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두가 된 이유-224화 (224/245)

224화

만리연통석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미호야.

-…….

-미호야?

-아! 미안.

-바빠?

-응. 아! 계속 잡힐 듯 말 듯. 닭대가리가 사람 미치게 만드네.

-너 요괴 아니었어?

-그거나 저거나. 그런데 왜?

-아니. 그냥. 요즘 통 연락을 안 해서, 잘 지내나 싶어서. 지금 어딘데? 또 북해로 갔어?

-아니야. 여긴 더워. 환장하게 덥네.

-어딘데? 남월이나 천축국이라도 간 거야?

-더 먼 곳. 계효보가 서역으로 도주했고, 그다음으로 계속 남쪽으로 도주했어. 따뜻한 바다를 건너니, 중원과는 그 풍경이 완전히 다른 세계가 나왔어.

-도대체 어딘데, 거기가?

-나야 모르지. 이곳이 어디인가 보다는 계효보를 계속 잡고 놓치고, 미치기 일보직전인 게 더 중요하니까.

-아, 그렇구나.

-맞다. 혹시 검은 피부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알아?

-어, 새외를 오가는 상인들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어. 색목인이랑은 다른 그냥 검은 피부의 사람들이라고 하더라고.

-여기는 모두 그런 사람들이 살아. 동물들도, 아 맞다! 중원에서 말하는 사자하고 기린 있잖아.

-응. 그 신비한 동물들.

-여기 그것들이 살아. 엄청 많아. 땅은 메마르고 더위는 미칠 듯한데, 또 검은 피부의 사람들과 수많은 동물들이 잘 어울리며…… 찾았다!

-뭘 찾아?

-계호보 이 새끼. 이리로 도망갔어. 야! 악치야, 나중에 연락하자! 호요! 웅요! 저쪽이야!

만리연통석의 연결이 일방적으로 끊겼다.

섭섭하기보다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효보를 잡기 위해 땅끝이라도 간 모양이다.

백미호와 호요, 웅요의 집념과 능력에 나는 한참이나 멍하게 있어야 할 정도로 탄복하고 말았다.

어쩌면 정말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녀라면 할 수 있을 것이라 이제는 믿는다.

*

일전에도 말했지만, 소림사는 하남에 있다.

무림맹도 하남에 있다.

우리 현화천도 하남에 있다.

무림의 태산북두라는 소림사.

무림의 집결체라는 무림맹.

무림의 신성 현화천.

세상 사람들은 하남을 무림의 핵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세 세력의 미래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이는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무지렁이들의 말일 뿐이었다.

우리 현화문은 성황리에 개파식을 치렀다.

사부와 작은 사부에 관한 이야기는 가급적 편한 노후를 위해, 또 삼 할의 힘을 숨기라는 무림의 명언에 따라 언급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와 만검존, 왕대까지.

화경의 고수 두 명과 극마의 고수 한 명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곧바로 중원 전역에 퍼져나갔다.

거기에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문에 연을 대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이 가득이었다.

또 평판은 얼마나 좋은가?

사실 나는 왕대가 마공을 익혔다는 사실에 대해 조금은 염려했었다.

무림에도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게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왕대는 이제 내 가족이고, 나는 그를 끝까지 돌봐줄 것이다.

그래서 무림이 그를 걸고넘어질까 봐 우려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역시 처호와 처선 그리고 공손병이다.

그들은 진즉부터 이러한 일들을 예측했고, 결론적으로 왕대의 삶을 만천하에 하나의 숨김없이 모두 들어냄으로써 왕대를 지탄의 대상이 아닌 동정의 대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개방과 하오문에서도 큰 도움을 주었다.

뭐, 이러한 계책이 실행되는 내내 왕대는 전혀 이러한 일들에 대해 모르고 있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모든 게 다 잘됐다.

그리고 그렇게 몇 달이 흘렀을 때.

세 개의 세력.

소림사, 무림맹, 현화천으로 구성된 하남 무림의 팽팽했던 힘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우리 현화문의 힘이 그들을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소림사는 멀쩡했다. 예나 지금이나, 그저 묵묵히 숭산에서 수련하는 그들에 대한 평판은 달라진 게 없다.

다만, 무림맹은 사정이 달랐다.

무림맹을 이탈하는 문파와 세가가 점점 늘었고, 고수들도 하루가 멀다 하고 탈맹을 선언했다.

그리고 그들이 향한 곳은 바로 우리 현화문이었다.

아직 일부이긴 하지만 허울뿐인 무림맹은 해체되어야 한다는 말까지 종종 들려오는 실정이었다.

나야 요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날 날이 없을 정도로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무림맹주는 나와 기분이 정반대인 나날을 보내는 중일 터였다.

궁지에 몰린 쥐는 사람을 물게 되어 있다.

무림맹주가 쥐고, 내가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그 쥐가 나를 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

내 나이 스물아홉의 어느 날이었다.

“마월성(魔月城)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마월성이라. 음…….”

