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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두가 된 이유-46화 (46/245)

46화

귀신같은 손놀림으로 광마일기와 각혼필을 꺼냈다.

내가 무공을 되찾는 방법!

드디어 찾은 것이다.

난 이를 빠르게 광마일기에 기록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대자연의 기운이 내 몸에 밀물처럼 밀려 들어왔다.

아! 단전은 생기지 않는다.

그냥, 대자연의 기운이 내 몸을 통해 쌓이고 흐른다.

현경의 신체 때문이리라.

지금 이 문제를 깊게 생각할 시간은 없다.

일단 엄청난 사실을 안 것이 중요하다.

콰콰콰콰쾅!

휘이이이잉.

퍽.

쿠당탕.

광마일기를 막 내 품속에 다시 집어넣었을 때,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서둘러 고개를 들어 보니, 수룡검이 열 장을 뒤로 날아간 후 바닥을 굴렀다.

이미 피떡이 되어 있는 수룡검.

곧바로 검에 의지해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적수노사는 여유로웠다.

비웃음을 얼굴 가득 그리며, 마치 춤이라도 추듯 그런 걸음으로 수룡검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수룡검은 더 이상 항거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은 듯했다.

"큭큭큭, 어린 놈의 새끼. 죽어라. 여동생은 이 어르신이 잘 보살펴 주겠다, 큭큭. 끝이다."

적수노사의 오른손이 붉게 물들었다.

번쩍 치켜올린 그 손으로 수룡검의 머리를 내려치려는 순간이었다.

"그만. 거기까지."

캬! 멋지지 않은가?

수룡검이 막 적수노사의 수강에 의해 머리가 터져 죽으려는 순간.

내가 몸을 일으키며 나직한 음성으로 그리 말한 것이다.

순간 적수노사와 수룡검은 물론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아! 이 느낌, 이 시선.

기억은 안 나지만, 광천마제 시절에 아주 많이 받아 봤던 것 같다.

나쁘지 않다.

난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을 떼어 적수노사와 수룡검을 향해 다가갔다.

느껴진다.

내 몸속에서 휘몰아치는 이 갑자가 넘는 무지막지한 내공이 모두 느껴진다.

최대한 자제하려고 했지만, 내 얼굴에서 피어나는 웃음꽃을 모두 감출 수는 없었다.

그런 나를 보는 적수노사.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더니 인상을 구기기 시작했다.

다시 내가 다섯 걸음을 넘겼을 때, 그는 수룡검을 완전히 잊고 나에게 모든 정신을 쏟았다.

자세까지 제대로 갖춘 게, 전력을 다해 날 상대하려는 모습이었다.

나?

계속 웃음만 났다.

그냥 이 갑자도 아닌, 수룡검을 통해 보고 느끼고 깨달은 신겁합일과 절정의 경지가 고스란히 내 몸과 머리에 각성하여 깨어났기 때문이다.

적수노사의 호흡, 움직임, 심지어 그의 기운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까지 보고 느껴진다.

놈은, 내 상대가 아니다.

"건방진 새끼! 죽어라!"

초조했나 보다.

겁이 났을 것이고.

적수노사가 수룡검을 상대할 때와는 달리, 잔뜩 흥분한 모습으로 나를 향해 몸을 날렸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쾅쾅쾅쾅쾅쾅!

일 합이었지만, 그 일 합에 수십 번에 달하는 공방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우각당에서 얻은 낡은 검은, 내 이 갑자의 기운을 버티지 못하고 모두 터져 검의 손잡이만 남았다.

그리고 적수노사, 그는 열 장 뒤로 무너진 전각의 잔해 위에 온몸이 난도질 되어 피를 흘리며 즉사하였다.

난 곧바로 시선을 칠검문주 등에게로 보냈다.

하얗게 질린 얼굴들.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마구 떨어 대고 있다.

그런 놈들을 향해 짙은 비웃음을 날려 주었다.

도사의 비웃음이 아니다.

광천마제의 비웃음, 지옥에서 온 대마두의 비웃음이다.

"의제."

"네, 형님!"

"이젠 없애지."

"넵! 총공격하라! 한 놈도 남기지 말고 모두 죽여라!"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의제가 몸을 날리며 그리 명령했고, 곧바로 한해북, 천예휘 그리고 우각당 왈패들이 고함까지 지르며 적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 전에.

쉬이이이이이익.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의제가 칠검문주의 목을 베기 바로 전, 내 강기 다발이 적진에 뿌려졌다.

"으아아아악!"

"살려 줘!"

"아아악!"

신검합일, 절정의 경지, 그리고 이 갑자가 넘는 내공.

내 엄청난 강기 다발에, 그렇지 않아도 정신을 차리지도 못한 상태로 우각당의 공격을 막으려던 정도 문파 놈들은 싸울 의지마저 꺾이고 말았다.

