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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두가 된 이유-112화 (112/245)

112화

“무형비침하고 빙정까지는 믿겠는데. 요괴경? 내가 아무리 도사라고 해도, 그런 게 있을 리 없잖아.”

“대에에에에에협!”

“아이쿠, 깜짝이야. 왜? 뭐?”

“진짜입니다! 진짜 있다고요! 제가, 제가 분명 그 요괴경을 통해 귀신을 봤습니다.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귀신이란 게 실제로 있더라고요.”

“정말이야?”

“네! 제 목을 걸겠습니다.”

“요괴도 보여?”

“물론입니다!”

“귀신만 봤다며?”

“요괴경입니다! 귀신은 부수적으로 보이는 거고, 주요 기능이 요괴를 보는 것입니다.”

“거참…… 그딴 거 받고 너를 살려 주면 내가 손해인 거 같은데?”

“착하게 살겠습니다.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않고, 산속 깊은 곳에 꼭꼭 숨어 조용히 삶을 마감하겠습니다. 제가 살아 봐야 얼마나 더 살겠습니까? 부디, 참회하며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시간만 허락해 주십시오.”

“그래?”

“넵!”

“진짜?”

“넵!”

“그럼 여기에 적어. 무형비침, 빙정, 요괴경이 있는 장보동.”

“그런데…… 대협.”

늙은 대마두.

대가리 굴리는 소리가 진동을 한다.

하지만 난 짐짓 모르는 척, 그렇게 눈만 껌뻑껌뻑 댔다.

“대협, 실은 저도 제 목숨이 하나이지 않겠습니까?”

“본론만 말해. 맘 바뀌어서 당장 찢어 죽일지도 모르니까.”

“아, 넵! 보물들은 각기 다른 장보동, 장보동이랄 것까진 없고, 아무튼 다 다른 곳에 숨겨 놨습니다.”

“그래서?”

“헤헤, 그게…… 저도 확실한 게 좋으니. 일단 저를 살려 주시면, 보물 하나의 위치를 알려 드리고. 일 년이 지날 때마다 하나씩 그 위치를 서신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헤헤헤.”

“의제!”

난 소증승에게서 눈을 떼어 저 멀리 있는 의제를 큰 소리로 불렀다.

“네, 형님!”

“와서 이 새끼 목 좀 따.”

“네, 형님!”

“대애애애애애애애혀어어어어어업!”

의제가 진짜 다가오려고 하자, 소증승이 저 바다까지 떨릴 음성으로 목을 놓아 나를 불렀다.

“먼저 하나를 내놓겠습니다. 가장 가까운 절강에 요괴경이 있습니다. 그리고 풀어 주신다면, 그 즉시 다음 보물의 위치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다른 것들은, 그건…… 그전 저도 정말 마지막 보증으로 간직하게 해 주십시오. 살려만 주신다면, 정확히 일 년이 지난 시점마다 그 위치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음…… 어째 속는 거 같은데?”

“대협! 저는 지금 제 목을 대협께 내놓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어찌 그깟 물건을 제 목숨보다 귀히 여겨 거짓을 말씀드리겠습니까?”

“그래? 진짜다 이거지?”

“네, 대협! 믿어 주십시오.”

“그거 벗어.”

“네?”

“칠연절명침 벗으라고.”

“아, 네. 여기 있습니다. 여분의 은침까지 다 드리겠습니다. 은침을 다 쓰시면, 하오문이나 암상을 통해 사천당가에서 뒷거래로 더 구할 수 있습니다.”

칠연절명침을 받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작다.

그냥 팔에 차는 팔찌다.

작은 보석도 몇 개 박혀 있어서, 그냥 봐서는 절대로 이것이 무림십대암기에 이름을 올리는 무시무시한 암기라는 것을 알 수 없을 테다.

“다른 보물들은?”

“일 년에 한 번씩, 꼭 대협께 그 위치를 적어 보내 드리겠습니다.”

“내가 어디 있는 줄 알고?”

“항상 수룡검 천무휘 대협과 함께 다니지 않으십니까?”

“너도 우리 소문 들었어?”

