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화
<<광마일기>>
(상략)
우마산에서 사흘 동안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싸웠다.
극양신장은 너무 강했다.
그가 손을 뻗으면, 어김없이 화염으로 만들어진 화룡이 나를 덮쳐 왔다.
화룡은 산을 뒤덮고, 들을 뒤덮었다.
내 눈에 보이는 천하가 모두 활활 타올랐다.
하늘마저 그 불길이 뜨거워 일그러진다는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결국 극양신장을 죽었다.
그의 심장을 정확히 내 광천검으로 꿰뚫어 버린 것이다.
동시에 나도 쓰러져 버렸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 속절없이 타 죽을 위기였다.
그런데 그때, 엄청난 함성과 굉음이 먼 곳에서 들려왔다.
죽을 것같이 힘들고 지쳤지만, 꾸역꾸역 광천검에 기대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저 멀리, 안력을 높이자 화양문이 보였다.
그리고 수만 명에 달하는 무인들이 화양문의 문을 부수고 벽을 넘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휘날리는 수 백기의 깃발.
무림맹과 천하 각지에서 몰려든 정파의 고수들이 화양문을 공격한 것이다.
어떻게 알았을까?
극양신장이 자리를 비운 틈을 어떻게 정확히 알고 공격한 것이지?
설마 나와 극양신장이 싸운다는 것을 저들이 미리 알고 있었단 말인가?
그렇게 뭔가 찝찝함이 계속 남아 인상을 찌푸리며 화양문이 무너져 가는 것을 보고 있을 때였다.
놀라운 일이 이곳에서 벌어졌다.
아니, 눈을 씻고 보아도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이곳 우마산은 극양신장 때문에 모두 불바다가 된 상태다.
내가 화경의 고수였기에 불에 타 죽지 않고 있는 것이지, 웬만한 고수는커녕 초절정 고수라 부르는 이들조차 접근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 정말 무지막지한 불의 열기가 사방을 뒤덮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뜨거운 지옥의 불 사이로, 이십 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한 여인이 걸어오는 게 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여인이었다.
아니, 더 놀라운 것은 그녀가 맹인(盲人)이라는 사실이었다.
그 여인은, 불길에 휩싸인 거친 산길을 앞이 보이지 않아 위태위태하면서도 꾸역꾸역 그 길을 걸어왔다.
내가 지켜보고 있음을 아는 것일까 모르는 것일까?
깊게 감은 눈으로 그녀가 향한 곳은, 이미 심장이 있던 자리가 뻥 뚫려 죽은 극양신장에게로였다.
난 조용히 그녀가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두 눈을 감은 상태로, 양손으로 더듬더듬 극양신장의 몸을 만졌다.
그런데 그때.
번쩍!
맹인이었던 그녀가 갑자기 두 눈을 떴고, 동시에 그녀의 눈에서 청광(靑光, 푸른 빛)이 쏟아져 나왔다.
그 청광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하늘마저 새빨갛게 물들어 버렸던 화마마저 순간 그 청광에 잠식될 정도였다.
나는 그 당시 얼마나 놀랐는지, 극양신장과 싸울 때보다 심장이 더 요동쳤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신비로운 여인은 이내 오른손을 뻗어 극양신장의 뻥 뚫린 가슴 위로 가져다 댔다.
이제부터 내가 적는 내용은, 훗날 우연히 광마일기를 발견한 누가 보더라도 믿기 힘들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쓰면서도 믿기지 않으니, 믿지 않더라도 탓하지 않겠다.
하지만 모두 사실이다.
광마일기를 적고 있는 지금의 내가 완전히 미치지 않았다면, 그 당시 목격한 것 역시 사실일 테니 말이다.
극양신장의 뻥 뚫린 가슴 위로 올려진 그녀의 손에서 푸른 빛이 어리기 시작했고, 곧이어 그 청광은 더더욱 힘을 더해갔다.
잠시 후, 극양신장의 몸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뻥 뚫렸던 그의 가슴에 새 살이 돋아나며 이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보고 있어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나는 그 말도 안 되는 기사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계속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흘렀고.
극양신장이 되살아났다.
부활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하지만 나는 실제 그것을 목격했고, 다시 극양신장과 오 일 밤낮을 쉬지도 못하고 싸워야 했다.
사실 다시 싸울 마음이 없었다.
싸우기 전보다 더 멀쩡해진 극양신장을, 지칠 대로 지친 내가 이길 자신도 없었다.
처음에는 극양신장도 나와 다시 싸울 생각이 없었던 듯했다.
하지만 저 멀리 화양문에서 연이어 터져 오는 폭발과 비명.
