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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두가 된 이유-137화 (137/245)

137화

무당파에 도착했다.

백미호와 작은 사부, 무적 할매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 그저 서 있기만 했다.

상황은 이미 끝나 버렸다.

무당파, 멸문.

“어떻게…… 어떻게 된 거야? 웅요는?”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이미 이런 상태였어. 웅요도 보이지 않아.”

“혹시……?”

“아니. 웅요는 살아 있어. 이곳에 없을 뿐이야. 혹시라도 웅요에게 문제가 생기면, 내가 느낄 수 있어.”

“휴우, 다행이다. 나 잠깐 다녀올게. 저 잠시 다녀올게요.”

“어딜?”

“무당제일검이 살아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어요.”

신법을 발휘해 달렸다.

사부의 속도를 따라갈 정도가 아니기에 감숙에서 이곳까지는 사부의 등에 업혀 왔지만, 송암 도장이 있는 산까지는 금방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먼 훗날 광천산이라 불릴 산의 중턱.

혹시나 했지만, 송암 도장 역시 싸늘한 시신이 되어 있었다.

이번 생, 송암 도장은 나를 만나기 전이기에 아직 화경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시신이 되어 있는 모습 역시나, 화경의 반열에 오르기 전의 꾀죄죄한 모습 그대로였다.

무당파를 공격하기 전, 먼저 송암 도장에게 손을 쓴 것 같다.

무당파에서도 그 존재를 몰랐던 송암 도장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건, 역시나 광마일기를 읽은 계효보이기에 가능한 일일 테다.

난 다시 신법을 발휘해 무당 본산으로 돌아갔다.

*

“엇? 웅요님도 와 계시네요?”

내가 시체의 산이라고 불려도 될 무당 본산으로 돌아왔을 때, 약간의 상처를 입은 웅요가 현장에 와 있었다.

“어서 와, 악치야. 웅요에게서 어떻게 된 일인지 함께 듣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어.”

난 사부와 백미호 사이로 다가가 섰다.

사부, 작은 사부, 백미호, 무적 할매까지 모두 웅요의 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몸을 숨긴 상태로 무당산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왔습니다. 수만 명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숫자였습니다. 무림맹, 남궁세가, 제갈세가, 황보세가, 하북팽가, 산동악가, 녹림삼십육채는 녹림왕이 직접 녹림도들을 이끌고 왔고, 그 숫자가 정말 어마어마했습니다.”

“무당파는?”

백미호가 대표로 물었다.

“소림사의 멸문 소식이 전해진 뒤, 무당파에서도 이미 철통같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과부적이었습니다. 끝도 없이 밀려드는 이들을 무당파만으로 막아낼 수는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놈들은 무당이나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습니다. 제가 상대할 수 있었던 건 고작 창궁검제 한 명이 전부였습니다.”

창궁검제 남궁비혁은 천수신권과 더불어 무림오대고수 중 일인이다.

일부에서는 천수신권보다 창궁검제가 더 강하다며, 당대의 천하제일인이 그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창궁검제를 웅요는 고작이란 단어로 표현했다.

“창궁검제가 그렇게 강했어?”

다시 백미호가 물었다.

“자신의 힘 이상을 썼습니다. 창궁검제만 그런 게 아니라, 하북팽가나 황보세가, 제갈세가주, 녹림왕까지 모두. 실제 그들이 쓸 수 있는 힘 이상을 발휘해 일방적으로 무당파 도사들을 살육했습니다.”

“무슨 뜻이지, 그게?”

“계신, 그러니까 계효보가 그들에게 자신의 힘을 나누어 주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뭔 소리야?

힘을 어떻게 나눠 줘?

내공 전수라도 한다는 말인가?

내가 그렇게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백미호가 와락 인상을 구기며 혼잣말을 하듯 말했다.

“아버지를…… 계효보가 요왕이신 아버지를 따라 하고 있어.”

“미호야, 그게 무슨 말이야? 난 이해가 안 가는데?”

대답은 백미호 대신 웅요에게서 나왔다.

“요계의 왕이신 천야께서는 큰 공을 세운 신하들에게 자신의 힘을 나누어주십니다. 제가 가진 요공의 절반도 요왕이신 천야께서 하사하신 힘입니다. 공주님의 말씀은, 계효보가 지금 요왕의 그러한 행위를 계효보가 따라 하고 있음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 그게…… 그게 가능해? 내공 전수처럼 요괴들은 힘을 타인에게 나누어 줄 수 있어? 아니, 내공 전수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라 알고 있는데. 전수를 해도 전수한 사람은 그만큼 내공을 잃고, 피전수자도 전수받은 내공의 삼 할조차 다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고 알고 있어. 그런데 요괴는 그게 가능한 거야?”

