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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두가 된 이유-52화 (52/245)

52화

망했다.

총타의 일급 기밀도 아니고, 대도읍 분타의 일급 기밀도 아니며, 풍평현 시골 분타에서나 일급 기밀이다.

총타에서는 삼급 기밀이요, 대도읍에서는 심지어 이급으로 다루는 기밀이다.

그런데 그 정보 값이 은자 스무 냥이다.

젠장!

빌어먹을!

거지새끼들이 배가 불렀어.

그냥 값도 아닌 기본값, 그러니까 내가 알고자 하는 사람의 기본 신상 정보를 얻는 데에만 은자가 스무 냥이란다.

뭐, 착한 구지개 덕분에 은자 열 냥에 사는 방법을 알긴 했지만, 역시나 지금의 나에겐 꿈과 같은 액수의 돈이다.

오리구이가 아니라 개고기로 흥정을 하면, 아갈개가 참지 못하고 반값까지 깎아 줄 것이라 했다.

그래도 은자 열 냥이다.

아! 사부한테 탁발 좀 미리 다니자고 그럴까?

됐다.

어차피 그 정보는 금예지를 만나기 전까지만 확보하면 되는 일이니까.

사부와 유람을 떠날 때까지만 참자.

아! 그래도 너무 궁금해 미치겠네.

젠장 할!

* * *

사부와 도를 닦았다.

그리고 유람을 떠났다.

목적지는 절강 항주다.

가는 길, 우리는 탁발을 했다.

이번엔 좀 많이 했다.

사부 몰래 우리 사부가 제사를 끝내주게 지내 준다고 홍보도 했다.

덕분에 우리가 절강 항주에 도착했을 때에는, 묵직한 전낭이 무려 세 개나 내 허리에 매달려 있었다.

큭큭큭.

* * *

절강 항주의 개방 분타.

미친 거지새끼들.

돈에 환장한 놈들!

분명 내가 그 값을 알고 있는데, 은자를 오십 냥이나 부른다.

빌어먹을 거지새끼들.

아, 거지들이 원래 빌어먹긴 하지.

아무튼, 지금 내 수중에 은자 오십 냥이 넘는 돈이 있긴 있다.

그런데 손이 떨려 차마 그것을 건네지 못했다.

조금만, 조금만 참으면 된다.

결국 난 의제를 만날 때까지 궁금증을 참기로 했다.

아! 이거 어차피 회귀하면 사라질 돈인데.

어른들 말에 ‘죽어서 가지고 갈 것도 아닌 것에 왜 그리 집착하느냐!’라는 말이 나 같은 놈을 두고 하는 말 같다.

그래도 아깝다.

우리 사부가 얼마나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인데.

아! 이걸 또 돈을 벌었다고 표현하기도 좀 그렇네.

난 도사인가?

아니면 장사치인가?

그도 아니면, 아직 마두의 습성을 다 버리지 못한 것일까?

정체성의 혼란이 왔다.

어쨌거나 궁금해 미칠 것 같았지만, 돈이 아까워서 또 몇 달을 참았다.

* * *

왕만두와 추고를 잡아 고문하고, 아죽과 아향을 섭외하고…… 남창 만리현 정도 문파 녀석들을 쓸어버렸다.

"형님, 하오문에 갔던 녀석이 돌아왔습니다."

"정보, 얻어 왔대?"

"네. 여기요."

의제가 나에게 잘 봉인된 문서를 건넸다.

천무휘와 한해북이 뭔가 하는 얼굴로 나와 의제 곁으로 다가왔다.

내 심장은 쿵쾅쿵쾅 미칠 듯 뛰기 시작했다.

무려 삼 년이다.

궁금해 미칠 것 같은 것을, 돈이 없어서 참고, 돈이 아까워서 참은 게 삼 년이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의제, 하오문이 기루 거리의 평범한 기루로 위장해 있다고 했지?"

"네, 형님."

"거기는 의제가 관리하는 구역이고."

