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두가 된 이유-99화 (99/245)

99화

"너, 이 꼬맹이 녀석!"

나뭇가지 활을 머리에 맞은 의제가 발끈하여 높은 나무의 끝자락을 향해 도약했다.

아직 만년산삼을 복용한 것도 아닌데 힘이 넘쳤다.

단 두세 번만 나뭇가지를 밟으며 열 장 높이의 나무 꼭대기까지 오른 의제였다.

하지만 활을 쏘는 소년은 의제에게 잡히지 않았다.

쉬이이이이이이이잉.

그저 바람이 불었다.

아니, 소년은 거짓말같이 다섯 장 뒤의 다른 나뭇가지로 이동하였다.

높은 나무 위의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매달린 의제는, 나뭇가지가 언제 부러져 떨어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아니, 활을 쏘는 소년의 움직임에 더 놀란 얼굴이었다.

"마 형…… 봤어요?"

"네, 봤어요."

천무휘다.

한해북도 놀라 입만 쩍하니 벌리고 있고, 천무휘가 그나마 놀란 마음을 추스르며 내게 말한 것이다.

"딱 한 발자국만 움직였어요. 그런데…… 그런데 정확히 허공을 점하여 다섯 장을 움직였습니다. 저건 제가 알던 신법이 아니에요."

"이곳은 고려 땅입니다, 천 형. 북해빙궁, 포달랍궁, 태양궁 등등. 다 우리 중원 무공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절학들이 많잖아요. 이곳이라고 다르지 않은 것이겠죠."

"그, 그래도 저건…… 휴우. 그냥 소년이 아닌데요?"

"그렇긴 해요."

쉬이이이이이익.

사뿐.

활을 쏘는 소년이 의제를 한참이나 비웃은 후, 나무 위에서 내려와 땅에 착지했다.

중력 따위는 아예 무시하는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소년은, 우리를 무서운 눈으로 노려봤다.

물론, 그건 소년의 생각이겠고, 우리가 보기에는 귀엽게 심통난 소년의 얼굴이었다.

"너네!"

"……."

뭐라 대꾸해야 할지 몰랐다.

꼬맹이가 대뜸 호통에 반말을 해서.

"왜 내 산삼 훔쳤어?"

쉬이이이익.

쾅!

열 장 높이 위에서 뛰어내린 의제.

의제가 아직 화가 덜 풀렸는지, 도끼눈으로 소년을 노려보며 대답했다.

"이게 왜 네 거야?"

"원래 내 거야. 정확히 만 년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먹으려고 했다고."

"너, 이게 언제 만 년 되는 날인지는 어떻게 아는데?"

"그냥 알아. 못생긴 놈아."

"너, 너! 너 이 꼬맹이 자식! 혼 좀 나 볼래!"

"못생긴 놈은 꺼지고! 내 산삼이나 돌려줘!"

의제가 너무 흥분했다.

소년과 드잡이질이라도 할 기세였다.

그래서 그런 의제의 손을 잡아 뒤로 살짝 이끈 후, 내가 나섰다.

"싫은데?"

"도둑놈."

"여기가 네 땅이야?"

"그래, 내 땅이다."

"땅문서 보여 줘."

"없어."

"풉. 푸하하하. 땅문서도 없는데 네 땅이라고 우기면 그냥 네 땅 되는 거야? 그럼 오늘부터 내 땅이야."

"너! 못생긴 놈."

난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의제, 쟤가 다시 너 부르는데?"

"형, 형님……."

"아, 알았어. 큭큭."

다시 소년을 향했다.

"여긴 못생긴 놈은 없고, 잘생긴 형들만 넷 있다."

"혼난다, 너희들."

"의제!"

"네, 형님!"

"만년산삼, 정확히 사 등분 해."

"넵!"

아까 낮에 옥신각신하면서도 어렵게 대나무를 구해, 작은 대나무칼을 만들었다.

내 말에, 의제가 그 즉시 대나무칼에 내기까지 주입해 만년산삼을 사 등분 했다.

"의제, 천 형, 한 형!"

