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사부와 도를 닦았다.
그런 후 유람을 떠났다.
목적지는 절강 항주다.
그곳에서 무적 할매와 초향을 다시 만났다.
이제 초향을 봐도 눈물이 나지 않는다.
대신, 그 어느 때보다 더 밝게 웃을 수 있다.
이번에도 역시 초향이 좋아하는 놀이를 실컷 해 주었다.
이야기책도 많이 읽어 주고, 말타기도 해 주고(물론 여전히 말은 나다), 바다에서 수영도 함께하고(물고기 역할을 맡아 잠수하다 죽을 뻔했다), 소꿉장난도 해 주고(나의 일인삼역, 남편과 아들, 딸 역할도 계속 내가 다 한다), 시전도 함께 놀러 가고 등등등.
아! 딱 하나.
숨바꼭질은 이젠 그만하고 싶다.
숨으라고 했더니, 계속 빤히 보이게 숨는 거 못 본 척해 주는 게 너무 어렵다.
무적 할매 왈, 딸들은 원래 다 그런다고.
아무튼 그렇게 초향과 몇 달 동안 내 몸이 녹초가 될 때까지 놀아 준 후에야 귀정사로 갈 수 있었다.
귀정사에서도 작은 사부와 무공에 대한 이야기는 가급적 피했다.
마음의 수양을 쌓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런 나를 보는 작은 사부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렇게 남창에 다시 돌아왔다.
왕만두를 잡아 족친 후 죽였다.
추고, 안타깝긴 하지만 죽였다.
아죽과 아향을 섭외하는 일도 성공하였다.
계효보가 거짓말을 하진 않았나 보다.
여러 의원을 섭외했음에도, 아향 아버지의 병은 지난번처럼 말끔하게 고쳐지진 않았다.
완치에는 반년 이상 걸릴 것이라 하였다.
그래도 많이 호전되긴 했다.
한해북도 다시 불러 우리와 합류하였고.
이젠 수룡검을 만나러 갈 시간이다.
사건 발생 칠 일 전이다.
휴우.
마음이 무겁다.
사부, 작은 사부와 지내며 도를 닦고, 참선을 하고, 마음의 수양을 쌓는 일에 전념했지만, 내 수양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가 보다.
초조하고 불안하며 가끔 짜증도 치밀었고 화도 났다.
적수노사를 상대해야 하는데, 시원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일단, 수룡검을 만나 상의해 봐야겠다.
최악의 경우, 화산파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다.
시간이 촉박해 인편(人便)으로는 섬서 화산파까지 내용을 전달할 수도 없다.
전서구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렇다 해도 그곳에서 이곳 강서까지 오려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아니,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인근에 화산파 고수가 있으면 좋겠다만.
그건 완전히 운에 기대는 것이고.
화산파가 안 된다면, 수룡검의 명성과 인맥을 이용해 호북의 제갈세가나 무당파, 안휘의 남궁세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적수노사 정도를 상대하려면, 어정쩡한 고수나 문파에 도움을 요청해봐야 함께 죽자는 소리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수룡검은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와 인연이 좀 있나?
광천마제 시절 너무 일찍 죽어서 그런 내용은 광마일기에 없고.
결국 광천마제 시절 내가 죽인 수룡검의 명성을 이용해, 광천마제 시절 나를 죽이려고 발악하던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 참담하다.
정말 최악이야.
약하다는 게, 무공이 없다는 게 이렇게 서러운 일일 줄 몰랐다.
아니,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걸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다.
됐다.
어쩌겠는가?
내가 약해 빠졌는데.
난 그렇게 참담한 심정으로 의제, 아죽, 아향과 함께 변용을 하고 추하객잔으로 향했다.
* * *
추하객잔 별채.
그곳에서 우리는 수룡검과 천예휘를 기다리고 있다.
내 마음은 여전히 참담하고 씁쓸하기만 하다.
곧, 우리가 대기하고 있던 방의 문이 열렸다.
수룡검 천무휘와 여동생 천예휘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아!
오!
이런!
이럴 수가!
수룡검을 보는 순간.
내 몸에 변화가 일었다.
마치, 내가 광천동에서 알몸으로 깨어나 광마일기를 펼쳐 무공의 구결과 주석을 읽었을 때, 그 모든 것들이 내 몸에서 일순간에 깨어나는 것과 같았다.