이미 절반은 팔다리가 잘려 바닥을 구르고 있었고 말이다.

곧바로 의제의 대도에 칠검문주의 목까지 날아가 버리자, 적들은 아예 정신이 나간 모습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용서할 왈패들이 아니다.

아니, 천예휘 저 계집은 일 다 끝나니 이제야 열심히 활약하는군.

제 오라비 피떡 되었을 때는 숨죽여 숨어 있더니, 쯧쯧.

아무튼 의제, 한해북, 천예휘를 막을 고수는 없었고.

칠검문, 풍진방, 쌍창호문 등의 만리현 정도 문파 놈들은 순식간에 전멸하고 말았다.

우각당 왈패 중 다친 이는 몇몇이 있긴 했지만, 단 한 명도 죽지 않았다.

완벽한 승리였다.

"와아아아! 이겼다!"

"우리가 이겼다!"

"정파 놈들을 모두 쓸어버렸다!"

"와아아아아아!"

이미 초토화가 된 칠검문의 큰 뜰에 우각당 왈패들의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왈패들이 그러는 사이, 어느새 몸을 상당히 추스른 수룡검과 의제, 천예휘, 한해북까지 조용히 내 곁으로 다가왔다.

난 의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의제가 곧 환호가 가득한 우각당 수하들을 향해 큰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모두 집중!"

팔팔 뛰며 환호하던 우각당 왈패들이 일시에 그 동작을 멈추었다.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그렇게 찾아온 정적.

의제는 물론 나와 수룡검, 한해북, 천예휘까지 매우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그들도 보았다.

왈패들 역시 곧 무언가 더 있음을 알고 경계하는 얼굴들이었다.

"우각당의 형제들에게 명령한다! 지금 당장, 당보를 포위하라! 지금!"

의제의 단호한 명령, 외침.

우각당 왈패들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몰랐지만, 곧바로 박도를 다시 꺼내 들이밀며 당보를 겹겹으로 포위했다.

당보, 기억하는가?

내가 추하객잔에서 ‘왕따 아죽을 구해라' 작전을 펼칠 때, 아죽을 괴롭히는 놈들의 신상 정보를 쪽지로 건네주던 전달책 말이다.

당중유계(黨中有鷄, 우각당에 닭이 있다).

놈이다.

놈이 닭이다.

"큭큭큭큭. 아하하하하하!"

난 어깨를 흔들흔들하고 얄미운 웃음을 마구 터뜨리며 겹겹이 포위된 놈에게로 다가갔다.

놈은 놀람과 두려운 얼굴을 할 뿐이다.

심지어 놈,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시선을 의제에게로 향했다.

"당, 당주님…… 갑자기 저를 왜? 왜입니까?"

의제는 답하지 않았다.

그저 분노한 얼굴로 놈을 노려볼 뿐이었다.

내가 다시 얄미운 웃음을 가득 내뱉으며, 몸까지 흔들흔들.

큭큭큭.

아나, 너무 좋다.

놈에게 말했다.

"야, 이제 그만해. 다 걸렸어, 닭대가리 새꺄, 큭큭큭큭."

놈의 연기는 끝나지 않았다.

동공까지 심하게 흔들리며, 그 무엇도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할 계획은 아니었다.

칠검문 등을 모조리 쓸어버리고, 수룡검의 도움을 받아 닭의 목을 베어 버릴 생각이었다.

수룡검이 전면에 나서고 의제, 한해북, 천예휘, 거기에 우각당 왈패 녀석들을 칼받이로 쓰면 충분히 싸워 볼 만하다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돌발 변수, 적수노사가 출현했다.

수룡검은 피떡이 됐고, 칠검문 등을 쓸어버리는 계획을 넘어 닭을 잡는 계책까지 동시에 포기하려 했다.

그런데 전화위복!

캬! 진짜 좋은 사자성어다.

내가 잃어버린 무공을 되찾은 것이다.

이 갑자가 넘는 내공과 절정의 경지.

크크크큭.

수룡검이 내상을 심하게 입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의제와 한해북, 천예휘는 멀쩡하다 못해 힘이 철철 넘친다.

팔십 명에 달하는 왈패 녀석들도 닭의 힘을 충분히 빼 놓을 수 있고.

사실 처음 이 계책을 세웠을 때, 닭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젠 확실하다.

놈은 여전히 고수의 경지고, 나는 절정이다.

수룡검까지 있다.

오늘, 닭 모가지 비튼다.

"도대체……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큭큭큭. 새꺄, 연기 그만하라니까."

"……?"

"캬! 너 진짜 대단하다. 진짜 대단해. 어떻게 그렇게 감쪽같이 속일 수 있냐? 닭대가리가 사람과 어울리더니 사람 수준의 지능이 됐네? 큭큭."

