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먹어."
계효보가 닭고기를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씹기 시작했다.
"엉엉엉. 끄어엉엉. 엉엉. 엉엉엉엉엉."
놈은 하늘이 무너진 것과 같은 울음을 토하며 닭고기를 씹고 또 씹었다.
"맛있지? 더 시켜 줄게, 많이 먹어."
그날 계효보는 닭 요리를 무려 세 접시나 홀로 비워야 했다.
닭대가리야, 이제 시작일 뿐이다.
* * *
"으윽, 머리야. 효보야! 계효보!"
집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상실 때문이 아니라 술 때문에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아니, 그런 척 연기 중이다.
다 기억한다.
"효보 밖에 없냐? 물! 물 좀 떠다 줘!"
잠시 후, 내 방문이 열리며 효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발에 물을 가득 떠 왔다.
그런데 눈은 퉁퉁 부어 있고,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는 게 잔뜩 삐진 모습이었다.
나야 당연히 왜 그런지 안다.
하지만 모른 척해야 한다.
"꿀꺽. 꿀꺽. 크하아아. 이제 좀 살 것 같네. 효보야, 우리 어제 어떻게 들어왔냐?"
"전 빨래할 게 있어서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역시 눈도 안 마주치고 서둘러 방을 나서려는 놈이다.
닭대가리 새끼, 어제 충격이 컸나 보다.
그렇게까지 충격받을 줄은 몰랐는데.
그냥 몸에 열 좀 나고 피부에 반점 생기고, 그런 신체의 과민 반응으로 하루 이틀 앓아누울 것이라 예상하고 한 방 먹인 것이다.
그런데 몸은 멀쩡하고, 대신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것 같다.
닭같이 생겨서 닭을 자신의 동족이라고 착각이라도 하는 건가?
아니면 닭에 관한 무슨 신앙 같은 거라도 있나?
모르겠다.
하지만 첫 반격이 생각한 것 이상의 성공을 거둔 것 같다.
"멈춰."
"……."
내 말에 놈이 방 밖으로 나서려다 걸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역시나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야."
"……."
대꾸도 안 한다.
"휴우, 효보야. 어제 내가 술 마시고 실수한 거 있냐? 왜 그래? 평소하고 달라도 너무 티 나게 다르잖아."
"아닙니다. 그런 거 없습니다."
"날 봐. 내 눈 똑바로 쳐다보라고."
힘겹게 몸을 돌려 나를 향한다.
하지만 역시나 내 눈을 바로 마주하지 않는다.
눈이 빨갛게 물들어 있다.
"휴우, 어제 내가 술 마시고 무슨 실수를 했나 보구나?"
"……."
"효보야."
"……."
"대답."
"네."
힘이 쭉 빠진 소리로 간신히 대꾸하는 녀석이다.
"뭔데? 말을 해야 내가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지."
"그런 거…… 없어요."
"명령이야. 어제 있었던 일 다 말해."
"별일 없었다고 아까 말씀을…….
"명령이다."
"존, 존명."
효보가 내 눈치를 슬쩍 살피는가 싶더니, 이내 어제 있었던 일을 조심스레 꺼내기 시작했다.
마지막에는 눈물까지 한 방울 뚝 하고 떨구는 놈이었다.
큭큭큭.
속으로 배꼽을 잡고 비웃었지만, 겉으로는 한없이 미안한 얼굴을 했다.
"내가? 내가 정말 그랬어?"
고개만 슬쩍 끄덕이는 놈.
"휴우, 아! 내가 미쳤다. 나의 충신, 내가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는 네게 어쩌다가…… 효보야! 내 맘 알지?"
"네. 전 괜찮습니다."
"아니야. 이대로 그냥 넘어갈 순 없어. 음…… 그러니까, 그래! 그게 좋겠다."
내가 목소리에 힘까지 주어 외치자, 계효보 놈도 뭔가 약간의 기대에 찬 얼굴로 나를 보았다.
"무공! 내가 오늘부터 친히 너에게 무공을 전수해 주겠다. 광천마제…… 아니, 아무튼 내 정신이 조금 오락가락하긴 하지만, 내가 무공에 있어서 천재인 거 알지?"
조금 전까지 시무룩해 있던 녀석이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고개를 마구 끄덕인다.
광천마제 시절의 내 천재적 그리고 가공할 무위를 알기에 저리 반응하는 것일 테다.
"내가 친히 너에게 무공을 전수해 주겠다. 너 지금 절정의 벽에 막혀 있는 상태 맞지?"