대자연의 기운이 내 몸으로 휘몰아쳤고, 신검합일과 절정의 깨달음을 곧바로 각성하였다.
이거였어.
이거였다고!
크하하하하하하하!
이렇게 되는 거였어, 푸하하하하하!
두 번째 각성은 그냥 만나고 보는 것만으로도 되는 거였어!
하하하하하!
"형, 형님? 형님! 괜찮으십니까?"
"어? 어, 응. 왜? 하하."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방으로 들어온 수룡검과 천예휘는 놀란 눈으로 여전히 서 있는 상태였다.
아죽과 아향도 자리에서 일어나 방의 구석으로 피한 상황.
의제만이 놀란 눈으로 나에게 다가와 몰아지경에 가까웠던 나를 불러 깨운 것이다.
"형님, 방금 형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휘몰아치고, 마치 몰아의 상태에 빠진 것과 같이 인지가 멈춘 것 같았습니다."
"아, 그래? 어이쿠. 수룡검께서 오셨는데, 제가 그만 실례를 하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악치라고 합니다."
의제의 어깨를 두들겨 준 후, 곧바로 수룡검을 향해 환히 웃으며 사과와 함께 인사를 건넸다.
여전히 얼떨떨한 얼굴의 수룡검이었다.
아! 생각해 보니 이 녀석도 엄청 잘생겼다.
근데 하나도 밉지 않다.
우리 사부만큼은 아니어도, 마음에 든다.
아니, 아주 좋다.
복덩이도 이런 복덩이가 있을 수 없다, 큭큭.
"천무휘라고 합니다. 조금 전…… 엄청난 깨달음을 얻으신 것 같습니다."
난 수룡검을 향해 더 짙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솔직한 답이었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그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순간 엄청난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 그럴 리가요?"
"믿기 힘드시죠?"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네, 저를 보는 것만으로 엄청난 깨달음을 얻으셨다니. 조금 믿기 힘든 건 사실이네요, 하하."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네? 무엇을요?"
"저와 검을 한번 맞대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난 수룡검과 비무를 했다.
추하객잔이 아닌, 인근 야산까지 가서 적당한 장소를 물색한 후 비무를 펼쳤다.
광천마제 시절의 내가 아닌 현재의 나.
이미 수룡검을 통해 신검합일과 절정의 깨달음을 얻은 상태로, 이 갑자의 내공까지 더해 있는 내가 수룡검과 검을 맞댄 것이다.
내공은 딱 절반만 썼다.
그래도 일 갑자가 넘는다.
퍼퍼퍼퍼펑.
펑펑펑!
콰콰콰콰쾅!
"헉헉헉. 제가…… 헉헉. 제가 졌습니다, 마 도사님. 헉헉헉."
오백여 합의 공방이 오간 후, 두 손으로 자신의 무릎까지 짚어 가며 숨을 헐떡이는 수룡검.
나와의 대결에서 졌지만, 그는 더없이 개운하다는 얼굴로, 또 한없이 밝게 웃으며 그리 말했다.
녀석과 나의 무도(武道)와 무의 이상향이 같음을 다시금 서로 뼛속까지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하나 더.
궁시렁궁시렁, 비무를 하러 야산에 올라올 때까지만 해도 불만이 가득했던 천예휘.
비무가 끝난 계집의 턱은 이미 얼굴에서 탈출해 땅에 닿아 있었다.
계집은 귀신이라도 본 얼굴을 그렇게 한참이나 하고 있어야 했다.
* * *
칠검문, 풍진방, 쌍창호문 등 만리현 정도 문파를 죄다 쓸어버렸다.
적수노사 역시 내가 가볍게 제압해 숨통을 끊어 놓았고.
만리현에 아직 여러 정도 문파가 남아 있긴 했지만, 거의 무관 수준의 문파일 뿐이다.
의제가 없다 한들, 우각당에 어떤 가해를 가할 수 있는 세력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이 시점, 광천마제 시절과 분명하게 달라진 점이 생겼다.
광천마제의 내 생에서, 사부가 죽었지만 지금은 버젓이 살아 무적 할매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원래의 내 생이었다면, 이 시점에 수룡검은 죽어야 했고 우리는 화산파의 보복에 근심 걱정이 가득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터.