뜬금없는 일이었다.

현화천이 개파하고 무림은 그야말로 무림사에서 몇 번 찾아볼 수 없는 태평성대를 보냈다.

어디에 마두가 출몰했네 하면, 제이의 마악치, 천무휘, 곽우적, 한해북, 금예지를 꿈꾸는 젊은 무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그곳으로 달려가 마두를 때려잡았다.

나중에는 마두들의 씨가 말라, 숨어 있는 마두를 찾아 소탕한다는 마두수색대라는 젊은 무인들의 조직까지 우후죽순으로 생겼을 정도였다.

어디에 문파 간의 다툼이라도 생기면, 무림맹과 우리 현화천은 경쟁이라도 하듯 달려가 중재에 나섰다.

좋은 원인과 좋은 결과가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반복되는 선순환이 무림의 흐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들이 나타났다.

정말 뜬금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뜬금없는 일이라도, 무시할 수 없었다.

아니, 그들의 등장만으로 천하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어느 날 갑자기 마월성이 생겼다.

오백여 마인들의 모임.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고, 땅에서 솟아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갑작스레 마월성을 세우고 스스로 천하의 주인이 되겠다고 선포하였다.

“무림맹주의 농간일까요?”

내 물음에 처호가 답했다.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연결고리를 찾는 게 쉽지 않습니다.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들의 출신은 어떻습니까? 어디에서 온 누구인지 확인된 게 있습니까?”

이번엔 공손병이 답했다.

“너무 급작스러운 일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개방과 하오문 등에서 보내온 정보와 자체적으로 급히 조사한 정보들을 취합한 결과 그 핵심이 되는 인물들은 마교에서 죄를 짓고 탈주한 자들일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높습니다.”

“마교의 탈주범들이라…… 골치 아픈 일이네요. 마교 놈들, 지들 일은 지들 땅에서 알아서 해결하지. 휴우. 핵심 인물들 말고 다른 자들은요?”

“근 일 년 동안, 무림에서 젊은 무인들 사이에 천주님을 동경하는 자들이 그 발자취를 따라하겠다며 마두 사냥에 대거 나선 일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그게 이번 일과…… 아!”

“네, 생각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무림 곳곳에 꼭꼭 숨었던 마두들이 마월성으로 집결했고, 현재도 그 소식을 듣고 계속 마월성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합니다.”

“오히려 좋은 일일 수도 있겠네요.”

내 말에 처호, 처선, 공손병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한곳으로 몰려 있으니, 일망타진할 수도 있잖아요.”

“아! 네. 천주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다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공손병이 의아해하는 내 얼굴을 잠시 살피는가 싶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극마의 고수가 셋이고, 초절정의 고수는 현재 파악한 것만 스무 명이 넘습니다.”

“공손 선생,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그건…… 그건 진짜 너무 말이 안 되잖아요.”

“극마의 고수 셋 중 한 명의 신분이 확인됐는데, 오 년 전까지 마교에서 삼장로 직에 있었던 혈수마종(血手魔宗) 육시위라는 자입니다. 마월성의 성주로 스스로 마황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오 년 전 마교에 있을 당시에도 극마의 고수였는데, 마교를 도망쳐 오 년의 지난 지금 그의 경지는 당시와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해졌다고 합니다.”

“하아! 진짜 쉽지 않겠네요. 나머지 둘에 대해서도 알려진 게 있나요?”

“나머지 두 명에 대한 신분도 파악 중이지만, 마월성의 공포에 따르면 각각 삼 년 전과 이 년 전 극마의 벽을 깼다고 합니다. 그들 역시 마교에서 탈주한 후 어떤 기연이라도 얻었는지, 극마의 벽을 깰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마월성에 투신하면 상승의 마공을 대가 없이 나누어 준다는 소문이 돌며, 더 많은 마두들이 그리고 향하고 있습니다.”

“혹시…… 아수라혈천신공 아닐까요?”

내가 신중한 얼굴로 물었다.

이번 답은 공손병이 아닌 처호가 했다.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확인된 바에 의하면, 아수라혈천신공과는 확연히 다른 마공을 익혔습니다. 조금 더 조사한 후 보고하겠습니다, 천주님.”

“아니에요. 내가 붙어 보면 금방 알아요. 왕대는 나보다 더 잘 알거고요.”

천무휘는 몇 달 전 화산파로 돌아갔다.

예지도 지난달 아미파로 갔다.

무적할매와 개파식이 끝난 후 진즉 절강 항주의 위화궁으로 돌아갔고.

지금 이곳에 극마의 고수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나와 만검존 그리고 왕대가 전부다.

사부와 작은 사부가 나설 수도 있지만, 무림맹주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집을 비울 수는 없지 않겠는가.

“마월성의 위치가 어디죠?”

“섬서와 사천 그리고 호북의 딱 중간 지점입니다.”

“화산과 무당, 아미파 위험할 수도 있겠군요.”

“네. 아무래도 그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인다면, 그 세 곳 중 하나를 먼저 치려 들 것입니다.”

