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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두가 된 이유-80화 (80/245)

80화

-형님, 기다리던 놈들이 저 녀석들인가요? 어쩔까요?

-모른 척해.

-넵.

나와 의제는 남은 음식을 빠르게 비웠다.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 객잔을 막 벗어나려 할 때였다.

쿠당탕.

"꺄아아아악!"

조금 전 들어온 두 녀석.

그중 의제가 말했던 심각한 상태의 녀석이 피를 잔뜩 흘리다가 결국 혼절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갑작스러운 상황과 바닥에 흥건한 피로, 옆 식탁에 있던 젊은 여인이 비명을 지르고 다른 손님들까지 혼비백산했다.

곧바로 점소이와 객잔 주인이 그곳으로 향했다.

나와 의제는 그 상황을 잠시 주시하다가, 이내 우리와 아무 상관 없다는 듯 그렇게 객잔을 벗어났다.

객잔을 벗어나 일 각 정도 움직였다.

객잔 자체가 산기슭의 작은 마을에 위치한 곳으로, 나와 의제는 이미 인적이 없는 산길을 이동하고 있을 때였다.

"대협! 대협!"

조금 전 그 녀석들이다.

한 녀석은 여전히 혼절한 상태고, 그나마 상태가 좋아 보이는 녀석이 혼절한 녀석을 업고 우리를 부르며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다.

나와 의제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대협! 도와주십시오."

어느새 다가온 멀쩡한 녀석이 땀을 뻘뻘 흘리고, 숨을 헐떡이면서 우리에게 사정했다.

난 무표정한 얼굴로 그에게 답했다.

"다쳤으면 의원을 찾아가시오. 우린 의술을 다룰 줄 모르오."

"대협! 대협! 부탁드립니다. 상황이…… 상황이 좋지 않아, 대협들을 따라오게 됐습니다. 제발…… 제발 도와주십시오."

놈은 울먹이면서까지 간절하게 사정을 해 댔다.

난 그런 녀석을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의제는 아니었다.

사막에서 약한 이들의 배신, 욕설, 침을 뱉고 돌을 던졌던 쓰라린 기억.

그 후로 우리 애들이 많이 바뀌었다.

광천마제 시절 그러했듯, 의제도 예전과 같이 안타까운 얼굴로 녀석들을 보지 않았다.

냉철한 눈으로 녀석들을 볼 뿐이었다.

그런데 그때.

털썩.

울먹이며 사정하던 녀석이 무릎을 꿇었다.

이내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쫓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우리는 나쁜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누명을 썼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흑흑. 저와 친구의 가족이 모두 죽었습니다, 흑흑흑. 곧 우리를 죽이려는 추살대가 올 것입니다."

녀석은 정말 서글프게 울었다.

정말이지 간절하게 애원했다.

광천마제 시절의 나와 의제는, 이런 녀석의 눈물에 한없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왜?

그때의 우리도 억울한 누명을 겹겹으로 쓰고 도주 중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사정이 다르다.

그래도 일단, 광천마제 시절과 비슷하게 행동할 계획이다.

광마일기에 적힌 그것과 최대한 비슷하게.

"저는 괜찮으니…… 제발, 제발 제 친구만이라도…… 제 친구를 살려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엉엉엉."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다."

난 매몰차게 말을 뱉은 후 몸까지 돌렸다.

그러자 녀석이 내 발목을 잡았다.

여전히 엉엉 우는 얼굴이었다.

"당신들…… 대협들께서도 도주 중인 거, 이미 객잔에서 눈치챘습니다. 만약…… 만약 제 친구를 데려가지 않으신다면…… 다 폭로하겠습니다."

"간단하군. 널 죽이면 끝날 일."

"죽이십시오!"

놈이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는 건 매한가지. 죽이십시오! 대신…… 대신 제발…… 제 친구만이라도…… 엉엉엉. 데려가 주세요, 엉엉엉."

"정 소원이라면 죽여 주지. 둘 다."

쿵.

놈이 무릎을 꿇은 상태로 이제는 머리까지 땅에 박아 버렸다.

뒷못을 내게 드러낸 것이다.

죽일 테면 죽이라는, 그런 의지였다.

