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두가 된 이유-158화 (158/245)

158화

난 누구?

여긴 또 어디?

이상한 동굴에서 깨어났다.

*

사부에게 삼재검법을 가르치고…… 계효보는 여전히 종적을 감추고 있…… 왜국의 해적들을 복건 앞바다에서 물리쳤다.

해수장위사 노덕대 대장군에게 금자 일천 냥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엔 이게 끝이 아니다.

“숙수를 소개해 달라고?”

“네. 그냥 숙수 말고, 정말 국수 맛있게 만드는 최고의 숙수요.”

“숙수는 왜?”

“그냥 숙수 말고 국수 잘 마는 숙수라니까요.”

“그러니까, 해적을 일망타진하고 나서 갑자기 국수 잘 마는 숙수 타령인가? 너무 뜬금없잖아.”

“국수 만드는 법을 배울 겁니다.”

“아니! 좀 맥락이란 게 있어야 하잖아. 어제까지만 해도 왜적들을 때려잡던 무림의 협객이란 자가, 갑자기 국수 타령인가?”

“뜬금없고 맥락을 좀 벗어나도, 저에겐 중요한 문제입니다. 소개해 주세요.”

“이봐, 마 도사. 나 해수장위사라네. 삼성 해군 대장군. 아니, 다 떠나서 전함을 통솔하는 나한테 국수 잘 마는 숙수를 소개해 달라는 건 또 무슨 맥락인가?”

“황궁에 아는 사람 많잖아요. 무릇 최고의 숙수하면 황궁 숙수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황궁 숙수 출신 중 국수 잘 마는 사람 있으면 소개해 달라는 거죠.”

“하아! 그게 또 그렇게 연계되는 건가? 허허. 자네도 참 재밌는 친구군.”

“네, 그러니 소개해 주세요.”

“그런데, 마 도사. 국수 잘 마는 황궁 출신의 숙수는 내가 아닌 길을 가는 사람 아무에게나 물어도 알지 않겠나?”

“네? 그런 사람이 있어요?”

“다른 건 몰라도, 내가 추천서 한 장은 써주지. 황궁에 입궁했을 때, 그 맛에 감탄해 몇 번 인사를 나누었던 인연이 있으니 말일세.”

“그게 누굽니까?”

“정말 모르나?”

“네.”

“어허. 이 친구, 무공은 고강한 지 모르겠지만, 귀는 닫고 사는 모양일세.”

“그러니까 그게 누구냐고요.”

“천하에 어려운 사람들이 사는 곳. 빈민가를 돌아다니며 다 죽어가는 상권을 되살리는 자 말일세.”

“그냥 누군지 가르쳐 주세요.”

“사람들은 그자를 그렇게 부르더군.”

“이 양반이 정말!”

“빈가식신(貧街食神, 골목의 식신) 백달다라고.”

나만 몰랐다.

의제도 알고, 한해북도 알고, 무공 외 다른 것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천무휘까지 다 알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빈가식신 백달다.

*

백달다를 만나러 가기 전, 개방 분타에 들렀다.

비정검사 오화서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오리구이 다섯 마리와 화주 열 병을 줬더니, 아주 난리를 치며 있는 정보 없는 정보를 모두 내주었다.

대략 이십 년 전.

그가 무림에 종적을 감추기 전까지의 모든 정보가 내게 넘어왔다.

그리고 난 그것을 자세히 읽었다.

결론은.

쓰레기다.

이기적인 걸 넘어 악랄한 놈이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쁜 짓을 저지르며, 이에 대해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놈이 그러하다.

자신의 무공 수련을 위해서 죄 없는 이들을 서슴없이 죽이고 다녔다.

비무행이란 명목이었지만, 그와 비무 한 자들 중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비무가 끝난 후 죽거나 다친 상대의 무공 비급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심심치 않게 벌어졌다고 한다.

모두 비정검사 오화서를 의심했지만, 증거나 목격자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 때, 오화서의 검에선 잃어버린 비급들의 오의가 묻어났다고 한다.

광마일기에 내가 적은 느낌보다 훨씬 더 나쁜 놈이었다.

상관없다.

더 나쁜 놈이고 덜 나쁜 놈이고.

내가 죽이기로 했으니, 죽일 것이다.

이제부터 계속 죽을 것이다.

*

해적 소탕 때 잡은 소증승을 고문하고 타일러 두 가지 보물을 추가로 획득했다.

먼저 역귀보갑(逆歸寶匣, 시간을 거스르는 상자)을 얻었다.

내 회귀에 관련해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선택했지만, 가짜다.

젠장.

두 번째 보물로는 빙정(氷晶)을 선택했다.