내가 다시 백미호를 향해 물었다.

이 상식 밖의 일에, 나만 놀란 게 아니다.

작은 사부와 무적 할매까지 기겁을 한 얼굴로 백미호를 쳐다봤다.

“가능해. 그리고 무림의 내공 전수처럼 잃어버리는 내공 없이 모두 전수가 가능해. 심지어 전수자는 자신이 나누어 준 힘마저 요괴마다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회복할 수 있어.”

“이건 사기잖아.”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우리 요계에서도 아버지나 내 오라버니 정도만이 가능해.”

“그럼…… 설마 지금 계효보의 경지가……?”

“아니야. 아닐 가능성이 더 높아. 아마도 계효보는 무공의 힘과 요공의 힘을 합쳐 그렇게 할 수 있었을 거야. 계효보가 만약 아버지나 오라버니의 힘을 갖추었다면, 인간계 어디에 있던 나나 웅요, 호요가 감지하지 못했을 리 없어. 단 한 번만이라도 그 힘을 발휘했다면, 분명 우리가 감지했을 거야.”

“인간의 무공과 요괴의 요공을 합친 괴물이 만들어져 버린 것까진 사실이 되어 버렸군.”

“아마도.”

잠시간 침묵이 흘렀다.

작은 사부와 무적 할매는 이미 백미호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지, 요계니 요왕이니 하는 말에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부는 많이 심각해 보였다.

그래도 일단 잠잠히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 주기만 하였다.

백미호가 다시 나서서 웅요에게 물었다.

“창궁검제는? 아무리 계효보의 힘을 받았다고 해도, 분명 그 힘에는 한계가 있었을 터. 네가 이기지 못했다는 건 믿기 힘든데?”

“창궁검제와 오백여 합이 넘는 싸움을 벌였습니다. 곧 그 숨통을 끊을 수 있었는데, 그때 제갈세가주, 하북팽가주, 황보세가주, 녹림왕 등등이 한꺼번에 몰려와 저를 공격했습니다. 주위는 이미 상황이 종료되었었죠. 순식간에 무당파가 전멸해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더 싸울 이유를 찾지 못해 몸을 피했습니다.”

웅요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슬쩍 나와 사부, 작은 사부, 무적 할매의 눈치를 본 후 말을 이었다.

“이런 말씀 드리긴 죄송하지만, 제가 인간계로 넘어온 목적은 계효보를 잡기 위함입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무당파 사람들을 위해 제 목숨을 걸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싸움을 포기하고 물러났던 것입니다.”

“탓하지 않습니다. 옳은 결정을 하셨습니다. 나무아미타불.”

작은 사부가 나서서 그런 웅요를 위로했다.

이런저런 대화가 조금 더 오갔다.

난 슬쩍 옆에 있는 사부를 보았다.

심각한 얼굴로, 또 조금은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그리 잠자코 서 있는 사부였다.

난 슬며시 사부의 손을 잡아 주었다.

“금방 다 설명해 드릴게요.”

사부가 그런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끄덕해 주었다.

그런데 그때.

갑작스레 백미호와 웅요가 입을 꼭 닫더니, 심각한 얼굴로 변해 버렸다.

이내, 백미호가 다급히 우리를 향해 말했다.

“호요에게서 연락이 왔어. 지금 아미파가 공격당하고 있대.”

“바로 가야겠군. 갑시다.”

작은 사부의 말에 모두 무당산의 서쪽, 아미파가 있는 사천으로 신법을 발휘했다.

그리고 사부는.

“업혀라, 악치야.”

“네, 사부.”

난 사부의 등에 업혔다.

*

작은 사부, 무적 할매, 백미호, 웅요까지.

그냥 그 자체로 괴물들이다.

바람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빛과 그 속도를 비교해야 될 것 같다.

호북 무당산에서 사천 아미산까지.

일반인의 걸음이라면 빨라도 보름은 걸릴 터.

이들은 단 반 시진 만에 그 엄청난 거리를 주파하였다.

그리고 우리 사부.

와! 조금도 이들에게 뒤처지지 않았다.

아니, 내가 보기에 사부는 전력으로 질주하지도 않았다.

이들에게 맞춰 움직인 것이다.

나를 업기까지 하고서 말이다.

그렇게 아미산에 도착하였다.

쾅!

콰콰콰콰콰콰쾅!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끄아아아아악!”

“죽여라!”

“진이 뚫린다! 막아라!”

“으아아악!”

