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두가 된 이유-172화 (172/245)

172화

“으아앙앙. 엉엉엉. 으아아앙.”

아이의 울음은 계속 이어졌다.

갈수록 더 서럽게 우는 아이였다.

고작 일곱 살 나이에 무슨 서러운 일이 그렇게 많은지.

보는 내 마음이 다 아팠다.

예지도 갑작스레 우는 아이 때문에 많이 당황했는지, 쉬이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나섰다.

“인경아, 내가 누군지 아니?”

“현화도사 마악치. 엉엉엉. 못생겼어. 우리 사고님이라 같이 있지 마요. 엉엉엉.”

아나!

어린아이를 때릴 수도 없고.

아이의 말에 예지도 놀란 모양이다.

나에게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휴우, 참자.

고작 일곱 살 아이 아니겠는가?

한참 거짓말을 할 나이다.

됐다.

“어험. 어험. 내가 그렇게 못생겼…… 아니, 그건 됐고. 맥을 좀 잡아 봐도 되겠니?”

“앙앙앙. 죄송해요. 엉엉. 못생겼다고 말하려고 한 건 아닌데. 아아앙. 나도 모르게 머리로 생각한 게 튀어나왔어요. 아아앙.”

“아니, 그건 됐다고. 아니다.”

그냥 아이의 맥을 잡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확신할 수 있었지만, 조금 더 자세히 살피기 위함이다.

아이의 맥을 잡고 미세한 기운을 불어넣어 단전을 관조했다.

음, 확실히 일곱 살 아이라고 믿기 힘든 튼튼한, 외양만큼이나 아주 튼튼한 단전이 형성되어 있다.

그 안에 있는 내공 또한 요맘때 아이들이 콩알만 하다고 한다면, 국인경의 내공은 밥 한 그릇의 양이다.

사실 무공과 내공에 대하여 잘못 알려진 상식들이 꽤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축기(築氣), 그러니까 내공을 모으는 과정과 방법이 그 하나다.

대부분 가부좌를 틀고 운기를 하여 대자연의 기운을 끌어다가 단전에 내공을 쌓는다고 알고 있다.

맞다.

하지만 다 맞는 건 아니다.

특히 무공 초입자, 그러니까 국인경과 같은 어린아이에게는 더더욱 그 말이 해당되지 않는다.

어른이 되고 고수의 경지로 갈수록 그 쌓는 기운의 양이 많아진다.

또 축기의 경지 또한 상승으로 향한다.

대자연의 엄청난 기운을 빠르고 정순하게 단전에 쌓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고수들은 그렇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그게 불가능하다.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이맘때 아이들은 그 축기하는 방법을 배우는 일련으로 대자연의 기운을 느끼는 정도가 전부다.

그럼 어린아이들은 어떻게 단전을 형성하고 내공을 쌓는가?

바로 음식, 그러니까 밥을 먹어 그 영양분을 내기로 전환하여 기운을 쌓는 것이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열에 아홉은, 또 그 아홉 명이 쌓는 내공의 구 할은 그렇게 섭취하는 음식을 통해 얻게 된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충분한 영양 섭취가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국인경은 역시나 대단하다 할 만한 내공을 보유하고 있다.

언제부터 무공 수련을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최소한 일곱 살 나이로 이 정도의 내공을 쌓았다면.

이 년, 혹은 삼 년 뒤.

국인경이 아홉 살이나 열 살이 됐을 때, 발경(發經)은 당연히 불가능하겠지만, 그 내공을 전신으로 퍼뜨리고 또 공격을 감행하는 손과 발에 집중한다면, 능히 소 한 마리 정도는 때려잡을 수 있을 것이다.

농담으로 말한 게 아니라, 실제 가능하다.

거기에 더해, 이미 신체가 일곱 살 아이의 평균을 훌쩍 뛰어넘고 있지 않겠는가.

그만큼 내가 판단한 국인경의 경지는, 그 또래와 아예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월등한 것이었다.

그런데 왜 이러는 걸까?

더 강해지고 싶어서?

무공에 대한 욕심과 집착 때문인가?

예지처럼 강해지고 싶다는 아이의 말이 언뜻 이해되지 않았다.

조금 더 대화를 나누어 봐야겠다.

“인경아.”

“으아아앙. 못생겼어. 죄송해요. 또 속으로 생각한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어요. 아아아앙.”

젠장! 나도 어린아이였으면 좋겠다. 마음껏 속으로 생각했던 욕지거리를 내뱉게.

예지가 미안한 얼굴로 내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우리 예지의 따스한 온기가 내 등을 통해 느껴졌다.

됐다.

인경아, 욕 더해라.

네게 받은 상처에 비해, 받는 보상이 훨씬 더 크구나.

“뚝!”