내가 한 짓이 아닌데.
극양신장이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마산에서 나는 극양신장 오 일 밤낮을 싸웠고, 그를 다시 죽였다.
(하략)
*
“그다음은 어떻게 됐는데?”
“화양문과 신녀문에서 각기 가출한 아버지와 어머니를 찾기 위해 고수들을 파견했지요. 하지만 쉽지 않았어요.”
“왜?”
“화양문에서 아버지가 숨을 만한 곳을 갔을 땐 이미 어머니만이 아는 장소로 도주한 뒤였고, 신녀문에서 어머니가 숨을 만한 곳에 도착했을 땐 다시 아버지만이 아는 장소로 숨으며 도망 다니셨거든요.”
그때였구나.
오중체의 어머니 주소수가 젊은 시절의 무림맹주와 천수신권을 개 패듯 두드려 팼던 때가.
가출해 떠돌던 두 사람이, 우연히 무림맹주와 천수신권을 만났던 것이리라.
급히 현장을 벗어난 것 역시, 가출 중이었기 때문이었고.
뭔가 아귀가 하나둘 맞아 가는군.
“결국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 도피극은 삼 년이나 이어졌고, 문파의 소문주와 신녀를 잃게 된 화양문과 신녀문은 극적으로 손을 잡게 됩니다. 합심하여 아버지와 어머니의 추격에 나선 것이었죠.”
“오! 그래. 그래서?”
“잡혔죠, 하하.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잡혀서 아버지는 화양문으로 어머니는 신녀문으로 끌려갔대요. 그런데 삼 년이란 도주극이 두 분을 더욱 끈끈한 애정으로 연결해 놨나 봐요. 약속을 한 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지만, 식음을 전폐하며 혼인을 허락해 달라고 항쟁했다네요, 하하.”
“아! 뜨겁게 사랑하셨구나.”
“아마 그랬나 봐요. 결국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피골이 상접하고, 이러다가는 진짜 죽을 거 같아서 할아버지와 신녀문주가 두 분의 혼인을 허락했대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잖아요. 물론 우리 엄마는 예외지만요.”
“혼인 후에는 어떻게 됐어?”
“뭐, 큰형님 낳고, 둘째 형님 낳고, 저까지 낳고. 아들만 셋을 줄줄이 낳으며 잘 사셨죠. 아! 맞다. 둘째 형님하고 저하고 나이 차가 열 살 차인 거 아세요?”
“대충 알고 있어.”
“늦둥이에요. 그렇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늦둥이를 매일 그렇게 혹독하게 혼내시고. 아! 제 인생은 왜 이런지 모르겠습니다, 형님.”
“음, 그래. 그건 네 인생이고. 그거 말고. 화양문하고 신녀문은 어떻게 됐냐고.”
“우리 화양문이야 아시다시피, 아버지가 돌아온 후부터 다시 승승장구했지요. 아버지와 어머니 혼인 후, 오 년이 지나기도 전에 귀양에는 적수가 없을 정도의 힘을 축적했고. 다시 오 년이 더 지나기도 전에는, 그냥 모두가 인정하는 귀주제일문파가 됐고. 다시 십 년이 지났을 때부터는 아버지가 당당히 천하오대고수에 이름을 올리며, 중원 전역에서도 그 명성을 엄청나게 떨치고 있는 중이죠.”
“신녀문은? 다시 신녀문으로 돌아가서 나오지 않았어?”
“그게, 형님.”
“응.”
“실은요. 당시 어머니가 아버지와 혼인한 후 신비로운 능력도 잃고 신녀 자격도 박탈당했어요.”
“그랬다고 했잖아.”
“네. 그래서 그렇지 않아도 신비문파라 돈 들어올 곳이 없었던 신녀문의 재정이 더욱 궁핍해졌다고 해요. 신녀문 문도들이 엄청난 고수들이거든요. 오십 명밖에 되지 않는 소수인데. 한 명 한 명 진짜 무지막지해요. 나중에 보시면 알겠지만, 아! 이건 말로 설명하기도 힘드네요. 아무튼 엄청난 여고수들로만 조직된 게 신녀문이에요.”
그렇구나. 그런 거였어.
하오문 지부였던 홍화루를 박살 내고 기녀들의 머리를 죄다 밀어 버린 오십 명의 흑의 복면인들.
오중체의 어머니 주소수가 이끌고 간 신녀문의 여고수들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돈이 없으니 뭐 고수건 뭐건 방법이 있겠어요? 배고픈 데에는 고수고 뭐고 필요 없죠. 굶어 죽지 않으려고 산에 가서 나무뿌리 캐서 씹어먹고 풀 뜯어 먹고 그랬대요.”
