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화
콰콰콰콰콰콰쾅!
커다란 솥뚜껑 있지 않은가?
그거 다섯 개를 합쳐 놓은 것 같았다.
대호의 앞발 말이다.
그것으로 천무휘가 있던 자리를 내리찍었는데, 글쎄 땅이 통으로 터져나갔다.
천무휘는 가까스로 대호의 공격을 피했다.
동시에 본격적으로 대호를 향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콰쾅!
쾅쾅쾅!
콰콰콰콰콰콰콰쾅!
말이 되는가?
초절정 고수가 작심하고 검강을 휘두르는데, 그걸 그냥 앞발로 다 막아 버린다.
아니, 검감이 밀린다.
천무휘는 연신 대호의 힘에 밀려 뒤로 빠지면 공방을 계속 이어갔다.
어느새 천무휘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고, 온몸에서는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있었다.
"천 형! 비키세요!"
콰콰콰콰콰콰쾅!
의제다.
곧 한해북까지 가세를 했다.
호랑이 한 마리와 세 명의 무림 고수의 치열한 싸움이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대호는 실로 대단했다.
천무후의 검강과 의제, 한해북의 도기를 앞발로 막고 그냥 몸으로 맞고 막으면서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만년삼삼을 다 흡수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대호의 끝이 없는 기운에 비해 우리 세 녀석은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싸웠기에 빠르게 지쳐갔다.
그럴수록 대호는 더 신이 나 우리 애들을 마구 두들겨 팼다.
쾅!
휘이이이이이이.
쿠다다탕탕탕.
처음에는 의제와 한해북만 저 멀리까지 날아가 땅을 굴렀는데, 한 식경이 지나고 나서는 천무휘까지 똑같은 꼴을 면하지 못했다.
보는 내내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큭큭큭.
그러다 우리 세 녀석이 진짜 성질이 머리끝까지 차오르고 말았다.
입과 코에서는 연신 피를 줄줄 흘리고 있었고, 눈에는 독기와 살기가 가득해, 마치 야차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그렇게 세 녀석이, 진심을 다해 대호를 죽이기 위해 마지막 절기까지 꺼내 들려 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대호도 그런 세 녀석의 기운을 감지한 것인지.
한시도 쉬지 않고 세 녀석을 두들겨 패던 대호가, 흠칫 움직임을 멈추는가 싶더니, 이내 세 걸음 다시 다섯 걸음을 뒤로 물러서는 게 아니겠는가.
이에 우리 세 녀석이 더더욱 기세를 끌어올리며, 대호를 품(品) 자 형태로 포위해 좁혀 나갔다.
인상을 마구 구기기만 하던 우리 세 녀석의 얼굴에, 은은한 미소, 승리를 확신하는 그런 미소가 슬금슬금 피어오르려 했다.
그리고 그때!
빼곡한 수풀 속에서…… 캬!
지금까지 싸우던 대호와 똑같이 생긴, 덩치마저 똑같은 대호가 한 마리 더 등장했다.
우리 애들, 우리 녀석들 말이다!
크하하하하하하!
아나!
기세 좋게 대호를 품 자 형태로 포위해 좁혀 나가던 걸음을, 뚝 하고 멈추고 말았다.
이내, 슬금슬금 피어오르던 미소가, 정말 거짓말같이 사라져 버렸다.
"형, 형님? 형님? 도, 도와주셔야겠…… 이런 씨팔!"
의제가 대호 두 마리를 눈빛으로 견제하며,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내 대꾸가 없자, 목숨을 걸고 고개를 돌렸다가, 내가 없음을 확인하고 욕지거리를 해 댄 것이다.
"마 형은…… 이미 도망갔나 본데요?"
한해북이 여전히 시선은 대호 두 마리에게 둔 상태로, 울먹이며 말했다.
그리고 그때, 천무휘가 중대한 결심이라도 한 듯 입을 열었다.
"하나, 둘, 셋 하면 우리도 도망갑시다. 하나…… 둘!"
"야 이, 천무휘!"
"이 개새끼야!"
천무휘 이 새끼, 둘까지만 세고 먼저 튀었다.
뒤로 의제와 한해북이 욕지거리를 하며 꽁지가 빠지게 신법을 펼쳤다.
"어흐으으으응!"
곧 그들 세 녀석 뒤로 커다란 기와집만 한 대호 두 마리가 바람을 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 * *
천무휘, 의제, 한해북은 늦은 밤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
백두산 아래로 도망가려 했는데, 대호 두 마리는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귀신같이 그 길목을 미리 차단해 이들이 산 아래로는 도망가지 못하게 한 것이다.
