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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두가 된 이유-140화 (140/245)

140화

“저…… 저 미친놈을…… 곰 같이 생긴 놈을 죽여라! 모두 달려들어 죽여!”

“와아아아아아아아!”

한 노인의 명령에, 사천당가를 위시한 계두교 진영 선두에 있던 수백 명의 무인이 일제히 웅요를 향해 도검을 뽑아 달려들었다.

그제야 웅요의 터벅터벅 걷던 걸음이 우뚝 멈추어 섰다.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이내 자신을 향해 도검을 마구 휘두르며 달려드는 수백의 무인들을 가만히 지켜보는가 싶더니, 오른손을 번쩍 치켜세웠다.

곧, 그의 오른손은 엄청난 크기의 곰 발바닥으로 변했고.

그것이 다시 무지막지한 속도로 땅을 내리쳤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쿠르르르르르르르쾅!

말로만 듣던 천마군림보라는 게 저런 것일까?

곰 발바닥이 닿은 지면에 폭발이 이는가 싶더니, 이내 그것이 부채꼴 모양의 파도가 되어 적들을 향해 뿜어져 나갔다.

지진이며 파도였다.

곧!

적들은 피할 사이도 없이, 그 땅의 파도를 맞이해야 했고.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수백 명이 터져 나가는 땅과 함께 하늘로 솟구쳤다.

그중 절반은 사지가 잘리고 몸통이 터져 즉사하였고, 목숨이 붙어 있는 절반 역시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피를 토하며 땅으로 떨어졌다.

터벅터벅.

웅요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 주위의 터져 나간 땅들 사이로 시체와 비명을 지르며 땅을 구르는 자들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 누구도 웅요의 길을 막지 못했다.

놀람과 두려움만이 가득한 얼굴로, 서로 밀치며 뒤로 물러서기 바쁜 이들이었다.

“계신의 축복이 너희와 함께할 것이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계신께서 너희에게 극락을 선사할 것이다. 죽여라! 계신께 항거하는 저 마귀의 목을 베어라!”

“와아아아아아!”

광신도의 힘은 간단치 않다.

무슨 술법을 쓴 것도 아니고, 또 약에 취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뇌는, 이미 닭에게 점령당해 있다.

곧, 수천에 달하는 이들이 웅요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곳곳에 제법 고수라고 불릴만한 자들까지 섞여 있었다.

콰콰콰콰콰콰쾅!

쾅쾅쾅!

콰콰콰콰콰콰쾅!

웅요의 무지막지한 위력.

사방에서 피와 시체가 날아다니는 폭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내 곁으로 또 한 사람이 다가왔다.

아니 요괴, 호요다.

“맹주님, 적의 핵심을 치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호요님.”

쾅!

내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호요가 그 자리에서 곧바로 도약을 했다.

이 인간.

아니, 이 요괴.

일부러 도약과 동시에 엄청난 힘을 주어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왜?

요괴도 주목받는 걸 좋아하나 보다.

아니나 다를까.

갑작스러운 본진에서의 폭발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호요에게 쏠렸고.

그 엄청난 도약력에 다들 입을 쩍 벌리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하늘로 날아간 호요는, 적과 아군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적진의 핵심부, 사천당가의 수뇌부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떨어졌다.

곧이어.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당가는 물론, 사천 무림 최고의 고수들이 모였을 곳이었다.

하지만 호요가 그곳에 떨어진 이상, 이변은 일어날 수 없었다.

사천당가의 장로니 원로니, 또 고수니 하는 작자들이.

이렇다 할 반항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온몸이 갈가리 찢겨 허공에 뿌려지는 신세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를 보고 있던 아군 진영의 사람들은, 턱이 빠질 것처럼 입을 벌리고는 좀처럼 다물지 못했다.

웅요에 이어 다시 한번 보고도 믿기 힘든 무지막지한 신위에 경악을 해 버린 것이었다.

문제는, 계두교의 세뇌가 제법 무섭다는 것이었다.

웅요와 호요 두 요괴의 무지막지한 신위에도 불구하고, 적들은 끊임없이 둘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작은 사부님, 우 여협, 미호야.”

“그래, 우리도 움직이겠다.”

내 말에 작은 사부와 무적 할매, 그리고 백미호가 본격적으로 신형을 날렸다.

마치 하늘에서 유성이 떨어지는 것 같이, 그냥 허공을 일직선으로 날아가는 세 사람이었다.

다시금 본진의 도사들과 여승들 사이에서 놀라움의 탄성이 크게 터져 나왔다.

그리고 곧.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이건 뭐, 관우가 청령언월도를 들고, 또 장비가 장팔사모를 들고 닭장에 들어가 닭을 잡는 수준이었다.

툭.

“어멋!”

이들의 무지막지한 신위에 입을 쩍 벌리며 보고 있던 아미파의 어린 여승 한 명이, 그 놀라움에 저도 모르게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땅에 떨어뜨렸다.

여승만 그런 게 아니다.

