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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미(?媚)? 다미(?媚)라고? >
"네가 말하는 천단이 혹시 제리배천단의 천단을 이르는 것이냐?"
건우가 목령족을 보며 물었다.
이미 공간 법칙을 이용하여 격리 공간에 들어온 상황이라 대화에 거리낌이 없었다.
"제리배천단! 그럼 너 역시 제리배천단이란 말이더냐?"
건우의 말에 새하얗게 변했던 목령족의 얼굴에 핏기가 돌았다.
같은 제리배천단이라면 살아날 구멍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나는 제단의 단주인 구당문 선인을 모시는 사람이다. 그러는 너는 천단에 속해 있다는 것이냐? 조금 전에 영단을 얻은 다른 여덟이 천단이라 했으니, 너 역시 그러하다는 말이겠지?"
"하하하. 그렇습니다. 이 조온후는 제리배천단, 천단에 속해 있습니다. 이리 제단의 어르신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건우가 스스로 구당문의 측근임을 드러내자 조온후라는 목령족의 태도가 돌변했다.
그는 공손한 태도로 공수하며 허리를 숙였다.
이어서 지금껏 유지하던 목속성 법칙의 기운까지 갈무리하여 자신의 몸에 두를 정도만 남겼다.
이는 건우와 더는 싸울 생각이 없다는 항복 표시나 다름이 없었다.
"흐음. 천단의 단원이란 말이지?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우리 네 개의 단이 언제부터 서로 돌보아 줬다더냐? 그렇게 아부를 해 봐야 소용없다."
하지만 건우는 조은후의 인사를 받기 싫다는 듯이 소매를 저어 그의 허리를 꼿꼿하게 세워버렸다.
"어, 어르신. 제가 어르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하지만 어르신도 제리배천단의 규칙을 아시지 않습니까. 각기 다른 단에 속해 있다 하더라도 결국은 한뜻으로 뭉친 동문, 서로 해치지 않음이 규칙입니다. 어찌 동문을 해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건우가 여전히 살의를 감추지 않자 조온후는 애처로운 표정으로 몇 번이나 건우의 자비를 구하며 읍소했다.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좋다. 그럼 네가 어찌 나오는지 보고 차후를 결정하마. 너도 이의가 없겠지?"
건우는 조온후가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 여기고 슬쩍 살아날 길을 보여주었다.
"무, 물론입니다. 어르신 뭐든 시켜만 주십시오."
그리고 조온후는 곧바로 건우가 보여준 길에 올라섰다.
언제든 벗어나면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는 길에 스스로 올라서서 건우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족쇄를 찬 것이다.
"자, 그래. 그럼 이제 구룡승룡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자꾸나. 너는 도대체 그것을 어찌 아는 것이지?"
"네네. 어르신. 그것은 크게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처음 조화선의 유진을 발견한 것이 저희 천단에 속해 있던 선인 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일이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천단 소속의 누군가가 조화선의 유진을 발견했는데, 어차피 구룡승룡단은 나누어 가질 수밖에 없는 상태라, 같은 천단의 사람들을 모았다는 말이냐?"
"그,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너를 제외한 여덟이 영단을 얻었다는 것인데, 그들에 대해서 너는 자세히 아는 바가 있느냐?"
"물론입니다. 그들 여덟은 모두가 천단의 말단 단원이어서 서로 교류하는 바가 있었습니다."
"응? 모두가 말단이라고? 어찌 그렇게 된 것이지? 내 보기에 조화선의 기연은 누구라도 탐낼 만한데, 어찌 말단들이 그것을 모두 차지할 수가 있었지?"
보통 이런 큰 이득은 높은 자리에 있는 이들이 챙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모두가 말단이란 것은 뭔가 문제가 있어 보였다.
"그야 당연히 저희끼리 입을 모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조화선의 기연은 어르신의 말씀처럼 대단한 것인데, 그것이 알려지면 어찌 저희에게 기회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모두가 입을 다물고 같은 말단들끼리만 모였더란 말이냐?"
"그렇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구룡승룡단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아홉 속성 중에 하나에 정통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영단을 얻지 못하고 화만 입을 뿐이지요."
"으음. 그건 그렇겠구나. 나 역시 목룡단을 수습하는데 적잖게 애를 먹었으니."
"그, 그러셨습니까?"
건우의 말에 대꾸하는 조온후의 표정이 떨떠름하다.
자신의 몫이 되었어야 할 목룡단을 중간에서 가로챈 것이라 여기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목룡단은 연단로에서 내가 제일 먼저 꺼낸 것이다. 그 당시 조화선의 연단로에는 아홉 개의 영단이 모두 들어 있었다. 그러니 네가 나보다 늦어도 많이 늦은 것이 아니냐."
건우도 조온후의 불만스러운 기색을 느꼈다.
