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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두가 된 이유-138화 (138/245)

138화

일단 작은 사부와 무적 할매, 백미호, 웅요까지 본격적으로 가세를 하자, 이건 뭐!

와! 나도 열심히 싸우려고 했는데, 틈이 없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쾅! 쾅! 쾅!

사천당가의 독공 고수들이 독을 뿌리며 저항을 하고, 사천 무림과 중원 곳곳에서 모여든 고수들이 발악을 해 보았지만, 허사다.

양 떼도 아닌 병아리 떼에, 호랑이가 한 마리도 아니고 네 마리가 난입하여 짓이기는 수준이다.

나도 몸을 날려 싸움에 참여하려다가, 이 광경을 보고 걸음을 뚝 하고 멈추어 버리고 말았다.

어찌 나만 그러겠는가?

이미 절반 이상이 죽고, 산 자들 역시 대부분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아미파 여승들.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상태로, 이들의 말도 안 되는 무지막지한 신위를 그저 멍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현실로 믿기 힘들다는, 그런 얼굴들이었다.

어찌 아니겠는가?

이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내가 봐도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믿기 힘들 정도인데 말이다.

아무튼 사부는 금예지를 살피고 치료하느라 집중하고 있었고.

작은 사부, 무적 할매, 백미호, 웅요는 그냥 전설 속에 나오는 무신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작은 사부의 마지막 주먹질, 권강(拳剛) 한 방에.

사색이 되어 아미산 아래로 도주하려던 적들 삼백여 명이 오줌을 지리고 그 자리에 주저하고 말았다.

작은 사부의 권강은 이들을 목표로 한 게 아니라, 이들의 도주로를 차단한 것이다.

그 충격을 받은 땅에, 무려 지름 일백 장(300미터)에 그 깊이는 끝도 알 수 없는 무저갱이라 불릴만한 구덩이가 파이고 말았다.

적들이 사시나무 떨듯 떨어 대며 바지에 오줌을 지릴 만한 위용이었다.

그렇게 싸움이 끝났다.

“움직일 수 있는 아미의 제자들은 적들을 포박하라!”

“넵!”

아미파 장문인의 명령에,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여승들이 빠르게 적들에게 다가가 점혈을 하고 포박을 하기 시작했다.

소수의 적들만이 살아남았고, 또 작은 사부의 무지막지한 신위에 놀란 적들은 반항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아미파 제자들이 빠르게 이들을 모두 제압하였다.

그런 후.

아미파의 장문인과 살아남은 여승들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구파일방 중 그 살벌함에 있어서는 최고라는 아미파라 믿기기 힘들 정도의 처참한 몰골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아미파의 장문인은 그 명성답게 눈빛이 살아 있었다.

이내.

툭.

아미파 장문인이 우리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장문인! 어찌 이러십니까!”

작은 사부가 놀라, 단번에 그런 아미파 장문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투투투투투투투툭!

장문인 뒤에 있던 수백에 달하는 아미파 제자들이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작은 사부의 손에 이끌려 다시 선 상태가 된 장문인의 눈은 어느새 눈물이 가득 차올라 그렁그렁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께서 아미파를 구하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흑흑.”

결국 장문인은 슬픔과 서러움 또 감사함이 가득 담긴 뜨거운 눈물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이는 곧바로 전염이라도 된 듯, 모든 아미파 제자들에게 옮아 갔고.

장내는 그야말로 울음의 바다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아미파를 구하라! 적들을 섬멸하라! 아미파 장문인 사태를 인질로 잡고 있는 저 악적의 목을 베어라!”

“와아아아아아아아!”

아미산으로 일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떼로 몰려 올라왔다.

죄다 도사들이다.

청성파, 그들이 아미파를 돕기 위해 아미산을 오른 것이다.

그런데 뭔가 오해가 있었나 보다.

“작은 사부님, 저들이 우리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괜찮다. 오해는 풀면 되지.”

하지만 청성파의 분위기가 사뭇 맹렬하고 살벌했다.

대화를 시도할 분위기 자체가…… 어?

작은 사부가 주먹을 쥐더니, 이내 이를 청성파 도사들을 향해 뻗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쿠르르르르르르르르릉.

권강이 나갔고, 아까 계두교 악적들이 도주할 때와 같은 폭발이 일어났다.

아니, 이번 건 조금 더 강했다.

아미산 전체에 미세한 지진이 일어날 정도였다.

그리고 더 넓고, 더 깊게 파여 버린 구덩이.

이걸 구덩이라고 해도 될까?

아무튼.

사기충천해 엄청난 속도로 검을 휘두르며 달려오던 청성파 도사들이, 일제히 그 걸음을 멈추고 놀란 눈만 껌뻑껌뻑하는 순간이었다.

곧 피 칠갑을 한 아미파 장문인이 힘겹게 걸음을 옮겨 선두에 있는 청성파 장문인이게로 향했다.

