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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통수 선협전-442화 (442/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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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뢰선의 석수(石獸) 괴뢰(促儡)가 나타났다 >

흑포(黑祖)를 입고 머리에도 검은 관을 쓴 중년 선인, 새하얀 도포(道祖)에 대나무 지팡이인 장죽(杖竹)을 든 홍안백발의 선인, 마지막으로 망태기를 목에 걸친 등이 굽은 노파(老쪼:늙은 여자) 선인.

건우는 혹시라도 아는 얼굴이 있을까 그들의 면면을 유심히 살폈지만 모두 초면인 이들이었다.

건우는 속으로 실망감을 느끼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거룡을 줄어 소매 속으로 불러 넣고 그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하하. 어찌 동도들께서 이리 마중을 나오셨답니까? 보통은 서로 연이 없으면 굳이 찾거나 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건우는 선인들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반갑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보통 특별한 볼 일이 없으면 초면의 선인을 찾아 앞을 막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수미에 도착하고 얼마 되지 않았는데 선인 셋이 이렇게 나타나 앞을 가로막다니.

이런 상황에서 어찌 경계하지 않을 수 있을까.

"혹여 우리에게 특별한 볼 일이 있으신 것입니까?"

건우가 경계심이 담긴 눈빛으로 세 선인을 보며 물었다.

그러는 동안 유희는 건우 옆에 서서 그저 돌아가는 상황이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지켜만 보고 있었다.

"하하하. 놀라신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리 경계하실 것은 아닙니다. 선인께서도 아시겠지만 이곳은 선계에서도 굉장히 외진 곳입니다."

"그렇지요. 그래서 좀처럼 오가는 선인들이 없습니다."

"그 때문인지, 언제부턴가 우리들은 수미를 방문하는 선인들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교류를 청하는 것을 일상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세 선인은 번갈아 가며 사정을 설명했다.

들어보니 건우가 생각하기에도 그럴듯한 이유이기는 했다.

이곳 수미가 선계의 변방에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런 환경이라면 오가는 선인들이 없을 수도 있고, 혹여 방문자가 있으면 이리 환영을 해 줄 법도 했다.

"그렇군요."

건우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는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러니 의심치 마시고, 잠시 우리와 함께 하심이 어떻겠습니까?"

"궁벽한 곳이라 크게 대접할 것은 없어도 영천 복지에 향기로운 차와 술을 준비해 뒀습니다."

"바쁘시다면 오래 잡지 않을 터이니 잠시라도 들러 주시지요. 잠시 자리를 해 주시고 선계 전반에 돌아가는 일들에 대해서 가르침을 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세 수사는 더욱 적극적으로 건우와 유희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건우는 슬쩍 유희와 눈빛을 교환했다.

재미있을 것 같구나. 나는 상관없느니 네 뜻대로 해라.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초대에 응해 보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 수미의 상황을 알아볼 참이었는데, 이렇게 알아서 대화를 청하니 마침 잘 되었다 싶기도 합니다.

그렇긴 하다만, 그래도 항상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 될 것이다.

유희는 건우에게 긴장을 풀지 말 것을 조언했다.

유의 선자께서 계신데 무엇이 걱정이겠습니까? 하하. 걱정 없습니다.

건우도 경계를 늦출 생각이 없었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유희를 추켜세워 점수를 따려 했다.

나는 고작해야 진선의 힘을 쓸 수 있을 뿐이다. 그것을 잊지 말거라. 문제가 생기면 그저 이 몸을 흩어버릴 뿐일 터이니. 너의 길잡이는 이 유희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니라.

하지만 유희는 지금 진선의 경지인 분신 이상으로는 힘을 쓰지 않을 것이라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건우의 길잡이는 본체가 아닌 분신 상태의 유희임을 내세워 한계를 정한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 말씀을 유념하고 있겠습니다.

그런 유희의 태도에 건우도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렇게 고개를 끄덕인 것이 마치 세 선인의 초대에 긍정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기라도 한 듯이 세 선인을 보며 말했다.

"좋습니다. 초대에 응하지요. 그렇지 않아도 이곳 수미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이 좀 있었는데 잘 되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이거 고맙습니다. 이리 초대에 응해 주시니."

"훌훌훌, 이 늙은이는 이제야 겨우 마음이 놓입니다. 혹여라도 두 분께서 내켜하지 않으시면 어쩌나 걱정을 했습니다."

건우의 승낙에 세 선인은 밝은 표정으로 저마다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더니 대나무 지팡이를 들고 있던 백색 도포의 선인이 지팡이로 허공 바닥을 쿵쿵 찍었다.

투웅! 투웅!

휘리리리리리리링!