땅을 팠다.

그런데 없다.

소증승 왈.

“날이 더워 다 녹았나 본데요?”

미친!

빙정이 녹는데.

아나.

개새끼.

요괴경과 무형비침 외 다른 기물들은 다 가짜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형비침도 기물에 속한다고 볼 수 없고.

정확히 기물은 요괴경 딱 하나뿐이다.

나머지도 다 가짜일 확률이 높고, 금자가 일천 냥이나 있으니 금은보화 때문에 시간 낭비할 필요도 없고.

다음 회귀부터는 그냥 죽여야겠다.

이번엔 특히나 무림맹으로 가기 전까지 국수 만드는 법을 배워야 해서 시간이 촉박한데, 시간을 엄청나게 낭비하고 말았다.

됐다.

다음부터 같은 실수 안 하면 된다.

나는 우리 녀석들을 데리고 광서로 향했다.

개방에 문의한 결과, 빈가식신 백달다가 그곳 어느 빈민가에 머물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기 때문이다.

*

빈민가 사람들이 놀라지 않게 도검을 천으로 가려 숨기고, 약간의 변용까지 했다.

그렇게 도착한 빈민가.

꾀죄죄한 몰골의 사람들 여럿이 투실투실 덩치가 제법 좋은 한 중년 사내에게 열심히 무언가를 듣고 있다.

“그러니까 첫 번째는 청결이에요. 위생. 다 알죠? 이건 백번 천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요리의 기본 첫 번째는 뭐다?”

“청결과 위생!”

중년 사내, 개방에서 받은 초상화와 똑같이 생겼다.

백달다다.

백달다의 말에, 꾀죄죄한 사람들이 일제히 청결과 위생이란 말을 복창했다.

“그래요. 잘했어요. 그럼 이제부터 무얼 해야겠죠?”

사람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대답하지 못했다.

“뭐긴 뭐예요? 가서 주방이랑 식당이라 쓸고 닦고 해야죠. 검사할 거예요. 제대로 해야 해요. 알았죠?”

“네!”

“그럼 가 봐요. 이따가 내가 기습적으로 방문할 테니까.”

“넵!”

사람들이 서둘러 흩어졌다.

빈민가에서나 볼 수 있는 허름한 식당들로 그렇게 한두 명씩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곧이어 여기저기서 쓸고 닦는 소리와 모습들이 들리고 보이기 시작했다.

백달다는 빈민가를 거닐며,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흐뭇한 얼굴로 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우리가 다가갔다.

“누구시죠?”

“이거…….”

난 해수장위사가 써 준 추천서를 공손히 건넸다.

백달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다가, 내가 건넨 추천서를 받아 펼쳤다.

그리고 이내, 심각한 얼굴로 나를 향해 말했다.

“유명한 분들이 오셨네요. 사람들 놀라지 않게 따라오세요.”

우리는 백달다를 따라 한참이나 걸어 이동해야 했다.

그곳에 작지만 제법 그럴듯한 집이 한 채 있었다.

백달다가 이곳 빈민가에서 지내는 동안 임시로 묵는 집이라 하였다.

*

“음, 그러니까 국수 만드는 법을 배우러 왔다고요?”

“네.”

“진짜로요?”

“네.”

“여기 계신 분이 수룡검 천무휘 대협 맞아요?”

“네, 제가 천무휘입니다.”

“그럼 세 분은.”

“하하! 제가 곽우적입니다.”

“전 한해북입니다.”

“그럼 마악치 도사님이시겠네요?”

“네. 맞습니다.”

“제가 만드는 국수는 대부분 닭이나 돼지 등 동물들의 뼈로 육수를 내는데. 도사님, 괜찮으시겠어요?”

“고기라면 환장합니다.”

“하아, 좀 당황스럽네요. 천하에 그 명성이 자자한 네 분께서 갑자기 저를 찾아와 국수 만드는 법을 배우겠다니까요.”

백달다는 실제 매우 당황하고 혼란한 얼굴이었다.

그러면서도 우리를 매우 극진해 대해 주었다.

우리에 관한 소문에 대해 그도 꽤 많이 들어 본 모양이다.

“세 명은 마두를 잡으러 가야 합니다. 우리 네 사람 중 딱 한 명만, 백 숙수님께 국수 만드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마두…… 국수가 마두 잡는 일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거죠?”

“아주 극악무도하고 악랄한 대마두가 있습니다. 자세한 건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그 대마두를 잡기 위해서는 꼭 최고의 국수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하아, 제 국수가 마두 잡는 일에 쓰일 줄은 평생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네요.”

“그자로 인해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을 돕는 일입니다.”

