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마두가 된 이유-6화 (6/245)

6화

"사부님."

"그, 그래 악치야. 갑자기 눈까지 부릅뜨고, 왜 그러느냐?"

"현화승천신공. 가르쳐 주세요."

"응? 그거야 네가 세 살 때부터 매일 익히던 것 아니냐? 그런데 갑자기 그걸 왜 다시 가르쳐 달라고 하는 것이냐?"

"잊어버렸어요."

"뭐? 십오 년 동안 매일같이 명상과 함께 수행하던 사문의 심법을 잊어버렸다고? 그걸 지금 나더러 믿…… 아! 집도 저 친구 도움으로 찾아왔다고 했지?"

난 아주 강렬한 눈빛을 사부에게 보내며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시간이 없다.

사부의 말이 사실이라면, 난 현재 현경의…… 큭큭큭.

현경의 고수다.

이 힘을 되찾는다.

이 힘만 되찾으면 구산사괴고 나발이고, 끝이다.

끝.

답은 현화승천신공이다.

그야말로 사기라 할 수 있는 신공이고, 단언컨대 내공에 있어서는 그냥 천하제일도 아니고 압도적인 천하제일이다.

또 수백 년을 이어 오며 현화승천신공에 우리 사조들의 심득이 얼마나 많이 첨가됐겠는가?

우리 역대 사조들, 거의 반 신선급의 양반들이다.

됐다.

현화승천신공만 익히면, 잃어버린 광천마제의 모든 것을 되찾을 것이다.

"사부님! 지금 당장, 현화승천신공이 필요합니다."

사부가 안타까움과 또 기특함이 공존하는 그런 눈빛으로 나를 잠시 보는가 싶더니, 이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래, 현화승천신공이면 분명 네 기억과 내공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네, 사부님."

"그런데 악치야. 현화승천신공은 외인비전(外人非傳)인데, 지금은 손님이 와 계시니 어렵겠구나."

계효보 때문에 그런다.

우리 사부님, 당연히 전음 같은 거 할 줄 모른다.

"효보!"

"충!"

내 부름에 계효보가 한걸음에 달려왔다.

"내 사부님이시다. 예의를 갖춰라."

"신 계효보가 주군의 사부님을 뵙습니다."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허리를 끝까지 접어 인사하는 계효보.

덕분에 사부는 얼굴에서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집 나갔던 제자가 하루 만에 내공과 단전까지 사라지고 정신도 오락가락해서 돌아왔는데, 거기에 닭 한 마리를 더 데리고 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됐다.

계효보는 나중에 천천히 설명하고.

"효보."

"충!"

"지금 당장 마을로 내려가 이곳에서 필요한 생필품과 음식을 사 오도록 해라. 사부님께서는 육식을 하지 않으시니, 주의하도록 하고."

"존명!"

계효보는 어떤 반문도 하지 않았다.

내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산 아래로 달리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에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의 사부였다.

"사부님, 저 녀석 이야기는 천천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현화승천신공의 구결부터 전수해 주십시오."

"그런데 악치야."

"네, 사부님."

"방금 저 친구한테 말할 때, ‘사부님께서는 육식을 하지 않으시니’라고 말한 걸 내가 정확히 들은 것이더냐?"

"네? 그, 그게 무슨……?"

"마치 너는 육식을 한다는 것으로 들리더구나. 내가 오해한 것이겠지?"

"아, 네. 그렇죠.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제가 육식을 하다니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상상을 그리하시나요? 사부님도 참, 하하하!"

큰일이다.

이젠 고기 없으면 밥 못 먹는데.

광마일기에 분명 밥상에 술과 고기가 없으면 오장육부가 뒤집히며 주화입마 초기 증상을 겪게 된다고.

됐다.

우선 현화승천신공부터.

"사부님, 준비됐습니다."

"그래, 그럼 우선 구결부터……."

현화승천신공의 구결이 내 머릿속으로 다시 각인되었다.

* * *

난 천재다.

세상 모두가 나를 단순, 무식이라며 뒤에서 욕했지만, 그 누구도 내 무재를 두고 천재임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아니, 그리할 수 없었으리라.

광마일기에 그리 적혀 있다.

스물한 살의 나이로 칠룡사봉 중에서도 수좌라 불리던 수룡검(秀龍劍)을 베었다.

스물네 살의 나이에는 초절정과 극마의 중간 단계라는 시산마검(屍山魔劍)을 쓰러뜨렸다.