그러자 그의 발밑 허공에서부터 수미해 쪽으로 은색의 띠가 생겨 났다.

"으음?"

"호오?"

그 모습에 건우와 유희의 얼굴에 놀란 표정이 드러 났다.

이어 건우가 그 백식 도포의 수사를 향해 물었다.

"아니, 이만한 일로 법칙을 사용하십니까?"

"허허허. 손님맞이를 어찌 허투루 할 수 있겠습니까. 별것 아닙니다."

건우와 유희가 놀라는 모습에 그는 뭔가 의기양양한 기색으로 그렇게 말했다.

"자자, 이럴 것이 아니라 일단 가십시다. 가서 이야기를 하지요."

"홀홀홀. 두 선인께서는 사양치 마시고 오르십시오. 그러면 반나절이 지나기 전에 목적지에 닿을 것입니다."

흑포의 선인과 노파 선인도 건우와 유희에게 그 은색 띠에 오를 것을 권했다.

건우와 유희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곧바로 은색 띠에 올라섰다.

사실 그 은색의 띠는 흐름(流)의 법칙이 담겨 있는 영기의 응결이었다.

그 위에 올라서면 흐름의 법칙에 따라서 빠르게 공간을 이동하여 목적지에 닿게 되는 것이다.

건우가 익히고 있는 공간 법칙에 비해서는 모자람이 있지만 먼 거리를 이동하는 수단으로는 나쁘지 않은 수법이었다.

건우와 유희는 백색 도포의 선인이 은색 띠를 만들어 내는 순간 한눈에 그것을 알아보았다.

다만 그들이 놀랐던 것은 이런 사소한 일에 법칙의 힘을 사용했다는 것이었는데, 보아하니 백색 도포의 선인은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어 자랑하기를 즐기는 성향이 있는 듯 보였다.

건우와 유희가 살피기에 은색 띠에는 그 외에 숨겨 놓은 수작은 달리 없었다.

그래서 서슴없이 은색 띠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이었다.

"허허허. 그럼 이만 가십시다."

건우와 유희의 뒤를 따라서 세 선인들까지 은색 띠에 올라선 후, 백색 도포의 선인이 다시 지팡이를 가볍게 내리찍어 법칙의 힘을 움직였다.

그러자 은색 띠를 이루는 영기가 빠르게 흘러가며 다섯 선인을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오오, 이렇게 또 다른 흐름으로 관 모양을 만들어 외부와 단절을 시켰습니까? 흐름 법칙의 힘을 여러 가지로 변용하게 썼군요."

이동을 시작한 후, 건우가 뒷짐을 진 상태로 은색 띠를 살피다가 그 띠를 감싸고 있는 또 다른 흐름을 발견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하는 척했다.

이에 백도포의 선인은 입이 귀에 걸릴 듯이 기뻐하는 표정이 되어 입을 열기 시작했다.

"허허허. 알아보셨습니까? 바로 그렇습니다. 이 은류도(銀流道)는 실로 단순한 것이 아니지요. 제가 깨달은 법칙의 힘을 여러 방면으로 궁리하여 만들어 낸 것입니다. 외부에 긴 관처럼 은류도를 감싸고 있는 흐름은 그저 은류도와 외부의 충돌을 막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격에 대한 방어의……"

그런데 바로 그 때였다.

콰자자자작! 쿠우우웅!

은류도를 감싸고 있던 관 모양의 흐름이 깨어지며 그 너머에서 석수 괴뢰들이 다수 모습을 드러냈다.

그 석수 괴뢰들은 발톱과 이빨에 법칙의 힘을 담고 있었는데, 그 힘으로 은류도에 실려 있는 흐름 법칙을 깨트린 것이다.

그 때, 건우는 그 괴뢰들에서 뭔가 익숙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것은?'

- 괴뢰선! 괴뢰선이 분명해요 건우 님.

건우가 뭔가를 떠올렸을 때, 몽이 역시 같은 사실을 알아차리고 호들갑을 떨었다.

이에 건우는 눈빛에 이채를 담고 보호막을 넘어 은류도에 내려선 괴뢰들을 바라보았다.

괴뢰가 은류도에 침입하자 흐름 법칙을 통한 이동이 멈추고 말았다.

"이런! 괴뢰놈이다!"

"또 그 빌어먹을 놈이 나타났어!"

"부숴버려!"

백색 도포의 선인이 고함을 지르자 흑포 선인과 노파 선인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두 선인의 몸에서 각기 법칙의 힘이 쏟아져 나왔는데, 흑포 선인은 부패의 법칙을 사용했고, 노파 선인은 구속(拘束)의 법칙을 썼다.

