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사건의 파장은 엄청났다.
화산파에서 본산의 제자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 애지중지하던 수룡검이 죽었다.
거기에 그 계기가 그 여동생의 강간 미수 사건이었다.
또 이로 인해 다시 일백 명 가까이가 죽었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야 했다.
의제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의제는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말을 믿었다.
밤새 나와 함께 있었기에 그럴 시간도 없었다.
우각당에서도 자체적으로 조사를 했다.
철저하게 한 명 한 명, 사건 당시 행적까지 모두 확인하였다.
우각당 내부에서는 흉수를 찾을 수 없었다.
더불어 우각당이 사도도 아닌 흑도, 그러니까 왈패 무리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규율이 매우 엄격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두 의제 때문이었다.
의제는 당규를 정하고, 이를 어기는 이들에게 엄벌을 가했다.
그랬기에 우각당이 왈패임에도 이곳 남창의 무림 문파들 사이에서 버젓이 활동하고 큰 이권을 오래 유지하고 있었을 터였다.
물론, 출신 자체가 왈패라 그 언행을 모두 믿을 수는 없었다.
몇몇은 내가 보기에도 갱생 불가의 확실한 악인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사건 당일의 행적이 명확했고.
천예휘의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빠지고 말았다.
나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
한 달 보름 뒤 화산파에서 매화검수 넷이 우각당을 찾아왔다.
넷 모두 죽였다.
화산파의 매화검수는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나를 흑도 무리라 여기고 우습게 생각한 것이 그들의 패착이었다.
난 이미 수룡검을 통해 절정의 반열에 오른 상태였다.
힘겨웠고 상처도 제법 입었지만, 의제의 도움까지 받아 그들 넷을 모두 죽일 수 있었다.
그때 빨리 떠났어야 했다.
이미 민심은 더없이 흉흉해졌고, 남창에서 우리 외에는 칼 찬 무인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떠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주저하고 있을 때.
화산파에서 다시 사람들이 찾아왔다.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장로 한 명과 매화검수 여덟 명, 그리고 이대제자 서른두 명이었다.
우각당의 왈패들은 한 명도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다.
나와 의제만이 간신히 도주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달 동안 화산파의 추격을 피해 도주하고 또 도주했다.
그리고 어느 날.
한 가지 소문을 들을 수 있었다.
나와 의제에 관한 소문이었고, 이는 우리의 별호에 관한 소문이었다.
사도신마(邪道新魔) 마악치.
우각도마(牛角刀魔) 곽우적.
나와 의제는 그렇게 마두가 되었다.
(하략)
* * *
광마일기의 책장을 덮었다.
그리고 이 뒷부분, 그러니까 내가 회귀한 후 새로이 적기 시작한 일기를 떠올렸다.
수룡검, 그에 관해서는 이미 몇 번이나 기록하였다.
특히, 무적 할매가 나에게 천무지체라는 말을 꺼냈을 때는 이런 기록도 남겼다.
‘분명 나보다 월등히 뛰어난 무재를 타고난 놈을 한 명 알고 있기도 하고.’라고.
귀정사에서 내가 스스로 ‘난 오늘부터 수재다’라는 기록을 남겼을 때도 그렇다.
‘사부도 그렇고, 무적 할매도 그렇고, 진공 스님도 그렇고, 내가 아는 또 한 녀석까지. 주변에 왜 이리도 천재가 많은 걸까?’
여기서 말하는 ‘또 한 녀석’이 바로 수룡검이다.
내가 스스로 천무지체가 아님의 기준을 천무휘로 잡았던 것이다.
의제와 수룡검, 그리고 아구창을 후려갈길 예정인 천예휘까지.
광마일기에서도 특히 이 기록만큼은 매우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수룡검의 천재성까지도 말이다.
기억은 분명 없는데, 일기를 읽는 것만으로 당시의 느낌이 생생한 것 같을 정도다.
수룡검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 그리고 아구창 계집에 대한 분통이 고스란히 내가 직접 겪었던 것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난 마두가 되었지.
열 번을 죽고 열한 번이나 회귀했더니, 이젠 되려 헛웃음만 나온다.
사도신마라.
처음 얻은 별호치고는 어마어마하다.
사도에 새로이 나타난 마두란 뜻이다.
사람들은 나를 두고 정도 무림의 칠룡사봉과 비교하곤 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뭐, 당연한 일이다.
과정이야 어떻게 됐든, 내가 칠룡사봉 중 수좌였던 수룡검 천무휘를 꺾고 죽인 게 맞으니까.
귀정사를 떠나 이곳 남창까지 오며, 말 위에서 또는 쉴 때마다 광마일기의 이 부분을 몇 번이고 읽었다.