“네. 듣다마다요. 천 대협의 명성이 천하를…… 어험. 그러니까 천 대협과 대협의 명성이 천하를 진동하고 있음을 그 누가 모르겠습니까?”

“그래서 내가 누군데?”

“네?”

“내가 누구냐고.”

“그게…… 저…… 그러니까…… 제가 나이가 많아서 요즘 자꾸 깜빡깜빡…….”

“됐다. 일단 요괴경 위치 적어.”

“넵!”

놈이 요괴경의 위치를 적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놈이 말한 대로 우리의 다음 행선지인 절강에 그것이 있었다.

“절강에 도착해서 요괴경 확인한 다음, 그게 진짜면 살려 주고 가짜면 죽는다.”

“넵!”

“무형비침의 위치는 널 살려 줄 때 알려 주고.”

“넵!”

“매년 보물 한 가지씩 꼭 그 위치 나에게 알리는 거 잊지 마라. 지옥 끝까지 쫓아간다.”

“넵! 맹세합니다, 대협.”

이 새끼.

지금 거짓말하는 중이다.

상관없다.

어차피 죽고 나면 사라지는 것들이다.

이번 회귀에서 칠연절명침, 요괴경, 무형비침을 얻는다.

요괴경과 무형비침의 위치를 광마일기에 적어두면, 다음 회귀 때는 이것을 물을 이유도 없다.

다른 걸 물으면 된다.

뭐, 솔직히 다른 기물들은 관심도 없고 실제인 것 같지도 않고.

일단 암기 두 개는 덤이고.

내가 진짜 얻고 싶었던 것, 요괴경을 얻을 수 있게 된다면 지금까지 고생한 대가로는 차가도 넘친다.

“가자, 늙은 대마두.”

“넵!”

의제가 바다로 신호를 보내자, 이번에는 제법 규모가 있는 쾌속 함정이 우리가 있는 무인도로 빠르게 다가왔다.

나와 의제 그리고 소증승은 그 괘속 함정에 올라 복건으로 되돌아갔다.

* * *

돌아온 복건은 그야말로 지역 전체가 축제요 잔치였다.

거리마다 꽃잎을 뿌리고 사람들이 환호를 질러 댔다.

일만오천여 왜구의 해적 중 사살 일만이천여 명.

생포 삼천여 명.

도주한 자는 일백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하였다.

단 한 번의 전투를 통해 얻은 실로 어마어마한 공적이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 부모며 자식의 원수인 왜구의 해적들을 물리쳤다는 소식에, 복건의 백성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밖으로 뛰어나와 눈물을 흘리며 기쁨의 환호를 질러 댔다.

특히 백성들이 눈물까지 흘리며 끊임없이 찬사를 보내는 네 사람이 있으니.

바로 해수장위사 노덕대 대장군과 수룡검 천무휘, 구절협 한해북, 마지막으로 대두장의 장주 탁붕명이다.

그중에서도 한해북에 대한 찬사는 정말 하늘을 찌를 듯했다.

최소한 복건에서 만큼은, 한해북의 명성이 절대 천무휘의 아래가 아니라 할 만큼 사람들은 한해북의 이름을 목이 터져라 외치고 또 외쳐 댔다.

그리고 난, 내공까지 끌어올려 청력을 극대화했다.

그런데 없다.

젠장!

내 이름을 환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퍽!

“으악! 왜, 왜 그러십니까, 대협?”

소증승의 뒤통수를 한 대 때렸다.

그냥, 때렸다.

그렇게 우리는 대두장에 도착했다.

* * *

대두장 총관이 직접 대문 밖에 여러 무인을 대동하여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난 그에게 소증승을 넘겼고, 곧 대두장의 무인들이 소증승을 대두장의 뇌옥으로 끌고 갔다.

총관의 안내를 받으며 나와 의제는 곧바로 대두장 내원의 중심인 대두전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한 가지 걱정이 있다.

다 해결됐는데, 딱 하나.

대두장주의 아들을 찾지 못했다.

대두장주와 한해북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 어?

대두장주와 한해북이 더없이 기쁜 얼굴로 대두전을 나오며 나와 의제를 반겼다.