“뚝.”

내가 호통은 아니고, 기합을 살짝 넣어 말하자 거짓말처럼 아이가 울음을 뚝 그쳤다.

“인경아, 오빠가 초절정의 고수인 거 알아?”

아이는 대답 대신 놀란 눈을 떴다.

그래도 아미파의 제자라고, 초절정이 뜻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모양이다.

언뜻 믿기 힘들다는 얼굴로 예지를 쳐다본다.

예지가 자상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더 놀란 눈으로 나를 보았다.

“일백 년 전 천하제일인이셨던 우리 현화문의 현화검존, 내 태사조님의 이름을 걸고 사실을 말해 줄게. 인경이 넌 강해. 그것도 엄청나게 강하단다. 난 네가 강해지고 싶다며 우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구나.”

“제, 제가요?”

“그래. 넌 강하다. 그것도 상식 밖으로. 아마 예지, 그러니까 금예지 사고도 네 나이 때에는 너처럼 강하지 못했을걸?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정, 정말요?”

“그래.”

예지도 또 한 번 아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더더욱 놀란 얼굴이 된 국인경.

“이제 그만 울고, 네 사연을 말해 주겠니? 왜 네가 강해지고 싶은지. 또 왜 그렇게 서럽게 우는지 말이야.”

“그, 그게…… 그게 말이에요.”

또 자기 손가락만 만져대며 쭈뼛거린다.

나와 예지는 그런 아이를 잠자코 기다려 주었다.

그러자 잠시 후, 아이가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아이들이 저를 놀려요.”

“뭐라고?”

“뚱땡이라고요.”

“음.”

“제 이름이 국인경인데, 저한테 큰 대(大) 자를 써서 대인경이라고 불러요. 어떤 애들은 중원에서 제일 뚱뚱하다고 국대(國大) 인경이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혼내 주지 그랬어?”

“전…… 약해요. 애들이 때려도 맞기만 했어요.”

“때리려고 해 본 적은 있고?”

아이가 대답 대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왜?”

“때리면 아프니까요.”

“다른 아이들이 아플까 봐 때리지 않은 거야?”

“네.”

“걔들은 너 때렸다며? 놀리기도 하고.”

“그래도…… 다른 아이들이 안 아팠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다른 아이들이 널 놀리고 때릴 때, 너는 참고만 있었다. 그리고 넌 다른 아이들에게 맞기만 하니까, 약한 거다. 그런 거야?”

또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이는 아이였다.

뭐, 아이의 생각을 어른과 빗대어 모두 논리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인경이의 마음과 생각이 무엇인지 충분히 알 것 같았다.

“그런데 왜 우릴 찾아온 거야? 갑자기 강해져서 다른 아이를 때리고 싶은 마음이라도 생긴 거야?”

“아니요.”

“그럼 왜?”

“그게…… 내일…… 대련 시험이 있어요. 애들이 그러는데, 저 이번에도 또 일차에서 떨어지면, 우리 아미산에서 쫓겨난대요.”

다른 아이들이 인경이를 놀리고 겁주기 위해 꾸며 낸 이야기일 터다.

“으아아아앙.”

인경이가 또 운다.

“뚝!”

“뚝.”

울음을 뚝 그친 아이의 얼굴이 귀엽다.

보면 볼수록 귀여운 아이다.

“대련 시험에서 이겨야 해?”

“네.”

“그래서 강해지고 싶었던 거고?”

“네.”

“내가 방법 알려 줄까?”

“……?”

“일차 대련 통과가 아니라, 대련 시험에서 최종 우승까지 할 수 있는 방법.”

아이의 얼굴이 순간 크게 상기되었다.

얼마나 기대가 큰지, 콩닥콩닥 뛰는 심장 소리가 내 귀에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난 웃지 않았다.

진지한 얼굴로 기대에 가득 찬 아이를 향해 말했다.

“손바닥 펴 봐.”

아이가 두 손을 내밀어 손바닥을 쫙 폈다.

“그걸로 다른 아이 얼굴을 때려. 절대로 주먹으로 때리면 안 돼. 손바닥으로 때려.”

차마 네 주먹으로 다른 아이를 때리면, 그 아이가 죽을 수 있다는 말까지는 하지 못하겠고.

어쨌거나 내가 진지한 얼굴로 그 해법을 알려 줬으나, 인경이는 대답하지 못한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하고,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한 얼굴을 하였다.

그리곤 이내, 고개를 돌려 예지를 보았다.

예지는 그런 인경이를 향해 더없이 자상하고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때려.”

예지의 말에 인경이가 또 울먹인다.