부패의 법칙은 돌로 이루어진 괴뢰를 썩게 만들었고 노파의 망태기는 크게 부풀어 천라지망을 펼친 후에 괴뢰들을 향해 쏘아져 갔다.

= 뭣들 하십니까? 어서 도망치십시오.

그 때, 괴뢰들 중에 하나가 건우와 유희에게 심어를 전해왔다.

하지만 건우나 유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볼 뿐, 쉽게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물론 건우는 당장이라도 괴뢰선을 만나고 싶었지만 아직은 괴뢰선과 눈앞에 있는 세 선인의 관계를 조금 더 알아보고 싶었다.

= 저들은 선인들을 초대해서 제압하고 죽이는 이들입니다. 이대로 함정으로 끌려간다면 절대 살아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내 말을 듣고 어서 도망치십시오.

다시 괴뢰를 통한 심언이 전해졌다.

이에 건우가 눈빛을 빛내며 소리쳤다.

"함정이라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건우의 목소리는 괴뢰 뿐만이 아니라 다른 세 선인들도 모두 들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건우의 고함을 들은 세 선인이 난처한 표정으로 변명을 늘어놓았다.

"속지 마십시오. 저 괴뢰놈은 항상 저희의 일을 방해했습니다."

"우리가 다른 선인들과 교류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서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것입니다."

"절대 속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왜 두 선인을 해하려 하겠습니까? 절대 아닙니다."

세 선인은 그렇게 변명하며 쉬지 않고 은류도에 올라선 괴뢰들을 빠르게 제거했다.

괴뢰들의 발톱이나 이빨에 깃들어 있는 법칙의 힘은 그리 강력한 것이 아니어서, 정리는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 차라리 스스로 장소를 택해서 교류를 하자고 하십시오. 나도 이 이상은 도울 수 없습니다.

그 때, 마지막 괴뢰가 부패 법칙에 허물어지기 전에 가까스로 괴뢰선의 심언이 다시 들려왔다.

건우가 느끼기에 괴뢰선은 이곳에 있는 건우와 유희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어 보였다.

그저 특정되지 않은 대상에게 괴뢰를 통해서 심언을 전달하는 정도로 보였다.

"으음. 그 말이 옳은 거 같군요. 유희 선자께서는 어떠십니까?"

대충 상황이 정리되고 백색 도포의 선인이 은류도를 다시 움직이기 전에 건우가 유희를 보며 물었다.

그러자 세 선인도 당장 무엇을 하지 못하고 건우와 유희의 대화를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우리가 누구를 의심하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이 이렇게 되었으면 당연히 이 은류도를 타고 목적지로 가는 것은 어렵겠지."

"그렇겠지요?"

건우는 그렇게 유희의 뜻을 알아보고는 몸을 돌려 세 선인에게로 향했다.

"어떻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마땅히 교류의 장을 바꾸는 것이 옳다고 여겨집니다만?"

건우가 그렇게 물었을 때였다.

흑포의 중년 선인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설마 우리를 의심하는 것입니까?"

그는 몹시 기분이 상했다는 듯이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에 건우는 웃음을 잃지 않고 차분하게 대꾸했다.

"상황이 이러니 어찌 의심이 없겠습니까? 선인께서 우리의 입장이라면 의심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건우의 말은 표정과 달리 단호하고 직설적이며 거리낌이 없었다.

그런 건우의 말에 세 선인은 서로 뭔가 심언을 주고받으며 의논을 시작했다.

이에 건우도 슬그머니 의념 공간 안에서 영찬황후선보를 불러내며 그들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리고 곧이어 세 선인들은 의논을 끝내고 노파 선인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우리들의 호의가 이렇게 폄훼(照毁)되니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으니 두 분의 뜻에 따라서 다시 장소를 정함이 옳겠습니다."

"하하하. 역시! 이래야 도리에 맞지요. 좋습니다. 그리 말씀을 하시니 지축해(持軸海) 어디에 작은 섬을 찾아 잠시 머물며 교류를 함이 어떻겠습니까?"

노파 선인의 말에 건우가 크게 기뻐하는 표정으로 그렇게 제안했다.

마침 은류도를 타고 오는 중에 지축해를 지나던 참이라 멀리 갈 것 없이 적당한 섬을 찾으면 될 일이었다. 이는 세 선인들도 꼬투리를 잡을 수 없는 적절한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허허. 그럼 그렇게 하지요."

"살펴보니 크고 작은 섬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 아무 곳이나 택하시지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섬을 택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요. 우리는 그저 두 분의 결정을 따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결국 세 선인은 그렇게 건우의 제안에 따르기로 했다.

< 괴뢰선의 석수(石獸) 괴뢰(傀儡) 가 나타났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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