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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통수 선협전-456화 (456/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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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제리배천단(制埋拜天團)을 아십니까? >

- 그야 이미 짐작을 하고 있었던 일입니다. 종 선생이 탐혈을 피해 지하 세계로 들어온 즉시 스스로 한 곳에 웅크리고 몸을 숨겼습니다. 그러니 어찌 그 꿍꿍이를 모르겠습니까.

그런데 의외로 괴뢰선은 종선생의 행동을 비난하거나 하는 기색은 없었다.

"이제 종 선생이 지하세계에서 자신을 꺼내 달라 하는데 이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함께 있는 다른 선인들이 고까워 할 것이 분명한데 말입니다."

사실 종 선생 하나만 빼돌리는 일이야 누가 방해만 하지 않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미 과거 지하세계를 봉인했던 금제의 흔적과 그 흔적에 녹아있는 소위의 기운까지 확인하지 않았던가.

그 소위의 기운을 이용한다면 건우가 직접 지하 세계에 들어갔다가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런데 고작 편도로 누구 하나를 빼 내는 일이야 뭐가 어려울 것이 있을까.

- 하하. 그런 걱정을 하시다니, 쓸모없는 걱정일 뿐입니다.

괴뢰선은 건우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아니, 그럼 지하의 모든 선인들이 종 선생이 홀로 빠져나가는 것에 고까움이 없다는 말입니까? 어찌 그럴 수가 있습니까?"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다.

수사란 이들이 누가 잘 되는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경우가 얼마나 된단 말인가.

비록 등선자가 되어 이제는 소원을 성취한 선인이라 하여도 그 습성이 어디 쉽게 변할까.

같은 처지로 지하 세계에 갇혀 있던 종 선생이 홀로 자유를 얻어 나간다면 누구라도 못마땅해 할 것 같은데?

- 그가 있으나 없으나 우리가 달라질 것이 없지 않습니까. 도리어 그가 밖으로 나간다면 혹여 이곳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 줄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종 선생이 그곳에 있는 선인들을 돕는단 말입니까?"

- 사실 밖에서 도움을 줄 이가 한 명이라도 더 늘어나는 것이 우리들에게 좋을 거란 말입니다. 적어도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흐음."

- 게다가 종선생, 그는 이전에 제가 거느리기까지 했던 이가 아닙니까. 그래서 서로 감정의 교류가 많은 편이지요. 그래서 그를 제가 잘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잘 아신다고요?"

- 다른 것은 몰라도 약속 하나는 잘 지키는 이라 할 수 있지요. 그와 계약을 맺으면 확실히 믿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정말로 밖으로 나간다면 그에게 큰 이익이 될 거래를 제안할 준비도 되어 있고 말입니다.

"그렇게까지 말씀을 하신다면 저도 종 선생과의 거래를 수락하고 이행하도록 하겠습니다."

- 이제 보니 건우 선인에게는 종 선생을 밖으로 빼 낼 확실한 방도가 있으신 모양입니다?

"열에 아홉은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지요. 종 선생이 1 할의 실패를 감수할 자세가 되어 있다면 오래지 않아서 그 방법을 실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 되겠지요."

건우는 그렇게 괴뢰선과의 대화를 끝마쳤다.

‘괴뢰선이 말을 꾸민 것 같지는 않으니 종선생을 밖으로 꺼내는 것은 문제가 없겠다.’

- 어서 다미 선자에 대해서 들었으면 좋겠어요. 정정 선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나 역시 그렇다. 너와 내가 어찌 다를까.’

건우는 몽이의 등장에 설핏 웃으며 대답했다.

요즈음 유희와 의견 교환을 많이 하다 보니 몽이가 나설 기회가 적었다.

그런데 지금 건우가 괴뢰선과 대화를 하는 동안 유희가 다른 곳에 가 있으니 몽이가 때를 놓치지 않고 등장했다.

- 그런데요.

‘응?’

- 도대체 유희 선인은 왜 건우님과 함께 다니는 걸까요? 대라선이나 되는 양반이 분신을 보내서까지.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몽유희란 대라선이 시간에 메몰되어 가는 정신에 새로운 활기를 더하기 위한 놀이를 한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내가 포함이 된 것이라고.’

- 지금은 다른 생각이라도 있다는 말씀이에요?