이제 바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난 할 수 있다.
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곧 일어날 미래다.
그리고 난, 그 미래를 알고 있다.
미래를 알고 있다는 건, 절대적인 무기가 있다는 뜻이다.
큭큭큭.
이제 본격적으로 내가 활약할 시간이다.
* * *
사건 당일 자시(子時, 23~01시) 추하객잔.
난 이른 저녁부터 멀찍이 떨어져 이곳을 감시하고 있다.
해가 지기 전, 수룡검 혼자 칠검문 소속으로 추정되는 사람들과 객잔을 떠나는 것까지 확인했다.
천예휘 혼자 객잔에 남은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두세 시진이 더 지났지만, 이렇다 할 의심의 정황은 없……. 어?
저 새끼들 분명 우각당의 왈패들이다.
얼굴을 기억하는 건 아니다.
투박한 박도를 허리에 차고, 황색의 배자를 입고 있다.
세 놈이다.
세 놈이 추하객잔의 정문이 아닌 뒷길로 향한다.
난 곧바로 놈들의 뒤를 밟았다.
추하객잔의 으슥한 뒷골목.
놈들이 점소이로 보이는 어린 녀석과 심각한 대화를 나눈다.
툭툭 치기도 하고, 협박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잔뜩 겁에 질리고 주눅이 든 점소이는 울기 직전이다.
뭐지?
조금 더 가까이 가면 대화를 들을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너무 위험하다.
발각될 것이다.
아! 무공만 제대로였어도, 이 거리에서 충분히 놈들의 대화를 들었을 텐데.
그렇다고 의심이 팍팍 가는 상황을 그냥 넘길 수도 없고.
어쩌지?
고심, 갈등.
다시 고심, 갈등.
휴우.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금 관찰하니 확신할 수 있었다.
저들 셋, 모두 삼류다.
발각돼도, 저 정도면 내가 제압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라 할지라도, 죽지 않는다는 뜻이다.
됐다.
조금만 더 접근해 보자.
난 그렇게 도둑고양이처럼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그들을 향해 다가갔…… 쿵탕탕탕.
아! 걸렸다.
실수로 골목에 쌓아 놓은 추하객잔의 빈 식자재 통을 건드렸고, 그것들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무너져내렸다.
동시에 우각당 소속의 세 놈이 나를 노려보았다.
"넌 뭐냐?"
당당해야 한다.
쫄 필요도 없고.
어깨를 활짝 펴고,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나? 여기 손님인데?"
세 놈의 시선이 점소이에게로 향했다.
겁에 질린 점소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보지 못한 손님입니다, 형님들."
"큭큭큭, 여기 점소이가 너 못 봤다는데?"
"지금 들어가서 밥 먹으려고 한다. 그럼 손님이지."
"문은 저쪽인데 왜 이리로 오냐?"
"길을 잘못 들었다."
"변명치곤 꽤 조잡하군, 큭큭큭."
세 놈이 서로 눈을 마주친 후, 사악한 미소와 함께 나를 향해 슬금슬금 다가왔다.
이미 놈들의 손은 박도의 손잡이에 닿아 있었다.
확실히 무슨 엄청난 나쁜 짓을 했기에 살인멸구라도 할 생각인 것 같다.
저놈들이 흉수일 가능성이 구 할, 그 이상이다.
됐다.
빨리 놈들을 물리치고, 일을 해결해야 한다.
"와랏! 더러운 색마 새끼들."
일부러 색마라는 말을 끼워 뱉었다.
그러자 곧바로 반응이 왔다.
"저 새끼 진짜 다 들은 모양이다. 죽여!"
십중팔구도 아닌 십 할 저놈들이 흉수 맞다.
이렇게 쉽게 해결하다니, 역시 난 천재다.
퍽퍽퍽!
퍼퍼퍼퍼퍼퍼퍽!
쿠당탕탕!
"으악! 살려 주십시오, 공자님."
"사람 살려!"
"대협! 잘못했습니다."
삼류 셋 정도는 식은 죽 먹기다.
반 각도 안 되어 놈들을 완전히 제압했다.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고, 코와 입으로 피를 줄줄 흘리며 무릎 꿇고 나에게 용서를 구하는 놈들이다.
용서?
없다.
난 그런 놈들의 기를 확실하게 꺾기 위해 몇 번이고 더 두들겨 팬 후에 점소이에게 다가갔다.
겁에 잔뜩 질려 선 상태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점소이.
"정신 차리고 내 말 잘 들어라."
사정없이 고개를 마구 끄덕이는 점소이.
난 그의 어깨에 손까지 올려 진정을 시키고 다시 말을 이었다.
