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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두가 된 이유-41화 (41/245)

41화

"우리 아죽이 많이 컸네? 여기도 많이 컸고, 큭큭큭."

"큭큭."

추하객잔 이 층.

화려한 비단옷을 입은 중년의 돼지가, 식탁 위에 음식을 놓고 차를 따르는 아죽의 거시기를 조몰락거리며 놀리고 있다.

같은 자리에 있는 칼 찬 놈 역시 이를 보며 즐기고 있고.

"이제 장가가도 되겠다. 내가 소개시켜 주랴? 남자도 괜찮아? 큭큭큭."

아죽은 얼굴이 시뻘게지고 창피함과 괴로움에 엉덩이를 연신 뒤로 빼 보았지만, 놈의 손길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죽이 대답 안 해?"

"전, 전 괜찮습니다, 왕 대인."

"장가는 가야지. 아님, 그냥 우리 집으로 들어올래? 내가 잘해 준다니까, 하하하."

"맛있게 드십시오."

차를 다 따른 아죽이 서둘러 인사를 하고 자리를 뜨려 했다.

그때 왕 대인이란 돼지가 칼 찬 놈에게 눈짓을 보냈고, 칼 찬 놈이 아죽의 발을 교묘하게 걸었다.

아죽은 곧 다리가 꼬여 옆으로 넘어졌고, 동시에 식탁이 쓰러지며 접시 등이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너 이 새끼!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왕 돼지가 아죽을 향해 호통을 쳤다.

"전…… 전…….

억울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아죽.

거의 동시에 추하객잔의 주인이 허겁지겁 달려왔다.

"아이고, 왕 대인. 죄송합니다. 이 녀석이 또 사고를 쳤네요."

"내가 오늘은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네. 어디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이렇게 장사하면 어떡하나?"

퍽!

퍽퍽!

"이런 빌어먹을 새끼."

쓰러진 아죽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내리 세 번이나 강하게 내리친 건 객잔 주인이었다.

아죽은 억울함 때문인지 아픔 때문인지, 입도 열지 못하며 눈물만 하염없이 흘려대고 있었다.

"왕 대인, 제가 교육을 단단히 시키도록 하겠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어험, 매번 같은 소리군. 하지만 오늘은 나도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이 녀석은 내가 직접 교육시키겠네."

엄포를 놓는 왕 돼지와 객잔 주인의 얼굴.

내가 잘못 본 건가?

순간 음침한 미소가 드리웠다가 곧 사라졌다.

아! 잘못 본 게 아니다.

왕 돼지가 은밀히 객잔 주인에게 무언가를 건넨다.

은자다.

그것도 다섯 냥이다.

-‘적당히 하셔야 합니다. 내일도 일해야 하니까요. 네?’ ‘큭큭. 어디 한두 번 하나? 이번 상행에 짜증 나는 일이 많았어. 좀 풀어야겠어. 내일 일하는 데 지장 없게 알아서 잘할 테니, 걱정 마시고.’‘네, 대인. 매번 고맙습니다. 큭큭’이라고 둘이 대화를 나눴소.

왕 돼지가 객잔 주인에게 은자를 건넨 후 둘이 대화를 나눴다.

너무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눠 그게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허리를 그쪽으로 기울이고 고개까지 쭉 빼어 들으려고 애를 썼더니, 한해북이 내게 이런 전음을 보내온 것이다.

난 고마움의 표시로 그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여 줬다.

"따라와라, 이 녀석아."

"잘못했어요.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엉엉엉."

본격적으로 왕 돼지가 아죽을 끌고 가려 하자, 아죽은 기가 질려 울며불며 용서를 구하고 애원을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손찌검뿐이었다.

퍽!

퍽퍽!

"이 새끼가, 내 비싼 옷 다 더럽혀 놓고. 용서? 그럼 옷값을 배상하던가! 아니면 몸으로 때워야지!"

퍽퍽!

"따라와!"