"넵!"

"복용하세요."

"넵!"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 등분 된 만년산삼의 세 부분을 각자 하나씩 집어 꿀꺽해 버렸다.

순간, 활을 쏘는 소년의 눈에 지진이 나 버렸다.

"너…… 너희들…… 반드시 후회하게 해 주겠어. 내 만년산삼을 훔쳐먹은 대가로, 지옥을 보게 될 테다."

"풉, 그러시든가 말든가. 잘 가, 꼬맹이!"

활을 쏘는 소년은 우리를 한참이나 노려본 후에 사라졌다.

사라짐까지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로 귀신과 같은 움직임을 선보였다.

"의제, 천 형, 마 형. 운기조식 시작하세요. 제가 호법을 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 형."

천무휘만이 대답을 한 후 가부좌를 틀고 운기를 시작했다.

의제와 한해북은, 소년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다가 만년산삼의 기운을 참지 못하고 이미 운기를 시작한 상태였다.

녀석들이 그렇게 운기를 시작하고, 난 내 몫의 만년산삼을 다시 양분하여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 말려 두었다.

이건 나중에 우리 향이하고 예지 줘야지.

한해북과 의제는 다음 날 아침, 가부좌를 풀고 눈을 떴다.

천무휘는 한해북과 의제가 깨어난 후에도 정확히 하루를 더 운기한 후에야 가부좌를 풀었다.

아직 복용한 만년산삼의 기운 중 오 분지 일도 내공으로 전환하여 축기 하지 못한 상태다.

그만큼 만년산삼의 기운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기를 마친 세 녀석의 눈에서 엄청난 정광이 터져 나왔다.

그냥, 말 그대로 무지막지했다.

힘이 넘치다 못해 터질 것 같은 세 녀석이다.

사실, 이 만년산삼이란 게 말이다.

무림 영웅전 같은 글에서나, 또 매화자(賣話者, 이야기꾼)의 이야기 속에서 언제나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해서 너무 흔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당연히 만년산삼은 그리 흔한 게 결코 아니다.

실제 무림 역사를 통틀어도, 만년산삼이 나왔던 적은 몇십 번도 되지 않는다.

심지어 중원 산삼의 적게는 열 배에서 많게는 일백 배의 효용이 있다고 알려진 백두산 만년산삼이 발견된 기록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

쉽게 비교해 설명하자면, 소림사의 대환단.

내상 등의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당연히 만년산삼이 대환단을 따라갈 수 없다.

하지만 품고 있는 기운만을 놓고 봤을 때, 만년산삼은 대환단 몇 개를 합친 것보다 더 대단할 테다.

지금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이 그러하다.

우리 세 녀석.

일신의 무공에 비해 내공이 너무 형편없다.

초절정 고수인 천무휘만 해도, 아직 내공이 사십 년 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의제와 한해북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제 됐다.

녀석들, 체내에 남아 있는 만년산삼의 나머지 기운까지 모조리 자신의 내공으로 흡수하게 된다면, 능히 일 갑자를 훌쩍 뛰어넘는 내공을 보유하게 될 테다.

"형…… 흑흑. 형님."

"마 형……."

"마 형……."

세 녀석 모두 눈가가 촉촉해 나를 부른다.

녀석들, 말로 하진 않았지만, 그간 빈약한 내공 때문에 속 좀 썩었나 보다.

"자, 다들 정신 바싹 차리세요. 꼴사납게 훌쩍거리며 울 시간 없어요. 이제부터 진짜예요."

내가 목소리까지 높여 말하자, 세 녀석은 훌쩍이던 눈물을 꿀꺽 삼키고 내 입에 집중했다.

"의제!"

"넵, 형님."

"네 가문, 대도곽가의 절기인 경동팔무도법(驚動八武刀法)을 이제부터 새것과 같이 변모시킬 테다. 지금도 분명 훌륭하다. 하나, 경동팔무도법을 천하제일도법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난, 분명 그 도법을 천하제일에 가장 근접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단, 네 가문의 무공이다. 개조를 원치 않으면, 지금 말하라."

