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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비검무-85화 (85/184)

085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네.

청운은 불과 몇 호흡 만에 자신을 막아섰던 자들을 모조리 제압했다.

청운은 선실 곳곳을 샅샅이 뒤져보고 싶었으나, 갑판 위에서 들리는 병장기 소리에 서둘러 갑판 위로 올라왔다.

갑판 위로 나온 청운은 갑판 위에서 벌어진 상황을 보고는 흠칫 놀랐다.

청운의 놀라움은 반 시진 전 자신이 선실로 내려갈 때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갑판에서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갑판의 곳곳에서 교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교전은 거의 난전에 가까웠다.

청운은 안력을 돋우어 갑판의 상황을 자세히 한 번 휘둘러보았다.

수백여 명이 뒤섞여 싸우고 있어서 장내는 혼란이 극에 달한 상태였다.

지금 교전에 참여하고 있는 집단은 크게 세 부류였다.

가장 숫자가 많은 쪽은 혈월막의 닌자들이었다.

그들의 숫자는 적게 잡아도 이백여 명에 가까워 보였다.

배의 이물 쪽에 설치된 연단 위의 올라선 칠팔 명의 흑의인들이 고함을 지르며 닌자 무리를 지휘하고 있었다.

그들도 모두 검은 복면을 쓰고 있었다.

그자들은 일반 닌자들과 달리 그들의 이마와 왼쪽 가슴에는 혈월문의 표식인 초승달과 기형검이 은빛 수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들 뒤에서 말없이 장내를 주시하고 있는 또 다른 한 명의 이마와 가슴에는 금빛 수실로 수놓아진 초승달과 기형도가 번득거렸다.

청운은 그자가 이 흑선의 최고 우두머리인 모양이구나 하고 짐작했다.

닌자 무리를 제외하고 그다음으로 숫자가 많은 자들은 육모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관원들이었다.

관원들은 포두를 포함해 거의 백여 명에 이르렀다.

그들은 머리에 관모를 쓰고 왼쪽가슴에 관館이란 글자가 수놓아져 있었다.

나머지 한 부류는 모두 합쳐 채 스물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무위는 가장 뛰어났다.

그중에서도 특히 덩치가 산만 한 한 사람의 무위가 탁월했다.

그가 커다란 도를 휘두를 때마다 서너 명의 닌자들이 피떡이 되어 날아갔다.

그의 도에서 벽력이 쏟아지는 소리가 장내를 뒤흔들었다.

청운은 그의 얼굴이 어딘가 한 번 본 듯했다.

그는 바로 화산의 연화봉 아래에서 한 번 일별했던 적이 있었던 혼원벽력도 팽추도였다.

청운은 그가 이곳에 어떻게 왔는지 몹시 궁금했다.

개방의 인물도 몇몇 보였다.

특히 오십 대 중후반의 한 노인의 신법에 청운은 입을 딱 벌렸다.

마치 한 줄기 바람 같았다.

근래에 청운이 타인의 무공에 이 정도로 감탄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청운은 그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는 봉두난발한 머리에 누군가 버린 듯한 남루한 의복을 입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의 허리에는 새끼줄로 꼰 아홉 개의 매듭이 매어져 있었다.

아! 그는 바로 현 개방방주 천리신개 기무연이었다.

청운은 허공에 대고 삼호를 전음으로 불렀다.

그리고 선미 쪽에 대기하고 있다가 자신이 현성이를 던져주면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묘묘보허를 전개해 청운은 신속히 선미 쪽으로 이동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삼호는 작은 거룻배 위에 대기하고 있었다.

채 사 장 정도도 안 되는 높이였다.

청운은 삼호를 향해 현성이를 가볍게 던졌다.

삼호가 현성일 받아 들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걸 잠시 지켜보았다.

삼호가 사라진 어둠 너머 이백여 장 정도 떨어진 곳에서 서너 척의 배가 이곳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제법 큰 배였다.

청운이 안력을 돋우어 자세히 살펴보았다.

관선인 것 같았다.