아죽의 뒷덜미를 잡고 강제로 끌고 가는 왕 돼지.

아죽은 너무 쉽게 체념해 버렸다.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면서도 이내 용서를 구하거나 애원하는 일조차 하지 않았다.

마음이 아프고 쓰렸다.

오랜 괴롭힘에 습관화가 되어 버린 탓이리라.

내가 더 열받는 건.

아죽이 끌려가는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신의 손에 들어온 은자만을 보며 입을 헤벌쭉 벌리는 객잔 주인이었다.

그리고 다른 손님들.

몇몇은 인상을 구기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왕 돼지의 호위 무사로 보이는 자가 두려워 감히 나서려는 이는 없었다.

심지어 몇몇은 아죽이 맞고 끌려가는 모습을 보며 키득키득 웃기까지 했다.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타락해 버렸는지.

마음이 더 아프고 쓰렸다.

-당보가 옵니다.

아죽의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 한해북에게서 전음이 왔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우각당의 당보라는 녀석이 빠른 발걸음으로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스치듯 우리 식탁을 지나갔다.

당보가 지나간 우리 식탁 위에는 작은 쪽지가 하나 남겨져 있었다.

왕부등, 사십팔 세, 비단 장수, 한두 달에 한 번 상행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추하객잔을 들러 아죽을 때림.

상행에서 받았던 피로, 시달림, 짜증 등을 해소하기 위함.

완열, 호위 무사, 일류로 추정.

둘을 죽이면 처리가 곤란할 수 있음.

그래도 형님이 원하시면 죽이십시오.

뒤처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한 무사님, 가시죠."

쪽지의 내용을 모두 읽은 후 한해북을 향해 말했다.

내 말에 한해북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와 그는 곧장 아죽이 끌려간 객잔 후원으로 향했다.

* * *

"머리 박아."

말없이 머리를 박는 아죽.

이젠 눈물까지 말라 버렸다.

"오, 이젠 제법 자세가 나오네? 때릴 맛이 더 나는군."

퍽!

쿵당탕.

"원위치."

퍽!

쿠당탕.

"원위치. 어쭈? 이 새끼 이제 대답 안 하네?"

퍽퍽퍽!

말라 버린 줄 알았던 아죽의 눈에서 다시 힘없는 물줄기가 흘러내렸다.

동시에 그의 바지가 축축이 젖어 버렸다.

"아! 새끼, 오늘은 일찍도 지리네. 그럼 덜 때릴 줄 알았냐?"

퍽퍽퍽!

퍽퍽!

그나마 다행이다.

난 놈이 아죽에게 변태 짓거리를 할 줄…… 휴우.

됐다.

아죽이 그동안 그 짓거리를 당하지 않은 것에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놈과 놈의 호위 무사 둘 다 거시기를 잘라 버렸을 테다.

그렇다고 놈들의 사악한 괴롭힘과 구타를 용서할 생각은 없다.

계책도 계책이지만, 저놈들은 진짜 나쁜 놈들이다.

"동작 그만."

내가 나직한 음성으로 천천히 걸어 나가며 놈을 제지했다.

막 아죽을 향해 발길질을 하려던 놈은 곧 동작을 멈추고 놀란 눈으로 날 보았다.

"뉘신지……?"

"협객."

내 대답에 인상을 구기는 왕 돼지.

"남의 일에 괜히 끼어들었다가 사나운 꼴 당하지 말고 그냥 가쇼."

"협객이라고 했잖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협객."

"하! 미친 새끼. 완 무사, 처리해."

"넵!"

호위 무사 완열은 검객이다.

왕 돼지의 명령에 완열이 곧장 출검을 해 나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퍽!

쿵당탕탕.

한해북의 발길질에 뒤로 다섯 바퀴나 땅을 구르는 놈이었다.

의제가 당보를 통해 건넨 완열의 정보가 잘못됐음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완열은 보기에는 그럴듯하나 일류가 아닌 이류 수준의 무사였다.

퍽퍽퍽!

