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431화 (431/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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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자(分子), 원자(原子). 원소(元素)? >

“으음? 천지 법칙이?"

하지만 건우가 공간 법칙을 최대한 활용하여 초장거리 이동을 하려 할 때에, 문득 천지 법칙의 흐름이 느껴졌다.

그것은 건우가 하려는 행위가 흐름을 거스른 것임을 뜻하는 징조.

건우는 끌어내던 법칙의 힘을 다시 다독여 누르고 눈을 떴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어째서 천지 법칙의 흐름이?”

건우가 원기소를 보며 물었다.

“네가 방금 이동하려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는 있느냐?"

그런 건우를 보며 원기소가 물었다.

그런데 건우는 그런 원기소의 물음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방금 건우가 사용한 수단은 공간 법칙을 이용하여 중간에 지나치는 모든 것들을 무시하는 방법이었다.

그저 최대한 먼 곳까지 통로를 만드는 데에만 집중을 한 것이다.

이는 건우의 의념이 닿는 거리 따위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저 법칙의 힘을 활용한 수법이었다.

그러니 이쪽 입구와 반대쪽 입구 사이에 걸쳐 있는 공간적인 거리 따위는 건우도 알 수 없었다.

“네 놈이 한 짓이 얼마나 미련한 짓인고 하니, 수미 세계란 곳이 입구와 출구 사이에 있을 수도 있음은 생각지 않느냐?"

“어르신께서 까마득히 먼 곳이라 하시니, 몇 번은 이동을 해야 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건우는 그렇게 대답하며 자신의 경솔함을 자책했다.

공간과 공간을 이어 중간 경로를 생략했으니 그 사이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원기소의 말처럼 그 중간 어디에 수미 세계가 있을 수도 있다.

“미련하기는. 네가 아직 공간 법칙의 무서움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모양이구나. 선계의 수많은 법칙들 중에서 공간 법칙은 매우 강력한 법칙이다. 그런 것을 제멋대로 쓰려고 했으니 천지 법칙의 흐름을 거스를 수밖에."

“그렇습니까? 하지만 저는 아직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하긴, 아는 것이 없으니 당연하겠지. 일단 네가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원기소가 진중한 음성으로 말했다.

“무엇입니까?"

“선계 곳곳에 비틀림이 산재해 있다는 사실이다."

“비틀림이란 말씀은 정상적이지 않다는 말씀입니까?"

“제법 머리가 돌기는 하는구나. 그렇다면 그 비틀림에 어떤 것이 있을지는 추측할 수 있겠느냐?"

건우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던지 원기소가 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건우는 간단치 않은 질문이라 느끼고 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후에 대답했다.

“평범한 것이라면 굳이 어르신께서 말씀하시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가장 심각한 비틀림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래? 그게 무엇이더냐?"

원기소가 눈빛을 반짝였다.

“법칙이 비틀리는 것입니다. 대천 세계에 존재하는 법칙, 그것이 비틀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크하하하하. 영특하구나. 그렇지 ! 바로 그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그 법칙이 비틀린 것이다."

“그럼 수미 세계로 가는 길에 그런 비틀림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이를 말이겠느냐? 너는 모르겠지만 선인들의 출입까지 위험한 그런 곳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있지. 그런 곳은 대부분 금역으로 불리는 곳이고."

“등선자 수준에서 말하는 금역이겠지요?"

“그럼 등선도 하지 못한 것들이 우물 안에서 제 멋대로 운운한 금역이겠느냐?”

원기소가 건우의 물음에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건우도 말도 안 되는 질문을 던진 것이 부끄러운 듯이 머리를 긁었다.

“일단 출발을 하자꾸나. 예서 이대로 머물러 있어 봐야 어디에 쓰겠느냐?"

그런 건우를 보며 원기소가 탁자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그것은 그들이 타고 있는 거룡 비행 령보를 움직이라는 의미였다.

물론 단순히 거룡 비행 령보의 능력만으로 이동하자는 의미는 아니었다.

건우의 공간 법칙의 힘이 더해지면 거룡 비행 령보는 진선들이 타고 다니는 이동용 선기나 선보와 충분히 겨룰 정도가 된다.

“거리를 좁혀서 공간 법칙으로 이동을 하는 것이 더 빠르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건우는 아직 수미 세계에 빠르게 도착하고 싶은 욕심을 버리지 못한 상태였다.