"일단 천예휘 소저에게는 비밀로 하고, 즉시 우각당으로 가서 당주 곽우적에게 상황을 보고해…… 어?"
목 뒷부분이 따끔했다.
뭐지?
모기가 이렇게 사람을 아프게 무나?
"큭큭큭, 개새끼. 감히 우리가 누군 줄 알고."
목덜미를 잡고 힘겹게 뒤를 돌아보았다.
푹.
푹푹.
목덜미에는 새끼손가락 굵기에 다섯 치(15센티미터) 길이나 되는 침 모양의 암기가 꽂혀 있다.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다.
그 상태로 세 놈이 거의 동시에 내 배에 단도를 쑤셔 박았다.
"야, 그 암상(暗商) 새끼 거짓말 아니었네. 내가 목에 조준을 했는데, 정확히 꽂혔어. 소리도 안 났고."
"놀라 죽는 줄 알았다. 씨팔, 당주가 알면 우리 다 죽은 목숨이었다고. 이 새끼는 어떻게 알고 우리 뒤를 밟은 거지?"
"에이, 우연히 들었겠…… 어? 이 새끼 쓰러졌다."
툭.
난 온몸에 힘이 모두 빠져 그렇게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야, 누가 보기 전에 얼른 데리고 가 묻어 버리자. 수레 가지고 와."
"응. 서두르자. 우선 뭘로 좀 가려. 아죽 이 새끼 입단속 잘 시키고."
"알았으니까, 얼른 수레나 가져와."
* * *
내공이 없다는 건, 무인 특유의 기감 마저 일반인과 거의 같다는 뜻이다.
놈들이 숨겨 두었던 암기를 꺼내고, 그걸 발사하고, 다시 그게 내 목덜미에 꽂힐 때까지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덜커덩, 덜커덩.
피를 흘리며 축 늘어진 나를 놈들은 수레에 싣고 어디론가로 향했다.
풀 냄새 가득한 곳.
어느 야산인가 보다.
툭.
놈들은 나를 그렇게 야산 어딘가에 버렸다.
"아직 살았는데?"
푹.
박도로 내 배를 한 번 더 찔렀다.
"안 묻어?"
"아침 되면 늑대들이 다 알아서 처리하네요. 한두 번 하나? 큭큭."
"그래, 가자. 오늘은 일 치르기 글렀고, 술이나 먹자고."
놈들은 그렇게 큭큭 웃으며 나를 두고 떠났다.
이것이 나의 열한 번째 죽음…… 아직 아니군.
누군가 다가온다.
계효보인가?
그런 것 같다.
"광마야, 아직 살아 있냐?"
툭.
놈이 발로 내 상처를 건드렸다.
"으으윽."
"살아 있었네."
잠시 나를 말없이 보던 놈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엔 무슨 수확이 좀 있냐? 귀정사에서는 왜 그렇게 오래 머물렀냐? 알다가도 모를 놈이네. 뭐, 확인해 보면 알겠지. 다음엔 조금 더 열심히 하자. 응?"
스르릉.
놈이 허리에 찬 검을 뽑았다.
원래 이렇게 죽였나?
그래도 뼛속까지 나쁜 닭은 아닌가 보다.
고통 없이 단칼에 죽이려는 것을 보니.
아! 그나저나 흉수를 알아냈는데, 그걸 광마일기에 적지 못하는 게 한이군.
어쩌지?
"잠깐. 쿨럭."
간신히 목소리를 냈다.
덕분에 검은 피를 한 바가지나 토해야 했다.
내 목을 치려던 놈이 동작을 멈추었다.
"귀정사…… 스님…… 천하제일인."
"뭐? 귀정사의 주지 진공이 천하제일인이라고?"
이 새끼, 어떻게 내 말을 귀신같이 알아듣지?
"그래서 무공을 익혔다는 거야? 진전이 있었어?"
난 힘에 겨워 눈만 깜빡였다.
곧바로 놈의 얼굴이 환해졌다.
"오! 그래? 거짓말하면 알지? 나 지금 너 믿고 있다고."
깜빡, 깜빡.
다시 눈을 깜빡였다.
미소가 더 짙어지는 놈이다.
"궁금…….
"뭐가 궁금한데. 지금 기분 좋으니 다 물어봐, 하하하."
"내 무공…… 어떻게…….
"네 무공을 내가 어떻게 흡수하냐고?"
흡수?
흡수는 또 뭔 소리야?
빼앗는 게 아니야?
깜빡, 깜빡.
"그건 말이야…….
답을 들을 줄 알았다.
하지만 놈은 갑자기 입을 굳게 닫았다.
