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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두가 된 이유-91화 (91/245)

91화

척!

"오리구이 열 마리, 화주 스무 병. 얼른 말해 주시오, 녹두개 분타주."

더러운 멍석 위에 오리구이와 술병이 놓이자, 녹두개는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고 좋아서 입이 그냥 찢어지고 말았다.

분타의 다른 거지들까지 우르르 몰려와 침을 질질 흘려 대며 흥분한 얼굴들이었다.

"하하! 하하하! 어서 오십시오. 마 도사님, 천 대협, 곽 대협, 한 대협. 하하하하!"

오리구이 한 병과 화주 한 병만을 움막 안에 남기고, 다른 것들을 밖으로 가져갔다.

그제야 우리는 조용히 녹두개와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뭐, 여전히 입이 귀에 걸린 녹두개다.

나도 흥분한 상태이긴 마찬가지다.

녹두개와는 완전히 다른 흥분이었다.

"설민민의 아들, 살아 있었소?"

"엇? 또 설민민 이야기군요. 쩝쩝. 쭉쭉. 후르릅. 캬아, 좋다!"

"녹두개 분타주! 중요한 일이오."

"진정하십시오, 마 도사님. 그는 죽었습니다."

아! 역시 죽은 건가?

설민민이 미쳐서 자기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단 말인가?

이거 왠지 마음이 더 씁쓸해지는 것 같다.

"쩝쩝. 후르릅. 꿀꺽꿀꺽. 캬아. 그런데 마 도사님."

"……?"

"그 시체는 찾지 못했습니다. 저번에 취선루, 그러니까 하오문 보정 지부도 가셨다면서요? 그곳에 가도 같은 대답을 들을 테니, 허튼돈 쓰지 마십시오."

"시체를…… 찾지 못했다고요?"

"네."

"그런데 어떻게 죽었다고 확신하는 겁니까?"

"석가장 혈사, 백일전쟁을 지켜보는 눈은 많았습니다. 백 일 동안 팔천 명이 넘게 죽었는데, 어찌 지켜보는 눈이 없겠습니까? 더군다나 석가장은 황궁, 무림, 상계에까지 그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였는데 말입니다. 상당한 실력의 고수들까지 몰래 이를 모두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요?"

"백일전쟁의 마지막 날. 그곳을 살아서 걸어 나온 사람은 한 명뿐이었습니다."

"설민민?"

"네. 그 외에는 모두 죽었습니다. 한 명도, 산 사람이 없었습니다. 관청의 협조 요청으로 우리 분타 거지들도 직접 석가장으로 가서 시체를 수습했습니다. 아! 그때 관청에서 끓여 줬던 마라구육탕이 정말 맛있었는데."

"……."

"아무튼 저도 직접 현장에 나가서 우리 거지 녀석들을 진두지휘했고, 그러면서 한 시도 사건 현장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습니다. 산 사람은 없었습니다. 설민민을 제외하고, 모두 확실하게 시체였습니다."

"시체를 찾지 못했다면서요?"

"그게…… 음,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그때 분명 설민민 아들인 석경간의 시체를 찾긴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체를 묻으려고 했을 때, 그 시체가 사라졌지 뭡니까?"

"시체가…… 사라졌다고요?"

"네. 당시 워낙 시체가 많아서, 냄새도 지독하고, 오래된 시체는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도 없었습니다.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역병이라도 퍼지면 큰일이기에 그냥 다 함께 묻기 위해 시체들을 한쪽에 나열해 놨었는데, 글쎄 감쪽같이 석경간의 시체만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석가장주의 아들이고 설민민의 사연이 안타깝기도 해서, 석경간 만큼은 따로 묻어주려고 했거든요."

"시체에 발이 달린 것도 아니고."

"저기…… 마 도사님. 시체에도 발은 달렸습니다."

"아, 네. 그렇죠. 그래도 죽은 자가 다시 살아 혼자 걸어갔을 리는 없고."

그때 천무휘가 나섰다.

"혹시 그 시체의 상태가 어땠는지 기억하십니까? 첫날 사망했다면, 죽은 지 이미 일백 일이 지났을 텐데요. 그렇다면 그 시체가 많이 부패해 누구였는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그자가 석경간이라고 확신하시는 건가요?"

"아아아아아! 역시! 역시 수룡검 천무휘 대협이십니다. 이 거지가 마음까지 깊게 탄복하고 말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을 정확히 짚어 주셨습니다."

거지새끼, 반응이 왜 이렇게 나하고 달라?

이건 사람 차별이다.

아놔, 또 열받네.

"사실 백 일이나 지난 시체치고는 그 상태가 너무 멀쩡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놀라고 말았죠. 마치 방금 죽은 사람처럼 멀쩡했으니까요."

또 천무휘가 물었다.

