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446화 (446/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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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미산 지하에 어찌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

“하하하. 강 선인께서는 진정하시기 바랍니다. 등선자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진선이 옥선을 상대로 무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진정하십시오."

건우의 반응에 괴뢰선의 도인 괴뢰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괴뢰선은 건우가 옥선도 겁내지 않을 정도의 능력이 있음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건우도 잠시 흥분을 가라앉혔다.

당장 탐혈이라는 옥선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는 것까지 각오한다고 하더라도 그 수하인 조오망 등의 세 선인까지 합세하면 번거로울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그들 셋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하하, 이제 좀 진정이 되셨습니까? 어찌 그리 평정심을 쉬이 깨트린단 말입니까."

건우가 그렇게 생각을 가다듬는 모습에 괴뢰선도 마음이 놓였는지 표정이 편해졌다.

이에 건우가 그런 괴뢰선을 향해 물었다.

“그렇다면 이전에 은류도의 방어를 깨트리고 석수 괴뢰를 투입하여 경고를 했던 것은 단지 그들의 일을 방해하기 위함이었습니까?"

탐혈 옥선이나 포반자 등을 어찌 해 보려는 의도는 없었던 것이냐는 물음이었다.

지금 괴뢰선의 태도를 보아서는 탐혈을 극히 꺼려하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쩌겠습니까? 나나 종선생은 물론이고 뜻이 있는 선인 몇이 더 있어도 감히 나설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괴뢰선과 종선생 이외에도 몇이 더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지요. 그 사이에 제가 어렵게 함정에서 구한 몇 명의 선인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 역시 몸을 숨기고 감히 나설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지요."

“아니 함정에서 벗어났다면 곧바로 수미를 떠나 먼 곳으로 가거나, 혹여 다른 옥선이나 대라와 연이 있으면 복수를 부탁해 봄이 마땅하지 않습니까. 어찌 이곳 수미에 숨어 있단 말입니까?"

건우로선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자 괴뢰선의 도인 괴뢰가 처연한 눈빛으로 건우를 보며 말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언제부턴가 수미를 벗어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탐혈이 수미의 경계에 사나운 함정들을 펼쳐 놓았지요."

“네? 그럼 아무도 수미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말입니까?" 건우는 그렇게 물어보며 유희를 돌아봤다.

그러자 건우의 시선을 느낀 유희가 눈을 뜨고 건우를 보았다.

“내게 수미를 떠날수 있는 길을 묻는다면 나는 능히 그것을 들어줄 수 있음이다. 그러니 원한다면 말을 하거라."

실로 다행스러운 대답이긴 했다.

하지만 그것이 건우의 입장이라면 별로 의미가 없는 말이기도 했다.

어차피 건우는 유정정의 일을 알아볼 때까지 수미를 떠날 생각이 없었고, 아울러서 탐혈의 패거리를 처리할 생각까지 하고 있던 참이었으니.

“진정 수미를 떠날 방법이 있단 말입니까? 그렇다면 망설이지 말고 떠나십시오."

그것을 모르는 괴뢰선은 건우에게 수미를 떠날 것을 권했다.

그를 대리하는 도인 괴뢰의 표정과 눈빛에는 진심이 가득 담겨 있는 듯 했다.

“나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하지 만 건우의 대답은 단호했다.

“네? 어찌 그런 말을 하시는 것입니까?"

괴뢰선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물었다.

“왜요? 내가 수미를 떠날 길을 안다면 괴뢰선과 종선생 일행도 함께 하실 생각이셨습니까?"

그런 괴뢰선을 향해 건우가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건우에게 수미를 떠날 것을 권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한 것이다.

“아닙니다. 오해를 하신 모양입니다. 우리는 지금 수미를 떠날 방법이 있어도 의미가 없습니다. 옥선의 손길을 피하기 위해서 숨어든 곳은 우리가 원한다고 해도 빠져나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음? 빠져나올 수가 없단 말입니까?"

“고작 진선인 우리들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이라면 옥선인 탐혈이 어찌 지금까지 두고 보았겠습니까."

“그래요?’

“그렇습니다. 이곳은 실로 강력한 역천지기가 쌓여 있는 곳이라 감히 탐혈도 봉인을 풀 생각을 하지 못하지요. 그런 짓을 했다가는 곧바로 천지 법칙의 재앙을 받아 소멸을 당할 테니까 말입니다."

“그럼 그곳이 금역이라는 말입니까?"

건우는 괴뢰선의 말에 깜짝 놀랐다.

