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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두가 된 이유-148화 (148/245)

148화

정륭방의 일은 무림맹 고수들의 도움으로 내가 계획했던 것 이상으로 깔끔하게 해결됐다.

정륭방주는 독고검문의 재산과 비급을 노려 문주를 납치했다는 사실까지 모두 자백하였다.

이와 관련된 자들 수십 명이 무림맹 신양 지부에 압송되었고, 곧 무림맹 본맹으로 이송되어 무림의 법도에 따라 처벌될 거라 하였다.

정륭방은 강제 해산하였고, 그 재산의 대부분은 피해자인 독고검문에게로 넘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사마준의 양아버지인 독고검문의 문주는, 그 재산을 모두 이곳 신양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라 하였다.

녹각당과 법문 등, 신양 무림 문파와 세가 수십 곳에서 독고검문주의 병문안을 위해 긴 줄을 섰다.

사마준의 영향력은 그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독고검문 내부를 넘어 신양 무림에까지 큰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그와 별도로 사마준은 며칠이나 내게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버지와 독고검문을 구해 준 것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리고 난, 무림맹에서 왔다는 자와 따로 자리를 갖게 되었다.

“초청장이요?”

“네. 무림맹의 맹주님께서 친필로 작성한 용봉지회의 초청장입니다.”

“용봉지회면, 칼 좀 휘두를 줄 안다는 어린 애들 몇몇 불러 놓고 장기자랑도 하고 친목 다짐도 하고, 그런 거 아니에요?”

“하하, 마 도사님께서는 듣던 것과 달리 농담도 잘하십니다.”

“아니에요?”

“그게…… 뭐,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요.”

맹주전 소속의 고수로 이름은 원소라는 자다.

내가 정색을 하고 묻자, 웃음기를 지우고 떨떠름한 얼굴이 되었다.

“안 가요. 먼 걸음 하셨는데, 죄송합니다.”

“네? 정말 안 가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맹주님께서 친히 서신까지 써서 초청한 일입니다, 마 도사님.”

“제 사문이 어디인지 아세요?”

“일백 년 전 천하제일인이셨던 현화검존의 현화문 아닙니까?”

“맞아요. 그리고 우리 현화문은 무림맹에 입맹한 적 없어요. 앞으로도 없을 거고요.”

“그렇지만…….”

“바쁩니다. 할 일이 차고도 넘쳐요. 코흘리개 애들 장기 자랑하는 데 껴서 저더러 뭘 하라고. 솔직히 기분이 그리 좋진 않네요.”

“앗! 죄송합니다, 마 도사님. 뭔가 오해가 있는 듯합니다.”

“오해요?”

“네. 맹주님의 서신을 잘 읽어 보시면, 마 도사님은 후기지수의 신분으로 초청된 게 아닙니다. 그럴 리가 없겠죠. 마 도사님, 곽 대협, 한 대협. 모두 무림의 영웅, 대협객의 신분으로 초대된 것입니다. 후기지수들에게 사전 조사를 했는데, 가장 만나고 싶고 가르침을 받고 싶은 영웅으로 꼽히셨습니다.”

“제, 제가요?”

“어험, 그…… 그게…… 뭐, 비슷합니다.”

“천무휘군요. 수룡검.”

“실은…… 네. 그렇습니다.”

“천무휘가 폐관 수련 중이니, 아쉬운 대로 우리라도 부르려는 거고요.”

“그렇게까지 생각하실 일은 아닙니다. 많은 후기지수들이 세 분의 활약에 크게 감동하고 있고, 꼭 만나고 싶어합니다. 이건 진짜입니다.”

“하하, 기분은 좋네요. 그런데 원 대협.”

“네, 마 도사님.”

“안 가요. 바빠요. 그러니 이만 돌아가 보세요.”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러자 원소가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품속에서 한 장의 서신을 더 꺼냈다.

서신을 담은 봉투에는 다섯 글자가 적혀 있었다.

젠장.

