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468화 (468/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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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해갈과 귀왕과 태고 신수의 뼈 >

"실로 기이하구나. 내 견문으로도 너의 그 공간 법칙은 파악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지금껏 저러한 공간 법칙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하다면 혹여 저 공간 법칙으로 이곳의 금제를 뚫고 나갈 수도 있지 않을런지요?"

"호호, 그거야 모를 일이지만, 그렇게 한다면 우리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겠느냐?"

"그건 그렇습니다. 선인의 말씀이 지극히 옳습니다."

유희와 세해갈은 건우가 만든 작은 구멍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그 구멍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아내지 못한 듯이 말했다.

건우는 그들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 괜찮을까요? 유희 선인이나 세해갈이 건우님의 아공간에 대한 비밀을 알아차리진 않을까요?

몽이 역시 건우와 같은 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지금껏 유희 선인 앞에서 의념 공간을 몇 번 열지 않았더냐. 대라선의 분신인 유희 선인이 내 의념 공간에 대한 것을 알아차렸다면 진즉 그렇게 되었겠지 지금 와서 숨겨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 따져보면 그것도 그러네요.

‘그러니 이참에 시험을 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공간을 오래 열어두고 유희 선인이나 세해갈이 내 의념 공간의 특별함을 알아차리는지 알아차리지 못하는지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 쳇,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알아차려도 아닌 척할 수 있는 건데요.

‘하하. 그거야 내 눈치껏 파악을 해야겠지.’

사실 건우도 이렇게 의념 공간과 통하는 구멍을 오래 열어 두는 것이 불안하긴 했다.

그래서 의념 공간의 일부를 따로 격리하고 그곳에 공간 법칙으로 확장한 일반적인 공간의 성질을 부여했다.

의념 공간은 곧 그 주인이 전능에 가까운 능력을 쓸 수 있는 곳.

그러니 격리 공간을 그리 꾸미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래서 그런지 유희나 세해갈도 신기가 빨려드는 공간을 의념 공간으로 의심하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호호. 아주 여유롭구나. 역시 너를 데리고온 것이 답이었느니."

"그렇습니다. 유희 선인께서 제 소망을 풀어 주시겠다 했을 때에는 믿기 어려웠는데, 이제 진실로 제 소망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 하지만 덕분에 이 허량원에 크나큰 재앙이 태어나게 되었구나."

"어찌하겠습니까? 그 또한 순리이겠지요."

"천지 법칙이 용납하는 것이라 하지만 그리 강력한 사령체의 등장은 그리 내키지 않는구나."

건우가 신기 흡수에 열중하고 있는데 유희와 세해갈이 그와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이 육성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곧, 건우가 듣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허량원에 재앙이 태어난다니 그것이 무슨 말인지 알수 있겠습니까?"

건우도 그런 둘의 의도를 짐작했기에 곧바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래, 어차피 금제가 깨지면 너도 알게 될 테고, 그후의 상황이 어찌 될지 모르니 설명을 해 주마."

이에 유희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이번 일의 내막을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귀왕이란 놈이 있느니라. 그 놈이 원래 죽음과 영혼 법칙을 깊이 깨우쳤는데, 죽음과 영혼을 더하여 사령 법칙에 일가를 이루었다. 그리하여 죽음 법칙으로 옥선의 지위에 올랐지."

"그렇습니까? 역시 과거에 옥선이었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습니다?"

"그래. 그런데 그 놈이 이곳 허량원에서 태고 신수의 뼈를 발견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문제라니요?"

"그 놈이 태고 신수의 뼈를 탐낸 것이다. 그 뼈를 자신의 몸으로 삼고자했지."

"네? 허량원, 그 넓은 세계를 만든 태고 신수의 뼈를 말입니까?"

유희의 말에 건우는 정말 깜짝 놀라고 말았다.

허량원이 얼마나 큰 곳인지는 끝과 끝을 오간 적이 없어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미 허량원이 선계에서 하나의 구역으로 인정받고 있다면, 그 자체로 수미 세계와 비슷한 크기로 봐야 할 것이다.

그보다 조금 작거나 조금 클 수도 있고, 혹은 많이 작거나 많이 클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한 존재의 몸체를 떠올리기엔 너무 과한 크기임엔 분명했다.

그런데 그런 뼈를 몸체로 삼겠다는 발상을 했다니.