스물다섯 살에는 화경의 반열에 오른 만검존(慢瞼尊)을 세상에서 지웠다.

스물여덟과 스물아홉 살에는 당시의 무림오대고수였던 수라섬전도(修羅閃電刀)와 극양신장(極陽神掌), 그리고 유령신검(幽靈神劍)을 연속으로 파훼하여 모두 땅속으로 묻어 버렸다.

정점은 서른네 살.

마교의 교주, 그 역시 내 검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이로써 나는 천하를 발아래 두었고, 모든 이들이 나를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고작 스물다섯 살에 화경의 경지에 오르고, 서른네 살의 나이에 천하제일인이 된 것이다.

어찌 이런 나를 두고 천재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현화승천신공?

심오하고 난해하며 어려운 신공임엔 분명하다.

하지만 이미 한번 익혔던 무공이고, 나는 천재다.

심지어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사부가 전해 주는 현화승천신공의 구결을 듣는 순간, 마치 갓난아기가 어미의 젖을 본능적으로 빠는 것처럼 그리 이해되었다.

쉬웠다.

어찌 이리도 쉬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쉽게 그 요체를 파악하고 깨달을 수 있었다.

고작 반나절이 지나기도 전, 나는 현화승천신공의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 * *

"끄응. 빌어먹을. 왜 안 되지?"

돌겠다.

미치겠다.

머리로는 완벽히 이해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축기(築氣)가 안 된다.

모으면 그 즉시 흐트러진다.

단전?

빌어먹을 내공이 내 하단전에 잠시라도 머물러 있어야 생기건 말건 할 게 아니겠는가?

돌겠다.

뭐가 문제지?

난 천재다.

삼 일 동안 별의별 가능성을 다 열어 두고 각종 실험까지 다 해 봤다.

안 된다.

사부에게 물어도 답이 없다.

"허허허. 너무 내공에 집착하지 말아라. 넌 이미 훌륭한 도사니라."

아! 술 마시고 싶다.

기녀도 옆에 끼고, 미친 듯 술이나 퍼마시고 싶다.

사부님, 저 이제 도사 아니에요.

젠장!

진짜 왜 안 되는 거냐고!

태사조도 단전이 사라졌다는데, 그다음은 어떻게 됐다는 건가?

사부도 모른다고 했다.

그 이유를 알 필요가 없어 사부도 사조에게 묻지 않았고, 사조도 그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돌겠네.

그 중요한 걸 왜 알 필요가 없냐고!

우울하다.

눈물이 절로 날 것 같다.

"저, 주군."

"어? 나 수련할 때 방해하지 말라고 했지?"

"앗! 죄송합니다. 기분이 언짢아 보이시기에."

계효보다.

이 녀석 열심이다.

청소, 빨래, 요리까지 이 녀석이 다 한다.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는 사부님이 가르쳐 주신 명상 수련도 빼먹지 않고 열심히 한다.

덕분에 사부님도 매우 좋아하시고.

역시 생긴 것 빼곤 다 마음에 드는 착하고 좋은 녀석이다.

"주군, 이거……."

녀석이 빨간 천에 쌓인 길쭉한 무언가를 나에게 건넸다.

"이게 뭔데?"

난 그렇게 물으면서도 놈이 대답하기 전, 얼른 받아서 천을 벗겼다.

비수(匕首)다.

그것도 엄청나게 예리하고 견고한 비수다.

엄청 비싸겠다.

이 녀석이 이걸 왜 내게 주지?

우선 공짜니 좋긴 좋은데, 그 의도를 몰라 계효보를 보았다.

놈이 웃는다.

웃는 얼굴에서 사악한 기운이 물씬 풍긴다.

"큭큭큭. 지금 준비하고 계신 거, 꼭 성공하시라는 제 작은 성의로 준비를 해 보았습니다. 헤헤."

이런 사악하게 충직한 녀석하고는.

"마음에 드는군. 크크크."

"그럼 저는 밥하러, 헤헤."

끝까지 뭔가 엄청난 음모라도 꾸미는 얼굴로 사악하면서도 간사하게 웃으며 숙방으로 가는 녀석이었다.

아! 아주 잠깐 기분 좋았다.

다시 시작이다.

이제 스물일곱 날 남았다.

현화승천신공으로 내 무공의 일부라도 되찾아야 한다.