누가 무림맹 아니랄까 봐 철저하게도 준비했군.

다섯 글자를 보자마자 나는 이번 초대를 거부할 수 없음을 깨닫고 인상을 구기고 말았다.

화산장로원.

이번 회귀에서도 역시나 산서 신창양가 양아치 사건 때 화산장로가 등장했고, 그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달리 말하면 그에게 내가 빚을 졌다는 뜻이다.

아! 이래서 함부로 누군가한테 도움을 요청해서는 안 되는 거다.

어디 목숨 걸고 싸우자는 부탁도 아니고, 얼굴 한번 비추어 달라는 건데, 거절하기 힘들었다.

천무휘 체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말이다.

서신을 펼쳐 보았고, 역시나 내가 예상한 내용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마…… 도사님?”

“휴우, 이건 누구 생각이었어요? 화산장로님의 서신까지 들고 가자는 생각이요.”

“그건…… 제가 그런 것까지 알 수 있는 위치는 아닙니다. 저는 맹주님의 명령을 받고 움직일 뿐입니다.”

“어쩔 수 없네요. 화산장로님께서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니. 휴우, 가요, 무림맹으로.”

“감사합니다, 마 도사님. 본 맹은 세 분의 영웅을 극진히 모실 것입니다.”

젠장!

할 일이 태산인데, 코흘리개 녀석들 장기 자랑 하는 거까지 구경하러 가게 됐다.

*

“형님, 얘기 들었어요?”

말을 타고 무림맹 사람들과 함께 무림맹으로 향하는 중이다.

그때 의제와 한해북이 싱글벙글 얼굴로 말을 내 가까이 바싹 붙이며 말을 걸어왔다.

“무슨 얘기?”

“형님도 이제 어엿한 별호란 게 생겼습니다, 하하.”

“그러게요. 마 형에게 멋진 별호가 생겨서 제가 더 기쁩니다, 하하하.”

의제와 한해북이 정말 기쁘다는 듯 그렇게 웃었다.

나도 기대되긴 마찬가지다.

처선이 말했던 척마검협?

아니면 지난 회귀 때처럼 현화도선?

어떤 별호가 내게 생겼을지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하지만 체면 때문에 내색할 수는 없었다.

“어험, 난 또 뭐라고. 사람들이 날 어떻게 부르든 무슨 상관이야. 내가 할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거지.”

“엇! 그래요? 그럼 뭐. 안 궁금하다니 안 알려 주겠습니다, 형님. 큭큭.”

“큭큭큭.”

의제와 한해북이 큭큭 웃는다.

이 녀석들, 이제 내 마음속까지 꿰뚫고 있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됐어. 빨리 말해 줘. 궁금해 똥줄이 다 타들어 가는 것 같다.”

“하하하! 진즉 그렇게 말씀하시지. 글쎄 말입니다. 사람들이요, 형님을 현화도사(玄化道士)라고 부릅디다.”

“현화도사?”

“네. 신창양가에서 귀신 쫓았잖아요. 그 소문도 퍼지고, 이번에 신양에서 고려 앞바다 해적 사건도 다시 알려지고, 지금까지 마두 잡았던 거랑 이번 정륭방 사건까지 알려지며, 사람들이 마 형을 그리 부르기 시작했다는군요.”

“형님 검강 발출할 때 그 검은색 있잖아요. 캬아! 그것마저 사람들이 신비로운 기운이라고 하며 아주 칭찬 일색이던데요? 난 그거 볼 때마다 조금은 무섭던데.”

참, 사람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광천마제 시절 그렇게 나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누명을 씌웠던 검은색 강기마저 사람들이 좋게 봐 주는 날이 오고 말이다.

우리는 무림맹을 가는 동안 치열했던 마두들과의 싸움은 잠시 잊고, 편한 마음이 될 수 있었다.

뭐, 나는 여전히 생각이 많다.