"그렇죠."

"그럼 정보비는 공짜인가?"

"에이, 웬걸요. 아무리 우리가 관리하는 곳이라 해도, 공짜 술을 먹고 공짜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까? 오히려 돈을 더 두둑이 줘야 사파라는 편견을 버리고 함께 잘 지낼 수 있는 것이죠."

"그, 그래?"

"네."

아, 뭔가 기분이 쎄하다.

"그래서 이 정보비는 얼마 줬어?"

"형님이 알고 싶다는 정보인데, 그깟 돈이 중요합니까. 어서 내용이나 살펴보시죠. 저도 궁금하네요, 하하."

"의, 의제, 그래서 얼마 줬냐고."

"그게…… 얼마 안 하는…….

"얼마 줬어?"

내가 너무 심각했나?

갑자기 방 안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결국 의제가 입을 열었다.

"금자 다섯 냥을 줬습니다."

"미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버리고 말았다.

의제는 물론, 옆에 있던 천무휘와 한해북까지 덩달아 놀라 두서 걸음 뒤로 물러설 정도였다.

"아! 미안. 미안해. 금액이…… 아! 많이 비싸네."

그렇다.

금자 한 냥은 은자 일백 냥이다.

금자 다섯 냥을 주고 이 정보를 샀으니, 빌어먹을!

은자 오백 냥을 주고 이 정보를 샀다는 거다.

아! 돌겠다!

미치겠다!

아깝다!

이제 의제 돈이 내 돈이고, 내 돈도 내 돈인데!

오백 냥을 날렸다.

환장하겠네!

원래 은자 열 냥에 살 수 있는 정본데.

하오문, 이런 생으로 씹어 먹을 것들!

개방 거지들이 보살이었어.

거의 공짜나 다름없었던 거였다고.

삼 년 동안 속으로 욕해서 미안하다, 거지들아.

앞으로 잘할게.

난 그렇게 속으로 울고 또 울어야 했다.

* * *

제갈취무.

본명 구룬다안.

육십일 세.

초절정 하중(下中).

성명 절기 한령신검(寒靈神劍).

소속 제갈세가.

직분 월하한령대(月下寒靈隊) 대주.

본디 요녕 일대에서 활약하던 마적단 출신의 여진족이었음.

그 무재가 특출난 것을 제갈세가의 삼장로 제갈세진이 발견해, 젊은 시절 그를 제갈세가로 영입.

제갈의 성을 주고 이름까지 새로 지어 주었으며, 제갈세가의 무공까지 전수해 줌.

그에 관해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가 거의 없고, 제갈세가 내에서도 자세히 아는 사람은 극소수일 정도로 장막에 가려진 인물임.

그가 대주 직을 맡고 있는 월하한령대 역시 제갈세가의 공식 무력대가 아님.

제갈세가의 은밀한 일을 도맡아 수행하는 것으로 추정됨.

특징, 제갈취무의 무공은 제갈세가의 직계나 방계 중에서도 큰 공을 세워야만 전수해 준다는 한령신검.

그러나 단 한 차례, 그가 세 척 길이 독수리 발톱 모양의 조를 쓰던 것이 목격된 적이 있다고 전해짐.

만약 이것이 사실일 경우, 그의 본신 무공은 한령신검이 아닌 한검암조무결(寒劍暗爪武決)로 추정됨.

삼백 년 전 천뢰무신 시대에 딱 한 번 남궁세가에서 등장했던 무공.

한령신검을 주된 무공으로 사용하다가, 갑작스레 조법을 꺼내어 적을 당황하고 혼란하게 만들어 엄습하는 무공으로 알려짐.

천뢰무신 시대 이후, 한검암조무결은 대체적으로 사공(邪功)으로 분류됐고, 일부에서는 마공(魔功)으로 분류하기도 함.

* * *

아깝다.

아까워!

고작 한 장짜리 정보다.

이걸 은자 오백 냥에 사다니.

눈물이 난다.