그래서 그렇게 가볍게 경고를 했다.
그런데.
"그건 아닙니다. 저희 아홉은 이미 그 이전부터 연단로를 살피며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에 구룡승룡단은 이미 완성된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취하기에 좋은 때와 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홉 영단 중에 제 몫의 목룡단만 감쪽같이 사라졌던 것입니다."
"으음?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시 연단로 안의 영단에 주인이 있다고 할수는 없지. 그러니 네가 목룡단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조온후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그렇다고 건우가 그의 말을 들어줄 이유가 없었다.
바늘 하나 들여갈 여지도 주지 않고 단호하게 내치는 건우의 말에 조온후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사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목룡단의 선점을 주장해 봐야 아무 의미도 없음을 알았던 것이다.
"좋다. 어쨌거나 그런 과정을 거쳐서 제리배천단 천단의 말단 단원 여덟이 지금 조화선의 기연을 얻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구나?"
"그렇습니다."
"으음. 그럼 그 여덟에 대해서 한 번 말을 해 보거라. 어떤 녀석들이냐? 전에 화룡, 금룡, 토룡이란놈들은 만나 봤다만."
"아, 그러셨습니까? 그 외에 흑룡(黑龍), 백룡(白龍), 수룡(水龍), 독룡(毒龍), 수룡(首龍)이 있습니다."
"응? 어찌 수룡이 둘이냐? 아, 물수 수룡(水龍)과 머리 수 수룡(首龍)이로구나?"
건우가 같은 수룡이 두 번 나온 것을 이상하게 여기다가 곧바로 이름에 담긴 뜻을 파악하고 허벅지를 쳤다.
"그렇습니다. 어르신."
"이름에 머리가 들어갔으니 그 놈이 처음 조화선의 유진을 발견한 놈이겠구나?"
건우가 짐작이 된다는 듯이 조온후를 보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어르신."
"그럼 그 놈이 결국 조화단을 취한 놈인 것이고?"
"네, 어르신."
조화단은 연단로에 있던 구룡승룡단의 중앙에서 단련되던 영단의 이름으로 다른 영단들이 품은 기운을 모두 받아들여 조화를 이룬 영단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영단이 다른 영단들에 비해서 월등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제대로 기운을 조화시키지 못하면 잡다한 기운으로 스스로의 수련을 망칠 수도 있는 위험한 영단이었다.
게다가 조화선이 만든 조화 법칙의 진법에서도 조화단을 가졌다고 특별히 혜택을 받는 부분도 없었다.
"사실, 다른 여덟은 각각의 속성 영단과 어울리는 법칙을 익히고 있어야 하지만, 조화단은 그런 조건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수룡이 조화선의 유진을 수습하고 다른 이들을 모으게 되었지요."
"그럼 그 놈은 여덟 속성의 법칙을 익히지 않았다는 이야긴데, 그럼 도대체 무슨 법칙을 익힌 것이냐?"
건우는 수룡(首龍)이라 불리는 선인이 속성 법칙을 익히지 않았다는 말에 궁금하여 그렇게 물었다.
"수룡은 원래 시간 법칙을 익히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조화선의 유진을 얻은 후에 조화 법칙에도 관심을 가져 어느 정도 깨달음을 얻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시간 법칙이라니 흥미가 생기는구나. 네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만 제단의 단주이신 구당문 선인께서 시간 법칙을 깊이 깨우친 분이지. 그리고 그 분을 모시는 나 역시도 시간 법칙을 익히고 있고."
"오오, 공간 법칙을 이리 강력하게 익히셨는데 시간 법칙마저 대단하시단 말입니까?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어르신."
건우의 말에 조온후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재빨리 건우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건우는 생리적으로 그런 아부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조온후를 향해 일갈했다.
"쓸데없는 소리는 할 것도 없다. 너는 그 수룡이란 놈에 대해서나 더 자세히 말을 해 보거라."
"네, 네! 알겠습니다. 어르신. 그리 하겠습니다. 말씀드린 수룡은 원래 다미(?媚)란 이름을 지녔는데……"
"다미(?媚)! 다미라 했느냐? 지금 시간 법칙을 익히고 있는 다미를 말한 것이냐!?"
건우는 뜻밖이 상황에서 듣게 되는 다미란 이름에 크게 놀라며 조온후에게 소리쳤다.
"그, 그렇습니다."
건우의 고함에 조온후가 깜짝 놀라 목을 움츠리며 대답했다.
"그 다미, 분명히 선자(仙子)렸다?"
건우가 마지 막 확인을 하듯이 물었다.
다미가 남자라면 지금의 이 호기(好機)는 의미 없는 일이 되고 만다.
"그, 그렇습니다. 수룡(首龍) 다미(?媚)는 분명히 선자(仙子)입니다."
