불괴라는 거잖아요. 이거 장난 아니라고요.

-저도 장난 아니에요.

-이길 수 있어요? 진심으로 묻는 겁니다.

그녀가 웃는다.

웃는데 섬뜩하다.

뭐지?

어쩌면…… 저 아줌마가 진짜 이길지 모르겠다.

“주 여협께서 친히 소림의 과오를 벌하시겠다니, 어찌 반대할 수 있겠습니까? 천주의 권위로 주 여협의 대결을 정식 허락하겠습니다. 주 여협의 아름다움만큼 멋진 무위를 기대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장단 한번 맞춰 줬다.

지금까지 책략, 술수, 대결 모두에서 연전연승한 우리 진영에서, 주소수의 승리 역시 의심하지 않으며 함성이 커다란 터져 나왔다.

주소수도 내 대사가 꽤 마음에 들었나 보다.

저 아줌마가 한쪽 눈까지 나를 향해 깜빡거리며 미소를 지은 후에야 다시 령무를 향했다.

아! 그나저나 나만 불안한 건가?

금강불괴라고! 금강불괴!

다시 보고 또 봐도, 빈틈이 없다.

약점이 없는 진짜 무결한 존재다.

이건 주소수가 아니라 무적할매나 작은 사부가 나서도 힘들 수 있을 싸움 같은데.

저 아줌마는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지?

그런데 그때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하늘과 땅에서 용암이라도 분출하는 것처럼 무지막지한 화염을 토하던 극양신장이, 유령신검 흉내라도 내려는 듯 소리도 없이 스으으윽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이 양반, 웃고 있다.

이 양반은 또 왜 웃어?

설마, 자기 마누라가 저 젊은 땡중한테 두들겨 맞을 거 생각하며 미리 즐기고 있는 건가?

도대체 이 집안은 알 수가 없다니까.

“오 대협, 괜찮으…….”

“천주, 보시게. 시작이네.”

“아, 네.”

뭔가 말을 하려는 순간, 주소수와 령무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콰콰콰콰콰콰쾅!

콰콰콰콰콰쾅!

시작부터 무지막지했다.

첫 돌격과 동시에, 주소수와 령무 주변에 있던 땅들이 통으로 터져 사방으로 날아갔다.

집채만 한 땅의 덩어리들이 수백 장 밖으로까지 비산할 정도로 진짜 괴물 같은 폭발이 그렇게 시작하고 삽시간에 수십 번이나 연달아 이어졌다.

그런데, 와!

확실히 주소수는 무시무시한 여자가 맞다.

극양신장을 사흘에 한 번씩 두들겨 팬다는 게, 성격만 더럽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주소수의 양손에서 무려 십오 장에 달하는 일곱 가닥의 황금빛 사편(蛇鞭)이 강기로 형성되어 령무를 향해 날아갔다.

아니, 일곱 줄기로 뻗은 사편 하나하나가 마치 살아 있는 뱀이라도 되듯, 허공에서 꿈틀대며 날아가 령무를 공격하고 있다.

반격할 틈을, 그냥 시작과 동시에 그럴 여지 자체를 주지 않는 맹공이었다.

주소수의 엄청난 공세에 우리 진영의 무인들은 크게 고무되어 더 큰 목소리로 함성을 지르며 그녀를 응원했다.

역시 관심종자가 맞긴 한 것 같다.

수십 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응원하자, 그녀의 사편에 실린 힘이 더 가공해지고 있었다.

일백 합, 이백 합, 삼백 합…… 오백 합을 넘겼다.

령무는 다리까지 꼬이며 방어하기에만 급급했다.

확실히 무공도 무공이려니와, 강호 경험이 많이 부족해 보이는 령무다.

문제는.

휴우.

오백 합을 넘겼을 때까지도, 령무의 신체 그 어떤 부위에도 작은 생채기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있는 령무다.

금강불괴신공이 왜 무서운 것인지, 나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땅을 뒤흔들었던 함성이 조금씩 잦아들고 있다.