“무휘나 송암 도장, 예지와 아미삼검이 합쳐서 싸운다면 모를까. 따로 싸우게 된다면 낭패를 면하기 어려울 거예요. 그전에 우리가 움직여야겠습니다.”

난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처호, 천선, 공손병을 향해 명령했다.

“지금 당장 마월성을 치러 갈 본 문의 정예를 차출하세요. 또, 본 문과 연이 있는 무문에 마월성으로 모여 함께 싸우자는 배첩을 돌리세요. 정확히 사흘 뒤, 마월성을 치러 가겠습니다.”

“존명!”

*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무림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월성을 공격하러 가는 우리 현화문에 대한 찬사는 가는 길마다 끝도 없이 이어졌다.

맹주도 도박을 하는 것이다.

잠깐의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나를 죽이고 현화천을 무너뜨리겠다는 도박.

물론 마월성이 나와 현화천을 무너뜨리지 못할 수 있음까지 계산에 넣었을 것이다.

그 후의 계책까지 이미 그 능구렁이 같은 맹주의 머리에 모두 계산되어 있을 테고.

하지만 무림맹주의 그 계책은 기본 전제부터 틀렸다.

마월성은 나와 우리 현화천에 그 어떤 타격도 입히지 못할 것이다.

맹주의 가장 큰 착오는, 나와 우리 현화천의 능력을 아직까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화천을 떠난 나와 왕대, 만검존 그리고 현화천의 고수 일천오백 명은 열흘이 지나기도 전 마월성 코앞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미 그곳에는 삼천이 넘는 고수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현재에도 계속 중원 각지에서 고수들이 우리와 함께 싸우기 위해 몰려들고 있었다.

“천주님, 알아냈습니다. 아수라혈천신공이 확인되었습니다. 각기 조금씩 다른 검법, 도법, 권법, 장법 등으로 변형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원류에 아수라혈천신공임이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아수라혈천신공을 급하게 변조하느라 부작용도 더 심하다고 합니다.”

처호에 이어 처선이 보고했다.

“이미 마월성 내에서 주화입마에 빠진 마인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사고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내공을 증폭시킨다는 이유로 인근 마을의 어린아이들을 잡아다가 그 심장으로 마단(魔丹)을 만들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됐습니다.”

“역시나 맹주의 수작질었군요.”

“네, 천주님. 그리 사료됩니다. 그런 의미로, 잠시 주화입마에 빠진 저들이 자멸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도 한 가지 좋은 계책이라 생각합니다.”

“아니에요, 처호 선생. 그러면 우리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한다면 민가의 피해가 더 커질 거예요.”

“죄송합니다, 천주님.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우리 현화천을 위한 계책임을 다 알고 있어요. 사죄할 필요 없어요.”

“감사합니다, 천주님. 그럼 이제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요?”

“칼을 손에 쥔 놈들끼리 뭐가 더 있겠어요? 우호법!”

내가 큰 목소리로 부르자, 내 뒤에서 나를 지키는 팔부 신장이로 되는 듯 떡 버티고 서 있던 왕대가 내 앞으로 와 부복했다.

“우호법, 나쁜 놈들이 나타났다.”

“마월성이 나쁩니까?”

“나쁘다. 그것도 아주 나빠. 자신의 무공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어린아이를 잡아다가 그 심장으로 나쁜 약까지 만든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하지?”

“왕대가 혼내 줘야 합니다.”

“하지만 상대는 많다. 또 강하다. 너와 같은 아수라혈천신공을 익힌 마인이 오백 명이 넘는다. 그중에는 마교에서 온 극마의 고수가 셋이나 된다. 무섭지 않나?”

“무섭지 않습니다. 왕대는 어린아이를 괴롭히는 나쁜 놈들을 혼내줍니다. 주인님께서 허락해 주시면 왕대가 혼내줍니다.”

“때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모두 목을 베야 한다. 할 수 있나?”

“어린아이의 심장을 빼앗은 나쁜 놈들은 왕대가 목을 벱니다.”

웃음이 나왔다.

마월성의 마인들이 익힌 아수라혈천신공은 마인들에 의해 급히 변조된 짝퉁이다.

하지만 왕대가 익힌 아수라혈천신공은 마교의 구대 교주가 아수라신공을 기반으로 만든 진짜 아수라혈천신공이다.

거기에 이미 왕대의 아수라혈천신공에는 우리 현화문의 도리(道理)와 작은 사부의 무리(武理)까지 깊이 스며들어 있다.

착한 아수라혈천신공이 나쁜 아수라혈천신공을 이길 수 있을지 보고 싶었다.

물론, 왕대 뒤에는 언제나 내가 있다.

녀석이 늘 내 뒤에 있어 주듯 말이다.

“마월성의 공성전(攻城戰), 선봉은 우호법에게 맡긴다. 왕대야, 가라! 가서 나쁜 놈들을 모두 혼내 줘라.”

“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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