"끄아아아악!"

퍽퍽퍽!

퍼퍼퍼퍼퍼퍼퍽!

한해북의 구타는 빠르고 강했으며 쉼이 없었다.

완열이 기절했다 깨어나고 다시 기절하고를 몇 번이나 반복하고 있음에도 계속 때리는 중이었다.

한마디로 살벌했다.

난 그런 한해북과 완열에게서 시선을 떼어 왕 돼지를 향했다.

이미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어 대는 놈이었다.

"야."

털썩.

내 부름에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무릎부터 꿇는 왕 돼지.

난 놈을 향해 내가 아는 초식 중 가장 멋진 자세로 도약해 몸을 날렸다.

날아 차기다.

그리고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퍽퍽퍽!

퍼퍼퍼퍼퍼퍼퍼퍽!

"으아아아아악! 살려 주십시오, 대협! 사람 살려!"

"돼지 살려라고 해!"

"돼지 살려! 으아아악!"

"돼지니까 꿀꿀 해야지!"

"살려 주십시오, 대협! 꿀꿀! 으아아악! 꿀꿀!"

완열과 왕 돼지를 한 식경이나 두들겨 팬 후에야 나와 한해북의 구타는 멈추었다.

화려한 비단옷은 진즉 다 찢어졌고, 그렇지 않아도 커다란 대두였던 왕 돼지의 얼굴은 두 배나 더 커졌다.

놈들은 그런 상태로 무릎을 꿇고 내 설교를 한참이나 들어야 했다.

"야."

"넵. 꾸우울꿀."

"정확히 대답 안 해?"

"넵! 꿀꿀."

"복수할 거야?"

"아닙니다, 꿀꿀."

"나 없을 때 여기 또 올 거 아냐?"

"절대 아닙니다, 꿀꿀."

"만리현이 아니라 남창 근처에도 오지 마. 남창에서 널 다시 만나면, 그때는 진짜 눈깔을 뽑고, 거시기를 자른 다음 목을 베어 버릴 테니까. 알았어?"

"넵! 꿀꿀."

"보상금."

"네?"

"어쭈?"

"넵. 꿀꿀. 그런데…… 무슨 보상금…… 꿀꿀?"

"이 돼지 새끼가."

퍽퍽퍽!

퍼퍼퍼퍼퍼퍽!

다시 한참이나 신나게 놈의 비곗덩이를 두드려 줬다.

"생각났습니다, 꿀꿀!"

"그래?"

"넵! 꿀꿀."

바닥에 웅크린 자세로 한참 두들겨 맞던 놈이, 내 발길질이 멈추자 얼른 일어났다.

그러더니 이내 자신의 전낭을 통으로 나에게 건넸다.

"이걸 왜 나한테 줘?"

"아, 넵. 꿀꿀."

전낭을 통으로 아죽에게 건넸다.

아죽은 놀라고 두려워 감히 받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그런 아죽을 향해 내가 사부를 흉내내 한없이 인자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손을 뻗지 못하는 아죽.

"야, 왕 돼지."

"넵! 꿀꿀."

"돈만 건네면 끝이냐? 마음의 상처. 사과를 해야 할 거 아냐."

"아, 넵! 꿀꿀. 아죽아, 아니 아죽 공자님.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부디 제 사과를 받아 주시지 않으면 여기서 혀를 깨물고 자결하겠습니다. 제발…… 제발 받아 주십시오."

왕 돼지는 간절했다.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결국 왕 돼지가 아죽의 손에 전낭을 강제로 넘기듯 건넸다.

"왕 돼지, 내 경고 무시하지 마라. 난 뱉은 말은 꼭 지키니까."

"남창은 물론, 강서 땅에 아예 얼씬도 하지 않겠습니다. 제 목숨은 물론 조상님들까지 다 걸고 맹세합니다, 대협. 꿀꿀."

"좋아. 한번 믿어 보지. 이만 꺼져. 꼴도 보기 싫으니까."