청운이 고개를 돌려 다시 장내의 상황을 다시 살펴보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혼원벽력도와 천리신개 쪽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수적으로는 다소 불리해도 그들의 무공이 워낙 고강해 한결 여유가 있어 보였다.

문제는 관병들이었다.

그들은 무공도 시원찮았고 수적으로도 동영의 닌자들보다 훨씬 적었다.

아무래도 그쪽부터 도와야 할 것 같다고 청운은 생각했다.

그리고 저들을 지휘하는 우두머리를 쳐야 할 것 같았다.

생각을 마치자마자 청운은 신형을 허공에 띄우며 관병들과 닌자들이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는 장내의 한가운데로 날아들었다.

노호성을 내지르며 청운이 관병을 몰아붙이고 있는 닌자들을 짓쳐 갔다.

청운이 연달아 삼사 검을 내질렀다.

무영검의 세찬 검기에 휩쓸린 닌자들이 한꺼번에 십여 명씩 한꺼번에 갑판에 나뒹굴었다.

닌자들 대부분은 전쟁터에서 살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야수검을 익히고 있었다.

그들의 검초는 오직 사람을 죽이는 것에 최적화된 것 같았다.

닌자들의 검로에는 불필요한 군더더기 동작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오늘 상대를 잘못 만나도 확실히 잘못 만난 것 같았다.

청운의 놀라운 무위에 닌자들이 공포감을 느꼈는지 청운이 그들을 향해 한 발짝 다가가면 그들은 서너 발자국씩 뒤로 주춤주춤 밀려났다.

청운은 닌자들이 쓰러지는 족족 그들의 혈도를 짚어 버렸다.

청운의 경천동지할 무위에 선수 쪽 연단에서 닌자들을 지휘하던 흑의 복면인들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청운을 가만히 지켜보던 그들 중 셋이 자신을 향해 도약하는 것이 청운의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청운은 관병을 지휘하는 우두머리에게 전음을 보냈다.

이곳은 자신이 전적으로 알아서 할 테니 당신은 관병들을 이끌고 선실로 내려가 감금된 사람부터 구하고 증거가 사멸되기 전에 배를 샅샅이 수색하라고 말했다.

그가 청운에게 고개를 끄덕인 후 관병을 이끌고 선실 입구 쪽에 막 도달했을 때, 선수 쪽 연단에서 도약했던 흑의 복면인 셋이 청운 앞에 날아 내렸다.

그들은 날아 내림과 동시에 청운은 품品 자 형태로 포위했다.

이마와 왼쪽 가슴에 은빛의 초승달과 기형검이 수놓아져 있는 그들.

“$%&^*+.”

그들은 장내에 진입하자마자 청운에게 동영의 말로 고성을 질러댔다.

그리고 곧바로 청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청운은 그들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하나도 몰랐으나, 욕처럼 들려 기분이 몹시 나빠졌다.

그들의 검초 역시 닌자들과 똑같은 야수검이었다.

하지만 그 위력은 전혀 달랐다.

우선 빠르기가 몇 배는 더 빨랐고 검기도 그만큼 더 날카로웠다.

하지만 그들도 청운의 적수는 아니었다.

단 몇 합 만에 그들은 몸 곳곳에 검상을 입고 비척비척 뒷걸음질을 쳤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선수 쪽 연단에 있던 사내 들 중 금빛의 초승달과 기형도가 이마와 가슴에 번득거리는 단 한 명을 빼고는 모두 청운이 있는 장내로 날아들었다.

여전히 연단에 홀로 남은 금빛 수실의 그 사내는 자신과 장내에서 벌어지는 격전이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이 무심한 눈길로 장내를 주시할 뿐이었다.

몇 명의 은빛 수실의 흑의 복면인이 더 합세하자 조금 전까지 청운을 두려워하던 자들이 새로운 원기를 얻은 것 같았다.

그들은 다시 청운을 에워싸고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청운은 자신의 무위에 뒤로 물러났던 자들이 다시 공격을 해오자 괜스레 화가 더 치밀어 올랐다.

청운은 속전속결을 선택했다.

아직은 적음쌍마와 천강혈시에 의해 입은 내상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청운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청운이 한차례 내력을 더 끌어올리자 무영검이 돌연 부르르 떨며 웅후한 검명을 토해 냈다.

