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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통수 선협전-440화 (440/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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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현무룡갑(北玄武龍甲八穴改) 영찬황후선보(靈豫皇侯仙寶) >

북현무룡갑(北玄武龍甲) 팔혈개(八穴蓋) 영찬황후선보(靈豫皇侯仙寶)는 건우의 영혼과 하나가 되어 의념 공간에 흡수된 상태였다.

원래 수사나 선인들은 자신의 의념 공간에 사물을 보관하는 것이 쉽지 않다.

평범한 수사나 선인이 의념공간에 사물을 넣기 위해서는 그 대상을 자신의 영혼과 하나가 된 상태로 온전히 연화해야 한다.

그래야 의념 공간에 사물을 흡수시킬 수가 있다.

그런데 사물과 영혼을 일체화하는 것은 그 자체로 영혼에 부담이 되기에 보통은 본명 법보가 아닌 이상, 의념 공간에 흡수시키는 일이 드물다.

그런 면에서 건우의 의념 공간 활용이 매우 특별한 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건우의 의념 공간과 하나가 되어 있던 영찬황후선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의념 공간 중앙에 오롯이 모습을 드러낸 선보.

방패처럼 생긴 북현무룡 등껍질 조각, 그 중앙에 영찬황이 찬란한 서광을 발하고 그 주변을 둘러 일곱 개의 영찬후가 원을 이루었다.

영찬황은 다양한 색채의 서광을 뿌리고 있는데, 원을 이룬 영찬후는 흑백적녹황의 다섯 색에 금색과 투명한 것을 더하여 일곱이 되어 영찬후를 에워싼 것이다.

'일단 지금 상황에서 가장 넓게 펼쳐볼 수 있는 조율 법칙을 사용해 보자.'

법칙을 남용해도 천지 법칙의 흐름을 거스를 가능성이 가장 적은 것이 조율 법칙이다.

조율 법칙은 그 자체로 어긋난 것을 맞추는 힘이 있었기에 굳이 의도하지 않는 이상 역천을 하는 경우가 드문 까닭이었다.

건우는 그런 이유로 의념을 펼쳐 환상대시 전체에 조율 법칙을 펼쳐 보기로 했다.

그렇게 의지를 세우자 건우의 의념 공간에서 영찬황후선보가 이전보다 더욱 강한 빛을 뿜어내며 건우의 의지를 받아들였다.

우우우우우웅!

환상대시 전체에 건우의 조율 법칙이 펴져 나가기 시작했다.

건우는 그 과정이 너무도 쉬운 데다, 정신적인 부담이 적다는 것에 기뻐하며 조금씩 법칙의 힘을 더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이어 환상대시 곳곳에 걸려 있던 엄청난 술법들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조율의 힘이 어긋난 것을 바로 잡으려 하니, 수사와 선인의 술법을 건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따악

"윽!"

순간 건우의 이마에 따끔한 충격이 전해지며 법칙 행사가 흐트러졌다.

"지금 뭐 하는 짓이냐? 설마 환상대시를 완전히 무너뜨릴 생각이냐? 응? 너, 나한테 무슨 불만 있는 거냐? 아니면 누구한테 사주를 받고 이런 짓을 하는 거냐? 응? 응?!"

번쩍 뜬 건우의 눈앞에 유희가 화난 얼굴을 들이밀며 따다다다 쏘아붙였다.

"설마 그렇기야 하겠습니까? 그저 본명법보의 위력을 시험해 보려다가 그리 된 것입니다. 저도 문제가 생기는 것을 알고 즉시 멈추려 했습니다."

건우는 그렇게 변명하며 슬쩍 유희의 시선을 피했다.

"흥! 고약하기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어서 본명 법보나 꺼내 보거라."

그런 건우의 말에 유희가 팔짱을 끼고 코웃음을 치며 어서 본명 법보를 꺼내라 재촉했다.

건우는 곧바로 의념공간에서 영찬황후선보를 현실로 불러냈다.

그러자 소환한 영찬황후선보가 건우의 머리 뒤에 후광처럼 떠올랐는데 갖가지 서광이 영롱하여 보기에 신비로운 면이 있었다.

"흐응, 어디 보자. 북현무룡의 갑(甲)을 토대로 했으니 방어력이야 말할 것도 없고, 일곱 영찬후를 거느린 영찬황을 주력으로 했으니 그 위력 또한 나무랄 것이 없겠구나."

유희는 팔짱을 낀 상태로 눈으로만 선보를 살피면서도 조목조목 그 내면을 밝혀내고 있었다.