하남 신양에서 무림맹이 있는 하남 낙양까지는 며칠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

고작 며칠이라지만, 무림맹 무인들이 약속했던 대로 우리를 극진히 대해 줘 편한 여정이었다.

가는 동안 지난 회귀 때 있었던 일을 잠시 되돌아봤다.

정확히 말하면 지난 회귀 때 계두교의 부교주가 됐던 맹주에 관한 고찰이다.

창궁검제 남궁비혁은 남궁세가의 세가주이자 무림맹의 맹주다.

거기에 더해 현 무림오대고수 중 일인이다.

그런데 그가 정말로 계효로를 신이라고 믿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라 본다.

계효보와 창궁검제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렇게 손을 잡았으리라.

물론 내 추론이다.

계효보가 계두교를 부흥시키고 막대한 생명을 앗아 갈 계두교의 난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혼자만으로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창궁검제의 힘과 영향력이 간절히 필요했다.

계효보는 자신의 힘을 창궁검제에게 보여줬고, 창궁검제는 계효보가 자신보다 월등히 강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계효보는 창궁검제를 끌어들이기 위해, 그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을 게 분명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힘을 창궁검제에게 나누어주는 일.

아마 다른 조건도 제시했을 것이다.

그 상세한 내용까지는 내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결국 그렇게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서로를 이용했고, 그렇게 계두교가 중원 천하를 휩쓸게 된 것이리라.

같은 무림오대고수 중 일인인 수라섬전도 역시 마찬가지였을 테고.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천수신권이다.

그는 계효보와 계약하지 않았고, 심지어 소림사를 지키다가 계효보에 의해 죽었다.

천수신권이 지금까지 내가 알던 것과 달리 괜찮은 놈이라서?

아니다.

물론 이것도 내 추론이다.

그는 자존심이 강하다.

사부나 무적 할매의 존재를 모른다.

백미호와 호요, 웅요의 존재는 더더욱 모르고.

작은 사부가 지금의 경지에 이른 것 역시 모른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천하제일이라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그가, 닭같이 생긴 놈 밑으로 들어간다?

닭이 자신의 힘을 보여 줬어도 창궁검제와 달리 천수신권은 인정하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그에게는 소림사라는 무지막지한 힘까지 가지고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그는 계효보의 제안을 거부했고, 결국 죽게 된 것이다.

그가 지금까지 내가 알던 것과 달리 착한 인물이라서가 아니라.

뭐, 다시 말하지만 이건 내 추론이다.

진실이야 천수신권과 창궁검제 당사자들만이 알 것이다.

물론, 지금 생의 천수신광과 창궁검제는 모르고, 지난 회귀 때의 그 둘이 안다는 말이다.

뭐, 이미 지나간 일.

됐다.

더 깊이 생각할 필요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깨달을 수 있었다.

창궁검제 남궁비혁.

광천마제 시절 내게 덜덜 떨며 무릎을 꿇었다.

지난 회귀 때는 계효보의 수하가 되었다.

심지어 오랜 시간 자신과 같은 뜻을 품고 활동하던 천수신권에게까지 칼을 겨눴다.

이 인간 말이다.

무림맹의 맹주이자 남궁세가의 세가주라는 이 인간.

어쩌면 군림천하라는 커다란 꿈을 꾸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확실히, 그것을 담을 그릇은 갖추지 못했다.

자신보다 더 강한 자를 만나면 비굴해져 무릎을 꿇는 인간이고.

자신에게 이익이 될 만한 제안을 하면 언제든 동료를 향해 칼을 휘두를 비겁하고 이기적인 인간이다.

그리고 지금 난, 그런 비굴하고 비겁하며 이기적인 인간을 만나러 간다.

무림맹에 도착했다.

*

달호다.

처호와 처선이 보냈다.

무림맹이 있는 낙양에 도착하자마자 나에게 한 통의 서신을 전하고 떠났다.

(상략)

무림맹주의 의도가 순수해 보이지 않습니다.

분명, 주군을 시험하려 들 것이고, 이용하려 할 음모를 꾸미고 있을 것입니다.