"아닙니다, 형님! 고맙습니다! 형님이 새로 만들어 준 도법을 자자손손 대대로 전하겠습니다."

"한 형."

"넵, 마 형."

"전 의제의 도법을 봐주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

"괜, 괜찮습니다."

시선을 천무휘에게로 돌렸다.

말하지 않았지만, 이미 고민하고 있던 천무휘다.

내가 묻기도 전, 그가 입을 열었다.

"아직 제 실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도 한 형께서 허락해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함께 더 나은 도법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고, 고맙습니다, 천 형……."

한해북이 크게 감동하는 순간이었다.

사실, 의제의 도법 말이다.

이거 이미 광천마제 시절, 내가 몇 번에 걸쳐 개조해 주었다.

나중에 의제가 화경의 고수가 된 후로는, 스스로 개조하기까지 했다.

나와 의제에 의해 십오 년 동안, 거의 열 번도 넘게 개량하고 개조하여 새로운 도법이라 할 정도로 새롭게 탄생했던 도법이다.

결국 사패천의 역모가 일어나기 전까지, 의제의 경동팔무도법은 세상이 인정하는 천하제일도법이었다.

그리고 그 천하제일도법이 어떻게 개량되고 또 어떻게 변모했는지, 큭큭큭.

광마일기에 상세히 적혀 있다.

내가 내 무공은 거의 기록하지 않았는데, 의제의 무공은 정말 아주 상세히 기록해 두었다.

왜?

나 때문에 의제가 죽었다고 자책하며, 의제의 천하제일도법이 사라지지 않고 후대에 전해지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 주석까지 달아서 기록한 것이다.

어디, 무공을 며칠 만에 뚝딱 새롭게 변모시킨다는 게 가능키나 한 말이겠나.

달마 대사나 천마가 환생하지 않는 이상, 그건 불가능하다.

내가 이런 계획을 꾸민 건.

천무휘에게 나와 녀석의 존재감, 위상 등의 격차를 재확인 시켜 주기 위함이다.

천무휘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며칠 만에 한해북의 도법을 광천마제 시절 의제의 경동팔무도법만큼 엄청난 도법으로 바꾸진 못할 테니 말이다.

아! 이것도 자격지심인가?

뭐, 어쩔 수 없다.

매일 아침 일어나, 녀석 얼굴만 보면 자괴감에 빠지는 나니까.

아무튼, 이번 일로 녀석들의 나에 대한 신뢰와 존경은 한층 더 높아지게 될 테다.

* * *

정확히 닷새가 지났다.

내가 개조해 전수해 준 경동팔무도법을 의제가 시전했다.

시전하는 의제는 물론, 이를 지켜보는 천무휘와 한해북의 눈이 거의 튀어나올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헉! 헉! 형, 형님. 형님은 정말…… 천재예요. 제 경동팔무도법이…… 천하제일도법이 된 느낌입니다."

응, 의제.

그거 천하제일도법 맞아.

그리고 그중 이 할 정도는 네가 스스로 개조한 거야.

큭큭큭.

"휴우, 부끄럽습니다, 마 형."

천무휘다.

아주 울상이 따로 없었다.

한해북 역시 마찬가지다.

의제가 경동팔무도법을 시전하는 동안, 아주 그냥 부러워 죽겠다는 얼굴만 하고 있었다.

큭큭.

이거, 이쯤 되니 내가 좀 과했나 싶기도 하다.

괜찮다.

의제의 도법은 이미 최고가 됐으니, 이제부터 한해북의 도법을 개조해 줄 테다.

지금 내 무공이 그러하지는 못하지만, 내 무학의 깊이와 너비는 광천마제 시절의 나보다 어쩌면 더 깊고 너 넓을지 모르니 분명 가능할 테다.

"기운 내시고, 한 형도 펼쳐 보세요.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다시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여 바꿔 나가면 되니까요."

"휴우, 네. 천 형이 정말 멋지게 개조해 줬는데, 제 실력이 이를 못 따라가서 그저 부끄러울 뿐입니다."

