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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통수 선협전-437화 (437/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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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상대시 (幻像大市)에 머물기로 하다 >

포기하세요.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아마도 800년 후에 수미로 열린다는 통로는 저 여자가 제 맘대로 여는 것이겠죠. 저 여자는 지금 당장이라도 수미로 통로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요.

건우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을 때, 몽이가 얼굴 앞에 나타나 유희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 그럴 가능성이 높지. 700년 정도 나를 여기에 붙잡아 두겠다는 의미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얼마 후에 열린다는 통로로 나가서 수미까지 700년이 걸릴 거란 말이 거짓은 아닐 거야.

당연히 800년 후에 수미로 곧장 통로가 열릴 거라는 말도 사실이겠지.' 하지만 그 사이에 수미와 근접한 통로들이 아주 없을 거라는 말을 어떻게 믿어요? 솔직히 환상대시의 통로들이 정해진 순서에 따라서 열린다고 믿기도 어려운데요? 저 여자는 그렇게 계획적인 여자로 보이지 않아요.

'아! 그건 그러네. 다분히 즉흥적인 사람인데 미래에 열릴 통로들을 미리 정해 뒀을 리가.'

-하지만 따져봐야 좋은 소리는 못 듣겠죠?

'그렇겠지.'

유희를 몰아붙여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잠깐 사이에 깨달은 것이지만 유희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무척 위험해 보였다.

건우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어차피 유희가 원하는 대답은 하나일 거라는 생각을했다.

800년 동안 건우를 환상대시에 붙잡아 두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여기서 곧 열릴 입구를 통해서 수미로 가겠다고 하면? 재미있다고 할까? 아니면 재미가 없다고 할까?"

- 높은 확률로 재미없다고 할 거 같은데요?

'그렇겠지?"

건우는 몽이에게 그렇게 되물으며 유희와 눈을 맞췄다.

그리고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대답했다.

"가까운 시기에 열린다는 그 입구로 나가면 수미까지 700년이라 하셨습니까?"

"응,그런데 설마 거기로 나갈 거야?"

"그게 재미있지 않겠습니까? 저는 재미있을 거 같은데요?"

"뭐?"

"그렇지 않습니까? 여기서 안전하게 머물다가 800년 후에 곧바로 수미로 가는 것보다는 700년 동안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수미로 가는 것이 더 재미가 있을 듯 해서 말입니다."

"아니지 아니야."

"아닙니까?"

"이곳 환상대시가 훨씬 재미있을 거야. 지루하게 이동만 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일들이 있을 거라고."

"하긴 이동에 700년이 걸리는 거리라 하셨으니 중간에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면 시간을 많이 잡아먹게 될 수도 있겠군요? 그럼 800년보다 훨씬 늦게 수미에 닿을 수도 있고 말입니다."

"그래! 그런 거지. 그러니까 이곳에서 800년 동안 재미있게 지내다가 수미로 가면 좋지 않겠어? 안 그래?"

"확실히 그렇기는 합니다."

"그래? 그럼 결정한 거지? 네가 원하는 수미로 가는 길은 800년 후에 환상대시의 동문에 열릴 거야. 확실히 그럴 거니까 그렇게 알아."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이제 첫 번째 길 안내는 확실히 한 거지? 응?"

"맞습니다. 그런데 조만간 열릴 거라 하신 통로 말입니다."

"응, 거기서부터 수미까지 700년 걸리는 그 통로?"

"네,유희 선인님."

"그게 왜? 그런 거 신경 쓰지 마. 네가 그걸 택해도 조금은 재미가 있었을 거 같긴 하지만, 이미 800년 후에 열리는 통로를 선택했잖아."

"혹시 그게 열린다는 근래가 몇백 년 정도 되는 것이었습니까? 가령 200년이나 300년 정도 말입니다."

"호호호호. 너 참 재미있구나? 그런 추측을 해내다니 말이야. 하지만 알려주지 않을 거야. 환상대시의 입구에 대한 것은 그것이 열린 후에나 알려주게 되어 있으니까."

'그럼 800년 후에 수미로 통로가 열린다고 한 건 뭔데?" 건우는 그렇게 묻고 싶은 것을 꾹꾹 눌러 삼키며 다시 한 번 유희가 제멋대로란 사실을 깨달았다.

"음, 그럼 이제는 뭘 하면 좋을까?"

그런 건우를 향해 유희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잠시라도 뭔가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는 듯이 급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일단 상점에 들어왔으니 이만 이곳의 상품들을 구경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응? 너는 선석이나 영찬도 없으면서 뭘 가지고 거래를 하려고? 여기엔 고작해야 영석밖에 없잖아."

건우의 말에 유희가 아직까지 돌려주지 않았던 건우의 공간낭을 위로 던졌다가 받으며 말했다.

"일단 뭘 파는지를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필요한 것이 있다면 이후에 준비를 갖춰 다시 찾아올 수도 있는 일이고 말입니다."

"뭐 급할 건 없겠지. 그럼 우선 환상대시에서 거래되는 물건들에 대해서 알아볼까?"