또 고개를 마구 끄덕인다.
"그깟 절정의 벽, 내가 함께 깨 주마. 아니! 네 무재를 근본부터 뜯어고쳐 주겠다."
"무…… 무재를 바꾸는 게 가능한 일입니까?"
"크하하하하! 네가 나를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하는구나. 나 광천마제…… 아니. 나 마악치야, 마악치! 나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솔직히 네 무재가 항상 떨어지는 것 같아 고민이긴 했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굉장히 고통스러운 과정이 있을 테다. 할 수 있겠나?"
"넵! 물론입니다, 주군! 감사, 감사합니다!"
"크하하하하! 좋다! 일단 시작하면 뒤로 물리긴 없다! 지옥의 특급 수련, 이제 시작이다. 가자, 효보야!"
"존! 명!"
닭대가리 새끼.
넌 죽었어.
* * *
퍽!
퍽퍽!
퍽퍽퍽!
퍼퍼퍼퍼퍽!
"일어나! 그 정도로 쓰러지면 어떡해?"
"넵!"
만신창이가 된 녀석이 급히 일어나 기수식을 취했다.
"내가 말했지! 검을 잡았을 때는 항상 네 머리를 최대치로 활용해야 한다고. 싸움은 실전이고, 실전은 곧 목숨이야! 찰나라도 다른 생각을 하면, 네 목숨이 끝난다. 집중! 알겠나!"
"넵!"
"다시 간다. 이번엔 왼쪽이다!"
"오십시오!"
오른쪽을 때렸다.
이 새끼, 닭대가리 맞다.
퍽퍽!
퍼퍼퍼퍼퍽!
"다시!"
"넵!"
퍼퍼퍼퍼퍼퍽!
"한순간이다. 깨달음을 얻는 그 순간, 지금까지의 모든 고통은 환희로 가득 찰 것이다. 일어나!"
"넵!"
퍼퍼퍼퍽!
"천무지체까지는 아니라도, 분명하게 네 무재를 바꿀 수 있다. 나는 확신하고 이미 그 가능성을 보았다. 포기하겠나?"
"아닙니다!"
"일어나! 다시!"
"넵!"
퍼퍼퍼퍼퍼퍽!
이 새끼 닭대가리 진짜 맞네.
내가 무슨 신도 아니고 어떻게 타고난 무재를 바꾸겠는가?
소림사의 대환단이라도 한 열 알 주면 모를까.
아니, 그걸로도 불가능하다.
닭은 태어날 때부터 닭이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호랑이가 될 수 없다.
심지어 놈과 나는 같은 고수급의 경지다.
내가 무슨 수로 놈의 무재를 바꾸고 절정의 벽을 깨 주겠냔 말이다.
나도 못 깨고 있는 절정의 벽을.
석 달째 나와 계효보의 비무를 통한 수련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당연히 계효보에게 내공을 사용 못 하게 했다.
나와 같은 조건에서 오로지 검법으로 비무를 한다.
나는 사문의 천하제일신공을 사용했고, 놈은 당연히 자신의 구전백환검을 썼다.
구전백환검도 상승에 속하는 검법이 맞긴 하다.
하지만 어디 우리 사문의 천하제일신공에 비교하겠는가?
같은 경지라도, 그 사용하는 무공에 차이가 있어서 계효보는 첫날 비무부터 나에게 무지막지하게 두들겨 맞았다.
그 이후부터는 더 간단했다.
계효보는 나와 매일 비무를 하면서도 조금도 무공이 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일일신 우일신(日日新 又日新)이라는 말처럼, 하루하루가 다르게 무공이 발전했다.
첫날 놈과 나의 무공 격차는 거의 없었지만, 석 달이 지난 지금은 같은 고수의 끝자락이라도 그 격차가 어마어마하게 벌어진 상태다.
놈을 더 쉽게, 또 더 아프게 온종일 때릴 수 있다.
더 웃긴 건, 이 닭대가리가 지금 진지하게 이 수련에 임하고 있다는 거다.
진짜로 내가 자신의 무재를 바꾸어 줄 거라 기대하고 있다.
내가 수련을 핑계로 자기를 두들겨 패고 있음은,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더 두들겨 팰 거다.
놈에 대한 나의 증오와 분노는-물론 기억은 안 나지만-이딴 정도로 쉽게 사그라들 것이 아니다.
* * *
"대민 봉사?"