“아! 그건 좀 그렇다. 그래도 명색이 고순데.”
“신녀문이잖아요. 신비문파고. 문규가 또 굉장히 지랄맞……. 어험, 엄격해요. 함부로 외출도 힘들지만, 신녀문의 일 외에 돈을 버는 행위 또한 강하게 금지하고 있어요. 부정 탄다고 산짐승도 잡아먹지 못하게 하고. 암튼 문규가 엄청나게 많고 엄격해요.”
“휴우, 갑갑한 문파군. 그래서 어떻게 됐어? 아직도 나무뿌리 캐고 풀 뜯어서 씹어먹으며 살아?”
“아니요. 이게 과정을 설명하면 긴데. 결론만 말하면 모두 화양문으로 왔어요. 신녀문의 근거지는 고스란히 있긴 한데, 형식적으로 문도 한두 명만 지키게 하고, 신녀문 전체가 우리 화양문으로 이사를 왔어요. 신녀문과 다르게 우리 화양문 금고에는 금은보화가 너무 많이 쌓여 보관할 곳이 없을 정도로 부유했으니까요.”
“어? 잠깐. 그런 얘기는 못 들어 봤는데? 화양문에 엄청난 여고수들이 있다는 얘기 말이야.”
“비밀리에 이사를 왔고, 화양문에 온 뒤로도 거의 내전에서도 어머니가 거주하시는 가장 심처에서만 활동하니까요.”
“외부 활동은 아예 안 해?”
“힘쓰는 일요? 무력?”
“응. 그 정도 고수들을 그냥 두기는 아깝잖아.”
“필요하면 아버지가 부탁이라도 해 봤겠죠. 그런데 그녀들이 나설 정도의 일 자체가 없어요. 그녀들 말고도 본 문에는 괴물 같은 고수들이 우글거리니까요.”
“아! 그렇지. 화양문이지. 극양신장의 화양문.”
“네. 이건 저희 집을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실제 우리 귀주는 물론 광서, 광동 등에서까지 고수들이 몰려왔어요. 그 지역에 우리 화양문 정도의 문파나 구파일방 오대세가에 견줄 그런 세력이 없잖아요. 그래서 명성을 한 번이라도 떨쳐 보고 싶은 고수들이 엄청나게 몰려왔고, 지금도 계속 몰려드는 중이에요.”
“그래서 신녀문의 여고수들이 활약할 기회 자체가 없었다?”
“네. 그런데 이건 저도 확실하지 않은데, 몇 번 신녀문 고수들이 움직인 적은 있다고 얼핏 이야기를 듣긴 했어요. 어머니가 아버지와 대화할 때, 흘리듯 말한 거라 정확하지는 않아요. 감히 제가 물어볼 엄두도 내지 못했고요.”
“어떤 일에 나섰는데?”
“간자나 배신자들, 암중에서 일어나는 일들. 문파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런 일들도 많잖아요. 그때 몇 번 나섰다고 들었어요.”
“결과는?”
“저야 모르죠. 그런데 아마 그녀들 손에 걸리고 살아남는 건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음, 그렇군.”
난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어머니의 약점…… 휴우. 없다고 했지?”
“네, 없어요. 절대로.”
“좋아하는 건? 아주 많이 좋아하는 그런 거는 없어?”
“네. 그런 것도 없어요. 아! 아버지나 큰형님, 작은형님, 그리고 저.”
“……?”
“때리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닐까, 휴우. 그런 생각은 어렸을 때부터 많이 해 봤어요. 이건 농담이 아니라 진심입니다.”
“음, 그래. 그건 넘어가고.”
“형님, 그런데 형님이 진짜 정확히 짚으시긴 했네요.”
“뭘?”
“지금 어머니를 설득해서 우리 화양문과 동맹 맺으려고 하시는 거잖아요. 천수신권과 무림맹주에 맞서 싸울 세력을 만드는 거요.”
“그렇지. 맞아. 네 어머니가 화양문의 핵심이고 진짜 주인이라는 판단했어.”
“정확히 문제의 핵심을 짚은 게 맞습니다, 형님. 엄마만 설득하면, 아버지는 그냥 알아서 따라올 거예요. 아버지가 따르면 당연히 화양문은 물론, 우리 화양문을 따르는 가신 세가와 문파들 역시 모두 힘을 합칠 것이고요.”
“엄청난 힘이 되겠네.”
“네, 엄청나죠. 귀주는 물론, 광서, 호남, 광동, 강서에서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게 화양문이니까요.”