비록 검은 손에 쥐고 있더라도, 이들의 놀라움과 경악은 다들 비슷한 것이었다.

사기마저 꺾여 버린 아군 진영이었다.

어찌 아니겠는가?

열 배가 넘는 적들을 상대하려고, 어디서 날아들지 모를 암기와 독을 상대하려고, 가까스로 두려움을 극복하고 이 자리에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이건, 자신들이 검을 휘두를 기회조차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충분히 이들의 사기가 꺾일 만했다.

오직 다섯이서, 수만 명에 달하는, 그것도 사천의 패자라는 사천당가를 위시한 계두교 일당들을 압도적으로 물리치고 있으니 말이다.

“계신의 축복이 함께할 것이…… 으악! 도망가라! 도주하라! 으아아아악! 항복! 항복! 살려 주세요!”

결국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광신도들의 믿음마저 꺾이고 말았다.

절대적 무위 앞에, 또 끔찍한 죽음 앞에, 굳건했던 이들의 가짜 믿음이 깨져 버린 것이다.

“반계맹의 맹주로서 명령한다! 반계맹의 위대한 영웅들은, 계두교란 사이비를 믿어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리고 소림과 무당을 멸문시킨 악적들을 주살하라!”

“일인일계 식멸계육.”

“일인일닭! 닭고기를 먹어 없애자!”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

사 갑자의 내공을 실은 나의 외침.

그것에 다섯 사람의 무지막지한 신위를 멍하게 지켜보고 있던 청성과 아미의 제자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사실 전장의 중심은 아니고, 도주하는 적들을 잡고 반항하는 이들을 주살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우리 청정문도 반계맹과 함께하겠습니다. 모두 공격하라!”

“와아아아아!”

“금강방이 빠질쏘냐! 금강방의 방도들은 돌진하라!”

“와아아아아!”

“호서문의 문도들은 가장 선두로 나서라!”

“천을파도 함께하겠소!”

먼 곳에서 숨죽여 사태를 관망하던 이들.

이들이 다른 문파에 뒤질세라 일제히 문도들을 이끌고 전장에 합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와 반계맹.

우리가 치른 사천에서의 첫 싸움.

대승이고 완승이었다.

*

“곧바로 안휘의 남궁세가를 칠 겁니다.”

반계맹이 점령한 사천당가의 독왕전(毒王殿).

우리는 물론 아미, 청성의 장문인, 그리고 뒤늦게 합류한 문파와 세가의 수장들이 모두 자리했다.

그 수만 수십 명에 달했다.

“맹주님! 아직 죽은 적들의 시신도 수습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아군의 피해가 미미하다지만, 일부 다친 자들의 치료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천 중소 무문의 몇몇이 내 주장에 이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아니다.

“시간을 주면 적들은 그 힘을 더욱 똘똘 뭉칠 것입니다. 그러면 사상자만 더 늘어납니다. 최대한 빨리, 계두교의 부교주인 창궁검제의 목을 베야 합니다.”

“하, 하지만…….”

“나무아미타불. 아미는 맹주님의 명에 따르겠습니다.”

“청성도 곧바로 제자를 준비시키겠습니다.”

당가가 사라진 사천 무림의 기둥은 아미와 청성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내 의견에 동조하자, 몇몇 이견을 제기했던 자들의 입이 쏙 들어가고 말았다.

이어서.

“우리 화맹방도 맹주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사검림이 선두에 서게 해 주십시오, 맹주님!”

“이번 출정의 선두는 저희 대산파가 나서겠습니다!”

여기저기서 내 의견을 동조하고 나섰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의견에 의문을 품었던 이들까지 눈치를 보더니, 목청을 높여 선두에 나서게 해 달라 하였다.

됐다.

사기충천이다.

그리고 그때.

쾅!

독왕전의 문이 굉음을 내며 열렸고, 개방의 늙은 거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올시개다.

기쁜 소식을 가지고 왔나 보다.

얼굴이 밝다.

그는 서둘러 걸음을 옮겨 내 앞에 섰고, 이내 다른 이들에게 일부러 보여 주려는 듯 허리를 깊이 숙여 내게 예의를 갖추었다.

“어서 오십시오, 올시개 총분타주님.”

“기쁜 소식입니다. 점창에서 대규모 제자를 이곳으로 보냈다고 하고, 곤륜과 공동파에서도 일부 제자를 이미 보냈다고 합니다. 또 있습니다. 극양신장이 있는 화양문에서 귀주의 계두교 광신도과의 싸움에서 대승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산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유령심검께서 친히 하북팽가주의 목을 베고, 산서와 하북의 계두교 신도들을 일망타진하였다는 소식입니다.”

“정말 기쁜 소식이군요.”

“끝이 아닙니다, 맹주님.”

“또 있습니까?”

“네! 본 개방의 방주이신 걸왕 취팔개께서 직접 무림맹을 찾아가 사천의 일을 전하고 반계맹의 활약을 알렸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무림맹에서…… 하하하! 임시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마 맹주님을 반계맹의 맹주로 인정하고, 무림맹이 맹주님의 명에 따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것이 조금 전 무림맹에서 날아온 전서입니다.”