결국 한밤이 되어서야 세 녀석은 간신히 대호 두 마리를 따돌리고 으슥한 곳에서 쉴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야!"
어디선가 들리는 앳된 음성.
세 녀석이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니, 나무 꼭대기여서 고개를 들었다.
첫날의 그 활을 쏘는 소년이, 오늘도 나무 꼭대기에 서서 활을 들고 있었다.
"꺼져라! 형님들 기분 장난 아니다. 진짜 죽는 수가 있다."
의제가 윽박질렀다.
하지만 소년은 피식, 웃기만 했다.
이내, 애들 장난 같은 자그마한 활에 역시나 소꿉놀이 때나 쓸 법한 나뭇가지를 올렸다.
의제가 이미 첫날 머리로 저거 맞아봐서 안다.
아무 타격력이 없다.
아프지도 않고.
기분만 더럽다.
온종일 대호에게 쫓기다가 이제 좀 쉴 만해졌는데, 꼬맹이 녀석이 방해를 하자 성질이 머리끝까지 치솟은 의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한마디 크게 혼을 내려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
꼬맹이가 활시위를 튕겼다.
곧, 불쏘시개로도 쓰지 못할 그 가는 나뭇가지가 의제를 향해 날아갔다.
심지어 이번에는 맞추지도 못했다.
의제가 자신의 머리 옆을 지나는 그 나뭇가지를 보며, 비웃음을 지으려 했다.
그리고, 그 나뭇가지.
의제가 조금 전까지 앉아 쉬던 커다란 바위에 맞았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바위가 통으로 터져 나갔다.
아니, 조금 전까지 바위였던 게, 모래가 되어 사방으로 비산하였다.
너무 놀란 의제와 한해북, 천무휘.
도망갈 생각도 못 하고, 그 상태 그대로 눈만 연신 껌뻑껌뻑.
그런 녀석들을 향해 소년이 한마디 했다.
"어? 빗나갔네. 이번엔 제대로 쏜다. 내 산삼 훔쳐 먹은 죄야."
다시 소년이 활시위를 겨누고.
우리 세 녀석은 망부석이라도 됐는지, 아니면 미친 건지.
그냥 그 소년의 모습을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그리고 소년.
"쏜다?"
그래도 초절정 고수가 다르긴 다르다.
"곽 형, 한 형, 아무래도…… 우리 도망가야 할 것 같은데요? 제가 하나, 둘, 셋을 외치면 함께 도망을……. 야, 이 개새끼들아!"
이번엔 천무휘가 숫자를 세기도 전에, 의제와 한해북이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쾅!
쾅쾅쾅쾅쾅쾅!
그날 밤, 백두산에서는 벼락이 치는 것과 같은 폭발음이, 날이 샐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 * *
닷새가 지났다.
우리 세 녀석, 닷새 동안 단 한숨도 자지 못했다.
먹은 것이라곤, 도망치다 허겁지겁 마신 계곡물이며 땅에 떨어진 과일 몇 개가 전부다.
싸우고 도망가고, 다시 싸우고 도망가고, 계속 싸우고 도망가고.
우리 애들 이러다 죽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형, 형님…… 흑흑흑."
"마 형, 흑흑."
"엉엉엉! 왜 이제야 오세요! 엉엉."
우리 애들, 진짜 서럽게 운다.
날 부둥켜안으며, 그렇게 울고 또 서럽게 울었다.
"정신 차리세요! 뭐 하는 거예요? 실전은 수련처럼, 수련은 실전처럼! 기초 중의 기초 아닙니까!"
"엉엉엉."
"정신 차리라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제야 눈물을 쏟던 얼굴로 화들짝 놀라 나를 보는 녀석들이다.
"이제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 잘 들어! 지금처럼 일 각이라도 쉴 때, 신세 한탄하지 말고 운기를 해! 만년산삼의 기운을 내공으로 전환하라고! 그리고 아무리 적이 강해 봤자 미물이야! 짐승이라고! 힘으로 안 되면 머리를 쓰고, 머리로도 안 되면 합공을 해! 머리 좋은 한 형까지 왜 그래? 천 형의 그 무에 대한 진지함은 어디에다가 버렸어! 의제! 염라대왕과도 칼부림할 것 같던 용기는 잊어버린 거야? 다들! 정신! 차리라고!"
내 호통에 우리 애들이 변했다.
하늘 무너지고 나라 잃은 것처럼 울기만 하던 녀석들이, 그제야 눈에서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심지어 주먹까지 불끈 쥐며 결의를 다지는 게 아니겠는가.