여전히 놀라 미동도 하지 못하고 눈만 껌뻑껌뻑하는 청성파 장문인.

얼마나 놀랐는지, 입도 열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향해 아미파 장문인이 말했다.

“나무아미타불. 본 아미파를 돕기 위해 이렇게 제자들을 이끌고 와 주신 청성파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

합장과 함께 허리를 깊게 숙여 그 감사함을 전하는 아미파 장문인이었다.

그리고.

청성파는 장문인부터 모든 도사가 돌이라도 된 듯, 여전히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못하고 연신 눈만 계속 껌뻑껌뻑하였다.

그렇게 아미산에서의 전투는 진짜로 끝을 맺었다.

*

닭 날개.

누군가는 닭 날개를 보면 군침을 삼키곤 한다.

하지만 지금 자리에 있는 누구도 닭 날개를 보며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

호요가 돌아왔고, 그의 손에 닭의 날개가 들려 있기 때문이다.

흡사 커다란 독수리의 것이라 해도 믿을 법한 크기의 닭 날개였다.

“계효보의 왼팔을 잘랐습니다.”

아미파에 임시로 지어진 막사 안.

호요의 첫 마디가 그것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자세히 좀 설명해 봐.”

백미호가 물었고, 호요가 곧 자신이 겪은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공주님의 명령에 따라 깊게 몸을 숨기고 매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수의 적들이 몰려왔습니다. 계효보가 있음을 감지했고, 싸움이 일자마자 저는 곧장 계효보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호요도 피 칠갑을 한 상태였지만, 그 상처가 많지 않은 것이 대부분 계효보의 피로 보였다.

“어땠어? 현재 계효보의 무위는?”

“강했습니다. 하지만…….”

호요가 아주 잠시 숨을 고르며 말을 멈춘 사이, 우리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은 정점에 이르고 있었다.

그리고 곧.

호요의 입을 통해 우리는 계효보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있었다.

“충분히 상대할 만했습니다. 자리에 계신 인간분들의 경지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나 웅요 그리고 공주님께서 나선다면, 혼자서 충분히 사살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보자마자 팔을 잘랐는데, 계두교의 광신도들이 미친 듯 달려들지 않았다면, 충분히 목을 벨 수 있었는데…… 죄송합니다, 공주님.”

“아니야. 잘해 줬어. 현재 계효보의 경지를 안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야. 그런데 아직 창궁검제나 수라섬전도 등에게 나누어 준 힘을 회복하지 못한 건 아니야?”

“그건 아닙니다. 제가 놈과 싸우면서 자세히 살폈습니다. 타인에게 전수한 힘은 모두 회복했습니다. 마 도사님께서 회귀…… 아니, 마 도사님께서 열여덟 살 되신 해부터, 이미 그 힘을 나누어 주고 준비를 한 모양입니다.”

“삼사 년 전부터 작정하고 일을 꾸몄다는 거네. 그 시간이라면 자신의 힘을 모두 나누어 주었다고 해도, 충분히 회복할 시간이 됐을 거고. 그런데 계효보는 어디에서 놓친 거야?”

“남쪽으로 도주했습니다. 누가 닭 아니랄까 봐, 하늘을 날고 땅을 달리는 속도가 제법 대단했습니다. 귀주를 지났고 다시 광서를 지나, 바다로 숨어 버렸습니다.”

“닭, 닭이 헤엄도 쳐요?”

내가 황당해서 물었다.

“급하니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든 것이겠죠. 저도 바다로 뛰어들었으나, 더는 그 기운을 감지할 수 없어서 포기하고 돌아왔습니다.”

왼팔이 잘렸다고 한다.

이번 생에는 복구가 쉽지 않을 테다.

하지만 내가 회귀를 하고 나면, 놈의 왼팔은 다시 정상적인 모습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그보다, 이제 알겠다.

“놈이 왜 제 친우인 천무휘와 곽우적을 죽였으면서 사부님이나 작은 사부님 그리고 무적 할매…… 앗! 죄송합니다. 우 여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지 이제 알겠네요.”

이미 다들 짐작한 모양이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들이었다.

“계효보의 경지가, 아직 못 미치기 때문이에요. 두려워서 나타나지 않았던 거예요.”

내 말에 백미호가 나섰다.

“그럼 문제가 더 심각해지겠는데? 나와 웅요, 호요가 나섰고. 유현 도사님과 진공 스님, 그리고 우석혜 궁주님께서 본격적으로 나선 걸 알면, 약삭빠른 계효보가 더더욱 우리를 피해 활동할 것 같은데.”

“내 생각도 같아.”

“그럼 어쩌지?”

“미호야.”

“응.”

“일단, 사람들부터 살리고 보자. 중원이 모두 지옥이 되어 버렸어.”

내 말에 백미호가 움찔했다.

그러더니 곧.