"일곱 영찬후가 중앙에 있는 영찬황과 연결되어 있으니 영찬황을 통해서 모두의 힘을 결집시킬 수 있음이다. 게다가 그 힘의 결집을 온전히 법칙의 힘을 다루는 의식 강화로 몰아넣은 선보이니 그 위력이 사뭇 막대하겠구나."

유희는 연이어, 건우가 설계하고 완성한 영찬황후선보의 속을 낱낱이 읊어냈다.

건우는 그런 유희의 모습에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 자신의 본명 법보가 발가벗겨지는 꼴이니 어찌 마음이 편하겠는가.

"어? 이게 뭐야?"

그러다가 유희가 뭔가 놀란 표정으로 시선을 돌려 건우의 얼굴을 바라봤다.

"네? 무엇을 말씀입니까?"

"설마 모른다는 것이냐? 아니면 숨기고 싶은 것이냐?"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흐응, 그래? 그렇다면 너는 모르는 것으로 하자. 알거나 모르거나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지. 하지만 재미는 있구나. 호호호호."

유희는 영문 모를 말을 하고는 크게 웃었다.

건우는 자신의 본명 법보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 걱정이 되었지만 유희가 재미있다며 말을 끊었다면 거기서 아무리 재촉을 해 봐도 더는 말을 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빠르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이제는 네가 환상대시에서 더 얻을 것은 없겠구나. 그렇지 않으냐? 혹시 뭔가 더 구할 것이 있더냐?"

한바탕 웃음을 터트리고 난 유희가 표정을 지운 얼굴로 건우에게 물었다.

"달리 뭐가 더 있겠습니까? 일단 영찬황후선보를 제대로 다루도록 훈련을 하고, 그 외에는 수미세계로 가는 통로가 열리기를 기다리는 것이 고작이지요. 기다리는 시간이 짧지 않으니 이런저런 소일거리를 찾아 볼 생각도 있긴 합니다."

"그래 봐야 별로 재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구나. 그리고 따지자면 그런 일들이야 환상대시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일들이 아니냐. 딱히 여기서 해야 할 일들은 아니지?"

"그렇습니다."

"좋다! 그럼 내가 너에게 아직 약간의 빚이 남았으니, 조금 남은 보은으로 너를 수미로 보내주마."

"네? 그게 정말이십니까?"

"흥, 그럼 내가 너와 농을 하겠느냐?"

유희가 토라진 투로 말했지만 이미 건우에겐 그런 유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것은 수미 세계로 간다는 사실이었다.

"감사합니다. 유희 선자님. 하하하핫."

"너무 좋아 하는 것이 아니냐? 너는 나와 헤어지는 것이 그리도 좋으냐?"

건우가 대놓고 큰 웃음을 터트리자 유희가 조금 더 불퉁한 표정으로 따지듯 말했다.

그러자 건우가 여전히 웃으며 대답했다.

"기쁜 것을 기쁘다 하지 않는 것도 선인께는 불경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反)이라 했습니다. 등선자의 길고 긴 삶에서 다시 선인과 만날 날이 어찌 없겠습니까. 또한 다시 만날 때의 기쁨도 작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오래도록 함께 하며 얻을 기쁨이, 어찌 오랜 이별 후에 다시 만날 때의 기쁨보다 작을까. 그래도 다시 만날 것을 기대할 수 있음은 그나마 위로가 되는구나."

건우의 대답에 유희는 섭섭한 듯, 시원한 듯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응? 그럼 차라리 함께 가는 것은 어떠냐?"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유희가 뜻밖의 제안을 던졌다.

"네?"

건우가 깜짝 놀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도 너와 함께 수미로 가자는 말이다. 그렇게 한동안 내가 너의 길잡이 노릇을 더 해 주는 것이지."

"홍의선자는 환상대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건우가 알기로 홍의선자의 활동 범위는 환상대시였다.

외유를 한다고 해도 1 년 이내로만 한다고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런 제약 따위가 나에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 모든 것이 내가 정한 규칙이거늘?"

하지 만 유희는 문제없다는 태도였다.

"하지만 일단 정했던 규칙이 아닙니까?"

"논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음이다. 도대체 내가 그 규칙을 폐한다고 한들, 누구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냐?"

설사 조금 문제가 생기거나 혹은 억울한 일을 겪는 이가 있다고 해도 항의할 이가 있을까?

"그저 저에게 동행이 생기는 것만 달라진다는 말씀이군요?"