“네 어머니를 어떻게든 설득해야겠네?”
“네.”
“네가 좀 도와줘라.”
“형님, 그냥 저에게 무림맹주 목을 따 오라고 명령해 주십시오.”
“응, 그래. 됐다, 휴우. 장난 아니고 정말 방법 없을까? 어머님이 약점도 없어, 좋아하는 것도 없어. 무슨 관심을 갖는 그런 일 없어? 취미라든가, 취향, 습관. 아니면 무언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든가. 그런 것들.”
“네. 취미는 큰형님 때리기고, 취향은 가능한 세게 때리는 거고,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건, 가출한 저를 잡아 때리는 거예요.”
“아! 정말 돌겠다. 무림맹주와 천수신권의 음모를 막아야 하는데. 어쩌지? 그냥 솔직히 말해 볼까? 당당하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도와 달라고 부탁하면 어떻게 반응하실까?”
“쉽지 않을걸요? 어머니는 현재의 삶에 굉장히 만족해하세요. 어쩌면 신비문의 폐쇄적인 생활 방식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는데, 무림맹과 소림사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일이잖아요. 어머니는 피하려고 하실 거예요.”
“하지만 천수신권과 무림맹주가 본색을 드러내면 화양문도 화를 피하긴 어려울 텐데.”
“다른 방법을 찾겠죠. 어떻게든 전쟁을 피할 수 있는, 화양문의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요. 예컨대…….”
“예컨대 뭐?”
“이건 최악의 경우를 혹시나 해서, 어험, 말씀드리는 거니 오해하지 마시고요.”
“알았어. 알았으니 그냥 말해.”
“최악의 경우, 형님의 목을 베어 무림맹주에게 보낼지도 몰라요.”
아! 씨X. 깜빡했다, 공손병의 경고를.
‘혀는 뱀과 같고, 칼에는 자비가 없다.’
무시무시하군.
“중체야.”
“네, 형님.”
“한 가지 너에게 말하지 않은 사실이 있어.”
“그게 뭔데요?”
“사실, 아주 오래전에. 그러니까 너희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도주극을 벌이실 때.”
“네. 그때 뭐요?”
“너희 어머니께서 당시 젊었던 천수신권과 무림맹주를 때렸어.”
“설, 설마…….”
“설마가 아니야. 그것도 복날 개 두드려 패듯 마구 두드려 팼데.”
“아! 이거…… 피할 수 없는 싸움이네요?”
“응. 맞아. 그래서 더더군다나 네 어머니를 설득해야 해.”
“휴우, 소림사와 무림맹의 칼이 결국 어머니와 아버지를 겨눌 것이라면…….”
“어머니도 싸우겠다고 하시겠지?”
오중체가 고개를 천천히 가로젓는다.
“반반이에요. 불같이 화를 내시며 무림맹과 소림사로 쳐들어가자고 하시거나,”
“하시거나?”
“화양문 금고의 금은보화를 들고 도망가자고 하시겠죠. 아마 후자의 가능성이 조금 더 커요. 어머니는 성격이 불같지만, 그러면서도 굉장히 이해득실의 셈에 밝아요. 피할 방법이 있는데, 굳이 전쟁까지 해 가며 희생을 감수하실 어머니가 아니시거든요.”
아, 진짜! 신녀문에서는 의협심은 안 가르치나? 아무리 사파라고 해도 이건 너무 계산적이잖아.
돌겠네. 무력으로 어쩔 수도 없고. 그렇다고 설득도 통하지 않을 것 같고.
아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는 하지만 그녀를 설득하다가 괜히 내 목이 날아갈 수도 있다.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가능성이다.
사파라면, 뱀의 혀와 무자비한 칼을 품은 신녀문이라면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배제하면 안 된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화양문의 힘을 끌어들여야 우리에게 유리한데.
어쩌지?
내 고심이 깊어지던 그때였다.
“형님!”
갑자기 오중체가 소리를 질렀다.
“왜?”
나도 덩달아 소리를 질렀다.
“있어요!”
“뭐가?”
“어머니의 마음을 얻을 방법.”
“그게 뭔데?”
“신녀.”
“신녀?”
“어머니께서 신녀의 신비한 능력을 잃고 사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구음신녀문에서 새로운 신녀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요. 어머니는 내내 그것을 자신 탓이라 생각하며 미안해하고 있어요.”
이거다!
신녀.
그리고 난 구음신녀문의 신녀가 누군지 알고 있다.
신녀문의 어린 문도 중, 맹인을 찾으면 된다.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