“미, 미안. 우리 요계에서 온 요괴 때문에…… 인간계에 큰 피해를 입혔어. 요계의 공주로서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백미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나와 사부님들 그리고 무적 할매를 향해 허리를 깊이 숙여 사죄했다.

곧바로 호요와 웅요까지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허리를 숙였다.

“아니야, 미호야! 지금 사과 들으려고 말한 거 아님을 잘 알잖아.”

“악치 말이 맞습니다. 이는 백 소저의 잘못도 또 요계의 잘못도 아닙니다. 어디나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은 꼭 있으니까요. 그보다 앞으로의 일에 전념해야 할 것입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작은 사부가 나서서 백미호를 위로해 줬다.

그리고 이번엔 무적 할매가 나섰다.

“닭인지 뭔지, 그 계효보란 요괴의 손과 발을 모두 잘라 버리는 게 우선인 듯합니다. 그래야 아비규환이 된 중원의 백성들도 살릴 수 있고요.”

무적 할매의 말에 백미호가 물었다.

“계두교를 먼저 치자는 말씀이시군요.”

“맞아요, 백 소저. 하지만 중원은 넓고, 계두교의 뿌리가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계두교를 치려면, 우리도 세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맞는 말씀이네요.”

백미호가 동의했고, 곧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각자의 생각이 있는 듯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그 정적은 오래가지 못했다.

백미호가 번뜻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힘을 주어 입을 열었다.

“반(反) 계두교 세력을 만들려면 앞으로 할 일이 많아요. 일단 이곳에 있는 청성파와 아미파의 힘부터 뭉쳐야 하고요. 그리고 이러한 일을 진행하고 시작하려면 우선…… 이 모든 일을 이끌어 갈 수장이 필요해요.”

백미호는 말을 마치며 눈에 힘을 주고 작은 사부와 무적 할매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 말에 두 사람은 공감하는 얼굴을 하면서도 난색을 표했다.

“나는 최선을 다해 무림을 위협하는 계두교와 싸울 것입니다. 다만, 위화궁의 율법으로 궁주인 나는 다른 세력과 조직의 수장 자리를 겸임할 수 없습니다.”

백미호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몇 번 끄덕인 후 작은 사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는…… 허허. 그저 작은 사찰에 몸을 담고 세상을 등진지 수십 년이 된 중입니다. 그 자리를 책임질 만큼의 마음이…… 나무아미타불. 제가 아직 몸속에서 꿈틀거리는 광기를 다스리는 중이라. 저는 힘듭니다. 유현, 자네가 그 자리를 맡으면 어떻겠나? 이 또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는 일 아닌가?”

“금예지 소저의 상태가 심각하네. 난 금 소저를 돌보는 일만으로도 벅차. 그러지 말고 백 소저가 이끄시는 게 어떻습니까? 백 소저는 요계의 공주 아닙니까? 허허허.”

사부의 말에 백미호가 난감한, 또 상당히 미안한 얼굴을 했다.

“저는 인간계에 피해를 입힌 죄인의 몸으로…… 그걸 떠나 저는 요괴잖아요. 요괴가 인간을 이끄는 수장이 될 수는 없죠.”

백미호의 말에, 사부와 작은 사부 그리고 무적 할매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그럼 남은 사람은 한 명밖에 없군, 허허허. 네가 해야겠구나, 악치야. 고통과 절망에 울부짖는 백성들을 구하는데, 네가 앞장을 서야겠다.”

사부가 나를 보고 그 특유의 빨려들 듯한 신비하고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 저요?”

“그래, 악치야. 네가 해. 난 찬성이야.”

백미호가 동의했고.

“나도 찬성이다. 네가 해라. 늙은 내가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

“나도 찬성하겠네. 본 궁이 전력으로 자네의 뒤를 받쳐 줄 걸세.”

작은 사부와 무적 할매까지 동의를 하고 나섰다.

하지만, 하지만!

난 지금 고작 스물한 살이다.

광천마제 시절 지은 죄를 열거한다면, 지금의 계효보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이런 내가, 무슨 낯짝으로 직접 죽이고 내가 핍박했던 사람들을 이끌 수장이 되겠는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너무나 염치없는 짓이다.

내 머리가 그렇게 결론을 지었다.

“하하하하! 맡겨만 주신다면, 크하하하하! 제가 한번 멋지게 계두교 놈들을 소탕해 보겠습니다, 푸하하하하하!”

언제나 내 머리와 마음은 다른 뜻을 품고 있는 듯하다.

아무튼!

반계두교 연합!

무지막지할 것 같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막 가슴이 벅차오른다.

사부, 작은 사부, 무적 할매, 백미호, 호요, 웅요까지.

이들과 함께할 수만 있다면, 계두교가 아니라 지옥 대마왕의 군대라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계두교! 다 죽었어.

그리고 그 끝은, 닭 날개가 아닌 닭 모가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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