자리에 모인 이들 대부분이 무림에서 칼 한 번씩은 제대로 휘둘러 봤던 이들 아니겠는가?

그들 눈에도 보인 것이다.

주소수가 오백 초식이 아니라 오천 초식을 공격한다고 하여도, 령무를 어쩌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단 한 방.

령무의 주먹에 스치면 사망이다.

그것이 또한 금강불괴의 치명적 위력인 것이다.

두 사람 사이 칠백 합이 지났을 때, 더 이상 주소수를 응원하며 함성을 내지르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적진에서 령무를 응원하는 함성이 끝도 없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소림은…… 역시 소림이란 말인가?

내가 너무 얕본 것 같다.

“휴우.”

나도 모르게 한숨이 길게 새어 나왔다.

그리고 옆에 있는 극양신장을 슬쩍 보았다.

그래도 자기 부인인데, 나보다 더 걱정하고 있을 것 같아 염려가 되어 본 것이다.

그런데 이 양반, 아직까지 웃고 있다.

뭐야? 왜 웃어?

정말 자기 부인이 죽기라도 바라는 건가?

아니면 걱정이 너무 크게 들어 미치기라도 한 건가?

화경의 고수가 그럴 리는 없고.

도대체 뭐야?

그때, 싸움에 집중하던 극양신장이, 자신의 옆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내 시선을 느꼈던 것일까?

고개를 돌려 나를 본다.

“천주, 왜 그런 얼굴이신가?”

“네? 그게…… 걱정되지 않으세요?”

“풉. 하아! 자네라면 그래도 알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천주도 우리 부인에 대해 다 아는 건 아니었나 보군, 하하.”

뭐야?

도대체 내가 뭘 모르는데?

내가 어이도 없고 황당하기도 하고 의아하여 그런 표정을 짓자.

극양신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 아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야…… 고강하고 아름다우시고…… 쿨럭.”

“거, 우리끼리는 좀 솔직해지자고. 있지도 않은 말을 꾸며내려고 하니 사레가 들리잖아. 솔직히 말해 보시게. 정말 하나의 거짓도 없이 솔직히.”

“정말요?”

“응.”

“그러니까…… 음흉하고, 사악하고, 혀는 뱀과 같고, 칼에는 자비가 없고…… 뭐, 대충 당장 떠오르는 건 이 정도인데요?”

이 양반. 내가 자기 마누라 욕하는데, 더없이 즐겁게 웃는다.

주변에 사람들이라도 없었다면, 배꼽을 잡고 바닥을 구를 기세다.

“큭큭큭. 제대로 보았군.”

“그게…… 지금 이 싸움하고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씀이죠?”

“지금 보시게. 아내가 어떻게 싸우고 있나?”

난 다시 시선을 전장으로 향했다.

음, 그러고 보니 주소수답지 않게 싸우고 있다.

“정직하군요.”

“하하!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

말을 뱉은 후 주변을 스윽 살핀다.

그러더니 뜬금없이 전음을 보낸다.

그래도 창피한 게 뭔지는 아는 양반인가 보다.

-나와 부인이 서로 전력을 다해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나?

-아무리 그래도 오 대협이 이기지 않을까요?

-틀렸네.

-정, 정말…… 진심으로 말하는 거예요? 그래도 부인이라고 봐주시고 그런 거 아니고요?

-전력으로 덤빈 적이 있네. 나를 때리는 것까지는 참을 수 있었어. 그런데 저 여편네가 어린 자식들한테…… 불쌍한 녀석들. 못난 애비를 만나서…….

극양신장은 진심이었다.

옛일을 생각하며 울분에 눈물까지 글썽인다.

-아무튼 나를 때리는 건 참았지만, 아들 녀석들이 맞는 건 도저히 볼 수 없었다네. 그래서 진짜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 그녀와 싸웠네.

-어떻게 됐는데요? 아니, 진짜로 졌어요?

-무참히 깨졌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덤볐다가 왕창 깨지고 말았지.

-구음신녀문의 무공이 극양신공을 넘어설 정도로 강해요?