시종일관 냉철한 눈으로 이를 지켜보던 의제의 눈동자가 떨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난 곧 그에게 칼을 휘두……르지 않고, 물었다.

"이름이 뭔가?"

녀석이 눈물과 콧물 바다가 된 얼굴을 들어 나를 올려 보았다.

그리고.

"친구는 처선, 저는 을오라고 합니다."

"처선과 을오? 비켜라. 너희 때문에 우리만 귀찮게 됐다. 의제!"

"넵!"

의제가 대답과 동시에 대도를 뽑아 들며 몸을 날렸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으아아아아아악!"

주변에 있던 수풀에서 비명이 터져지고 새빨간 피가 뿌려졌다.

"발각됐다! 폭죽을 쏘아 본진에 알려라! 후퇴!"

피우우우웅, 펑펑펑!

세 발의 폭죽이 터졌다.

의제의 공격 한 방에 스무 명 중 열 명가량이 피를 뿌렸다.

아마 이들은 선발대나 정찰대인 것 같았다.

멀쩡한 열 명은 곧바로 왔던 곳으로 달아났다.

하지만 의제가 그냥 보내지 않았다.

"으얍!"

대오응결식.

의제의 도법 중 가장 화려한 초식이다.

다섯 줄기의 도기(刀氣) 뻗어 나갔다.

퍼퍼퍼퍼퍼펑!

"으아아아악!"

열 놈 모두 피를 뿌리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런데 곧.

"네 이놈!"

엄청난 내공이 실린 음성이 대기를 흔들었다.

곧, 의제가 아직은 감당할 수 없는 중년 고수가 갑자기 나타나 장강(掌剛)을 뿜어 댔다.

"의제! 다른 놈들을 없애!"

"넵!"

손바닥에서 강기를 뿜어 대는 고수, 그만이 아니었다.

일백사십 명에 달하는 무인들이 곧바로 합류하였다.

처선과 을오를 죽이려는 추살대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쾅쾅쾅쾅쾅!

손바닥으로 강기를 뿜어 대는 절정의 고수, 거기에 한 명이 더 가세했다.

검객이다.

그는 완연한 고수급의 검객이었다.

난 홀로 그 둘을 상대해야 했고, 의제는 나머지 일백사십 명가량과 싸워야 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펑펑펑!

퍼퍼퍼퍼퍼퍼펑!

사방으로 나의 검강과 적들의 장강, 검기가 뿌려졌고.

의제는 마치 양 떼에 들이닥친 늑대인 양, 곳곳에 피를 뿌리고 다녔다.

퍼퍼퍼퍼퍼펑!

"으아아악!"

"아아아악!"

"지금이다, 의제!"

"넵!"

나와 의제.

우리 둘은 동시에 끌어낼 수 있는 내공을 모두 끌어내 적들을 향해 쏘았다.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으아아아아아악!"

엄청나 폭발이 연달아 일었고, 사방에 피가 뿌려지며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나와 의제는 곧바로 도주했다.

내 한 손에는 처선, 다른 한 손에는 을오의 뒷덜미가 잡혀 있었다.

* * *

"헉헉, 누구였지? 보통 놈은 아니었는데?"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추살대와 싸웠다.

그런 후 해가 졌고, 다시 뜬 태양이 중천으로 돌아와 위치했다.

그때까지 우리는 한시도 쉬지 않고 달렸다.

거의 귀주와 운남의 경계까지 도주한 것이다.

적들의 기미는 없었지만, 오래 쉴 수 없었다.

그렇게 잠시 쉬며, 내가 을오를 향해 물었다.

"하후세가주입니다."

"하후세가?"

"네. 이곳 일대에서는 검법으로 유명한 고수입니다, 대협."

"아니, 검객 말고. 장법을 쓰던 노고수 말야."

"저도 처음 보는 고수인지라……."

"짐작 가는 곳은?"

"화양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화양문이라는 말에 의제가 놀라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무림오대고수 중 한 명인 극양신장(極陽神掌) 오대극의 그 화양문?"

"네. 아마도……."