"아니에요. 천 형도 수고하셨고. 한 형도 힘내서 펼쳐 보세요."

그렇게 한해북의 자신의 성명절기인 유은도법(流銀刀法)을 펼치기 시작했다.

"은하유수!"

"미미촉경!"

"세운폭착!"

"참룡광천!"

미, 미친.

미친! 미쳤다!

천무휘, 이 빌어먹을 천재 녀석!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닷새 만에, 한해북의 유은도법을 상승의 도법으로 바꿔 놓은 거야!

저건 광천마제 시절의 나라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야!

이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천무휘!

대답해 보라니까!

진짜 미쳤다.

고작 닷새 만에.

한해북의 그렇고 그런 유은도법이, 무림 어디에 내놔도 상승의 도법이라고 불릴 만하게 변하고 말았다.

천무휘 이 녀석 말이다.

진짜, 괴물급 천재 맞다.

짝짝짝짝!

"하하하! 한 형! 멋진데요? 와! 천 형, 정말 대단해요. 물론, 우리 형님이 한 것에는 솔직히 조금 부족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기겁할 정도로 놀라고 말았어요. 와아아아! 하하하! 한 형의 유은도법이 곧 천하의 최고 도법들과 그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네요. 축하해요, 한 형!"

의제는 순수하다.

그렇게 순수하고 웃으며, 손뼉을 치며, 그들을 치하했다.

그리고 부정하고 싶지만, 의제의 말은 모두 사실이다.

내가 보기에도, 한해북의 새로운 유은도법은 실로 대단해 보였다.

툭.

의제가 내 팔꿈치를 친다.

"뭐 해요, 형님. 어서 한마디 해 주세요, 하하!"

"어? 어. 천 형, 정말 대단합니다. 깜짝 놀랐어요."

"과찬이십니다, 마 형. 마 형에 비한다면, 조족지혈에 비할 정도입니다. 부끄럽습니다."

천무휘 이 녀석.

아! 너의 그 천재성이 너무 부럽다.

그리고 그렇게 나만 빼고 분위기가 더없이 좋을 때.

"크르르르릉."

대기가 은은하게 진동했다.

짐승의 울음소리는 분명한데, 그 기운이 사뭇 짐승의 것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그리고 곧.

어슬렁어슬렁.

한 마리의 커다란 호랑이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아니, 저걸 호랑이라고 말해도 되나?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그 몸집이 커다란 기와집만 했다.

우리 애들은 당연히 겁을 먹……?

"하하하하! 하찮은 짐승 따위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우리 의제, 미쳤다.

"곽 형!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한해북도 마찬가지다.

적을 보면, 우선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 파악부터 해야 하거늘.

쯧쯧쯧.

의제와 한해북이 자신들의 새로운 도법에 너무 신이 난 나머지, 그냥 앞뒤 가리지도 않고 도를 뽑아 들고는 대호를 향해 몸을 날렸다.

심지어 두 녀석의 도에는 강렬한 도기까지 엄청나게 뿜어지고 있었다.

곧!

쾅! 쾅!

휘이이이이이이이잉.

쿠당탕탕탕탕.

대호의 앞발 두 방에, 두 녀석 모두 서른 장이나 날아가 땅을 서른 바퀴 굴러 버렸다.

곧, 천무휘가 잔뜩 긴장하여 검을 뽑았다.

"네, 이놈!"

검강이다.

아니, 검환(劍環)을 쏘았다.

역시 초절정의 고수답다.

냉철하면서도 강하다.

싸움에 임해서만큼은, 천무휘는 역시 천재가 맞다.

검환으로 대호를 탐색하고 움직일 생각이다.

그렇게 검환이 쏘아졌는데.

툭.

쾅!

대호가, 글쎄 초절정 고수의 강기로 만들어진 검환을 앞발로 툭 쳐 튕겨 버렸다.

그리고 곧.

"어흐으으으으으으으으응!"

백두산 전체에 지진을 일으키는 대호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우리 녀석들의 백두산 지옥 수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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