"좋습니다. 나쁘지 않은 제안인 듯합니다."

"응, 그럼. 그렇게 해. 여기!"

건우의 대답을 들은 유희가 손을 번쩍 들어 점원을 불렀다.

그러자 점원이 곧바로 유희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네, 손님."

"우리 이야기 대충 들었지?"

"아닙니다. 제가 어찌 사사로이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겠습니까."

"그래?"

"네, 손님."

"그럼 그렇다고 하고. 일단 상품들 소개 좀 해 봐."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유희의 주관으로 환상대시의 상점 관광이 시작되었다.

"보니까 모으는 재료들이 선보(仙寶)를 만드는 주변 재료인 듯 보이던데?"

건우가 환상대시에 머문 지 3년.

유희와 함께 한 시간도 그만큼 흘렀다.

그 사이에 건우는 환상대시의 객잔 중 하나에 별채 하나를 얻었다.

환상대시의 객잔이나 여관, 대상점 등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건물 안쪽에 공간 확장을 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객잔의 경우에도 뒷문으로 나가면 좁은 후원에 여러 개의 별채로 통하는 입구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건우의 거처 또한 그런 식으로 객잔 건물에 공간을 확장하여 만든 별채였다.

그 거처 또한 유희의 추천으로 머물게 된 곳이었는데, 의외로 숙박비는 영석으로도 지불할 수 있어서 부담은 되지 않았다.

다만 선계 등급의 재련 자원을 구하는 데에는 그만한 교환 가치를 지닌 것이 필요했는데, 유희에게 보여준 것 이상을 꺼낼 수가 없는 건우는 어쩔 수 없이 여러 일들을 해야했다.

당연히 그런 일들을 주선하는 것도 유희가 알아서 했는데, 역시 환상대시의 주인이라 그런지 대가가 좋은 알짜배기 일거리를 물어오곤했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유희가 평소와는 다른 기색으로 건우에게 말을 걸었다.

그동안 건우가 구했던 물건들을 통해서 뭔가를 짐작해 낸 것이 분명했다.

건우는 유희가 또 뭔가 새로운 일을 만들려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그러십니까?"

"흥, 내가 언제 너에게 손해가 될 일을 시키기라도 했더냐? 왜 그리 발톱 세운 괭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이냐?"

"유희 선인께서는 항상 선인의 즐거움을 찾으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뭐? 네가 피해를 본 일이라도?"

"그건 아니지만 어쩐지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때는 있었습니다."

"흥! 감히! 내가 그리 얄팍하게 수를 부릴 것 같으냐? 나는 일을 꾸며도 네게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반드시 만들어 주었느니라."

"그렇습니까?"

"그게 길잡이의 일이 아니냐. 네가 원하는 일을 맞추어 주는 것."

"그렇군요. 그런데 유희 선인께서는 저를 언제 호위로 쓰시려는 것입니까?"

"뭐? 내가 너와 항상 함께 다니는데 너는 그동안 스스로 호위란 마음가짐이 없었다는 소리냐?"

유희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건우는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그건 아니지요. 저는 항상 유희 선인의 호위임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단 한 번도 호위로서의 일을 할 기회가 없었지 않습니까. 그래서 물어본 것뿐입니다."

"홍! 나는 항상 너를 따라 다니는데, 네가 위험한 일을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냐. 그러니 네가 호위의 일을 할 기회도 없었던 것이지."

"그게 그렇게 된 것이었습니까?"

"왜? 어디 위험한 일이라도 하고 싶은 것이냐? 아니, 그보다 앞서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해야지. 다시 물어보마, 네가 구하는 것들이 모두 선보를 만드는 보조 재료로 보이는데 맞느냐?"

"어찌 유희 선인의 눈을 속이겠습니까. 맞습니다. 지금껏 구한 자원의 대부분은 한 가지 기물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그렇구나. 그런데 처음에 너를 만났을 때, 네가 가진 것을 모두 봤지만 그만한 것이 없었다. 그런데 너는 네 입으로 선보를 만든다 하니, 그렇다면 그것은 반드시 네 본명법보이겠구나? 의념공간에 있을 테고."

"그렇습니다."

실제로 의념공간에 들어있는 것이고, 또 그것들로 본명 법보를 만들려는 것이니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다.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스스로 면죄부를 주었다.

"그렇구나. 그럼 그 일로 내가 도울 것은 없느냐? 이 길잡이가 도울 일 말이다."

건우의 대답에 유희가 신이 났는지 은근히 달라붙어 팔에 매달리며 그렇게 채근했다.

건우는 왠지 부담스럽게 들이대는 유희의 모습에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의심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결국 어차피 드러낸 일이니 일부의 사실을 알리기로 결심했다.

"저에게 영찬황과 그 영찬황의 영찬후 일곱 개가 있습니다."

"응? 영찬황과 영찬후? 그것도 영찬후가 일곱 개나 된다고?"

건우의 말에 유희가 깜짝 놀라며 눈빛을 반짝거렸다.