그 뒤를 따르는 수십 명의 인사들 역시 기쁨이 가득한 얼굴들이다.

뭐지?

“마 도사님! 하하하하! 어서 오십시오. 하하하하!”

“마 형! 곽 형!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하하하.”

설마…… 찾은 건가?

그렇다.

대두장주와 한해북 사이, 풀이 잔뜩 죽었지만 제법 총명한 눈을 가진 처음 보는 사내가 있었다.

그 아버지를 능가하는 무지막지한 대두(大頭)다.

서 있는 게 신기해 보일 정도다.

무게 중심을 잘 잡는 건가?

한해북이 먼저 소개했다.

“마 형, 곽 형. 일전에 제가 말했던 탁허항 형님입니다. 대두장의 소장주요, 하하.”

“반갑습니다, 마 도사님 그리고 곽 대협.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탁허항이 우리를 향해 허리를 깊이 숙여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나나 의제나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자 대두장주가 직접 나섰다.

“해수장위사 장군이 왜국의 해적 잔당들을 쫓다가 어느 무인도에까지 가게 됐는데. 아 글쎄 이 녀석과 이 녀석을 따라 왜적을 물리치겠다며 갔던 녀석들이, 거기에 조난을 당해 석 달 동안 제대로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굶어 죽어 가고 있었다지 뭡니까, 하하하하.”

“아, 다행입니다. 천만다행이에요.”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자세히 이야기하시지요.”

“네, 장주님.”

안도의 마음으로 대두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대두장 장주의 바로 옆자리.

그곳에 이미 내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바깥에서야 어찌 됐건,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이번 해적 소탕 계책의 일등 공신이 누군지, 또 실제 지휘관이 누군지 다 알기 때문에 상석을 나에게 양보한 것이다.

내 옆으로 한해북, 천무휘, 그리고 의제가 나란히 앉았다.

꽤 오랜 시간 우리는 복건과 이 일대의 주요 인사, 그리고 고수들의 찬사를 듣고 또 들어야 했다.

* * *

해수군위부 진영, 대장군 전각.

“고맙네. 오대독자도 살리고…… 훌쩍. 황제께서 내리신 임무도 완수했네. 이게 다 마 도사 덕분일세, 흑흑.”

대장군은 감격에 겨워 그렇게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늙은 두 손으로 내 손을 꼭 잡으며, 그리 감격에 겨워 고맙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내 가슴이 다 울컥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말했다.

“수고비 좀 주세요.”

“응?”

“수고비요. 오대독자도 살리고, 황제의 임무도 완수하셨다면서요?”

“아! 수고비. 응. 당연히 줘야지. 그러니까…… 얼마를 줘야 하는지…… 하하하.”

눈물이 쏙 들어간 해수장위사다.

난 냉철한 눈으로 말했다.

“대장군께서 자살하려던 거 살렸으니 대장군 목숨값 일천 냥.”

“일, 일천 냥? 뭐, 금방 준비하겠네. 은자 일천 냥.”

“금자.”

“…….”

조금 전까지 한없는 감격에 겨워하던 해수장위사의 눈이, 뭔가 똥을 보는 것처럼 변해 버렸다.

“끄응. 뭐, 금자 일천 냥 정도야.”

“오대독자는 더 비쌉니다.”

“나나 아들이나, 금자 일천 냥이면 충분하지.”

“오대독자. 오대독자라고요. 대장군 가문의 명맥을 이을, 오대독자요.”

“그, 그래서? 얼마를 원하나?”

“금자 이천 냥.”

“자네!”

버럭 소리를 지른다.

그러더니 이내.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휴우, 자네 말도 일리가 있지. 오대독자인데. 좋네. 내 기꺼이 주지. 나와 내 아들을 살린 대가로 금자 이천 냥을 어찌 못 주겠나. 주겠네.”

이 양반, 은근히 여우다.

“오대독자가 이천 냥이고. 대장군님 목숨값은 일천 냥. 도합 삼천 냥입니다.”

“네 이놈!”

“네 이놈? 지금 저한테 소리 지르는 거예요?”

