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두가 된 이유-169화 (169/245)

169화

왜 다들 화경, 화경, 화경 하는지 아는가?

오화서를 보라.

불사신이다.

“이봐, 장사 방해되니까 나가라고!”

쉬이이익.

퍽.

오화서를 쫓아내려던 점소이가 목이 잘려 즉사했다.

“꺄아아아아아악!”

“사람이 죽었다!”

“으아아악!”

쿠당탕탕.

사람이 죽자 일 층과 이 층, 이백 명에 달하는 손님들이 서둘러 객잔 바깥으로 몸을 피하기 시작했다.

감히 오화서가 서 있는 입구 쪽으로는 도주할 생각도 못 하고, 창문을 부수며 그렇게 탈출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표현객잔이 난장판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혼란의 중심에 홀로 우뚝 서 있는 오화서.

고개를 들어 나를 보고 있다.

젠장.

눈 마주쳤다.

하지만 졸 필요 없다.

난 그를 향해 씨익 웃어 주었다.

반응이 없다.

저 새끼, 진짜 화 많이 났나 보다.

하지만 이번엔 진짜다.

놈은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없다.

나도, 더는 갈 데가 없다.

확실히 끝낼 것이다.

어떻게?

불이며 물이며 폭약에 의존하는 그런 살수가 아닌, 진짜 살수들.

한때 살왕의 뒤를 따르던, 지금은 그 자체로 전설이라 불리고, 또 최고라 칭해지는 자들.

일백 명에 달하는 진짜 살수들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으아아악! 살려 줘!”

“꺄아아아아악!”

쉬이이이이이익.

혼란에 빠진 사람들 사이로, 무언가 번쩍이며 날아갔다.

손님으로 가장한 진짜 살수다.

퍽!

하지만 머리가 터져 즉사했다.

오화서는 여전히 시선을 나에게 고정한 채, 그렇게 그를 죽였다.

하지만 이는 시작이다.

“꺄아아악!”

“살려 줘!”

쉬이이이익!

퍽!

퍼퍼퍽!

쾅!

살수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그들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갑작스레 튀어나왔다.

또 바닥에서, 또 천장에서.

다시 점소이가 살수로 변했고, 요리하던 숙수가 특급 살수가 되었다.

결국, 오화서도 내게서 시선을 거두고 본격적으로 그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쉬이이익.

퍼퍼퍽!

쾅!

콰콰콰콰쾅!

독.

암기.

비수.

칼.

화살.

창.

쇠꼬챙이.

젓가락.

접시.

찻잔.

의자.

음식들과 찻물까지.

별의별 무기가, 또 모든 것이 무기로 변해 그를 공격했다.

살수들은 공격을 한 후 곧바로 몸을 숨겼다.

표현객잔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기관진식이 되는 순간이었다.

오화서도 계속 살수들이 공격을 퍼붓고 몸을 숨기자 짜증이 났나 보다.

곧바로 엄청난 검강을 사방으로 쏘았다.

콰콰콰콰콰콰쾅!

콰콰콰콰콰콰쾅!

벽이 통째로 터져나갔다.

하지만 사라진 벽 뒤로 두꺼운 철벽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 표현객잔 자체가 현존하는 최고의 살수들의 은거지.

살왕의 직계 후배들이 이끄는 살문의 본진이 바로 표현객잔이었던 것이다.

다시 엄청난 공방이 오갔다.

살수들은 계속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무기로 오화서를 공격하고 다시 숨었다.

객잔 자체가 흔들리며 오화서를 향해 쇠로 만들어진 장창과 화살 그리고 암기들을 수도 없이 뿜어 댔다.

독은 이미 객잔 전체에 가득 퍼졌다.

그럴수록 오화서는 더더욱 흥분해 날뛰었다.

콰콰콰콰콰콰쾅!

콰콰콰콰콰콰쾅!

폭살문의 벽력탄에 못지않은 무지막지한 폭발이 연이어 이곳 내부에서 터졌다.

하지만 오화서도 인간이었다.

표유우우웅.

푹.

극독이 묻은 작은 철화살.

그것이 결국 오화서의 어깨에 꽂혔다.

푸푸푸푸푸푸푸푹.

곧이어 열세 개의 암기와 비수, 그리고 다시 화살과 단검이 그의 몸 곳곳에 꽂혔다.

끝이다.

오화서는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살수들은 방심하지 않았다.

공격 후 곧바로 철벽 아래와 위, 또 뒤로 몸을 숨겼다.

오화서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린다.

내공 고갈에, 내상과 외상까지.

그는 불사신이 아니었다.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뚜벅.

뚜벅.

살왕이 손짓하자 살수들의 무지막지했던 공격이 모두 멈추었다.