극양신장이 힘없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그건 아니야. 구음신녀공이 강한 게 아니라, 구음신녀문의 여자들이 강한 거야. 천주 자네 말대로 사악하고 음흉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네.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다 하거든. 지금도 그렇고.

난 다시 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주소수를 보았다.

특이한 점이 없었다.

정직하게 싸우고 있다는 것 외에는.

무얼 숨기고 있는 거지?

내가 그렇게 의아한 얼굴을 하고 있자, 극양신장이 설명을 이었다.

-그녀의 독문무공이 무엇인가?

-구음사편신녀공(九陰蛇鞭神女功)이요.

-맞네. 그런데 지금 그녀는 몇 개의 사편검으로 령무라는 자와 싸우고 있나.

-하나, 둘, 셋…… 일곱 개네요?

-바로 그것일세.

-아!

두 개의 사편을 팔백 합이 넘게 싸우는 지금까지 숨기고 있다.

주소수.

역시 무서운 여자다.

하지만 아니다. 상대는 금강불괴다.

나머지 두 개의 사편검을 꺼내어 기습을 한다고 하여도,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약점이 없기 때문이다.

콰콰콰콰콰콰콰쾅!

쾅쾅쾅쾅!

어느새 더 커지고 더 강해지고 더 흉폭해진 일곱 마리의 황금빛 뱀이 동시에 령무를 강타했다.

뱀의 머리가, 뱀의 날카로운 이빨이 령무의 전신을 물어 버린 것이다.

그중에는 령무의 양쪽 눈까지 포함되었다.

그런데.

쩌저적!

콰아아아아아앙!

령무가 기운을 폭발시키자마자, 주소수의 사편검이 모조리 터져 나갔다.

양쪽 눈을 물고 있던 뱀의 머리마저 산산조각이 나 버리고 만 것이다.

정녕, 금강불괴에게 약점은 없다는 말인…… 아! 극양신장 이 양반, 아직도 웃고 있네.

-지금일세!

난 다시 안력을 끌어올려 전장을 주시…… 와!

땅에서 사편검이 솟구쳤다.

황금빛 뱀의 머리가 갑작스레 튀어나온 것이다.

그리고 그 황금빛 뱀은 아가리를 크게 벌려 날카로운 이빨로, 꽉!

물었다.

양발을 벌려 부동의 자세로 일곱 개의 사편검을 모두 막고 파훼한 령무.

하지만 지금 땅에서 솟구친 뱀이 문 위치가…… 거기다.

거시기.

그거 말이다.

양물.

남자의 소중이.

똘똘이가 있는 곳.

쌍방울.

그렇다

정확히 령무의 쌍방울을 주소수의 여덟 번째 사편검이 정확히 가격한 것이다.

설마, 금강불괴는 거시기도 단련을 시킬까?

찰나의 순간이 억만년처럼 느껴졌다.

고요했다.

뱀이 거시기를 무는 순간, 오십만 명이 넘는 사람들 모두가 하던 모든 동작을 멈추고 소리마저 죽인 채, 뱀이 물어 버린 령무의 거시기를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곧.

령무에게서 반응이…… 반질반질한 그의 머리 위로 한 줄기 땀이 흘러내렸다.

멈추어 버린 시간 속에 홀로 흐르는 한줄기 땀이었다.

동시에, 주소수가 웃었다.

승리를 확신하는 그런 미소였다.

하지만.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미친!

미쳤다!

금강불괴는 약점이 없다.

쌍방울마저 단련한 게 확실하다.

령무의 거시기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었고, 령무의 거시기를 물고 있던 황금빛 사편이 그렇게 흔적도 없이 폭발해 사라지고 말았다.

금강불괴의 황금빛과 주소수가 일부러 멋있게 보이려고 형성한 강기의 황금칭의 폭발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하지만 지금 멋지고 장관이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주소수가 시전한 회심의 일격이, 허무하게 파훼되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내가 패배감에 빠져들고 있을 때.

-아직 끝나지 않았네.

뭐지? 극양신장의 저 자신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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