"너, 이 새끼……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화양문에서 쫓는 거야? 형님, 우리 좆 된 것 같은데요? 이 새끼들 그냥 넘겨 버리죠?"

"끄응."

그때 혼절했던 처선이 깨어났다.

"화양문은…… 아닙니다. 우릴 쫓는 건, 하후세가입니다. 화양문에서는…… 끄윽. 고수를 몇 명 지원해 줬을 뿐입니다."

녀석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의제는 기겁한 얼굴로 녀석에게 재차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새끼들아! 그게 그거지! 미친놈들! 건드릴 곳이 없어서 화양문을 건드려? 형님! 이놈들 넘기든지, 아니면 그냥 여기다 버리고 갑시다. 이러다 우리까지 끝장나요. 그렇지 않아도 무림맹 놈들이 눈에 불을 켜고 우릴 쫓고 있는데요."

우리 의제, 잘한다.

연기 많이 늘었다.

이곳으로 도주하는 동안 내가 전음으로 알려 준 대사였다.

"몸은, 괜찮나?"

내가 처선을 향해 물었다.

녀석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난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런 후 등에 내 장심을 가져다 댔다.

"움직이지 마. 소리도 내지 말고."

내기를 주입했다.

아주 소량의 내기다.

하지만 그 약간의 내기만으로 처선의 얼굴에 곧바로 혈색이 돌았다.

난 그 얼굴까지 확인한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너희의 사정 따위 들을 시간은 없다. 우린 무림맹에 쫓기고 있고, 이젠 화양문의 지원을 받은 하후세가인지 뭔지까지 우릴 쫓게 됐다. 나와 의제는 앞만 보고 다릴 것이다. 우릴 따라올 수 있을지 없을지는, 오로지 네놈들 몫이다. 의제."

"네, 형님."

"가자."

"넵!"

나와 의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사흘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주 약간의 시간 쪽잠만 자며 그렇게 달렸다.

뭐, 당연히 녀석들 사정을 좀 봐주긴 했다.

그래도 대단한 녀석들이었다.

무공은 보잘 것 없고, 상처는 심각했다.

그런데도 녀석들은 끝까지 우리를 놓치지 않고 따라왔다.

그렇게 우리는 운남의 깊은 곳까지 도주하였고,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지만, 추살대의 추격으로부터 조금은 여유로워질 수 있었다.

* * *

"형님, 다 익었습니다. 앞다리를 드릴까요? 아니면 갈비를 뜯어 드릴까요?"

운남의 이름 모를 야산.

그 깊은 산중에 불을 피우고 반으로 가른 멧돼지를 통째로 구웠다.

"갈비가 낫지."

"넵, 형님."

의제가 능숙한 솜씨로 단도를 꺼내 살이 두툼하게 붙은 멧돼지의 갈비를 베어 내게 건넸다.

"형님, 이제 좀 괜찮은 거 같은데…… 헤헤. 한잔씩만 할까요?"

"술? 술을 가지고 왔어?"

"아뇨. 아까 멧돼지 잡으러 갔을 때, 아랫마을에 잠깐 들러 슬쩍 해 왔지요, 하하하."

"의제!"

"네. 네? 아…… 그게…… 제가 주의를 좀 더 했어야……."

"멋진 녀석! 크하하하하!"

"푸하하하하!"

나는 멧돼지의 갈비를, 의제는 앞다리를 통으로 들고 뜯어 먹었다.

목으로 넘어가는 화주가 그렇게 달 수 없었다.

을오와 처선은 우리가 술을 세 병이나 비울 때까지 눈치만 보며 가까이 다가올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사흘이나 굶은 건 우리나 놈들이나 마찬가지인데도 말이다.

"야."

내가 녀석들을 불렀다.

"네, 대협."

동시에 대답하는 녀석들.

아주 그냥 눈에서 별이 쏟아진다.

"먹어."

"감사합니다, 대협."

한 번쯤 겸양을 떨 만도 하지 않다.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진짜 굶어 죽기 딱 일보 직전의 녀석들 얼굴이었다.

내 말에, 녀석들이 곧바로 달려와 허겁지겁 멧돼지를 뜯기 시작했다.