"네, 사부님. 무릇 참된 도인은 백성들의 어려움을 알고 또 이를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허허허, 우리 악치가 정말 진짜 도사가 다 되었구나. 그래, 어서 아랫마을로 가서 도움이 될 것을 찾아보도록 하여라."
"네, 사부님. 효보도 같이 가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한 손이 돕는 것보다 두 손이 도우면 더 낫지 않겠느냐? 허허허."
"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효보를 데리고 아랫마을로 향했다.
* * *
"효보야, 장 씨 아저씨네 밭 다 갈았냐?"
"네, 주군."
"그럼 주 아저씨네 밭도 갈아라."
"네. 네."
놈이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헉헉 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닦으며, 주 아저씨네 밭으로 걸음을 옮겼다.
놈의 피부는 마치 저 먼 땅에서 왔다는 흑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새까맣게 타 있다.
온종일 뙤약볕 밑에서 중노동을 한 게 벌써 넉 달째니, 자연스레 그리된 것이다.
마을 사람 중 이번 겨울 땔감을 걱정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계효보가 다 해 놨다.
밭도 주 아저씨네 밭만 갈면 더 갈 곳도 없다.
덕분에 마을에 몇 마리 없는 소들이 투실투실 살이 많이 올랐다.
농번기에 소들이 해야 할 일들을 계효보가 모두 대신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을의 집들도 초라한 초가지만 삐까뻔쩍한다.
계효보가 마을 초가의 지붕을 죄다 수리했기 때문이다.
마을의 시골길도 여느 도읍 못지않게 깨끗하게 잘 정돈됐다.
계효보가 새벽마다 내려와 길을 쓸기 때문이다.
나?
나는 관리다.
현장 감독, 작업 반장, 뭐 이런 거 말이다.
아름드리나무 그늘에서 대낮부터 고기를 뜯고 술을 퍼마시며 놈을 관리한다.
비무 수련?
그것도 매일 밤 빼먹지 않고 매일 한다.
복수에 매질이 빠질 수야 없지 않겠는가?
시간은 그렇게 빠르게 흘렀다.
아니, 내 반격의 시간이 그리도 빠르게 지나갔다.
이제 몇 달만 있으면 스물한 살이 된다.
* * *
"정말이냐, 악치야?"
"네, 사부님. 효보의 요기가 깨어나는 듯합니다. 아니, 이미 깨어났습니다. 이대로 두면, 아랫마을은 물론 천하에 큰 재앙이 닥칠 것입니다."
"어허, 어허. 이를 어쩌면 좋다는 말이냐?"
"사부님."
진지한 목소리로 사부를 부르자, 사부가 근심 가득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저, 믿으시죠?"
사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차마 효보의 목숨을 빼앗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제 수하이자 친우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그렇다마다."
"그렇다고 무고한 민초들에게 해악을 가하게 할 수도 없습니다."
"어쩌면 좋단 말이냐?"
"단전을 파괴하고 근맥을 잘라야 합니다."
사부의 얼굴에 어두운 그늘이 가득 드리워졌다.
"사부님, 제 마음도…… 아픕니다. 하지만 꼭! 약속하겠습니다. 제가 효보를 반드시 착한 사람으로 만들겠습니다."
사부가 슬픈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부, 미안해요.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가 죽어요.
그것도 계속.
* * *
의외였다.
계효보가 반항할 줄 알았다.
하지만 놈은 반항하지 않았다.
놈이 반항할 줄 알고 사부한테 거짓말까지 한 건데.
아무튼 놈은 살려 달라고, 용서해 달라고 서럽게 울며 빌기만 했다.
그 모습에 사부는 차마 손을 쓰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직접 놈의 단전을 파괴하고 사지의 근맥을 모두 잘랐다.
아쉬운 것은, 놈의 요기(妖氣)를 어쩌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부의 말에 따르면, 요기는 내기와 달라 단전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하였다.
목숨을 끊어야 놈의 요기마저 파훼할 수 있다고 했다.
됐다.
우선 무공을 사용하지 못하니, 놈은 아무것도 못 한다.
천천히, 더 지독하게 고통을 준 다음 죽일 것이다.
그게 나, 광천마제 마악치의 방식이니까.
* * *
"효보를 이대로 홀로 두고 떠나도 되는 것이냐?"
"벽곡단도 두 항아리나 만들어 줬잖아요. 걱정 마세요. 효보도 참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어요."
"어허, 효보가 다시 예전의 효보로 돌아왔으면 좋겠구나."
"네. 제가 약속했잖아요. 꼭 그렇게 만들게요, 사부님. 우린 어서 절강 항주로 떠나요."