(중략)

부디 주군께서 맹주의 뜻을 깨버릴 수 있길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하겠습니다.

-신(臣) 처호, 처선 올림

본격적으로 무림맹에 들어서기 전부터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용봉지회를 참가하고 또 구경하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린 낙양이었다.

나보다는 역시 의제와 한해북을 알아보는 이들이 많았다.

아! 천무휘가 떠나니, 이제는 의제와 한해북한테까지 밀리다니.

됐다.

그래도 중간중간 내 이름과 새로 생긴 별호를 외쳐 주는 이들도 제법 되었다.

빌어먹을 건!

나나 의제나, 그 어떤 여인들도 별호와 이름을 외쳐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우리는 여자들에게 이렇게 인기가 없지?

역시 기승전 얼굴인가?

빌어먹을 외모 지상주의.

정말 싫다.

뭐, 예쁜 여자만 보면 헤벌쭉하는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말이다.

아무튼 우리의 인기는 상당히 대단한 것이었고, 그렇게 많은 이들의 환호 속에 무림맹에 들어갈 수 있었다.

*

무림맹에 들어선 후 우리는 곧바로 화산장로원으로 안내받아 화산장로 청운도인 이석계를 만났다.

인사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간단히 나눈 후 헤어질 무렵.

“네? 우리를 만나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고요?”

“그렇네, 마 도사. 어떻게, 다 치워 버릴까?”

“가능하시겠어요?”

“내가 그 정도 능력은 있다네. 하하.”

“그럼 부탁드립니다, 휴우. 아, 맞다. 십합단 녀석들도 볼 수 있을까요?”

“그렇게 미친 사람처럼 수련에 매진하는 녀석들은 내가 이 나이까지 살면서 처음 보네. 정말 죽으려고 수련하는 것 같아. 가시게. 내가 안내하겠네.”

십합단 녀석들.

화산장로의 말마따나 정말 죽을 작정으로 수련하고 있었다.

내가 갔음에도, 내 존재마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집중해 수련 중이었다.

역시나는 역시나다.

광천마제 시절 그랬듯, 녀석들은 이번에도 잘 해낼 것이다.

“인사 안 하나?”

“아니요. 됐어요. 저렇게 목숨 걸고 수련하는데, 방해하고 싶지 않네요. 시간은 많으니까, 나중에 인사하죠.”

“그러시게.”

우리는 화산장로원을 떠나 우리에게 배정된 숙소에 짐을 풀었다.

무림맹 내에서도 최고의 귀빈에게 내준다는 전각 중 하나를 우리가 차지하게 되었다.

바로 옆에 있는 전각들에 소림사와 무당 사천당가 등의 인사들이 머물고 있는 것만 보아도, 무림맹에서 우리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무당과 아미파에서 조용히 몇몇 사람들이 왔다 간 후에, 우리의 전각은 철통같은 경계가 이어졌다.

“용봉지회의 정식 개최는 사흘 후입니다. 다만 그전에 매일 밤 연회를 열고 있습니다. 세 분 대협께서 무림맹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연회에 참석해 주시길 후기지수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인기가 많은 것도 피곤한 일이다.

그러다 문득, 말도 안 되는 일이 떠올랐다.

나는 우리에게 일정을 안내하러 와준 무림맹 인사에게 물었다.

“혹시 화산파에서는 후기지수 대표로 누가 왔나요?”

“화산장로님께서 말씀 안 하시던가요?”

“다른 일이 있어 그건 물어볼 생각도 못 했네요. 왜요? 대단한 인물이라도 왔어요?”

“대단한 인물이 왔죠. 수룡검 천무휘 대협…….”

미친!

벌써 폐관 수련을 끝낸 거야?

화경의 벽을 그렇게 쉽게 깰 수 있다고?

녀석이 아무리 천재라도 이건 말이 안 되잖아!

“수룡검 천무휘 대협의 여동생, 천예휘 소여협께서 용봉지회에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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