하지만 이번엔 아니다.
칠검문 등을 쓸어버린 후 그들의 음모를 수룡검이 직접 밝혀 선포하였다.
무림의 칠룡사봉, 그중에서도 수좌라는 수룡검의 명성은 가벼운 것이 절대 아니었다.
더군다나 수룡검 본인은 부정하지만, 그의 뒤에 화산파가 있음을 모르는 무림인은 아무도 없었다.
나 역시 이 시점, 사파의 새로운 마두가 됐어야 했다.
사도신마(邪道新魔)란 별호, 그것을 얻었던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그런데!
와!
칠검문 등의 음모를 파헤치고 그들을 응징한 영광은 거의 수룡검에게 돌아가긴 했다.
내 이름은 거의 거론도 되지 않는다.
의제와 우각당 역시 마찬가지고.
상관없다.
내가 마두가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이다!
성공했다, 내가!
마두가 되지 않았다!
나, 마두 아니라고!
하하하.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 화산파에서 사람을 보내왔다.
매화검수였으며, 은밀히 보낸 밀사(密使)였다.
살짝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화산파에서 매화검수를 밀사로 보낸 이유는 우리를 치하하기 위함이었다.
적수노사, 그가 수년 전에 무림에서 자취를 감춘 이유가 바로 화산파의 제자를 죽였기 때문이었다고.
하지만 그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어서 화산파에서 이를 공론화할 수 없었고, 그래서 비밀리에 죽여 복수하려고 몇 년이나 쫓았다고 한다.
그 적수노사가 우연히 칠검문주 눈에 띄었고, 칠검문주는 수년 동안 화산파를 피해 도망자 생활을 하던 그에게 돈과 유흥을 제안하며 이번 일에 끌어들였던 것이다.
지난번 내 추론이 맞았다.
광천마제 시절에는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고, 이번 생에는 모습을 드러낸 이유.
수룡검이 있었기에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했고,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숨겨 뒀던 적수노사는 끝내 모습을 드러낼 필요가 없었다.
더군다나 화산파에 쫓기던 몸이라 하지 않는가.
최후의 수로 준비는 했다지만, 함부로 드러낼 수 없었을 것이다.
화산파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알려진 수룡검에게는 더더욱 말할 수 없었을 테다.
그러니 수룡검도 그에 관해 몰랐을 것이다.
적수노사가 광천마제 시절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가, 이번 생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다.
그리고 그놈을 내가 잡았다.
하하하.
어쩌면 나와 처절한 칼부림을 벌였어야 할 중년의 매화검수가, 이번에는 내 어깨까지 두드리며 입에 침이 마를 때까지 칭찬한 이유기도 하다.
모두 다 잘됐다.
앞으로도 다 잘될 것이다.
너무 기쁘고 행복하고 만족하는 순간이었다.
* * *
"오빠! 지금 제정신이야? 저 치들과 함께하겠다고?"
아침나절부터 천예휘의 짜증이 추하객잔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제 떠날 시간이다.
광천마제 시절의 내가 움직였고, 또 그때의 인연을 만날 시기에 맞추기 위함이다.
의제는 당연히 나와 함께하기로 했다.
뜻밖에 한해북도 우리와 함께 떠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수룡검.
사실 한 달 가까이 그와 이곳에서 지내며 많은 교류를 이어갔다.
확실히 그와 나는 통한다.
왜, 천재끼리는 통한다고 하지 않는가?
내 자랑이 아니라, 진짜 그랬다.
그와 매일 검을 맞대고, 무(武)를 논하는 시간이 좋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매일 그렇게 그와 시간을 보냈다.
누가 보면 딱 오해하기 좋을 그런 분위기였다.
우각당 왈패들이 잠에서 깨어나기 전, 수룡검은 언제나 이른 시간 찾아와 우각당의 문을 두드렸다.
나와 그는 그렇게 늦은 밤까지 매일 함께 수련했다.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래서 내심, 그가 나와 함께 떠나주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정파, 그중에서도 구파일방에 속한 화산파 사람이라는 그에게 섣불리 그런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결국 이곳 만리현을 떠나기 사흘 전에야 이곳을 떠날 것이라는 말을 건넸다.
그랬는데 놀랍게도, 수룡검은 일고의 고민도 없이 곧바로 함께하고 싶다고 나에게 말했다.