계효보를 광에 가둔 후 사부와 여행을 떠났다.
사부는 모르지만, 떠나기 전 계효보의 사지를 굵은 쇠사슬로 꽁꽁 묶어두었다.
놈에게서 뺏은 돈으로 먼 마을 대장간까지 가서 사 온 쇠사슬이다.
몇 달은 홀로 그렇게 지낼 것이다.
내가 돌아오기 전에 죽으면, 그건 또 놈의 운명일 테고.
그래도 난 놈이 살아 있길 간절히 바란다.
그래야 더 고통을 줄 수 있으니까.
* * *
사부를 무적 할매에게 맡기고 신가산으로 갔다.
순박하고 착하게 생긴 촌부는 없었다.
사악하기 그지없는 장기 적출 암상들이었다.
그들이 지나가길 기다린 후에 다시 움직였다.
석 장 깊이의 땅을 파는 데 정확히 사흘이 걸렸다.
‘사조님, 잘 먹겠습니다.’
얼굴도 본 적 없는 사조에게 감사 인사도 하고.
안전한 곳을 찾아 가부좌를 틀고 심토만력근의 절반을 복용했다.
엄청난 기운이 내 온몸을 감돌았다.
실패다.
정확히 일 각.
심토만력근의 힘은 일 각 동안 내 몸에 머물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실 예상한 결과다.
아주 작은 가능성을 두고 한 실험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절반만 복용해서.
남은 절반으로 납작한 편(片)을 썰었다.
어렵게 대나무를 구해, 그 대나무로 칼을 만들어 썬 편이다.
약초는 쇠가 닿으면 그 기운이 변질되기 때문에 번거롭더라도 그렇게 해야 했다.
여러 편이 된 심토만력근을 닷새 동안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말렸다.
위급한 상황이 되면, 이걸 복용할 것이다.
일 각 정도는 꽤 대단한 기운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허창 갑돌산에서 절강 항주로, 다시 절강 항주에서 호북 신가산으로.
반년이나 걸렸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한 달 정도면 족히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 * *
"부인! 부인!"
집에 도착했다.
계효보가 살아 있길 간절히 바라고, 또 어떻게 괴롭히다 죽일까 고민하면서 도착한 집이다.
그런데.
우리 현화문 모옥의 앞마당.
그곳에 어린 초향이 홀로 피를 잔뜩 뒤집어쓴 상태로 쓰러져 있었다.
내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미칠 것 같았다.
난 곧바로 소리를 지르며 그녀에게 달려갔다.
쓰러진 어린 초향을 품에 안고 오열했다.
"부인! 부인! 제발…… 제발 정신 차리시오. 엉엉엉. 제발! 제발 부탁이오, 부인!"
왜?
도대체 왜?
누가?
계효보?
찢어 죽일 것이다.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 어?
살아 있다.
아직.
그녀가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나를 향해 미소 짓는다.
"낭군 오빠."
"말하지 마시오. 내가…… 내가 부인을 꼭 살려…… 흑흑흑."
그때와 똑같다.
그녀가 내 뺨을 어루만져 준다.
슬픔이 넘쳐 내 영혼마저 불태워 버리는 것같이 아프다.
"천수신권…… 창궁검제와 화산검후가…… 사부님과 도사 할아버지를…… 쿨럭."
검은 피를 토한다.
"말하지 마시오. 내가…… 내가 어떻게든 부인을 살릴 것이오. 그러니 제발…… 흑흑흑."
"그들이 사부님과 도사 할아버지를 살해했어요."
그게 끝이었다.
어린 초향의 고사리 같던 손이, 힘이 빠져 축 늘어지고 말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죽여 버릴 거다! 죽여 버린다!"
난 초향을 품에 꼭 끌어안은 채 괴성을 질러 가며 울부짖었다.
이 분노, 이 슬픔, 그들에게 천 배 만 배로 갚아 줄…… 이상하다.
화가 나고 슬픈데, 뭔가 싸하다.
어라?
화산검후?
그 계집은 이 시대에 아직 어린 후기지수 중 한 명에 지나지 않는데?
울부짖던 내 괴성이 나도 모르게 뚝 그쳤다.
천천히 고개를 숙여 품에 안긴 어린 초향을 보았다.
죽은 줄 알았는데, 웃고 있다.
사악하게.
조금 전까지 힘없이 축 늘어졌던 그녀의 손에 예리한 비수가 들려 있다.
푹.
그것이 내 심장을 찔렀다.
씨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