엄청난 폭발로 귀가 멀어 버릴 것 같던 장내가, 거짓말처럼 고요해졌다.

나와 살왕은 객잔 일 층 한가운데 서 있는 그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계단을 천천히 밟아 가며 내려갔다.

오화서는 여전히 그렇게 선 상태로, 또 피를 철철 흘리는 처참한 상태로 으르렁댔다.

실제 으르렁이었다.

정신마저 나가 버린 것 같다.

아니, 이미 호로곡에서부터 그의 정신은 정상이 아니었다.

아니었다면, 어찌 이곳까지 따라올 생각을 했겠는가.

죽을 때가 된 것이다.

나와 살왕은 그와 한 장의 거리를 두고 걸음을 멈추었다.

“크르르르르릉.”

그에게서 성난 짐승의 그 소리가 더 크게 들려왔다.

아무리 나를 죽이려 했던 적이라지만, 씁쓸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나를 죽이려 움직이려 했다.

한 발.

다시 한 발.

또 한 발…… 쿵.

결국 그가 힘없이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쓰러진 상태에서도 나를 무섭게 노려보며 으르렁댔다.

살왕이 손짓을 했다.

쉬이이이이익.

푸푸푸푸푹!

오살이 곧바로 몸을 드러내 그를 공격했다.

다섯 개의 날카로운 쇠붙이가 그의 사혈을 관통하는 순간이었다.

불사라 생각했던 오화서.

천하가 모르는 또 다른 화경의 고수.

오화서는 그렇게 최후를 맞이했다.

쉬익.

툭.

살왕이 눈을 부릅뜬 상태로 죽은 오화서의 머리맡에 쇠꼬챙이를 꽂았다.

당연한 일이다.

오늘 이 계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살왕이 세운 것이니 그 표식을 남겨야 한다.

살왕은 열일곱 살 첫 살행을 나간 후, 오늘 화경의 고수를 상대로 한 마지막 살행까지.

모든 살행을 성공하는 전설과 같은 역사를 남기게 됐다.

*

살왕이 떠났다.

오살과 함께 떠났는데, 어디로 간다는 말은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가 어디를 가건, 멋진 국숫집을 열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예지와 약속한 장소에서 이틀을 머물렀다.

그녀와 다시 재회할 수 있었다.

의제와 한해북은 싱글벙글 입이 귀에 걸렸다.

나도 너무나 행복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언제나 설레고 즐겁고 행복하고 최고다.

우리는 본격적으로 금예지와 함께 움직이기 위해, 먼저 아미파로 향했다.

엄연히 아미파의 제자인 그녀이기 때문에, 아미파 장문인과 예지의 사부님인 윤화 사니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섬서에서 사천으로 이동하던 중.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소문이 참 빠르다는 생각을 했다.

소문인즉.

낭왕을 비롯하여 토살문, 독살곡, 목살문, 수살채, 화살문, 팔살문, 오천여 명의 노련한 낭인들, 그리고 폭살문이 한 사람에게 멸문했다는 것.

이십 년 전 무림에 그 명성을 떨치던 비정검사 오화서가 화경의 고수가 되어 돌아왔는데, 무림에 돌아오자마자 죽었다.

그리고 그를 죽인 대상이 공교롭게도, 역시나 이십 년 전 무림을 은퇴했던 살왕이라는 것.

살왕이 후배에게 살왕의 이름을 물려주고 떠났다는 소문까지.

소문은 날이 갈수록 사람들을 더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마을을 지날 때마다 사람들이 그에 관한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더 웃긴 건.

화경급 고수의 죽음과 살왕, 살수, 낭왕의 죽음, 살수계의 멸망 등등등.

엄청난 화젯거리보다 한 가지 소문이 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하하하! 우리 예지다.

우리들의 첫사랑.

그 인기가 실로 엄청났다.

무림과 민간을 떠나,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이리 말했다.

옥으로 빚은 얼굴과 봉황의 신비로운 힘을 품은 선녀가 하늘에서 아미산으로 강림했다고.

화산의 수룡검과 더불어, 훗날 무림의 미래를 선도할 예비 검후가 탄생했다고.

“예지야, 저거 네 얘기하는 거 같은데? 옥으로 빚은 얼굴. 큭큭.”

“아잉! 오라버니, 그만 놀려.”

무림의 늙은 고수들은, 살왕의 출현과 살수계의 멸망 그리고 오화서의 죽음을 놓고 주판을 두드리기에 바쁠지 모른다.

하지만 확실히 대부분의 사람은 젊은 영웅들에 더 환호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다시 며칠이 지났을 때.

이런 소문도 들려왔다.