"호랑이 두 마리. 잡아서 먹어 버리자. 알겠지?"
"넵!"
우리 녀석들, 내 말에 정말 기합 가득하여 대꾸하였다.
그리고.
"어? 근데 저기…… 또 왔다. 이번엔 세 마린데?"
내가 손가락으로 녀석들 뒤를 가리켰고, 진짜 세 마리의 대호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애들이 시선을 그곳으로 돌린 사이.
난 역시나 먼저 튀었다.
뭔가 꺼림칙했는지, 의제가 곧바로 다시 뒤를 돌아봤지만, 역시 난 없었고.
"마악치, 이 개새끼!"
"셋 세면 모두…… 그냥 튀어!"
우리 녀석들, 다시 꽁지가 빠져라 달리기 시작했다.
* * *
다시 보름이 지났다.
우리 애들은 체내에 남아 있던 만년산삼의 기운 절반 이상을 내공으로 돌려 단전에 쌓는 데 성공하였다.
합공술도 꽤 늘었다.
아니, 무공 자체도 스스로 모르는 사이 무지막지하게 늘어 버렸다.
보름째 되던 날, 세 녀석은 세 마리의 대호를 상대로 거의 대등한 싸움을 벌일 수 있었다.
곧, 두 마리가 더 가세를 했다.
이젠 다섯 마리다.
밤에는 활을 쏘는 소년이 계속 활을 쏴 댔다.
천무휘가 매복해 소년을 잡으려 했다가, 오히려 죽을 뻔했다.
이후에도 몇 번이고 소년을 잡으려 했지만, 죽을 위기만 계속 겪어야 했다.
소년은 정말 신출귀몰, 도저히 그 옷자락 하나 잡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우리 녀석들은 절망에 빠지고 말았고,
소년은 그런 우리 녀석들을 향해 비웃을 가득 날리며, 그리 말했다.
"축지법(縮地法)이라 한다, 멍청한 중원 놈들아."
콰콰콰콰콰콰콰쾅!
낮에는 호랑이, 밤에는 활을 쏘는 소년.
우리 녀석들의 지옥 수련은 그렇게 계속 이어졌다.
* * *
천무휘의 내공이 일 갑자 반이 됐다.
완연한 초절정 고수의 경지에 접어드는 순간이었다.
의제와 한해북 역시 일 갑자가 넘는 내공을 보유하게 됐다.
둘 다, 기특하게도 절정의 벽을 깨 주었다.
나와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같은 절정의 고수가 되는 순간이었다.
심지어 아직 어설프긴 하지만, 도강(刀剛)까지 위급한 순간에는 구사하는 녀석들이다.
무려 백두산에서 육 개월 만에 얻어낸 기적과 같은 성과였다.
콰콰콰콰콰쾅!
"어흐으으으응!"
콰콰콰콰콰쾅!
펑펑펑!
쿠르르르르르릉!
세 명의 고수와 무려 오십 마리의 대호.
그들의 난타전은 땅을 뒤엎고, 대기를 흔들 정도였다.
실로 엄청났다.
그럼에도 세 녀석은, 오십 마리의 대호를 상대로 한 치의 밀림이 없었다.
우리 세 녀석의 그런 괄목상대할 성장에, 너무나 기특해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콰콰콰콰콰콰쾅!
"크하하하하! 이 빌어먹을 야옹이 새끼들아! 더 덤벼! 다 덤비라고!"
일 갑자의 내공을 뛰어넘은 의제는 힘이 넘쳤다.
덩달아 입심까지 상승의 경지에 접어들었나 보다.
아주 그냥 대호들을 향해 육두문자까지 날리며, 대도를 마구 휘두르는 녀석이었다.
천무휘는 다시 진중해졌고, 한해북은 냉철해졌다.
그런데 그때.
이들의 기세에 밀린 탓일까?
사실 그 정도는 아닌데.
아무튼 쉰 마리에 달하는 대호들이, 갑자기 공격을 멈추는가 싶더니 뒤로 슬금슬금 물러서기 시작했다.
이에 의제가 기고만장해져서, 그런 호랑이들을 향해 한마디 하려고 허리에 손까지 올리고 앞으로 나섰다.
그런데.
의제는 막 입을 벌리려던 순간, 모든 동작을 멈추어야 했다.
아니, 의제만 그런 게 아니다.
천무휘, 한해북.
세 녀석이 동시에 순간 얼음이라도 된 것처럼, 그렇게 모든 행동을 멈추고 말았다.