"귀왕이 옥선에서 진선까지 떨어진 이유가 그 때문이니라. 오직 그 일에만 매달리며 법칙의 관리에 소홀했지. 아니 도리어 죽음과 영혼 법칙의 흐름을 꽤나 방해했다고 할까?"

"태고 신수의 뼈를 취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단 말씀입니까? 그리고 지금 들어보니 귀왕이 그 일을 성공했다는 말씀이 아닙 니까?"

건우는 유희가 말했던 허량원의 큰 재앙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차렸다.

"그렇다. 실로 길고 긴 시간, 헤아리기 어려운 시도 끝에 귀왕은 결국 허량원의 근간인 태고 신수의 뼈를 자신의 것으로 인정받고 말았지."

"도대체 누가 그런 인정을 한다는 것입니까?"

"그야 천지 법칙이 아니겠느냐. 아, 이리 말하면 되겠구나. 귀왕이 그 뼈를 취하여 몸으로 삼아도 천지 법칙이 그에 대하여 간섭하지 않으리란 확신. 귀왕은 그것을 얻었고, 그는 결국 천지 법칙이 귀왕의 일을 허락한 것이나 다름이 없지 않으냐."

"아니 어찌 그런 일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호호호. 너도 법칙의 힘을 쓰다 보면 느낄 것이 아니냐. 천지 법칙이 그것을 용인하는지 아닌지."

"그야......"

"바로 그것이다. 귀왕은 오랜 시간 노력한 끝에 자신이 허량원의 태고 신수의 뼈를 취해도 천지 법칙이 벌하지 않도록 상황을 꾸며 놓았다."

"아니 그게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습니까?"

"그건 네가 더 공부를 해 보면 알 일이다. 역천에 해당하는 방법으로 법칙을 쓸 때에도 이런저런 준비를 거치면 거기에 필요한 공적치를 크게 줄일 수 있지. 귀왕은 그런 노력을 아주 오랜 동안해 온 것이다."

"그렇군요. 그런데 그것이 지금 이 금제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건우도 이제는 대충 짐작이 가는 바가 있었다.

하지만 정확한 내용을 알기 위해 유희에게 그렇게 물었다.

"죽음과 영혼 법칙을 묶어 사령 법칙으로 펼치는데 순수한 신기(神氣)가 도움이 되겠느냐? 방해가 되겠느냐?"

이에 유희는 활짝 웃으며 도리어 건우에게 물었다.

"그야 당연히 방해가 되겠지요. 그래서 귀왕이 이런 시련을 만들어 태고 신수의 뼈에서 신기를 뽑아내도록 했을 것이고 말입니다."

"옳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첨언을 하자면 태고 신수의 뼈에서 신기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신기가 다시 채워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것이 바로 이것들이지."

유희는 그렇게 말을 하며 신기가 가득 응축된 사리 구슬을 들어 보였다.

"태고 신수의 뼈에서 나온 사리 구슬이 그런 역할을 한단 말입니까? 그렇다면 처음부터 사리를 모두 뽑아내었으면 될 일이 아닙니까?"

"그게 가능했으면 그리 했을 것이다. 하지만 죽어버린 태고 신수라 하더라도 귀왕 따위가 만만하게 뭔가를 할 수는 없었지."

"아니 언제 죽었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전에 죽은 태고 신수가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건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유희를 보며 물었다.

그러자 유희가 슬쩍 눈짓으로 세해갈을 가리켰다.

"네? 설마 세해갈 선인이 허량원의 태고 신수와 연관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건우가 깜짝 놀라며 세해갈을 보았다.

"휴우, 유희 선인께서는 꼭 이런 이야기까지 하셔야 하셨습니까?"

이에 세해갈이 기분이 상한 표정으로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건우를 보며 말하기 시작했다.

"이 몸은 원래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는 어린 수사였습니다. 그런데 선계를 떠돌며 수련을 하던 중에 어느 날, 드디어 깨달았으니, 이 몸이 바로 허량원에서 죽은 태고 신수였다는 것입니다."

"세해갈 선인이 태고 신수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윤회인지, 아니면 사념의 성장인지, 영혼의 조각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몸이 허량원 태고 신수 본인인 것은 분명합니다."

건우의 경악에도 세해갈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렇게 주장했다.

건우는 유희를 보며 그 진위를 눈빛으로 물었다.