"조심스럽지만…… 혹, 귀식대법인지 의심해 보았습니까? 석가장에 기이한 무공도 많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아! 허허허! 역시 천 대협의 지혜는 천기마저 꿰뚫을 것 같습니다. 하하. 맞습니다. 우리도 그래서 귀식대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하지만 귀식대법이 아니라는 것을 곧 확신하게 되었지요."

"어째서입니까?"

"그의 무공 경지가 일류 무사의 수준이었으니까요."

"아! 그렇군요. 귀식대법을 펼치려면 최소한 절정급 이상의 고수여야 하고, 귀식대법을 일백 일 동안 펼치려면, 적어도 초절정 끝자락의 고수는 되어야 가능하겠네요."

"맞습니다. 혹시 몰라 시체가 사라진 후에, 저희도 본 방 총타에까지 의견을 구했습니다. 천 대협이 방금 하신 말씀과 똑같은 답변을 받았습니다."

"결국, 누군가 석경간의 시체를 훔쳐갔다는 말이군요."

"그럴 가능성이 가장 많고, 어쩌면 우리 거지들 중 어떤 녀석이 실수로 다른 시체들과 함께 묻어 버렸을지도 모르고, 뭐 그렇습니다."

이후에도 제법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 * *

뭘까?

또 머리가 복잡해졌다.

설민민의 아들은 죽었다.

그런데 왜 그녀는 아들이 살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정말 그녀가 미쳐서 그런 걸까?

아니다.

내가 가까이에서 본 그녀의 눈빛은, 극도의 슬픔과 분노에 잠겨 있긴 했지만 미치지는 않았다.

한때 광천마제였던 내가 어찌 광인과 정상인을 구분 못하겠는가?

그녀는 정상이다.

그렇다면 아들은 살아 있다?

아!

그건 또 아닌데.

진짜 돌겠네.

안 되겠다.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다고, 녹두개가 허튼돈 쓰지 말라고 했지만 하오문에라도 가 봐야겠다.

* * *

"금자 일백 냥입니다."

"허거거거걱! 금…… 금자 일백 냥? 이보시오! 당신 지금 미친 거 아냐?"

너무 놀라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취선루의 루주이자 하오문 보정지부의 지부장인 전향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았다.

"잠, 잠깐, 그렇다면…… 그렇다면 설민민의 아들이 살아 있다는 말이오?"

"금자 일백 냥입니다."

"아니, 그것만 말해 주시오. 살아 있는지 아닌지."

"금자…… 일백 냥입니다."

씨팔!

금자 일백 냥이 뉘 집 개 이름인가!

뭔 말만 하면 금자 일백 냥이야!

이건 무슨 장원을 몇 개나 지을 수 있는 돈이잖아.

계산을 해 보자.

사부 덕분에 내 전낭은 두둑하다.

심지어 전낭이 두 개다.

하지만 거기에 금자는 세 개가 전부고, 다 은자다.

의제는 돈이 많다.

전표도 있다.

그래 봐야 다 합쳐도 금자 스무 냥도 안 된다.

아니지, 며칠 전 여기서 썼으니 이제 열 몇 냥 남았겠군.

한해북은 금자 자체가 없고.

천무휘는 부잣집 외동아들처럼 생겼지만, 거지다.

아!

어쩌지?

"전향 여협!"

"여협이라 불릴 신분은 아닙니다."

"여협."

"……."

"정보 값이 왜 이리 비싼지만 말해 주시오. 사람 한 명 생사 여부 확인하는데, 뭔 놈의 정보값이 이리 비싸단 말이오."

"그 사람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는 순간, 이곳은 지옥이 될 테니까요."

"지옥?"

"사 년 전, 백일전쟁만큼 끔찍한 전쟁이 발발하게 될 겁니다."

"도대체 그게 무슨……."

살아 있다!

설민민의 아들, 석경간이 살아 있다는 말이다.

그가 살아 돌아온다면, 만약 초절정의 반열에 오른 어머니와 함께 하북으로 돌아오게만 된다면.

하북 무림의 중소방파들이 땅따먹기하듯 나눠 먹은 석가장의 재산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

중소방파들은 어떻게든 그것을 지키려 할 테고.

분명 엄청난 전쟁이 일어나고 말 테다.

다시 수천 명, 혹은 그 이상이 죽어 나갈 것이다.

"휴우, 금자 일백 냥이…… 비싼 값은 아니군요."

전향의 얼굴에 미세하지만, 미소가 드리웠다.

내가 제대로 파악한 것을 눈치챈 것이다.

또한, 내가 석경간의 소재 파악을 위해 어떻게든 금자 일백 냥을 구할 것까지 확신하고 있다.

"혹시 말이오."

"말씀하십시오, 현화문의 마 도사님."

"어? 내가 현화문의 제자라고는 말 안 했는데요."

"이래 뵈도, 제가 하오문의 지부장입니다."