마구 눈물이 쏟아진다.

"형, 형님, 괜찮으십니까?"

"응? 어. 괜찮아."

음, 제갈세가?

갑자기 여기서 제갈세가가 왜 나오지?

아니지.

우리가 첫사랑을 만난 장소 위산.

그곳이 바로 제갈세가의 영역이다.

당연히 제갈세가를 제일 먼저 의심했어야 했다.

이번 일에 제갈세가가 엮여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하고 있었다.

광마일기에도 그와 관련해 여러 기록이 있다.

하지만 제갈취무란 이름은 없다.

그런 존재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기록되어 있지 않다.

또 이번에 회귀하여 문신을 통해 그 존재에 대해 알게 된 후에도, 그자가 제갈세가 소속일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하! 또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번 사건의 무대는 호북.

호북을 양분하고 있는 무당파와 제갈세가.

순양자는 무당파의 도사다.

그가 실종되었을 때, 그는 순양검과 자신의 심득이 적힌 비급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가 실종되던 당시는 무당파와 제갈세가 사이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던 시절이었고, 그는 그 분쟁에서 사문을 도우려고 떠났다.

결국, 두 거대 세력 싸움에 우리가 끼어들게 됐단 말인가?

아니면 제갈세가인가?

천예휘 사건 해결 후, 광천마제 시절처럼 마두가 되지 않아서 좋았고, 화산파에 쫓기지 않아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제갈세가와 싸워야 하는 건가?

아직 단정 지을 순 없다.

이번 사건이 제갈세가와 연관되어 있다는 내용은 광마일기 그 어디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다.

제갈취무에 대해서는 이번에 알았기에, 현재 그 의심이 제갈세가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제갈세가라.

그냥 피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한데.

우리들의 첫사랑, 금예지가 순순히 그런 내 제안을 따라 줄까?

그렇지 않겠지.

그녀라면.

그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머리 좀 굴려 보자, 악치야.

* * *

<<광마일기>>

(상략)

"도사님! 소협! 어서 가세요! 제발 가시란 말이에요! 무당파로 가서 검을 전달해 주시고, 이 사실을 꼭 전해 주세요. 부탁이에요."

오두막의 지하로 연결된 비밀 통로.

그 문이 굳게 닫혔다.

산공독에 중독됐던 나와 의제는 굳게 닫힌 그 문을 열 수 없었다.

금 형이 무거운 물체로 통로의 문을 막은 것 같았다.

나와 의제는 그 문을 마구 두드리며 울부짖던 것을 멈추었다.

그녀의 희생.

헛되게 할 순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금 형, 아니 우리들의 첫사랑을 사지(死地)에 홀로 남겨 두고 떠나야 했다.

소리 없이 흐느끼며, 눈물만 마구 뿌려 대며 그 어두운 땅속 통로를 미친 듯이 달리고 또 달렸다.

지하의 비밀 통로는 매우 길었다.

거의 한나절이나 미친 듯 달린 후에야 출구로 나올 수 있었다.

나와 의제는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배가 고프고 힘들었으며 지칠 대로 지쳤지만, 출구를 나온 후에도 우리들의 뜀박질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누구에게 쫓기는지, 왜 쫓기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달리고 또 달렸다.

무당파에만 도착하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들의 첫사랑, 그녀의 복수도 할 수 있고 무당파가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이라 여겼다.

열흘, 충분했다.

그런데 무당파에 도착하기 대략 사흘 전, 우리는 이상한 소문을 들어야 했다.

사도신마 마악치.

우각도마 곽우적.

두 마두가 위산에서 혈겁을 일으켰다는 소문이었다.

호북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순양자가 생존하던 일백오십 년 전의 호북은 무당파와 제갈세가의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지랄맞게도 당금의 호북 무림은 두 세력 간의 화합이 극에 이르렀을 때였다.

연합 추격대를 조직, 무당파와 제갈세가에서 함께 우리를 쫓는다고 하였다.