"나도 확신할 수 없다. 그저 세해갈이 허량원 태고 신수와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했을 뿐이지. 그리하여 이곳에서 사리를 꺼낼 수 있고, 뼛가루를 부려서 술법진을 만들 수 있으며, 아울러 뼈에 담긴 신기도 뽑아낼 수 있는 것이다. 세해갈이 허락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음이지."

"그렇다면 귀왕도 그것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까?"

"이를 말이겠느냐? 세해갈이 있어야 귀왕의 놀이터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이야기들은 대부분 거짓으로 꾸며 퍼트린 것일 뿐이지."

"세해갈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서 이야기를 꾸몄던 것이군요?"

"세해갈에게 이목이 집중되면 곤란했지."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태고 신수의 뼈에서 신기를 뽑아내어 귀왕이 사령 법칙을 쓸 수 있게 한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세해갈 선인이 얻는 것은 무엇입니까?"

귀왕은 태고 신수의 뼈를 얻는 엄청난 이득이 있는데, 세해갈에겐 무엇이 남을까?

건우는 그것이 궁금했다.

"저는 이것을 얻어 허량원을 떠날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이 제가 얻는 것이지요."

세해갈은 아직까지 가슴 앞에 떠 있는 사리 구슬을 가리키며 말했다.

"고작 그것이란 말입니까?"

"고작이라니요? 스스로 어떤 존재인지 모를 때에 저는 선계를 자유로이 떠돌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허량원의 지하에 묻혀 있는 죽은 뼈란 사실을 알게 된 후, 어찌 되었는지 아십니까?"

"으음. 어찌 되었습니까?"

"저는 제 몸이 썩고 풍화되어 허량원이 되는 그 기나긴 시간의 무게를 느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무게 만큼의 허무에 시달려야 했지요. 이런 저에게 자유란 것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아, 실로 이 강 모가 또 다시 세해갈 선인께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 한 방울의 물조차도 누구에겐 감로수가 됨을 어찌 잊었단 말입니까. 강 모가 깊이 깨우쳐 세해갈 선인께 사죄를 드립니다."

건우는 진심으로 세해갈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경향이 생겼음을 깊이 반성했다.

"알겠습니다. 건우 선인의 사과를 받고 용서하겠습니다."

세해갈은 다시 실랑이를 벌이기 싫었는지 아니면 사과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여겼는지 그렇게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건우도 그 뜻을 받아 짧게 감사 인사를 했다.

"어쨌거나 저는 이렇게 신기가 가득한 사리 하나를 얻어 허량원을 떠날 수 있으면 그만입니다. 귀왕은 저의 도움으로 태고 신수의 뼈에서 사리를 제거하고 아울러 신기까지 뽑아낼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원하는 대로 허량원 태고 신수의 뼈를 가지게 될 것이고, 저는 자유롭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말하는 세해갈의 눈빛은 이미 머나먼 곳을 떠도는 듯 몽롱하기까지 했다.

건우는 이번에는 그런 세해갈의 모습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세 개의 사리 중에 둘은 나와 유희 선인에게 주어도 되는 것입니까?"

건우는 문득 세해갈이 사리 하나에 만족하는 것이 진심인가 하는 작은 의심이 생겨 그렇게 물었다.

"뼈에서 나온 사리는 일종의 씨앗과 같습니다. 그리고 제게 필요한 씨앗은 하나로 족하지요. 세 개를 심어 키울 능력도 없고, 하나가 실패하면 다시 키울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 사리를 연화 하여 저와 동일체로 만든 후에 싹을 틔우겠지만 두 분이 가진 사리는 있어봐야 제가 다시 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혹여 세해갈 선인과 같은 이가 또 있어서 이 사리를 필요로 하지는 않겠습니까?"

"그럴 일이 있을까 모르겠지만 그것까지 제가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요."

"그렇습니까?"

"네, 그리고 두 분께 그 사리는 고작해야 응축된 신기를 담아둘 그릇일 뿐이지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 또한 제 몫이라 생각하겠습니다."

건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잠시 입을 다물고 귀왕과 세해갈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건우가 입을 다물자 유희와 세해갈도 다시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겼다.

건우 역시 그런 둘의 모습에 다시 대화를 시작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이후 그들이 눈을 뜬 것은 태고 신수의 뼈에서 마지막 신기가 빠져나올 때였다.

< 세해갈과 귀왕과 태고 신수의 뼈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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