"전…… 전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만하라고, 닭대가리 새꺄. 다 걸렸다고. 너 오늘 끝이야. 여기서 죽어, 큭큭."

"……."

고요한 정적 속, 놈과 나의 대화만이 들렸다.

의제와 한해북, 수룡검은 나를 확실히 신뢰하고 있지만, 천예휘는 반반인 것 같다.

왈패들은 이게 어찌 된 영문인지 여전히 모르겠다는 얼굴이고.

상관없다.

오늘 닭 잡는다는 생각에 내 얼굴에서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곧.

닭의 흔들리던 동공이 멈추었다.

표정까지 굳어 버렸다.

"어떻게…… 어떻게 안 것이지?"

"큭큭큭, 새끼, 이제야 본 모습을 드러내는군."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다, 광마야."

"캬! 오랜만에 듣는군. 광마라는 소리."

"마지막으로 묻겠다. 어찌 알았느냐? 내가 나인지."

"야!"

"……."

"우각당에서 닭고기 안 먹는 새끼, 너밖에 없어."

놈의 얼굴이 처참할 정도로 일그러지는 순간이었다.

당중유계, 놈이 누군지 알아내는 방법은 너무 간단했다.

의제에게 말해 우각당 왈패 전체를 불러 식사를 했고, 닭고기 요리를 잔뜩 내왔다.

이 모습을 의제가 모두 지켜보았고, 유일하게 닭고기를 안 먹는 당보를 찾아낸 것이다.

"왜지?"

"뭐가?"

"왜 날 배신했냐고."

"배신? 누가 누굴 배신해? 큭큭큭. 닭대가리 새끼. 아직 상황 파악 안 되는 모양인…….

쉬이이이이이이익.

갑자기 닭이 자신의 허리에 매달린 박도를 잡더니, 그것으로 원을 그리며 휘둘렀다.

곧.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한 수였다.

그 한 수로…… 아! 이게 아닌데.

다 죽었다.

수룡검도, 의제도, 한해북도, 천예휘도, 우각당의 팔십여 왈패들까지.

모두 그 한 수에 시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갈기갈기 찢기고 터져 버려 죽었다.

칠검문의 뜰 자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거친 땅이 되어 버렸다.

나와 계효보가 서 있는 자리, 지름 반 장만이 멀쩡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계효보는 이 믿기 힘든 짓거리를 하고도, 꼿꼿이 선 상태로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놈, 놈이 변했다.

내가 알던 닭이 아니다.

지금의 나, 각성한 나조차 놈의 일초지척이 되지 않는다.

"육 갑자 반이다."

"……?"

"내 내공. 이미 육 갑자 반이라고."

머리를 굴리려고 굴린 게 아니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내 머리가 빠르게 굴러 회귀와 닭의 내공을 계산했다.

열 번째 회귀 때 계효보는 단전이 파괴되고 근맥이 잘렸다.

그때 내공을 모두 잃었다.

아마 요술로 단전을 회복하고 잘린 근맥을 치료한 것 같다.

더불어 내가 잘게 편으로 잘라 말린 심토만력근의 절반 부분을 복용했다.

반 갑자의 내공을 다시 얻게 된 것이다.

그리고 열한 번째 회귀.

심토만력근을 고스란히 복용하고 그 기운을 모두 내공으로 전환했다면 내공 일 갑자를 추라고 얻었을 것이다.

그럼 일 갑자 반이다.

열두 번째 회귀를 다시 거치고, 열세 번, 열네 번…… 지금 회귀가 열여섯 번째다.

놈의 내공, 육 갑자 반이 맞다.

돌겠군.

설마설마했지만, 그걸 정말 다 내공으로 전환했을 줄이야.

"네가 귀정사에서 진공을 통해 배운 무학, 무리, 깨달음. 그 또한 모두 내 것이 되었다. 내가 아는 만큼 너도 알 것 아니냐? 절정의 벽을 깨지 못하고 있지만, 이미 그 무(武)의 깊이가 무림의 상식을 벗어난 상태라는 것을."

놈의 말이 맞다.

단순한 무림의 상식으로 놈과 나의 경지를 논할 수 없다.

난, 나는…… 그냥 믿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놈과의 악연을 그저 빨리 끊고 싶었던 조바심이었다.

그래서 무리수를 뒀고,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고 말았다.

아! 작은 사부.

작은 사부에게 도움을 요청할까 말까를 수백 번이나 고민하다 이런 결정을 내렸는데, 참패다.

이제 와 후회한들 무엇하겠는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으니 그랬던 것을.

"다시 묻겠다."

"……?"

"왜지?"

"뭣을?"

"난 너를 믿었다. 그런데…… 그런데 도대체 왜 날 배신한 것이지?"

놈이 진지한 눈으로 날 바라본다.

그 눈빛에 짙은 실망감이 묻어 있다.

과연, 내가 놈을 배신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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