얼굴 역시 멈추었다.
그 어떤 표정도 읽을 수 없었다.
그냥, 정말 그냥 딱 얼음이 돼서 그렇게 서 있었다.
마치, 다섯 살 먹은 동네 꼬맹이가, 갑자기 튀어나온 동네에서 가장 사나운 개를 마주쳤을 때의 그 표정과 모습이었다.
아니면 뒷골목을 홀로 걷다가 삥뜯는 형아들을 만났을 때의 그 얼굴과 그 자세다.
그들 앞에, 쉰 마리의 대호들이 물길 갈리듯 갈리며, 그 사이로…… 산군(山君)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백두산 호랑이들의 왕, 진짜 산군이다.
그 머리 크기만 해도, 기와집 세 채를 합쳐 놓은 것보다 컸다.
그 몸통까지 말을 하자면, 작은 성(城)의 크기라 할 만했다.
도대체 저렇게 커다란 몸집으로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산군은 크고 대단하고 무지막지했다.
먼 옛날 용과 호랑이가 하늘과 땅에서 일천 일 동안 싸웠다고 하더니, 산군은 딱 그 전설 속에 나오는 호랑이가 환생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기고만장했던 우리 세 녀석이, 순간 얼음이 되고 착한 아이의 표정을 짓고 있는 이유였다.
심지어 산군은.
-크르르르릉. 누가 우리 애들 괴롭혔냐?
입으로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전음도 아니다.
일종의 혜광심어(慧光心語)와 비슷하였다.
그것으로 우리 녀석들에게 뜻을 전했다.
우리 세 녀석, 얼마나 놀랐는지 산군의 말에 대꾸도 하지 못하고 그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여전히 차렷 자세로, 착한 얼굴을 하고 있는 우리 세 녀석이다.
얼마나 무서웠는지, 덜덜 떨지도 못하고 있다.
아무튼 우리 세 녀석이 대꾸를 하지 않자, 산군이 두세 발 앞으로 다가왔다.
고작 두세 발을 떼었는데, 우리 녀석들 코앞에 와 있었다.
산군이 그 엄청나게 커다란 머리를 들이댄 것은, 운이 없는 의제였다.
-크르르릉. 너냐? 네가 우리 아이들 때렸냐?
"저 아닌데요?"
저 새끼.
의제 이 녀석.
아!
조금 전까지 호랑이들 다 때려죽이겠다며, 대도를 마구 휘두를 때는 언제고.
이제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쌩 거짓말을 친다.
그 표정과 말투 때문에 웃겨 죽는 줄 알았다.
산군이 그 커다란 머리를 갸웃한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천무휘를 향했다.
천무휘도 의제와 똑같은 차렷 자세, 똑같이 착하고 순진무구한 얼굴이다.
산군이 그런 천무휘를 잠시 보는가 싶더니, 이내.
스르르르르릉.
혀의 길이만 일 장은 넘을 것 같다.
그 무지막지한 혀로 천무휘를 한 번 쓰으윽 핥았다.
천무휘는 딱딱히 굳은 몸으로, 차렷 자세로, 그 혀 핥음을 고스란히 이겨냈다.
-크르르릉. 고놈, 참 맛있게 생겼군.
"아닌데요?"
천무휘 이 녀석.
미쳤다.
"저 맛 없는데요?"
연이은 천무휘의 말에 산군이 또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너냐? 네가 우리 아이들 때렸냐?
"아닌데요? 저 아닌데요?"
야! 천무휘!
너 수룡검이야, 수룡검!
용검(龍劍)이라고!
용이 호랑이 앞에서 그렇게 겁을 먹으면 어떻게 해!
아놔!
이 녀석, 차렷 자세와 함께 순진무구한 어린아이 얼굴로 저렇게 말하는 게 너무 웃겨 배꼽이 빠질 것 같았다.
그러자 산군이 이번엔 한해북을 향했다.
역시나 같은 자세, 같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한해북은 산군이 뭐라고 말도 하기 전에.
"저 아닌데요?"
큭큭큭큭큭큭.
아나, 진짜 우리 애들 저런 모습 처음이다.
* * *
"그렇게 재밌나?"
"아! 아, 네. 죄송합니다. 제 친구 녀석들이 저런 모습하고 있는 것을 처음 봐서요, 하하."
"그래, 자네 친구들이 참 재밌긴 하군. 기특하기도 하고."
내 옆자리.
산군과 우리 세 녀석을 나와 함께 지켜보고 있는 자.
활을 쏘는 소년이다.
그리고 그의 진짜 정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