그렇게 밤은 더욱 깊어졌고, 어느새 홀쭉했던 우리의 배는 모두 빵빵해졌다.

"야."

"넵."

"한 잔씩들 받아."

"감사합니다."

큰 목소리로 대답하는 건 언제나 을오다.

처선은 아직 몸이 온전치 않다.

어쩌면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둘은 내가 따라 준 술을 깨끗하게 비웠다.

"너희 둘, 친구냐?"

"네, 대협."

을오는 큭 목소리로, 처선은 긴가민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좀 안전해진 것 같으니, 어떻게 된 사정인지 제대로 들어 보지. 또 너희가 어떤 녀석들인지, 하나도 속이지 말고 다 말하고. 누구부터 할래?"

"넵, 대협.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을오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뭔가 조금은 들뜬 얼굴의 을오가 자신에 대해, 또 어떻게 지금 상황이 됐는지 설명을 시작했다.

"저는 흑풍방(黑風幇)의 소가주입니다."

"흑풍방? 처음 들어 보는군."

"아, 그럼 귀주 무림부터 간단히 설명해 드릴까요?"

"그래."

"귀주는 아시다시피 무림오대고수 중 일인인 극양신장 오대극의 화양문 영역입니다. 그 밑으로 수백 수천의 문파들이 줄을 서 충성을 바치고 있습니다. 저희 흑풍방은 화양문이 있는 귀양에서 조금 떨어진 안순 지역의 문파입니다."

"이름은 사파 같은데, 정파인가? 화양문은 정파잖아."

"저희는 사파에 속합니다."

"화양문에서 사파에 속한 흑풍방을 받아줘?"

"받아 주기보다는, 허락해 준 것이죠. 지금에야 부모님을 죽인 불구대천의 원수가 됐지만, 사람을 대하고 일을 처리함에 있어선 편견과 선입견이 없는 자입니다. 정파와 사파를 구분하지도 않고요."

"음, 그렇군."

"안순 지역은 크게 세 개의 세력이 존재했습니다. 저희 흑풍방과 지금 저희를 쫓고 있는 하후세가. 그리고 귀주 무림이나 화양문과도 별 교류를 하지 않고 있지만, 수백 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적표채가 있죠."

"녹림인가?"

"네. 정확히 녹림삼십육채 중 일 채입니다. 처선이 부모님과 함께 살던 곳이 적표채의 영역인 적표산이었습니다. 적표채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가깝게 지냈죠."

"너희 둘 다 사파라는 말이군."

그때였다.

처선이 눈까지 크게 뜨며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대협, 저는 사파가 아닙니다. 사파를 욕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적표채와 가깝게 지냈다고 했잖아."

"가깝게 지냈다고 같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뭐, 그래. 그래서?"

난 처선을 무시하고 다시 시선을 을오에게로 향했다.

을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전 흑풍방의 소방주지만, 방주인 아버지의 친아들은 아닙니다."

"그럼?"

"양자입니다."

"다른 혈육은 없고?"

"네. 아버지께서는 아이를 갖지 못하는 몸이셨던 지라……."

"고자?"

"대협."

또 처선이 끼어들었다.

이번엔 내가 인상을 조금 구겼다.

그러자 그도 조금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이를 갖지 못한다고…… 꼭 고자라는 법은 없지 않겠습니까?"

"그럼, 뭐? 뭔데? 내시?"

내가 따지듯 물었다.

그러자 이 녀석이 여전히 조심스러운 얼굴이지만, 말로는 따박따박 대꾸하는 게 아니겠는가.

"내시도…… 하늘이 도우면 아이를 가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이건 선을 넘었다.

"야! 너! 지금 나랑 장난해? 씨 없는 수박이 어떻게 씨를 만들어? 내시가 어떻게 아이를 갖냐고?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내가 화를 내며 말했다.

그런데 순간, 처선은 물론 을오까지 분위기가 이상했다.

을오는 처선의 눈치를 한없이 살폈고, 또 처선은 지 주제 파악도 하지 못하고 끓어오르는 분이라도 삭이려는 모습이었다.

그러더니 이내.

"제…… 제 아버지께서…… 환관이셨습니다. 그것도 황궁 동창 출신의 환관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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