"그렇습니다. 과거 반지천이란 곳이 생겨날 때에 제가 그곳에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반지천의 땅속에서 영찬황과 영찬후를 발견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때는 고작해야 인계 수준의 수사였을 따름이지요."

"호호호. 고작 그런 경지에 영찬황과 영찬후를 얻었다고? 그리고 그것을 지금까지 가지고 있어?"

건우의 말에 유희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러다가 유희가 건우를 노려보았다.

"흥! 고얀 것. 숨기는 것이 많구나."

"네? 그 무슨 말씀이신지요?"

"이 놈! 네가 고작 인계 수준의 수사로 영찬황과 영찬후를 얻었다면 어찌 영계나 선계 수준의 수사들이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겠느냐? 그런데 지금까지 네가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뭔가 특별한 방법으로 영찬황과 영찬후를 숨겼다는 것이겠지."

"어차피 본명법보로 만들어 연화하여 의념공간에 넣으면……"

"끝까지 나를 능멸하려는 것이냐? 네가 정말로 그렇게 했다고?"

건우의 말을 중간에 끊으며 유희가 물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건우는 본능적으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닙니다. 사실 영찬후와 영찬황을 숨길 수 있었던 것은 융생오금(融生鳥金)을 얻은 이후로 가능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는 저도 영찬황과 영찬후가 그리 귀한 것인 줄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영찬후 세 개를 경매로 팔기까지 했었습니다."

"뭐라? 호호호호. 영찬황의 후를 나누어 팔았다고? 아아, 그러고 보니 어디서 그런 이야기가 떠돈 적이 있었구나. 그런데 그게 너였다고?"

"그렇습니다. 그렇게 경매를 마친 이후에 길을 가던 중에 융생오금을 만나게 되었고, 그것이 영찬의 기운을 숨길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슨 재련 비법 같은 것을 얻었던 모양이구나? 융생오금의 사용 방법을 안 것을 보면."

"확실히 그렇습니다."

"좋다. 그래서 융생오금의 힘으로 영찬의 기운을 숨겼다고 하자. 그런데 그런 것으로 내 이목을 숨길 수는 없다. 허면, 그 영찬황과 영찬후들은 어디에 있을꼬? 역시나 어디이 몸도 찾지 못할 곳에 숨긴 것이 아니겠느냐. 심지어 네 의념 공간에 있더라도 그것이 영혼과 연결된 본명 법보라면 내가 아주 느끼지 못할 수는 없을 텐데?"

"유희 선인께서는 제가 공간 법칙을 익혔음을 모르십니까?"

"아아! 그러니까 네가 공간 법칙의 힘을 이용해서 따로 공간을 만들었다는 소리냐? 거기에 귀한 것들을 넣어 두었고?"

"저,그것이……"

"호호호호. 재미있다. 재미있어. 네가 그런 식으로 나를 속였다는 말이렸다? 호호호호호."

유희는 뭐가 그리 좋은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사실 대라선인 그녀를 이런 식으로 속이는 선인은 지금껏 없었다.

그러다 보니 유희가 느끼는 신선함은 무척 큰 것이었다.

환상대시를 만들어 뭔가 자극을 얻어 보려던 몽유희로선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신선함이요 그에 따른 큰 기쁨이었다.

"송구합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 제가 유희 선인께 모든 것을 내어 보일 수는 없지 않았겠습니까?"

건우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호호. 되었다. 이미 지난 일을 두고 너를 탓하지 않겠다. 그리고 당시의 네 선택을 나무랄 생각도 없다."

그런 건우를 보며 겨우 웃음을 거둔 유희가 진지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건우는 다시 한 번 그런 유희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유희 선인."

"좋아! 그럼 이제 다음 행보를 정해보자. 네가 영찬황과 영찬후를 이용해서 선보를 만들기로 했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팔혈개(八穴蓋)가 그것이지. 그렇지 않으냐?

"선인의 말씀이 맞습니다."

건우는 차마 아니라고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팔혈개는 여덟 개의 구멍이 있는 덮개란 뜻인데, 영찬황을 중앙에 두고 원형으로 일곱 개의 영찬후를 배치하려면 꼭 필요한 것이었다.

건우도 그것을 구하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었지만 마음에 드는 것을 찾지 못하고 있던 것이었다.

팔혈개는 영찬황과 영찬후를 끼워 넣을 판인데, 만들고자 하면 어? ? 않게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선보를 만든다면 거기에 알맞은 재료로 만든 것이어야지 아무것으로나 만들어선 곤란했다.

건우가 지금껏 제대로 된 팔혈개를 구하지 못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고.

"어떠냐? 내가 팔혈개의 재료로 적합한 신수의 등껍질에 대해서 아는 바가 있는데?"

"신수의 등껍질이란 말씀입니까?"

"그래. 내가 장담하지만 선보급의 기물을 만드는 데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함께가 보겠느냐?"

건우는 그렇게 물어보는 유희의 눈빛에서 이것이 그녀의 새로운 놀이임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건우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좋습니다. 길잡이의 안내를 받겠습니다."

< 환상대시 (幻像大市)에 머물기로 하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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