“그렇죠. 좋은 일이죠. 해수장위사 장군의 추천서가 아니어도,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전심으로 돕고 싶습니다. 다만…….”

백달다가 갑자기 심각한 얼굴이 됐다.

짧게 고민을 마친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냥 맛있는 국수라면 얼마든지 가르쳐 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최고의 국수라면, 그건 아무에게나 가르쳐 줄 수 없습니다. 무림에서도 사부가 아이의 자질을 보고 제자로 받아 자신의 절기를 전수해 주듯, 숙수 역시 자신의 최고 비법 요리는 아무에게나 전수해 주지 않습니다.”

“그럼 백 숙수님께서는 누구에게 그 비법을 전수해 주시나요? 제자가 되어야 합니까?”

“그건 아닙니다. 대신 저는 그 자질을 봅니다.”

“자질요?”

“요리에 대한 진심, 자질, 그런 것들입니다.”

“시험을 보게 해 주십시오.”

“시험요?”

“네. 우리 네 사람 중, 누가 백 숙수님께 국수 만드는 법을 전수받을 자격이 있는지. 백 숙수님의 선택을 받고 싶습니다.”

백달다가 우리 넷을 한 차례 스윽 살폈다.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네 분 다 칼 잘 쓰죠?”

당연하다.

초절정의 고수 둘과 절정의 고수가 둘이다.

어디 가서 칼 못 쓴다는 소리 들으면 섭섭하지 않겠나.

너무나 당연한 질문에 우리는 대답을 주저했다.

그러자 백달다가 씨익 웃으며 다음 말을 이었다.

“국수고 볶음이고 탕이고 찜이고, 요리의 기본은 칼질입니다.”

“아!”

우리 네 사람 모두 동시에 얕은 탄성을 흘렸다.

“하지만 무림에서 쓰는 칼과 숙방에서 쓰는 칼은 달라요. 일단 어느 분이 숙방에서 쓰는 칼질에 자질이 있는지 그걸 봐야겠어요. 그것으로 어느 분이 제게 국수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을지, 아니면 그 누구도 배울 수 없을지, 고민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백달다 숙수의 시험이 결정되었다.

*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라 했다.

고마운 이들에게 선물하는 마음이라고도 했다.

또, 길거리에서 배를 곯아 우는 아이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라 했다.

다시, 애타게 그리운 연인을 사랑하는 마음이라 했다.

그런 마음으로 무를 썰라 했다.

우리 네 사람은 각자 한 식경 정도 따로 연습을 한 후 다시 모였다.

본격적으로 시험이 시작된 것이다.

척.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탓.

천무위, 비겁한 놈!

고작 무를 써는 데 자신의 무공 정수를 모두 쏟아부었다.

화산의 정기가, 또 매화검법의 정수가 도마 위에서 펼쳐진 것이다.

아! 이건 끝이다.

백달다의 시험은 시작하자마자 끝났다.

내가 아무리 요리에는 문외한이라 하여도, 천무휘가 썬 무는 완벽했다.

결점을 찾을 수가 없다.

심지어, 젠장!

썰린 무의 모양까지 천무휘를 닮아 잘생겼다.

눈물이 났다.

내심 내가 선택받기를 바랐는데.

도마 위의 무를 모두 썬 천무휘는 진지하면서도 초조한 얼굴로 백달다의 평가를 기다렸다.

백달다도 도마 위의 무를 한참 지켜보며 고민했다.

그리고 이내, 백달다의 평가가 내려졌다.

“실패!”

‘야호!’

실패라는 말에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너무 좋아서 그랬는데, 간신히 참을 수 있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의제와 한해북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혀까지 깨물며 간신히 참고 있는 게 고스란히 보였다.

울상이 된 건 천무휘뿐이다.

그는 울먹울먹, 눈빛으로 탈락한 이유를 백달다에게 묻고 있었다.

“훌륭해요. 아주 훌륭해요. 무공으로 이렇게 무를 썰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뭐가 문제죠?”

“제가 말했죠? 무공을 쓸 때 휘두르는 칼과 요리를 할 때 쓰는 칼은 다르다고요.”

“네.”

“무가 생사대적이에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불구대천의 원수라도 돼요?”

“네? 그, 그게…….”

“일격필살의 의지가 보였어요. 보세요, 썰어진 무를.”

천무휘가 울상으로 도마 위의 무를 보았다.

“천찬만륙이죠? 무가 죽었어요. 전장에서 천 대협의 검은 무적일지 모르지만, 숙방에서 천 대협의 칼은 가장 쓸모없는 칼이에요. 실패!”

‘큭큭큭큭큭큭큭.’

미친 듯 웃고 싶었지만, 천무휘를 제외한 우리 셋은 속으로만 그렇게 웃었다.