"그 외에 내가 너와 항께 하는 동안에 이런저런 일이 생기겠지만 그런 미래까지 헤아리며 조심 할 필요는 없겠지."

"알겠습니다. 싫지도 않지만 싫다고 한들 유희 선인을 누가 말릴 수 있겠습니까?"

건우는 살짝 한숨을 쉬며 유희 선인의 말을 받아들였다.

사실 건우는 지금 당장은 유희라는 혹이 붙는 것보다는 수백 년을 앞당겨 수미로 갈 수 있다는 것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래서 유희가 함께 하겠다고 해도 크게 따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수미로 보내준다는데, 그 정도 부담이야 별로 상관없다는 마음이었던 것이다.

"그럼 한 달의 말미를 줄 테니, 그 때에 정남문 앞에서 만나기로 하자꾸나."

"마침 그곳이 이번에 입구가 바뀌는 곳이로군요?"

"흥, 그러니 그 때에 그곳에서 보자는 것이 아니냐."

"알겠습니다. 유희 선인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래, 나도 먼 길을 떠나려면 준비를 좀 해야하니, 그 때에 보자꾸나."

유희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붉은 안개가 되어 허공에 흩어지며 모습을 감췄다.

건우는 그것을 본 뒤 곧바로 영찬황후선보를 의념공간으로 돌려보내고 정신을 집중하여 그것을 살피기 시작했다. 다시 본명 법보를 시험하려는 것이었다.

- 지금 환상대시에서 쓸 수 있는 법칙은 공간 법칙뿐인 거 같은데요?

그러자 오랜만에 몽이가 모습을 드러 냈다.

'그렇지. 조율 법칙은 쓰자마자 문제가 생겼고, 생기 법칙도 아무 데나 쓸 수는 없으니까. 그냥 이전에 원기소 도조에게 만들어 줬던 그 격리 공간을 더 크고 완벽하게 만들어 볼 생각이야.'

- 중요한 건, 법칙의 힘을 쓰는데 영찬황후선보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가 하는 걸 알아보는 거니까, 방법이야 상관없겠죠.

'그래. 그러니……'

건우는 그렇게 말을 하며 의식을 집중해서 공간 법칙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천지 법칙의 간섭을 받지 않을, 격리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공간 법칙의 힘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건우는 이 격리 공간을 궁리할 때에 자신의 의념공간이 가진 특별한 독립성에서 발상의 씨앗을 얻었다.

그리고 덕분에 다른 공간 법칙 선인들보다 훨씬 완성도 높은 격리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실제로 이 공간을 능숙하게 만들게 되었을 때, 원기소가 엄지를 치켜세울 정도였다.

우우우우우웅!

건우의 의식이 천지 법칙의 견고한 흐름에 틈을 만들고 그 거대한 법칙이 닿지 않는 비밀스러운 공간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건우가 작정하고 격리 공간의 크기를 키웠기에 소비되는 의식의 힘 또한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우가 법칙의 힘을 사용하는 순간 의념공간에 넣었던 영찬황후선보의 중앙에서 영찬황이 휘황찬란한 서광을 뿜어냈다.

그리고 그 서광은 곧바로 건우의 의식으로 흘러들어 마치 뜨거운 쇠를 식히는 물처럼 건우의 의식에 걸린 부하를 시원하게 씻어 주었다.

덕분에 법칙의 힘을 사용하느라 힘겨워하던 의식이 한 순간 부담이 사라지며 넉넉한 여유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 정도면 법칙의 힘을 이전보다 두 배는 수월하게 쓸 수 있겠군. 이러면 공헌도를 따지지 않아도 평범한 금선 따위는 싸워 이길 수 있을 정도가 아닐까?'

보통 금선과 싸우는데는 법칙의 힘을 얼마나 강하게 쓸 수 있느냐 보다는, 쌓아 둔 공헌도가 얼마나 많은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공헌도를 따질 여유도 주지 않고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면 공헌도는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그래서 건우는 자신이 법칙의 힘을 이전보다 두 배나 강력하게 쓸 수 있다면 공헌도를 따지기 전에 금선을 제압할 정도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며 격리 공간을 더욱 크게 늘리고 있을 때였다.

어? 이게 무슨 일이죠? 왜 저 녀석들이?

몽이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갑자기 의념 공간 한쪽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소망이와 구근이, 백죽이 때문이었다.

< 북현무룡갑(北玄武龍甲) 팔혈개(八穴蓋) 영찬황후선보(靈豫皇侯仙寶)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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