* * *

집으로 되돌아온 지 정확히 삼십 일이 됐다.

오늘이 그날이다.

구산사괴가 잠시 후 찾아온다.

나?

젠장.

빌어먹을.

어제 새벽부터 지금까지 가부좌를 틀고 앉아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아주 작은, 작은 그 무언가 하나만 걸리면 된다.

그 실마리만 찾는다면, 내 무공의 일부를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 마지막 희망을 걸어 본 것이다.

하지만 아침 해가 진즉 떴음에도,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집중해야 하는데, 곧 그들이 들이닥치고 사부가 죽게 될 생각이 떠오르니 하염없이 눈물만 날 것 같다.

간신히, 억지고 꾹 참고 끝까지 현화승천신공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그런데 그때.

사부님의 따스한 음성이 내 귓가를 파고들었다.

"악치야."

사부의 부름에 난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언제나 미소 짓던 사부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찰나에 불과했다.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모습.

사부는 어느새 위엄이 가득한 모습으로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현화문 이십삼 대 문주로서 본문의 제자 마악치에게 명한다."

뭐지?

올 게 온 건가?

아직 아무것도 되찾지 못했는데.

어쩌지?

지금이라도 도망가자고 할까?

머리는 터질 것 같고, 심장은 폭발할 것 같이 뛰었다.

그때, 그런 나의 모든 혼란을 잠재울 것같이 따뜻한 사부의 음성이 내 혼란을 진정시켜 주었다.

"악치야. 이럴 때는 경건한 마음과 엄숙한 자세로 자리에서 일어나 사부를 향해 무릎을 꿇어야 하느니라. 훗날 네가 네 제자에게 문주의 자리를 물려줄 때도, 꼭 이러한 예식을 갖춰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문주의 자리를 물려주시다니요?"

"우선 무릎을 꿇어라, 악치야."

미소 지으며 부드럽게 말하는 사부의 명령.

거부할 수 없다.

그때부터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부는 어느새 다시 위엄 가득한 모습이 되어 있었다.

"……이로써 현시점으로 현화문의 문주는 마악치 네가 되었다. 이십사 대 문주 마악치는 항시 사문의 율법을 가슴에 새기어……."

그렇게 짧지만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문주 임명식이 진행되었다.

난 하염없이 흐느껴 울기만 했다.

"악치야. 이제 시간이 없구나. 따라오거라."

사부는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고, 나는 펑펑 울면서도 사부의 걸음을 놓칠까 급히 뒤를 따랐다.

고작해야 뒷마당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그것이 있었다.

태사조가 봉인한 현화문의 신공절학들.

혹시라도 외인에게 유출될까 광마일기에조차 기록하지 않았던 그 무공들이 그곳에 모두 보관되어 있었다.

기관과 진법까지 설치되어 있다.

"잘 기억해 두어라, 악치야."

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그걸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결국 해진이 되고 기관 장치까지 풀려 작은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들어가라."

"사부님…… 흑흑흑."

"사부로서 네게 마지막 명령을 내리겠다. 꼭, 꼭 이 사부의 마지막 유언을 들어주어야 한다."

"사부…… 엉엉엉."

"그들이 거의 도착해 가는구나. 내자불선(來者不善)이라 하였는데, 어찌 내 그걸 이제야 깨달았는지 모르겠구나. 반년 전부터 우리에게 약초를 공양하던 약초꾼들, 그들이 지금 사악한 기운을 품고 오고 있다. 아무래도 그들의 마수를 피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사부, 사부님…… 엉엉엉."

"나오지 마라. 사부의 마지막 유언이다. 절대 숨소리도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게 하여라. 이 사부의 간절한 유언이다."

"사부님! 엉엉엉!"

"그래, 악치야. 이 못난 사부가 미안하다. 미안해. 그러니…… 그러니 제발 이 사부 말을 듣도록 하여라."

사부가 나를 강제로 밀치듯 그렇게 비급이 봉인된 장서실(藏書室)로 밀어 넣었다.

곧바로 사부는 장서실의 진법을 가동하고 기관을 작동시켰다.

쾅쾅쾅!

"사부우! 사부우! 엉엉엉!"

난 굳게 닫힌 장서실의 철문을 마구 두들기며 울부짖었다.

작게 난 환기 구멍으로 사부의 모습이 보였다.

사부의 눈이 슬펐다.