"아, 그래요. 그건 그렇고. 개방에서도 이 사실을 알고 있소?"

"물론이죠."

"모른다고 하던데."

"모른 척한 거죠."

"왜죠?"

"제가 정보료를 비싸게 부른 것과 같은 이유죠."

"하북 무림의 전쟁을 원치 않는 것이군요."

그녀는 대답 대신 다시 옅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전 여협."

"……."

"조금만 깎아 주면 안 돼요?"

* * *

돈이 없다.

하오문에서 그냥 나와야 했다.

수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석경간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지 않았는가.

그제야 조금 복잡했던 머리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광천마제 시절, 내 칼에 피를 토하며 죽어 갈 때 나를 향해 보냈던 설민민의 간절한 눈빛.

아들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아들을 찾지 못하고 죽게 되어, 슬펐던 것이다.

아! 그런데 뭐지?

마냥 개운치 않은 이 느낌은?

뭔가 풀린 듯하면서도, 다 풀리지 않은 그런 느낌이다.

찜찜함.

광마일기에 기록된 그녀의 마지막 눈빛.

온전히 슬프다고만 기록되어 있지 않다.

원망과 분노가 함께 도사려 있다고 나와 있다.

그게 아들을 찾지 못하고 죽게 한 나에 대한 원망과 분노일 수 있지만, 그걸 읽은 내 느낌은 그렇지 않았다.

당시의 기억은 없지만, 어차피 내가 쓴 일기 아니겠는가.

분명 다른 무언가가 있는데.

아니지.

어차피 내 칼에 죽었던 설민민이 살게 된 것만 해도 내 업보는 다 풀린 게 아닐까?

이제 설민민은 그녀의 운명대로 그냥 살아가면 되는 거고.

난, 그냥 여기에서 빠져야 하나?

그게 맞을까?

그런데 기분이, 마음이 그렇지 않다.

왜일까?

난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했지만, 이미 답은 알고 있다.

그녀를 끝까지 도와 모든 것을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는 것.

광천마제 시절, 내가 그녀를 죽였던 죗값을 치르기 위해 그녀를 도와야 한다는 것.

그렇다.

그녀가 아들 찾는 걸 도와줘야 한다.

그래야 내 업보도 깨끗이 씻을 수 있고, 내 마음도 편해질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돈이 필요하다.

"천 형, 한 형."

"네!"

"사냥할 시간입니다."

"사, 사냥요? 갑자기 무슨 사냥입니까? 설마 사냥을 해서 금자 일백 냥을 모을 생각이에요, 마 형?"

"네."

"마 형! 이 근방에 호랑이가 몇 마리나 살지 모르지만, 턱도 없어요. 아니면 근처에 무슨 엄청난 영물이라도 있는 걸 신통력으로 감지한 거예요?"

"아니오."

"그럼 뭔데요? 사냥을 해서 언제 금자 일백 냥을 모아요?"

"인간 사냥이오."

* * *

우리 넷은 설민민이 홀로 사색에 잠겨 있는 그 산을 다시 올랐다.

설민민에게 가는 것이 아니다.

최대한 그녀와 멀리 떨어져 움직여야 한다.

그녀에게 들키면 안 된다.

그녀에게 들키지 않고, 그놈들을 잡는다.

광천마제 시절, 내가 설민민을 물리쳤을 때 느닷없이 튀어나와 나를 공격했던 다섯 명과 의제에게 죽임을 당한 한 명까지.

총 여섯 명.

어제 내가 설민민을 만나러 갔을 때, 또 그 전날과 전전날에도 그들을 감지하지 못했다.

광마일기에도 그 여섯 명을 감지한 것은 본격적으로 설민민과 내가 칼을 부딪치고 난 후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들이 누군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설민민에게서 멀리 떨어져, 그녀를 감시하거나 호위하는 중이라는 것은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

도망을 가다가 의제에게 죽임당한 자는, 상황을 누군가에게 보고하러 가는 길이었을 테고.

그렇다면, 그들에게도 어떤 배후가 있다는 뜻이다.

그들이 색마였거나, 설민민을 탐하려는 자들이었다면 굳이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을 이유가 없다.

설민민의 기감에 잡히지 않을 거리를 유지한다는 건, 그녀를 방해하지 않겠다는 뜻.

또 나와 그녀의 싸움이 일어 강기의 폭발이 일자, 목숨을 도외시하고 나를 공격했던 행동까지.

분명 어설픈 자들이 아니다.

확실한 체계와 명령 속에 그리 움직이고 행동한 것이다.

그렇다는 건, 분명 놈들 뒤에 제법 대단한 배후, 어쩌면 엄청난 배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걸 다르게 생각하면.

놈들, 돈도 많을 거란 거다.

우선 잡자.

놈들을 잡아서 삥 좀 뜯어야 겠다.

딱 금자 일백 냥만 삥뜯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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