“아, 아니. 내 말은…… 휴우. 알겠네. 알겠어. 자네 덕에 공까지 세웠으니, 내 어찌 금자 삼천 냥을 아끼겠는가?”

“세운 공에 대한 값은 따로입니다.”

“…….”

해수장위사 대장군 노덕대.

이제는 진짜로 나를 천참만륙할 것 같은 눈을 뜨고는 온몸을 부르르 떤다.

“그건…… 이천 냥만 받죠.”

“지금…… 네가…… 정녕 나에게 금자 오천 냥을 받아 가겠다는 말이더냐?”

씽긋 웃었다.

이 노인네, 진짜 화난 거 같다.

“저는 일천 냥만 주시고, 나머지 금자 사천 냥으로 해적들에게 피해 입은 백성들 도와주세요. 대대손손 대장군을 배출한 가문이었다면서요? 그러면 돈 많잖아요.”

이 노인네.

뭔가 화를 내려다가 갑작스레 놀란 눈을 떴는데, 그게 또 꽤 웃기다.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아야 했다.

“금자 일천 냥 정도는 줄 수 있죠?”

“자네…… 현화문의 마 도사.”

“네, 대장군 어르신.”

“허허. 허허허! 내가 졌네. 내가 졌어. 이런 발칙하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인재라니. 혹시 군문에 들어올 생각은 없나? 내 당장 부장군 자리를 줄 수도 있는데.”

“할 일 많습니다. 그리고 무림하고 관하고 엮여서 좋을 거 없잖아요. 대장군 어르신과 저는, 금자 일천 냥을 딱 주고받는 순간 생판 모르는 남이 되는 겁니다.”

“어허허. 허허허! 그래, 그것도 역시 자네 말이 맞네. 하하하하하!”

대장군은 그날 정말 기분 좋게 한참을 웃었다.

해수군위부를 떠날 때, 내 가슴 안쪽에는 무려 금자 일천 냥에 달하는 전표 수십 장이 담겨 있었다.

* * *

개방 본건 분타.

“허거거거거거거거걱!”

복건의 개방도들을 총괄하는 총분타주다.

허리에 묶인 매듭만 무려 다섯 개인 오결제자이기도 하다.

개방의 장로가 육결제자이니, 지금 멍석 위에 놓인 금자 일백 냥짜리 전표를 보며 숨이 넘어가고 있는 이 거지는 개방에서도 상당히 높은 지휘의 거지인 셈이다.

“허거거거거거거거걱!”

“그만. 그만 좀 하시오, 거지 양반.”

“허거거거거거거거거걱!”

“그만! 그만하라니까!”

결국 내가 소리까지 지르고 나서야 복건 총분타주의 경악성이 잠잠해졌다.

“이건, 꿀꺽. 이건 제 선에서 처리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마 도사님. 총타에 보고를 하고, 총타의 도움을 받겠습니다.”

“정보는 확실히 얻을 수 있는 것이겠죠?”

“정보료를 주지 않아도, 천무휘 대협께서 원하신다고 하시면…… 아니, 마 도사님께서 원한다고 하셨다면 당연히 드렸을 정보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마어마한 돈까지 주시니…… 꿀꺽. 확실히 조사하여, 더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를 계속 보내 드리겠습니다.”

“좋소. 말했듯, 천하에 산재하는 모든 마두와 대마두에 관한 정보는 하나도 빠뜨리지 마십시오. 첫 번째 정보는 복건 항주에서 받겠소.”

“네! 넵!”

개방에서 금자 일백 냥을 썼다.

그리고 복건 하오문의 총지부에서 금자 오백 냥을 썼다.

개방보다 다섯 배나 큰 금액을 지불했음에도, 역시 그 반응이 개방만큼 대단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분명 놀라는 모습이었다.

더군다나, 이미 우리의 명성이 어떠한지 너무나 정확히 알고 있기에, 하오문은 우리와 인연 맺는 것을 은근히 바라는 모습이었다.

덕분에 하오문에서도 적극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

이제 시작이다.

본격적으로 활약할 시간!

마두고 대마두고, 잡히면 다 때려잡는다.

광천마제 시절의 내가 그러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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