"감사합니다, 대협. 꿀꿀!"

* * *

이소향, 타작루 기녀 오 년 차.

앵월, 타작루 기녀 삼 년 차.

춘녀, 타작루 기녀 이 년 차.

진상 손님을 받은 다음 날에는 꼭 추하객잔에 와 아죽에게 그 분풀이를 함.

남자들보다 더 손속이 더 잔인함.

죽여도 문제없이 처리 가능합니다.

타작루?

무슨 기루 이름이 이래?

아니, 그보다!

위기다.

"휘이익."

쪽지를 읽은 내가 급히 창밖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막 추하객잔을 벗어났던 당보가 뒤를 돌아보았다.

난 그에게 손짓을 했고, 곧장 당보가 다시 객잔 이 층으로 올라왔다.

그는 우리 식탁을 스치듯 지나갔고, 난 빠르게 적은 쪽지를 그에게 건넸다.

내 신조가 ‘여자는 때리지 않는다’이다.

도움이 필요하다.

잠시 후, 추하객잔 이 층으로 범상치 않은 분위기의 여인이 한 명 올라왔다.

그녀는 이내 나를 향해 공손히 인사를 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타작루의 루주 적화가 공자님을 뵙습니다."

"타…… 타작마녀…… 헙!"

그녀의 인사에 반응한 것은 내가 아닌 한해북이었다.

언제나 냉철했던 그가 놀람을 넘어, 이내 헛바람까지 들이켜며 자신의 입을 두 손으로 막았다.

한해북이 이렇게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저희 기루의 아이들이 곤란한 일을 벌이고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가시죠, 공자님."

난 조금 전 세 명의 기녀에게 아죽이 끌려간 곳으로 적화와 함께 움직였다.

뒤이어 전음마저 떨리는 한해북의 목소리가 내 귓가를 파고들었다.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무가 출신의 여인으로 무공마저 고강한 그녀가 기녀가 됐고, 현재는 자신의 별호를 딴 기루까지 열어 스스로 루주가 됐습니다.

"……."

-아! 적화의 별호가 아까 제가 실수로 뱉은 타작마녀입니다. 손님이고 기녀고, 나쁜 짓을 하면 미친년처럼 때린다고 해서 붙여진 별호입니다. 달리 타작광녀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타작루에서는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손님이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저희 절강에까지 그 소문이 자자합니다.

아무래도 의제가 제대로 된 지원군을 보낸 듯했다.

* * *

찰싹!

"웃어, 새꺄!"

찰싹!

찰싹!

"야! 웃으라고. 이 새끼, 꼴에 남자라고 지금 내 말이 우습냐?"

찰싹, 찰싹!

"얘들아 이 새끼 바지 벗겨 봐. 내가 때리는 거 즐기고 있는지도 몰라."

"호호호, 벗기자, 벗겨."

"그냥 잘라 버릴까? 어제 그 변태 노인네 때문에 지금 짜증 나 미치겠는데. 남자 새끼들 거 다 잘라 버리고 싶어."

"호호호호."

"하하하하."

오늘도 역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눈물만 질질 흘리고 있다.

기녀 세 명에게 사정없이 따귀를 맞으며 농락을 당하고 있는 아죽이었다.

그리고 그때.

내가 등장했고, 곧 아죽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발견하였다.

"혀어엉."

녀석이 힘없는 목소리와 애처로운 얼굴로 울먹이며 나를 불렀다.

‘왕따 아죽을 구해라’ 작전 칠 일째.

드디어 녀석이 나를 ‘형’이라 불렀다.

"적화 루주님, 부탁드립니다."

"네, 공자님. 맡겨 주십시오. 꺌꺌꺌꺌꺌!"

적화는 마녀, 아니 광녀로 변신했고.

이소향, 앵월, 춘녀는 광녀의 매타작을 미친 듯 맞아야 했다.

오! 무적 할매도 그러더니, 확실히 화나면 여자가 더 무섭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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