천예휘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난리 치는 상황이 바로 그 다음 날 아침인 것이다.
"미쳤어? 미쳤냐고! 저놈들 사파야, 사파! 오빠가 왜 사파 놈들이랑 어울려? 지금까지 나도 참을 만큼 참았어! 그런데 이젠 뭐? 저 사파 놈들이랑 같이 떠나겠다고? 제정신이야!"
"소리를 낮춰라. 밖에 마 형이랑 곽 형, 그리고 한 형까지 모두 와 계시다."
"뭐? 형? 오빠 지금 사파 놈들을 향해 형이라고 부르는 거야? 와! 진짜!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 생각은 안 해? 화산파에 미안하지도 않아? 우리 조사님들은? 오빠가 장남이고 유일한 남자야! 우리 가문을 이어 갈 가주라고!"
"예휘야, 마 형께서 현화문의 제자라는 사실을 너도 알지 않더냐? 또 한 형께서는 정도 무림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사파에도 속하지 않은 분이시다."
"곽우적 그 인간은 뭔데? 우각당은 솔직히 사파도 아니고 그냥 흑도 무리잖아. 왈패! 응? 민초들 피 빨아먹는 왈패 무리의 우두머리라고! 오빠, 정신 차려! 그 왈패 우두머리랑 어울리면 어차피 모두 사파고 흑도고 왈패가 되는 거야! 오빠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본다고!"
"세상 사람들의 시선은 중요치 않다. 난 곽 형과 마 형, 한 형이 세상 그 누구보다 훌륭한 무인이며 멋진 사내라 생각한다."
"오빠!"
"언성 낮추라 했다!"
잠시간 그 어떤 소리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밖에서 몰래 이를 엿듣고 있던 나와 의제, 한해북은 몸서리를 쳐야 했다.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지만, 천예휘 그 계집이 뿜어 대는 한기가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결국.
"오빠 후회할 거야."
"후회는 네가 하게 될 거다."
"흥! 나중에 아버지 묘에서도 그런 소리를 하나 보자. 또! 오빠가 엇나간 사실을 화산파에 모두 말해 버릴 거야."
"난 내가 가야 할 길을 가는 것이다."
"몰라. 난 화산파로 갈 테니, 오빤 저 빌어먹을 사파 놈들이랑 잘해 봐."
"예휘야!"
"놔! 잡지 마!"
그렇게 천예휘는 화산파로 떠났다.
끝까지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한 군데도 없는 계집이었다.
뭐, 덕분에 우린 좋았다.
눈엣가시 같던 계집이 사라지자, 곧바로 우리만의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천예휘가 떠난 후 천무휘는 아예 짐까지 우각당으로 옮겨 우리와 함께 지내기 시작했다.
우린 이틀 후 우각당을 떠났다.
광천마제 시절의 나와 의제는 화산파의 추격을 피해 도망갔지만, 이번엔 아니다.
내 뜻대로, 내 의지로,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함께 그곳으로 가는 것이다.
<<광마일기>>
(상략)
극악무도하며 천하제일악인이라는 나에게도 첫사랑이란 것이 있었다.
초향을 만나기 십사 년 전의 일이다.
사실, 아직도 초향에 대한 내 마음이 뭔지 모르겠다.
사랑일까?
확신할 수 없다.
만약 초향에게 사랑이란 감정이 있다 하더라도, 그보다 일억천만 배는 더 커다란 미안함이란 것이 그 감정을 억누르고 있을 터.
초향에 대한 내 마음은 그렇다.
나 같은 쓰레기가 감히 초향을 사랑할 수는 없다.
그래도 분명 그 시절.
나에게도 첫사랑은 있었고, 나는 여전히 그녀를 기억하며 그리워하고 있다.
스물한 살의 풋풋하고 순수했던 첫사랑.
그때 그녀와 헤어진 후, 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었다.
광천마제가 된 후, 개방의 방주를 사흘 동안 두들겨 패고, 하오문주를 사패천 뇌옥에 가둬 한 달 동안 고문까지 하며 그녀를 찾았다.
하지만 끝내 그녀를 찾을 수 없었다.
사실 난, 아직 그녀의 이름조차 모른다.
그때의 난, 그저 그녀를 ‘금 형’이라 불렀다.
그렇다.
그녀는 형이다.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