역천의 기운이 가득하다니, 그렇다면 구(舊) 법칙의 힘이 살아 있는 금역이라는 말이 아니겠는가.

“하하하. 그렇지는 않습니다. 역천지기가 자격을 잃은 법칙의 힘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더구나 이곳 수미는 선계에 속하게 된 것이 고작 이십만 년에 불과합니다. 이런 곳에 무슨 구(舊)법칙의 금역이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도대체 가득하다는 그 역천지기는 도대체 무엇이.........."

건우는 말을 하다 말고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어 입을 다물고 말았다.

“강 선인이라면 알아차릴 거라 생각했습니다."

괴뢰선이 그런 건우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수미에 그런 것이 남아 있을 수가……"

“기억하지 못하십니까? 과거 수미산 깊은 곳에서 강 선인께서 멸계와 통하는 진법 통로를 폐한 적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아까 이야기했던 역천지기라 하는 것이 멸계의 극멸기였단 말입니까?"

건우는 금역의 구법칙의 힘을 제외한 역천지기에서 극멸기를 떠올렸지만 정말 괴뢰선으로부터 그것을 확인하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도 자신이 유정정과 함께 마무리했던 수미산 지하에 극멸기가 쌓였다니.

“역시 알아차리렸습니다 그려. 바로 그렇습니다. 이곳에 멸계의 극멸기가 가득하여 탐혈이 감히 이곳을 열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으음. 그런데 괴뢰선과 종선생 등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이유도 같은 것입니까?"

“바로 그렇습니다. 우리가 밖으로 나가려면 나가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소위의 결계가 깨어질 것이 문제지요."

“소위의 결계. 그것이 아직도 남아 있었습니까?"

“하하. 그것이 없었다면 멸계의 극멸기가 이미 세상으로 퍼졌을 것이고, 그랬다면 오래전에 이곳의 문제가 깨끗하게 정리되었겠지요. 물론 그랬다면 우리가 숨을 공간이 없었겠지만 말입니다."

“소위의 결계로 인해 지하세계에 극멸기가 쌓이는 것을 몰랐다는 말이군요. 그런 곳을 용케 찾아서 피신을 하셨습니다 그려."

“살고자 하니 운이 트인 것이지요. 탐혈을 피해 도망을 치던 중에 운이 좋아 이리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어찌 탐혈이 그 소위의 결계를 지키지 않는 것입니까. 그곳을 지키기만 하여도 괴뢰선이 그들의 일을 방해하지 못할 터인데 말입니다."

그 또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탐혈 옥선이 그렇게까지 여유가 있지는 않은 것이지요.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어 직접 나서는 경우가 드뭅니다. 그런데 어찌 소위의 결계를 지킬 수 있겠습니까."

“그래요?"

“대신에 포반자를 비롯한 세 년놈들이 그 일을 대신하고 있지요. 물론 그래 봐야 나를 제대로 막지는 못하지만 말입니다."

괴뢰선은 그렇게 말했지만 그가 외부에 있는 괴뢰와 연결에 제약을 받는 것은 분명 포반자 등의 세 선인들 역할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건우는그런 짐작을굳이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대신 건우는 사과를 택했다.

“알겠습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확실히 괴뢰선이나 종선생 등이 나를 쫓아 이득을 볼 일은 없겠습니다. 오해하여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사정을모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오해였지요. 괘념치 마십시오. 그런데 정말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제 말대로 그냥 수미를 떠나시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거기서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밖에 서 큰 연을 만들어 언젠가 이곳의 탐혈을 처리해 주시면 좋겠지만 말입니다."

괴뢰선은 다시 한 번 건우에게 수미를 떠날 것을 권했다.

하지 만 건우는 고개를 흔들었다.

“탐혈 옥선이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저는 기회를 버릴 수가 없습니다. 구이형 선인이 연화궁의 오래된 유적을 발견했다 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강력한 결계가 있다지요."

“그렇습니까?"

“네, 그렇다면 그곳에 혹시라도 제 반려를 찾을 실마리가 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어찌 이대로 발길을 돌릴 수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 년놈들은 반드시 강 선인을 도모하려 수작을 부릴 것입니다."

괴뢰선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그 또한 감수해야지요. 위험이 있다고 피하기만 해서는 얻는 것이 없지 않습니까. 그것이 수도계의 이치가 아니었습니까."

“하아! 그리 각오가 단단하시다면 저로서도 어쩔 수가 없지요. 그리고 참으로 미안합니다."

“뭐가말입니까?"