거기에 찢어 죽일 화산파 놈들까지 가세했다는 소문도 들었다.

결국, 나와 의제는 무당파로 향하던 걸음을 돌려야 했다.

우린 즉시 무당파의 반대 방향으로 뛰었다.

확실히 도주하는 게 수월했다.

그렇게 안전한 곳까지 도망친 후, 나는 주변에 수소문해 실력이 괜찮은 야장을 찾았다.

그곳에서 순양검의 새로운 검집을 만들고, 검에 새 이름을 각인했다.

훗날 나와 함께 수많은 이들의 목을 베고 천하를 굴복시킨 광천검(光天劍)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세인들은 이에 그 이름을 미칠 광(狂) 자로 바꿔 광천검(狂天劍)이라 불렀다.

그것을 떠나 결론적으로, 순양검이 광천검이 된 것은 내 탐욕이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순진무구하고 착하기만 했던 내가 대마두가 된 것처럼 말이다.

(중략)

사패천을 만들고, 스스로 사패천주가 되었다.

천하를 내 발아래 굴복시켰다.

(중략)

무당파 본산에서, 무당파의 모든 제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무당파 장문인의 뺨을 아홉 대나 후려 갈겼다.

또 장문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당파 제자 수십의 무공을 전폐시켜 버렸다.

하지만 위산에서 일어났던 일은 물론, 금 형에 관해서도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중략)

제갈세가주의 팔다리를 분질러 버렸다.

일장로와 일장로의 아들은 아예 단전을 파훼시켜 버렸고, 근맥까지 모두 잘라 버렸다.

울음바다가 됐지만, 난 멈추지 않았다.

제갈 성씨를 가진 어린놈들을 죄다 끌어와 매질을 했다.

사흘 동안 쉬지 않고 수하들을 시켜 때리게 했다.

역시나, 금 형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또, 당시에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도 전혀 알아낸 게 없었다.

(중략)

난 끝까지 그녀의 이름조차 알 수 없었다.

(하략)

* * *

핵심 단서는 제갈취무다.

그 뒤에 제갈세가가 있다.

또 있다.

화경의 고수였던 순양자의 보검과 비급.

만약 그것을 누군가 발견했다면?

욕심이 났겠지.

우선 제갈취무부터 조져야 한다.

"천 형."

"아이쿠! 아, 죄송합니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시던 것 같던데, 갑자기 저를 불러서 놀랐습니다."

천무휘만 놀란 게 아니라, 의제와 한해북도 놀란 얼굴로 날 쳐다보았다.

내가 얼마나 오래 혼자 생각에 잠겨 있었기에 이러는 것인지.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천 형, 이것 보세요. 이자요. 무공 경지가 초절정에서도 하중(下中)으로 평가됩니다."

"이미 봤습니다."

"이자, 우리가 모두 합심하면 이길 수 있을까요?"

천무휘가 심각한 얼굴로 고심을 하는가 싶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마 형, 저와 비무할 때 몇 할의 힘을 쓰셨습니까?"

"제가 쓸 수 있는 힘은 모두 꺼내 썼습니다. 다만…….

"……?"

"내공은 절반만 사용했습니다."

"그럼…… 마 형의 내공이 지금 이 갑자가 넘는다는 말씀이십니까?"

난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의제를 뺀 천무휘와 한해북이 괴물이라도 보듯 경악한 눈으로 나를 보는 순간이었다.

"석 달, 석 달 동안 오로지 수련에만 전념하면 저와 마 형 둘이 합심해 그자를 상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석 달 안에 그 경지까지 끌어올린다고?

난 좀 어려울 것 같은데.

그래도.

"한 달. 한 달 안에 그렇게 만들어야 합니다."

천무휘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내가 왜 이렇게 간절한지 묻지 않았다.

오로지 내 질문이 가능한 것인지만을 고심하였다.

그리고 이내.

"그렇다면, 가능하게 만들어야죠."

천무휘 이 녀석, 진짜 천재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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