무영검에서 뿜어져 나온 투명한 자황색의 검기가 때 아닌 밤의 어둠을 찢으며 거의 이 장이나 일렁거렸다.

청운의 그런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목도한 흑의 복면인들이 찬물을 뒤집어쓴 듯 바짝 긴장하는 것 같았다.

청운이 한 발 내디디며 그들을 향해 다가가자 그들은 그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먼저 출수를 했다.

청운은 쾌—타—절—변의 초식을 연환해 전개했다.

청운과 그들의 검기가 맞닥뜨리자마자 커다란 굉음이 갑판에 울려 퍼졌다.

청운 주변의 갑판은 벼락이 떨어진 듯 갑판의 송판들이 종이처럼 찢기어 나뒹굴었다.

그 걸과로 갑판은 군데군데 시커먼 구멍이 방금 죽은 거대한 짐승의 아가리처럼 벌어져 있었다.

그 폭음 소리에 갑판의 곳곳에서 격전을 치르던 사람들이 일순간 자신들의 싸움을 멈춘 채 청운이 있는 곳을 주시했다.

청운이 있는 쪽을 바라보던 군웅들은 대경실색해서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칠팔 명의 흑의복면인들이 팔다리가 잘린 채 사방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 난장의 한가운데 투명한 자황색의 검기가 불빛처럼 일렁이는 검을 든 한 청년이 천신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청운은 약간 혈기가 진탕되는 걸 느꼈다.

청운은 그리 심각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것보다 일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훨씬 더 강했다.

청운이 머리를 돌려 선수 쪽 연단을 바라보자 이마와 가슴에 황금빛의 혈월문 표식이 수놓아져 있던 그자가 온데간데없이 홀연히 사라지고 없었다.

그자가 서 있던 자리는 딱 그만큼 정도 부피의 시커먼 밤이 차지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우—와—아—아.”

함성이 사방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족히 수백여 명이 넘는 관원들이 사다리를 타고 갑판으로 속속 기어오르고 있었다.

청운이 무영겁을 검집에 납입하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러자 몇 명의 인물들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천리신개 기무현과 혼원벽격도 팽추도 그리고 관모를 머리에 쓰고 은의를 입은 관원이었다.

그의 왼쪽 가슴에는 관館이라는 손바닥만 한 글자가 은색의 수실로 수놓아져 있었다.

팽추도를 보고 청운이 먼저 포권을 취했다.

팽추도가 호탕한 웃음을 웃더니 청운에게 먼저 말을 붙였다.

“강 소협, 이렇게 또 뵙게 되어 반갑네.”

청운도 한 줄기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팽 대협,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저도 이렇게 대협을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팽추도는 청운이 인사를 마치자마자 자신의 옆에 서 있던 사람을 곧바로 청운에게 소개했다.

“이분은 내가 따로 소개하지 않아도 강 소협께선 이미 짐작하셨지요. 현 개방방주이신 천리신개 형님이시네. 그리고 이분은 형주의 진무부사령 가위연 대협이시네.”

청운은 팽추도가 한 사람씩 소개할 때마다 그들을 향해 정중하게 다시 포권을 취했다.

그들 역시 마찬가지로 청운에게 깍듯이 포권을 취했다.

서로에 대한 팽추도의 소개가 끝나자마자 천리신개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청운에게 말을 걸었다.

“요즘 강호에서 너나없이 무위검, 무위검 하기에 나는 어느 정도 나이가 있을 줄 착각을 했다네. 그렇게 무명이 짱짱한 분이 이렇게 젊은 소협일 줄이야. 이 나이에 그 정도 무위라니. 나는 방금 내 두 눈을 부릅뜨고 보고도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네.”

“과찬이십니다. 하하.”

“장강의 앞 물결이 뒷 물결을 밀어낸다더니 이제 우리 같은 노털들은 소협 같은 젊은 분들에게 자리를 내어 주고 조용히 뒷전으로 물러나 여생이나 즐겨야 할 것 같네. 하여튼 이렇게 강 소협을 만나게 되어 무척이나 반갑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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