갑자기 미안하다는 괴뢰선의 말뜻을 몰라 건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저도 그렇고, 종선생도 그렇고, 이곳의 모두가 연화궁과 유정정 선인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으니 말입니다."

“그것이 어찌 괴뢰선이나 종선생이 제게 사과할 일이겠습니까. 그럴 필요 없습니다."

건우의 말에 괴뢰선의 도인 괴뢰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내일을 기약하고 허물어져 내렸다.

그 후로 건우의 거룡 비행 선기가 수미산 자락의 남쪽, 예전 연화궁이 있었다는 곳에 도착할 때까지 건우와 괴뢰선의 대화가 이어졌다.

물론 날이 갈수록 이야기의 주제가 신변잡기로 흘렀지만 그래도 둘은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오고야 말았습니다 그려."

도인 괴뢰가 아래쪽에 있는 수미산 자락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저 멀리 1 만리 지름의 대지가 십여 리 깊이로 내려앉은 지형이 보였다.

그곳이 바로 연화궁이 자리 잡고 있던 곳이라 했다.

“세 년놈들의 수작이 교묘할 것입니다.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제 곧 건우와 유희가 연화궁 폐허로 내려갈 것을 짐작한 괴뢰선이 다시 한 번 만류하려던 말을 집어삼키며 건우에게 주의를 주었다. 말려도 듣지 않을 것을 알기에 그저 귀에 들리지 않을 경고라도 해 보는 것이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제 곧 좋은 소식을듣게 될 것입니다."

건우는 그런 괴뢰선에게 자신만만한 약속을 하고는 거룡 비행 선보의 소환을 취소하여 소매로 불러들였다.

이어서 괴뢰선의 도인 괴뢰에게 눈빛으로 인사를 하고는 유희와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홀로 남게 된 도인 괴뢰는 잠시 의념을 펼쳐 보다가 포반자 등의 기척을 느끼고는 다급하게 어디론가 모습을 감추었다.

조오망과 포반자 등은 그런 괴뢰선의 기척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대로 건우와 유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허허허. 약속을 잎지 않으셨습니다 그려."

제일 먼저 포반자가 홍안백발의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반가움을 표했다.

그리고 그 좌우에서 조오망과 구이형도 활짝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약속을 어찌 어긴단 말입니까. 이 강 모는 약속의 무게를 아는 사람입니다."

건우 역시 얼굴 가득 미소를 담고 포반자의 말을 받았다.

곁에 있는 유희만 여전히 처음 포반자 등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와 같이 무표정하게 굳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미 익숙하다는 듯이 조오망 등은 그런 유희와 눈인사만 나누고 건우에게 집중하려 했다.

어차피 의사 결정의 대부분을 건우가 내린다는 것을 파악한 이후에 결정한 행동 방식이었다.

“그런데 강건우 선인께서는 혹시 이전에 그 괴뢰를 부리는 놈과 만나지 않으셨습니까?"

그 때, 구이형이 혹시 하는 표정으로 건우를 보며 물었다.

이에 건우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푸후, 왜 아니겠습니까? 세 분과 헤어져 이곳 수미산으로 오는 길에 그의 분신인 괴뢰를 만나 며칠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미 짐작하고 있을 텐데, 거기에 아니라고 부정할 이유가 없었다.

거짓말을 해 봐야 믿어 주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니 구할 구 푼의 사실에 일 푼의 거짓을 더할 수밖에.’

- 정말 연화궁의 유적만 아니었으면 이 자리에서 눌러 죽이는 건데 말이죠.

몽이는 세 선인이 못마땅한 듯이 그렇게 건우의 생각 한 부분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런 건우의 속내와는 달리 건우가 괴뢰선을 만났다는 말에 세 선인은 어찌 대응을 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어차피 나는 세 분을 온전히 믿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이치로 제 모습을 감추고 있는 괴뢰선 역시 믿지 못하지요.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은 우리가 목표로 하는 연화궁의 유적만 생각하지요. 다른 사정은 이번 일이 끝날 때까지는 접어두는 것으로 하고 말입니다."

건우가 그런 세 선인을 향해 이와 같은 제안을 던지고 나서야 그들도 핑계를 찾았다는 듯이 적극적으로 연화궁 유적 탐사에 나서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 선두를 이끄는 것은 유적의 정보를 제공한 구이형이었다.

그렇게 서로 다른 복심을 가진 두 패의 수사가 연화궁 폐허의 지하로 모습을 감추었다.

< 수미산 지하에 어찌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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