올시개가 조심스레 다가와 나에게 작은 종이를 건넸다.

전서응이나 전서구를 통해 전해진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펼쳐 보니, 무림맹 주축 인사들의 결의서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나를 반계맹의 맹주로 인정하고, 반계맹에 합류해 계두교와 싸우겠다는 맹세를 담은 결의서였다.

“무림맹으로 답신을 보낼 수 있겠습니까, 올시개 분타주님?”

“이미 무림맹에서 온 전서응은 물론, 따로 다섯 마리의 전서응과 스무 마리의 뛰어난 전서구를 준비해 두었습니다. 명만 내려 주시면, 곧바로 무림맹으로 전서응과 전서구를 날리겠습니다.”

“전하십시오. 우리는 즉각 안휘 남궁세가로 이동할 것이고, 그곳에서 합류하여 함께 남궁세가와 싸우자 전해 주십시오.”

“넵! 즉시 이행하겠습니다.”

“모두 들으시오. 정확히 한 시진 뒤, 나는 안휘로 떠날 것이오. 무림의 평화와 백성들의 안녕을 위해, 극악무도한 계두교 일당을 소탕할 것입니다! 천하가 혼란과 도탄에 빠진 위기 속, 목숨을 걸고 적들과 싸웠다고 후세에 전하고 싶거든, 검을 들고 나를 따라 주십시오!”

“존명!”

“와아아아!”

“와아아아!”

사천 무림이 뜨겁게 환호하며 나와 함께 출정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

이들은 안다.

작은 사부와 무적 할매, 호요와 웅요가 있는 한 자신들이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래서 무지막지한 속도로 이동하는 와중에도, 뒤처지거나 낙오되는 자는 거의 없었다.

어떻게든 안휘에 있는 남궁세가에 도착만 한다면, 살아남아 영웅이란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죽는 그 날까지 이날의 무용담을 두고두고 사람들에게 자랑할 것이다.

이들의 자손들은 자신의 아버지며 할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고, 자신의 어머니며 할머니를 한없이 존경하게 될 것이다.

위기의 무림과 천하를 구하는 일에 일조한 자신을, 스스로 평생 뿌듯이 여기게 될 테다.

그래서, 어떻게든 낙오하지 않고 입술까지 깨물며 엄청난 속도의 이동을 따라오는 중이었다.

사천에서 안휘라는 엄청난 거리를, 고작 열나흘 만에 주파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리고 그곳에서 창궁검제를 따르지 않고 무림맹에 남은 그들과 합류하게 되었다.

“본 무림맹은! 반계맹의 맹주이신 마악치 도사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존명!”

처처처처처처처처처처처척!

거의 일만 명에 육박하는 무사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며 부복하는 모습은, 내 가슴을 뜨겁게 달굴 정도의 장관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남궁세가에 도착하였다.

*

천수신권 원욱 대사는 작은 사부의 사제였다.

하지만 작은 사부는 소림에서 쫓겨났고, 원욱은 소림의 제일승려가 되었다.

그래도 사제는 사제다.

작은 사부는 그에 대한 복수를 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원한은 모두 잊었다고.

뭐, 예전 회귀 때 원욱에게 당한 일들에 대해 나에게 아주 꼬치꼬치 다 말해 주는 것을 보니, 완전히 다 잊은 건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원욱은 한때 작은 사부의 사제였고, 소림사는 작은 사부의 집이며 고향이었다.

그리고 그곳을, 계두교가 멸망시켰다.

“악치야.”

“네, 작은 사부님.”

“막 속에서 뭔가 계속 끓어오르는구나.”

“광기요?”

작은 사부는 대답 대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소림사 일 때문에 어지간히 마음도 아프고 화가 나는 모양이다.

“화를 계속 참으면 병난 데요.”

“그렇지.”

“이번엔 작은 사부님이 전면에 나서세요.”

“그래도 되겠느냐?”

“엎드려 큰절이라도 하면서 부탁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렇다면…… 어험. 그 창궁이란 남궁 거시기 있지 않으냐?”

우리 작은 사부.

우리 사부 따라가려면 구만 년은 더 수양을 쌓아야 할 모양이다.

많이 부족해.

아주 찰나고 미미했지만, 분명 작은 사부 얼굴에서 무인 특유의 승부욕이란 걸 보고 말았다.

“네. 우 여협하고 미호한테 미리 말해 놓을게요. 미호가 호요하고 웅요한테 알아서 말할 거니, 마음 놓고 작은 사부의 화를 푸세요. 그 남궁 뭐시기한테요.”

“고맙구나, 악치야. 역시 날 생각해주는 건 너밖에 없다, 허허허.”

“앗! 그런데 작은 사부님.”

“……?”

“설마 역으로 남궁 뭐시기한테 깨지는 건 아니겠죠?”

작은 사부가 실눈을 뜨며 나를 보았다.

그런 후 피식 웃었다.

우리 작은 사부, 지금 출동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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