아니, 한해북은 긴장한 얼굴이 되었다.

이번엔 그의 차례기 때문이다.

다시 도마 위에 엄청난 칼의 폭풍우가 휘몰아쳤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탓!

완벽하다.

천무휘처럼 적과 싸울 때의 느낌도 없었다.

모양도 완벽하고, 썰린 무의 기운마저 괜히 생기가 도는 듯했다.

이건, 이건 진짜다.

역시, 한해북은 못 하는 게 없는 인간이란 말인가?

순간, 나는 헤어나오기 힘든 절망감에 빠졌다.

무공을 제외한다면, 모든 방면에서 한해북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곧, 백달다의 평가가 나왔다.

이건 이미 결정된 평가나 마찬가지다.

그만큼 한해북의 무 썰기는 완벽했으니 말이다.

“실패!”

엇? 실패?

“한 대협은 곱게 자랐어요? 평생 누가 해 준 음식만 먹었나 보죠?”

“그, 그걸 어떻게……?”

“보여요. 봐 봐요. 썰린 무가 누가 봐도 예쁘죠? 그런데 제가 아까 뭐라고 했어요. 마음을 담아야 한다고 했죠?”

“네.”

“가족에게, 불쌍한 이에게, 또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마음. 그것이 없죠? 이 무는 지금 시험을 치르기 위한 무에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무이지, 평가받기 위한 칼이에요. 누군가에게 주기 위해 썬 무가 아니라는 말이에요. 안타깝지만, 한 대협도 실패에요.”

잔뜩 풀이 죽은 한해북이 물러나 천무휘 옆에 섰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한해북이 있던 자리에 의제가 섰다.

천무휘와 한해북같이 긴장한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히죽히죽 웃기까지 하는 의제.

그 모습에 백달다까지 덩달아 웃었다.

“해 보세요, 곽 대협.”

“넵!”

자신만만한 얼굴로 대답하는 의제.

그리고 그의 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탓!

천무휘의 것같이 정교하지 않았다.

한해북의 것같이 예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의제는 진심이었다.

그렇게 도마 뒤의 무가 모두 썰렸다.

썰린 무를 보는 백달다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백달다의 평가가 내려지기도 전, 의제가 먼저 입을 열었다.

“힘들고 배고픈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를 믿고 따라와 준 수하 녀석들. 저를 대형으로 모셨다는 이유만으로 며칠씩이나 배를 곯아야 했었습니다. 그 녀석들을 위해 부족한 솜씨지만 가끔 요리를 해 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며 무를 썰었습니다.”

의제의 말에 백달다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맞아요. 여기에는 제가 말했던 그 마음과 정성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어요. 제가 다 놀랐을 정도의 진심이 보이고 느껴지네요.”

“감사합니다, 백 숙수님. 앞으로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하하하하!”

그렇게 의제가 합격하였다.

천무휘와 한해북, 그리고 나까지.

우리는 그저 부러운 눈으로 의제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하지만 실패입니다, 곽 대협.”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 백달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의제도 놀란 얼굴이었다.

“왜? 왜죠? 방금 극찬을 해 주셨잖아요?”

놀람과 억울함을 가득 담아 묻는 의제.

백달다도 매우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런 의제에게 답을 주었다.

“곽 대협의 수하들에게 제 비법으로 국수를 만들어 준다면 최고의 국수라 엄지를 척 하고 치켜세울 겁니다. 장담할 수 있어요.”

“그, 그런데요?”

“하지만 이번에 국수를 만들어 줄 사람은 대마두와 일반인들이라고 했죠?”

“네.”

“그래서 실패예요.”

의제는 물론 나머지 우리 셋도 백달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의제가 목소리를 살짝 높여 물었다.

“아니, 그게 왜 실패의 이유가 된다는 건가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런 말씀 드리긴 좀 그렇지만…….”

백달다가 매우 조심스럽게 의제의 얼굴을 보며 말을 이었다.

“곽 대협 얼굴이…… 실패입니다.”

“무, 무슨……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요리하는데 얼굴이 왜……?”

의제의 얼굴이 순간 울그락불그락 변하기 시작했다.

“어느 사람이 곽 대협 같은 얼굴의 숙수가 만들어 주는 국수를 좋아하겠습니까? 있던 입맛도 다 떨어질…….”

“이런 씨팔!”

백달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의제가 조금 전까지 무를 썰던 칼로 백달다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와 천무휘 그리고 한해북이 급하게 말리지 않았다면, 국수고 뭐고 초상부터 먼저 치렀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의제는 얼굴 때문에…… 큭큭큭.

실패다.

이제 내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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