‘뭔가 천지 법칙의 간섭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 그랬지? 탐혈이 천지 법칙의 수호를 강하게 받는 이였다면 내가그에게 다가가는데 이런저런 방해가 많았을 것이라고.’

- 그러니까 유희가 건우 님의 곁에 있는 것도 그런 식으로 천지 법칙이 간섭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거에요?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거야. 탐혈과 관련되어 그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든 생각이지."

- 음, 말하자면 보이지 않는 법칙의 간섭, 운명 같은 걸까요?

"모르지, 일은 지나가 봐야 평가가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건우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다시 의념을 집중하여 지하 세계를 가로막고 있는 봉인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종선생을 꺼내 올 방법을 궁리할 때였다.

이미 쓸 만한 수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조금이라도 더 확실하게 만드는 것을 멈출 이유는 없었다.

‘명품은 세밀함에서 나오는 거라고 했던가?’

우우우우웅! 투우웅!

"이제 뚫고 들어갑니다."

- 기다리고 있소이다.

푸화화확! 터더더덩!

"닿았습니다. 종 선생이 거하고 있는 봉인 공간의 중심부만 떼어내어 이쪽으로 옮길 것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이후에 이쪽부터 공간 연결을 끊어서 종 선생이 있는 봉인 쪽으로 공간을 쪼그라들게 하여 극멸기가 선계로 스며 나오는 것을 막을 것입니다. 자, 이제 봉인 공간을 옮깁니다."

건우는 괴뢰선의 괴뢰심을 통하여 종선생과 심언을 소통하며 공간 법칙을 이용한 공간 연결을 통제했다.

아울러서 종 선생에게 상황을 알려서 공간이 이동될 곳에 바로 위치하도록 설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종 선생을 극멸기가 가득한 지하 세계에서 깨끗하게 빼 내는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이제 끝났습니다. 봉인을 스스로 풀고 나오시면 수미산 자락의 한 부분이 눈 밑으로 보이는 단애에 설 수 있을 것입니다."

건우가 종 선생이 들어 있는 봉인 공간을 지상으로 옮긴 후에 괴뢰심을 붙들고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괴뢰심에서 종선생이 아닌 다른 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종선생이 이곳에서 사라지면서 연결이 끊어졌소이다. 지금은 건우 선인과 나만이 서로 대화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들려온 목소리는 괴뢰선의 것이었다.

건우가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괴뢰심에서 시선을 돌려 종 선생이 들어 있을 봉인을 바라보았을 때였다.

그 봉인의 한 부분이 허물어지며 미형의 젊은 남자 선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종선생?"

건우가 그를 확인하듯 불었다.

"하하하하. 이거 건우 선인께 큰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그 암울한 곳에서 이리 황홀한 곳으로 나오다니 말입니다."

건우의 부름에 종선생이 흥분한 표정으로 얼굴을 붉히며 떠들었다.

"그 사이에 다시 몸을 바꾸신 모양입니다"

원래 종선생은 괴뢰선과 같은 괴뢰에 속하는 이였다.

그래서 몸을 바꾸는 것이 다른 선인들에 비해서 무척 쉬운 편이었다.

물론 선인의 경지를 감당할 괴뢰신체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지금 종선생의 모습은 건우가 기억하는 과거와는 많이 달랐다.

"건우 선인이 윤회에 든 이후로 등선을 하면서 한 번, 등선 이후 오래도록 폐관 수련을 하며 한 번, 그리고 탐혈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한 번. 이렇게 세 번이나 몸을 바꾸었습니다."

"그럼 그 몸은 탐혈 때문에 바꾼 것입니까?"

"원래도 바꿀 준비를 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마침 탐혈의 일이 있어 이전의 몸과 이 몸을 바꾸는 금선탈각의 수로 겨우겨우 목숨을 부지했지요."

종선생은 그 때를 떠올렸던지 살짝 몸을 떨었다. 그만큼 당시의 기억이 서늘했던 모양이었다.

- 건우 선인. 종 선생은 잘 도착한 것입니까?

그 때, 건우가 들고 있던 괴뢰심을 통해서 괴뢰선의 심언이 전해졌다.

건우는 슬쩍 종선생의 손을 보았는데, 거기에는 괴뢰심이 보이지 않았다.

"괴뢰선이 종 선생의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건우는 종 선생을 향해서 들고 있던 괴뢰심을 내밀었다.