아비규환, 지옥도가 따로 없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아미산은 이미 끔찍한 전쟁의 정점에 이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수라가 된 전장에서도 유독 눈에 들어오는 무지막지한 싸움을 벌이는 네 사람이 있었다.

셋은 아미삼검이고, 한 명은……?

“저자가 수라섬전도라는 자인가 보군.”

무적 할매가 그 답을 해 주었다.

무림오대고수 중 일인.

이렇다 할 세력 없이 홀로 활동하는 자.

그마저 계효보에게 먹힌 것인가?

닭을 정말 신으로 믿는단 말인가?

어쩌면 악마와 계약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도 계효보의 힘을 받은 것 같습니다.”

역시나, 웅요가 그 답을 주었다.

그보다, 아미삼검이 위험하다.

이미 온몸에 크고 작은 상처가 한가득 인데다가 내상까지 크게 입었는지, 셋 모두 검은 피를 연신 토하며 가까스로 수라섬전도의 칼을 막아 내고 있었다.

위험하다.

아미삼검은 이미 한계다.

“도와줘야 합니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웅요가 몸을 날리며 말했다.

“제가 나서겠습니다.”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무지막지한 속도로 몸을 일직선으로 날리는 웅요.

오른손을 번쩍 치켜들었는데, 사람의 손 모양이었던 그것이 순간 엄청난 크기의 곰 발바닥처럼 변했다.

이내 그 곰 발바닥과 수라섬전도의 도(刀)가 충돌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무지막지한 폭발.

주변에 있던 수백 명의 사람이 그 폭발로 수십 장이나 나가떨어져 쓰러졌다.

수라섬전도라고 멀쩡할 수 없었다.

단 한 번의 충격으로 무려 일백 장(300미터)나 뒤로 날아가 땅에 곤두박질치고 만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다시 일어나 웅요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콰콰콰쾅!

쾅쾅쾅쾅쾅쾅쾅쾅콰콰쾅!

괴물들의 싸움.

수만 명이 얽히고설켜 피를 뿌리며 싸우던 지옥의 아수라장을 만들던 전장의 싸움이, 일순간 멈추어 버릴 정도로 무지막지한 폭발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저자는 웅요에게 맡겨도 될 것 같아. 우리도 빨리 움직여…….”

콰르르르르르르릉.

백미호가 말을 하던 순간.

끝없이 이어지는 전장 끄트머리에서 엄청난 화력의 폭발이 일어났다.

화염이다.

이곳이 전장이 아니었다면, 화산이 폭발했다고 착각이 들 만한 열기가 수백 장 넘는 이곳까지 전해졌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난 곧바로 화염의 폭발이 이른 장소로 몸을 날렸고, 사부와 작은 사부 그리고 무적 할매와 백미호가 내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곳.

한 소녀, 여리디여린 여인이 온몸에서 뜨거운 불기둥을 뿜어 대며, 독기와 살기가 충천한 노인을 상대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독과 불의 대결.

소녀는 흰자를 드러낸 눈으로, 이지를 잃은 채 본능으로 극독을 불로 태우며 맞서고 있었다.

우리들의 첫사랑, 예지다.

상태가 너무 심각하다.

“작은…… 작은 사부님. 도와주세요. 제…… 친구예요.”

내 떨리는 음성에, 작은 사부는 대답도 하지 않고 곧바로 몸을 날렸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단 한 방의 주먹, 일 권이었다.

제아무리 계효보의 힘을 전수받았다고 하여도, 사천당가주 독왕의 그릇은 처음부터 작은 사부와 견줄 것이 아니었다.

일 초식 만에 신체 내부의 혈맥이 모두 터져 즉사하고 말았다.

문제는.

콰콰콰쾅!

화르르르르르르!

쾅쾅쾅쾅쾅!

이지를 잃은 금예지가, 독왕이 죽자마자 작은 사부에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툭.

작은 사부가 가볍게 그녀의 뒷덜미를 손날로 쳐 기절시켰다.

“사부님.”

“저 소저가…… 화기를 품고 있구나. 알았다.”

곧바로 사부가 날아가 쓰러진 그녀를 안고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됐다.

사부라면 예지를 어떻게든 되돌려 줄 것이다.

“미호야.”

“응, 움직이자.”

“우 여협.”

“알겠네. 본 궁의 율법에도, 천하에 위기가 오면 적극 나서라 하였네. 가지.”

“넵!”

작은 사부, 무적 할매 그리고 백미호까지.

본격적으로 전장으로 몸을 날렸다.

곧이어 수라섬전도를 육편으로 만들어 놓은 웅요까지 가세했다.

나도, 적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제부터 전력이다.

내가, 또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끌어내 싸움에 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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