"크하하하하하하. 다미여, 다미여. 내 그토록 너를 찾았는데 드디어 이곳에서 너의 이름을 듣는구나."
조온후의 확답에 건우는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리며 하늘을 우러르며 독백을 했다.
그리고 그 후로도 건우의 광소는 오래도록 이어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 건우의 웃음소리가 뚝 끊어지더니 조온후를 노려보았다.
"어, 어찌 그러십니까?"
조온후는 건우의 사나운 눈빛에 주눅이 들어 안절부절못하며 허둥거렸다.
"묻겠다. 너는 대답을 잘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네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 그 이상을 경험하게 될 것인 즉."
건우는 그렇게 조온후에게 무서운 경고를 했고, 조온후는 어렵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습니다. 무엇이든 어르신께 속이는 것이 없이 다 말하겠습니다."
조온후는 건우가 내뿜는 사나운 살의에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였다.
그 때문에 지금은 차라리 빨리 죽어 윤회에 드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는 중이었다.
"너는 수미세계를 아느냐?"
"수, 수미 세계라면 오래전에 영계에서 선계로 올라온 그곳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래, 대답할 것도 없이 이미 알고 있구나. 그러하면 너희 천단이 수미 세계에서 일을 꾸민 것이 있음도 알고 있느냐?"
건우는 연화궁과 유정정에 얽힌 일이 천단의 일인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미가 천단 소속이니 분명히 천단에서 꾸민 일이라 추측하며 물어본 것이었다.
"아, 알고 있습니다. 오래 전에 그런 일이……. 아! 그렇습니다. 그 일을 주도한 것이 다미 선자였습니다."
"수미 세계의 일을 주도한 것이 다미 선자였다했느냐?"
"그렇습니다 어르신."
"자세히 설명해 보거라."
건우는 조온후에게서 당시의 일을 자세히 들을 수 있으리란 기대에 심장이 빠르게 뛰었지만 태연한 척 가장하며 무심한 어조로 명령했다.
"아,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는 저도 들어서 아는 것이라 빠진 것이 있을 수도 있으니……"
"내가 감안하고 들을 것이니, 너는 아는 것만 감춤없이 말하면 된다."
"네, 네. 알겠습니다. 어르신. 그러니까 그 대에 천단에서 관리하던 이들 중에 파탄의 징조가 보이는 이가 있었다 합니다."
"그게 누구냐?"
"그것은 알지 못하지만 대라 이상의 선인인 것은 분명합니다."
"대라이상이라고?"
"그렇습니다. 천단에서 관리하던 이들 중에 그리 철저하게 정체를 감추는 이는 대라와 도조 뿐이기 때문입니다."
"허! 대라나 도조?"
조온후의 말에 건우는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유정정의 일은 대라나 도조를 상대해야 할 것이란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었다.
"계속 해라."
건우는 눈치를 살피는 조온후에게 다시 명령을 내렸다.
"당시에 파탄의 징조가 있는 그 선인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정화 법칙의 선보가 필요했고, 그것을 위해서 다미 선자가 나서서 수미 세계에서 정화 법칙을 익힌 선자 하나를 봉인하였다 들었습니다."
"그래, 그러면 그 후에 그 정화 법칙의 선자를 봉인한 기물은 어찌 되었더냐?"
"그것은 몇 사람의 손을 거친 끝에 결국 천단의 안배에 따라서 그 주인에게 돌아갔다 들었습니다. 덕분에 파탄의 징조가 보이던 선인이 안정을 찾았다고 했습지요. 당시 천단의 큰 업적 중에 하나로 꽤나 유명했던 일이라 했습니다."
"너는 그 후에 천단에 들었던 모양이구나?"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도 다미 선자는 이런저런 업적을 세웠는데, 그러다가 조화선의 유진을 발견하여 그 기연에 매달렸고,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래, 그렇구나. 그랬어. 헌데 너는 수미 세계와 다미의 일에 대해시 그밖에 더 아는 바는 없는 것이냐?"
"어, 어르신, 저는, 저는……. 살려주십시오. 아니 죽여주십시오. 그저 영혼만은 보존하여 윤회에 들게 해 주십시오. 어르신……"
노려보며 묻는 건우의 목소리 가득 살의가 넘쳐나니, 조온후는 결국 스스로 죽기를 청했다.
다만 영혼만이라도 살아서 윤회에 들 수 있기를 바라며.
그만큼 건우의 기세가 사납고 흉흉했기 때문이었다.
- 진정하세요. 그래도 다미의 꼬리를 잡은 것이 어디에요? 이제 곧 다미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지금의 분노는 그 때로 미뤄 두세요.
그런 건우의 눈앞에 몽이가 나타나 그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그리고 결국 그것은 건우 스스로도 지금의 분노를 참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 다미(?媚)? 다미(?媚)라고?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