"악치야, 사부의 마지막 유언이다. 부디, 소리를 죽이거라."

난 주먹으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그렇게 소리 없이 울어야 했다.

그리고 곧, 그들이 찾아왔다.

* * *

쉬이이이익.

샤악.

털썩.

구산사괴 중 고수 급의 경지에 오른 황노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사부의 무릎 뒤 근맥을 끊어 버린 것이다.

사부는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런. 너무 쉽군. 혹시나 해서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이거 반년 동안 약초꾼 행세하며 조심했던 수고가 다 무안해질 지경이야."

"형님, 무공을 익힌 게 맞긴 맞아요? 너무 쉽잖아요."

"왜들 그래? 모두 분명하게 느꼈잖아. 저 노인네가 심오한 내공을 감추고 있는 걸 말이야."

"그야 그렇지만, 너무 허무해서요."

"됐어. 일단 조져. 우린 무공 비급만 얻으면 되는 거니까."

"넵!"

황노의 말에 다른 세 명, 여발무와 위은치 그리고 한인심이 동시에 움직였다.

그들은 사부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잘라 가며 지독한 고문을 자행했다.

사부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렇게 고통스럽게 죽어 가면서도 끝까지 아무 말도 그들에게 하지 않은 것이다.

"됐다. 너희들은 집부터 뒤져 봐. 이놈은 내가 직접 고문하겠다."

"넵!"

황노가 다시 나섰고, 나머지 셋은 그의 말에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난 그 모습을 숨죽여 울며 지켜보기만 했다.

그리고 사부의 열 손가락이 모두 잘리고, 발가락마저 모두 잘렸을 때였다.

"형님! 여기 있는데요? 현화승천신공의 비급이 방에 버젓이 있습니다."

"뭐? 뭐가 이렇게 쉬워? 가짜 아냐?"

"그게…… 보십시오. 가짜는 아닌 것 같은데요? 이거 진짜 현화승천신공 같은데요?"

황노를 비롯한 세 사람이 모여 현화승천신공을 빠르게 살피기 시작했다.

다른 무공은 몰라도 현화승천신공은 숨길 이유가 없었다.

외인비전이라 하지만, 사부나 나나 계효보를 의심하지도 않았고, 이미 내 식구라 생각하여 그가 익혀도 딱히 반대할 일도 아니었다.

심지어 사부는 이미 그에게 현화승천신공을 가르쳐 도를 닦게 할 마음까지 품고 있었으니 말이다.

"맞다. 이거 진짜야. 진짜 현화승천신공이라고."

"방 안에는 이것만 있었습니다. 다른 무공 비급은 없었어요."

"곧 알 수 있겠지."

황노와 세 사람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다시 사부를 향해 다가갔다.

지금까지의 고문은 장난이었다는 듯,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는 흉악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그들이었다.

사부는 쓰러져 사지에서 피를 흘리며 그들을 다시 맞이해야 했다.

마음이 아팠다.

아파도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다.

저들을 향한 분노와 증오로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광마일기에서 읽은 것인지, 아니면 내가 기억해 낸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생각났다.

내가 끝내 나서지 않았던 이유.

사부님의 유언?

아니다.

두려웠기 때문이다.

내가 비겁했기 때문이다.

사부가 저렇게 끔찍하게 죽어 가는데, 난 겁이 나 덜덜 떨며 그렇게 숨죽여 울기만 했다.

나 혼자 살자고.

비겁한 새끼.

그때에도 그러더니, 지금도 똑같이 행동하고 있다.

그래, 맞다.

지금의 이 분노.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러하며, 내가 평생 가슴에 간직했던 그 분노와 증오.

저들 구산사괴가 아닌, 비겁하게 숨어서 울기만 했던 나 자신을 향한 분노였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나는 각성하였다.

"말해! 말하라고!"

쇠몽둥이로 때리고, 칼로 찔러도 사부는 비명조차 지르지 않았다.

구산사괴가 돌아가며 사부를 때리고 고문할 때.

드르르르릉.

장서실의 문이 열렸다.

동시에 막 쓰러진 사부를 향해 쇠몽둥이를 휘두르던 그들의 행동이 일시에 멈추며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멈춰라!"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

난 그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순간 놀람과 경계를 잔뜩 보이는 구산사괴.

난 그들을 향해 눈물을 펑펑 뿌리며 울부짖었다.

"내가! 광천마제 마악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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