그러자 종 선생이 괴뢰심을 받아들고 한동안 괴뢰선과 무언가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 중에 표정이 여러 번 바뀌었는데 화를 내었다가, 기뻐했다가, 호기심을 가졌다가, 또 득의만만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건우는 그가 괴뢰선과 지하 세계의 문제를 두고 어떤 거래를 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자신이 펼쳤던 공간 법칙의 여파를 씻어 내기 위해 이곳저곳을 다독였다.

그렇게 건우가 한참 법칙의 힘이 퍼진 영향을 지우고 있을 때, 종 선생이 괴뢰심을 가지고 건우에게 다가왔다.

"여기 있습니다. 괴뢰선은 다시 며칠 후에 심언을 연결하겠다 했습니다. 이번에 조금 무리를 했다더군요."

"나와 종선생의 심언을 연결하고 유지하는 것이 어찌 쉬웠겠습니까. 그럴 만 하지요."

건우는 그렇게 괴뢰선의 사정을 너그러이 받아주었다.

그리고 소환하여 높이 띄워 두었던 거룡 비행 선기를 하늘로부터 불러내렸다.

"오오, 굉장합니다. 저것은 머리를 잘라 만든 것이 아닙니까. 그럼에도 머리의 힘과 기운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듯 합니다."

종선생이 거용의 모습에 경탄하며 말했다.

건우는 그런 종선생을 거용의 머리에 있는 4층탑의 1 층으로 데리고 갔다.

"앉으시지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사실 이 강 모는 그다지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리 조급한 모습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이를 말이겠습니까. 이 종가도 이제 극멸기의 위협을 벗어난 기쁨을 어느 정도 느꼈으니 거래대로 건우 선인에게 연화궁과 유정정 선인, 그리고 연화주와 다미 선자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종선생은 건우가 서두르는 이유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렇게 말을 하고는 자세를 바로 고쳐 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연화궁의 창궁과 유정정의 이야기부터 전하기 시작했다.

유정정이 건우가 윤회에 든 후에 연화궁을 열고 제자를 받아들여 크게 키웠다.

그리고 그 제자들을 선계 곳곳에 퍼트려 건우의 소식을 찾기 위해 애썼다.

유정정이 연화궁을 키운 것은 실상 바로 그 이유, 건우의 행적을 찾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건우에 대한 소식은 매번 잘못된 것들만 전해질 뿐으로 그 때마다 유정정은 마음의 상처를 더해갔다.

차라리 아무 소식도 없었으면 나았을 것을, 매번 기대하다가 실망하기를 반복하니 그 심력의 낭비가 극심할 수밖에.

"내가 지금에 와서 판단하기에는 유정정 선인의 병이 깊어진 것은 그 이유가 컸을 것입니다."

"병이라 하는 것은 바로 그 심병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렇지요. 다른 뭐가 있겠습니까? 유정정 선인이 건우 선인을 그리워하여 그것이 마음의 병으로 깊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유정정 선인이 그리 호락호락한 이는 아니지요."

"그야 당연합니다. 정정은 그야말로 내가 아는 최고의 수사였습니다. 선인이 되었다고 그 당당하고 굳센 모습이 어디 가겠습니까?"

"하하하. 그렇습니다. 참으로 유정정 선인은 대단했지요. 십여만 년이 흘렀을 즈음에 심병은 무척 커져서 그대로 두면 스스로를 해칠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사실 그 정도를 버틴 것도 대단하다 할 일이 지요."

"그렇습니까?"

건우는 당시 유정정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가슴이 메여 짧게 묻고 말았다.

"그렇지요. 어쨌거나 스스로 문제를 자각한 유정정 선인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다가 결국 스스로를 봉인한 상태로 건우 선인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으음."

"확실히 그것은 도전이기도 했지만 건우 선인에 대한 굳건한 믿음에서 나온 해결책이기도 했지요."

"내가 반드시 정정을 꺼내 주리라 믿었겠지요. 그리고 그렇게 서로가 재회하면 마음의 병이야 씻은 듯이 나을 것이고 말입니다."

"그렇지요.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거기서 문제가 생기고 말았지요."

"문제라고요?"

건우는 심상치 않은 종 선생의 표정에서 드디어 본론이 나오는 것임을 깨달았다.

"혹여 제리배천단(制理拜天團)이란 이름을 들어 보셨습니다."

종 선생이 바짝 긴장한 건우에게 그렇게 물었다.

< 혹시 제리배천단(制理拜天團)을 아십니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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