건들면 다시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예지는 꿈쩍도 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순간은 아플 거야. 하지만 네 손바닥에 맞은 아이는, 그 아픔을 딛고 한 단계 더 상승의 경지로 성장할 거란다. 나도 그렇게 지금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어. 때론 아픈 게, 내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단다. 그러니 인경이도 진정으로 다른 아이들이 나처럼 훌륭한 여협이 되어 아미파의 명성을 떨칠 수 있게 하려면. 때려. 사정 봐주지 말고, 막 때려.”

울먹이던 인경이의 눈물이 쏙 들어갔다.

내 말은 다 믿기 힘들어도, 예지의 말은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모양이다.

곧바로 인경이의 얼굴에 어린아이에게서 보기 힘든 결연한 각오가 보이기까지 했다.

“할 수 있어?”

“네.”

인경이가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인경이는 할 수 있어. 그리고 속마음 다 말해 줘서 고마워. 그 보답으로, 아까 약속했던 비밀 이야기 해 줄게.”

“정말요?”

아이는 아이다.

비밀 이야기라는 말에, 조금 전 상황은 까맣게 잊고 또 기대 만발한 얼굴이다.

“가까이 와 봐. 이건 마악치 도사님도 들어서는 안 되는 정말 중요한 비밀 얘기거든. 인경이하고 나하고, 둘이서만 아는 비밀.”

“네.”

잔뜩 상기한 얼굴의 인경이가 큰 목소리로 대답하며 예지 곁으로 다가왔다.

예지는 그런 인경이의 귀에 자신의 입을 가져다 대며, 그 비밀을 속삭여주었다.

뭐지? 나도 궁금한데?

안 들린다.

아무리 속삭여도 들려야 하는데, 내공까지 끌어올려 청력을 극대화했는데도, 안 들린다.

아! 우리 예지 말이다.

초절정 극상의 경지에 오르더니, 기막을 펼쳐 소리까지 차단할 줄 아나 보다.

부럽다.

그나저나 진짜 무슨 비밀 이야기지?

들리진 않지만, 난 두 사람을 아주 자세하게 관찰했다.

무언가 살짝 기뻐 보이기도 하고, 흥분한 것 같기도 한 예지.

그와 반대로.

인경이의 얼굴이…… 어?

일그러진다?

그리고 곧.

울먹이는가 싶더니.

“으아아아아앙! 안 돼! 으아아아앙! 못생겼어. 사고님, 으아아앙! 좋아하지 마요. 으아앙! 난 싫어. 으아앙! 못생겼다고.”

젠장! 빌어먹을!

비밀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아마도 예지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좋아한다고?

뭐, 대충 그런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꼬맹이, 쟤는 하여간 예쁘게 봐 주려 해도 봐 줄 수가 없다니까.

못생긴 게 무슨 상관인데?

사람이 마음이 중요하지!

하여간, 요즘 애들이 너무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서 안 된다니까.

에잇! 내일 비무에서 왕창 깨져라.

그런데…… 어?

이거…… 내가 기분 나빠해야 할 상황인가?

아니다.

이 상황, 예지의 비밀 이야기.

그거…… 아!

갑자기 심장이 콩닥콩닥 뛰며, 얼굴에 열이 나기 시작한다.

우리 예지도 나를…… 좋아하는 거야?

“으아아앙. 난 반대. 으아앙. 우리 사고님 수룡검이랑 사귄다고 소문났는데. 으아아앙. 못생긴 도사랑, 으아앙. 싫어. 싫어. 으아앙앙.”

아이가 울건 말건.

입으로 무슨 말을 뱉건.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냥, 그냥 계속 심장만 요동을 쳤다.

*

다음 날.

아미파의 삼대제자 중, 육 세부터 십 세 제자의 대련 시험장.

대련 시험에 참여한 아이들의 숫자가 무려 오십 명에 달했다.

어린아이들의 시험이라고 하기에 그 열기와 분위기가 사뭇 뜨겁고 비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삼대의 어린 제자들 시험임에도 불구하고 장문인과 장로들까지 직접 참관하고 있었다.

그렇게 어린 제자들과 그 아이들의 사부 역시 덩달아 긴장 반, 기대 반의 상태로 대련 시험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날, 아미파 시험장에 엄청난 이변이 일어나고 말았다.

“으아아앙.”

퍽퍽퍽!

“으앙, 미안해.”

퍽퍽퍽!

“앙앙. 미안해. 엉엉엉.”

퍼퍼퍽!

“미안. 정말 미안. 엉엉엉.”

퍽!

퍼퍼퍼퍽!

빠각!

울면서, 계속 미안하다고 울면서.

대련에 참여한 아이들을 일방적으로 마구 때렸다.

국인경을 상대하는 다른 아이들 입장에서 국인경의 울음은, 아마도 맹수의 포효로 들렸을 테다.

그렇게 우리 국대 인경이가.

그날 대련 시험에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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