제대로 된 살수들이 오화서와의 싸움에서 구 할 이상 죽었다.

낭왕을 비롯한 고수 낭인들 오천 명까지 한꺼번에 사라졌다.

이제부터 완벽한 살인을 의뢰하려면, 그 의뢰비는 부르는 게 값이다.

새로이 살왕이 된 자는 돈방석에 앉게 될 거다.

대충 이런 내용들이었다.

뭐,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신경 끄고.

“여기가 소림만두야?”

“응.”

섬서에서 사천으로 넘어왔다.

섬서에서 사천으로 넘어오는 입구, 사천 동북부 지역.

파중의 어느 마을에 커다란 식당이 하나 있다.

만두를 전문으로 파는 식당이다.

그런데 하남도 아닌 사천에 만두가게를 열면서 왜 소림만두라고 이름을 지었는지 모르겠다.

“와, 사람 엄청 많은데?”

“그러게. 우리 사고님들이랑 사저들이 파중에 오면 꼭 소림만두 먹어 보라고 했는데. 엄청 맛있다고 했거든.”

“그래?”

“응.”

“먹고 싶어?”

“응.”

“봉황검이 먹자고 하면 먹어야지. 큭큭큭.”

“큭큭큭.”

“큭큭.”

내가 놀리자, 옆에 있던 의제와 한해북도 웃음을 참지 못했고.

“아잉! 놀리지 마.”

우리 예지 울겠다.

“큭큭, 알았어. 이제 진짜 안 놀릴게. 줄이 길지 않은 걸 보니 금방 먹을 수 있겠다. 가서 줄 서자.”

“그래.”

잠깐 줄을 선 후에야 우리는 소림만두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

북적북적.

소림만두집은 손님들로 엄청나게 북적였다.

대부분 섬서와 사천을 오가는 유람객과 상인들이다.

우리는 만두 두 근과 소림만두집에서 유명하다는 몇 가지 음식을 더 시킨 후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음, 맛있다.”

“진짜 맛있네.”

“그런데 왜 소림만두라고 이름을 지었는지 모르겠네. 스님들이 먹지 않는 고기까지 가득 들어 있는데.”

“그러게.”

그렇게 한참 만두를 맛있게 먹고 있을 때였다.

시장통보다 더 시끌벅적했던 식당 안이, 순간 갑자기 고요해졌다.

뭔가 싶어 주위를 봤더니,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식당 입구로 향해 있었다.

우리도 사람들을 따라 시선을 식당 입구로 향했다.

그곳에, 와!

선녀?

아무튼 이 수십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입을 쏙 닫게 만들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식당 입구로 들어와 주위를 계속 살폈다.

아무래도 사람을 찾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때.

주변 손님들이 소곤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맞지?”

“맞아. 맞다고. 파중제일기녀, 청연루의 서효가 맞아.”

“서효? 금자를 수레에 싣고 가야만 얼굴을 한 번 볼 수 있다는 청연루의 기녀 서효?”

“글쎄 맞다니까. 내가 몇 년 전에 청연루에서 큰 행사를 한다고 해서 갔다가, 서효의 얼굴을 봤어. 지금 저기 있는 여인이 바로 청연루의 서효라고.”

“와! 심장이 철렁일 정도로 아름답다.”

“고작 그 정도인가? 난 살다 살다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은 처음일세.”

“그렇긴 해.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지?”

파중제일기녀(巴中第一技女) 서효?

예쁘긴 무지하게 예쁘네.

물론, 우리 예지가 저 여인에 비한다면 정확히 일억오천육백칠십이만 배 더 예쁘다.

큭큭큭.

난 신경을 끄고 다시 먹던 만두나 더 집어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모두가 자기를 쳐다보며 자신의 이야기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효라는 여인이 계속하여 식당 내부를 살피다가, 나랑 눈 마주쳤다.

그리고 이내 그녀가 웃었다.

어? 모르는 여잔데?

왜 날 보고 웃지?

내 뒷사람을 본 건가?

내 뒤를 슬쩍 쳐다봤다.

아! 내 뒷사람이군.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사내들이 헤벌쭉 웃고 있다.

이내, 서효가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까지 마구 흔들며 반갑게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오빠! 오빠! 여기 있었네.”

식당의 모든 시선이 그녀를 집중했고.

그렇게 그녀는 나를 스쳐 내 뒷자리에 있는 사내들을 향해…… 어?

뭐지?

내 팔짱을…… 그녀가 끼었다.

“오빠!”

“누구……세요?”

“아잉, 오빠! 왜 이래? 나야 나, 서효. 그날 밤 잊었어? 화끈했던 그날 밤.”

씨팔!

X 됐다.

비정검사 오화서 때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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