그러더니 이내 내 앞섶을 뒤져 광마일기를 꺼냈다.
역시 들킨 게 맞았어.
아! 이것도 기록해야 하는데.
아니지, 이젠 광마일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문신만이 유일하게 놈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 젠장!
놈이 내 바지를 벗긴다.
수치스럽다.
아니, 문신도 걸렸나?
빌어먹을!
놈이 거침없이 내 알 두 쪽을 잡아 들고는, 이내 사타구니를 확인한다.
문신까지 걸렸던 거였어!
돌겠네.
완전 좆됐다.
놈은 근처 바위 위에 앉아 광마일기를 빠르게 훑듯 읽었다.
곧바로 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놈의 얼굴이…… 더 환해졌다.
내 가짜 일기를 믿는 것이다.
쓸모없진 줄 알았던 광마일기가, 내 비밀 병기가 되는 순간이었다.
"너…… 너 광마 이 자식, 내가 진즉부터 괜찮은 놈인 줄 알았다니까. 하하하하!"
"궁금…… 쿨럭."
"지난번에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궁금하다고?"
깜빡.
대화를 나눈 게 맞긴 맞나 보다.
"우린 아주 오랜 시간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어. 지금처럼 네가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내가 지혈도 해 주고 상비약도 아낌없이 발라주고…… 아! 지금도 위독하네. 잠시만."
놈은 정말 정성스레 나에게 응급처치를 해 준 후에야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요약해서 말하면, 아직도 믿기 힘들겠지만, 난 요계에서 온 요괴야. 날 괴롭히던 놈들이 날 이곳으로 보냈어. 나에겐 고향으로 다시 돌아갈 힘과 돌아가서 그놈들에게 복수할 능력만 있으면 돼. 널 이용한 건, 그때도 말했지만, 정말 미안해. 너도 그때 날 이해한다며 서로 돕자고 했다고. 정말이야."
"일기…….
"방금 한 말을 광마일기에 다 적어 달라고?"
깜박.
난 소매에 숨겼던 각혼필을 힘겹게 꺼냈고, 눈짓으로 그것을 가리켰다.
놈은 곧바로 그것을 잡아 광마일기에 조금 전 자신이 했던 말들 이상의 내용까지 모두 기록했다.
그리고 그걸 일일이 내게 보여 확인까지 시켜 줬다.
"미안하다. 정말로. 하지만 너도 이걸 저주라고 생각하지 말고 기회라고 생각하면 좋겠어. 난 떠날 것이고, 네가 열심히 하면 광천마제의 힘을 되찾을 수, 아니지. 좀 더 노력하면 광천무신도 될 수 있다고. 내가 최선을 다해 도울게. 정말이야."
"고, 고마…….
"고맙다고? 내가 더 고마워, 광마야. 감격해서 눈물이 다 날 것 같아."
고맙다고가 아니라, 고마하라고(그만하라고), 닭대가리 새꺄.
네가 속는 모습에 웃겨서 진짜로 숨이 넘어갈 것 같단 말이야.
놈은 광마일기를 내 가슴에, 그리고 각혼필을 내 손에 살포시 쥐여 주었다.
"아! 맞다. 놈들. 아까 그놈들 말이야. 넌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네가 처음 회귀했을 때 너를 죽인 게 바로 그 세 놈들이었어. 왕삼, 만삼, 두삼이라고. 이름이 모두 ‘삼’ 자라서, 우각당에서는 삼삼이라고 불린다고 하더라고. 첫 회귀 때도 놈들이 너를 이곳에 버리고 갔었어. 복수하게 이것도 적어 줘?"
"흉수…….
"놈들이 흉수라고? 천예휘 사건을 말하는 거야?"
깜빡, 깜빡, 깜빡.
"알았어. 잠시만."
놈이 다시 광마일기와 각혼필을 가지고 가, 빠르게 글을 쓴 후에 확인시켜 주었다.
"자, 돌려줄게. 휴우. 마음이 항상 무거웠는데, 네가 이해를 해 준다니 너무 고맙다. 나도 마음고생이 정말 심했다고. 이제야 네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광마일기와 각혼필이 내게 돌아왔다.
곧 놈이 나를 죽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다.
놈은 내 옆에 자리까지 잡고 앉더니, 넋두리를 시작했다.
심지어 시선까지 내게 떼어 저 먼 밤하늘을 향한 채였다.
기회다.
난 네 글자를 문신할 수 있었다.
"아파…… 죽여…… 죽여 줘."
"응, 알았어. 고통 없이 보내 줄게. 귀정사에서 얻은 무공은 고맙게 잘 흡수할게. 힘내, 광마야."
쉬익.
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