“쯧, 급할수록 돌아가란 말이 있느니 ! 그건 나중에 내가 도와줄 테니까 일단 내 이야기나 마저 들어라."

그런데 그런 건우를 향해서 원기소의 책망이 떨어졌다.

건우는 어쩔 수 없이 의념을 펼쳐 거룡 비행 령보를 움직이게 하고 원기소를 바라보았다.

“너도 이제 경험을 해 보면 알겠지만 우리들이 말하는 금역의 대부분은 법칙의 비틀림이 있는 곳이다. 그럼 이런 법칙의 비틀림은 어찌 생기겠느냐?"

“그건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떤 법칙과 대립하는 뭔가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제법 맞추었다. 법칙의 비틀림을 만드는 것은 영락한 과거의 잔재들이지."

“과거의 잔재라니요?"

“이전에는 법칙이었지만 어느 때부터 법칙이 아니게 된 것들. 그런 것들이 여전히 법칙처럼 작용하는 곳, 그런 곳이 금역이 된다. 물론 모든 금역이 그런 것은 아니고."

“법칙이었지만 법칙이 아니게 된 것이라고요?"

건우는 원기소의 말에 깜짝 놀랐다.

과거 잠시 추측했던 내용이 나왔기 때문이다.

‘천지 법칙의 거대한 흐름이 바뀌게 된다면 법칙이 힘을 잃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예전에는 아니었던 것이 법칙으로 바뀔 수도 있으리란 내 추측이 옳았단 말이군.'

“너도 짐작하겠지만 줄기와 같은 강대한 법칙은 그렇지 않지만 작은 법칙들은 때로 쉽게 의미를 잃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렇게 의미가 사라지고 힘을 잃은 법칙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여전히 그 힘이 유지되는 곳이 있다는 말이군요?"

“그렇지. 의미가 퇴색된 후에도 그 깨우침을 놓지 않고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는 이들이 원흉이지. 물론 사람이 아니라 사물이 금역을 만드는 경우도 있고."

“알겠습니다. 그런 곳을 무턱대고 공간 법칙으로 뚫고 지나는 것도 문제가 있겠군요?"

“알았으면 다시는 아까처럼 무모한 짓을 하지 말아라."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건우는 원기소에게 고개를 숙이며 약속했다.

“그럼 이제 내 이야기를 해 보자꾸나."

그런 건우를 향해 문득 원기소가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무슨 가르침이 있으십니까?"

“음, 내가도조인 것은 알겠지?"

“물론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장악한 법칙은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왜 스스로 반편이라 하는가? 그게 궁금하지는 않고?"

“그야 당연히……"

“앞으로 오래 함께 할 것 같으니 그걸 이야기해 주겠다는 말이다. 그러니 잘 듣거라."

“네? 네. 알겠습니다. 어르신."

건우는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겠다는 원기소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자세를 바로 하고 경건한 태도를 취했다.

“도조란 대천 세계의 여러 법칙 중에 하나를 장악한 이를 말한다. 때문에 도조는 그 법칙에 있어서는 마음대로 뜻을 정할 수 있지."

“네. 어르신."

“나는 원기소(元氣素)라 하는데 실상 이것이 내 법칙의 이름이기도하다."

“원기소 법칙이란 말씀이십니까?"

“그러하다. 너는 내 이름에서 무엇을 떠올릴 수 있느냐?"

“그리 물으시면……"

건우는 잠시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그런데 막상 건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원기소가 씁쓸한 표정으로 먼저 말을 시작했다.

“무슨 의민지 모를 것이다. 나 역시 이것을 발견한 것이 극히 우연한 일이었으니."

건우는 원기소가 말을 시작하는 바람에 자신의 생각을 전할 기회를 잃었다.

그리고 이어진 원기소의 말을 들으며 자신이 입을 다물기를 참 다행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원기소 법칙을 깨닫기 전까지 단절의 법칙과 나눔(分)의 법칙을 중점적으로 수련하고 있었다."

“단절(斷切)이나 나눔은 비슷한 의미가 아닙니까?"

“그래, 서로 닮은 법칙이라 함께 익히기가 아주 좋았다."

“그럼 그 법칙을 익히다가 어떻게 원기소 법칙을 발견하신 것입니까?"

건우가 추임새 식으로 원기소에게 질문을 던졌다.

“단절과 나눔의 법칙을 깊이 파고들수록 나는 더 많은 것을 잘라서 나눌 수가 있었다. 그런 중에 나는 물질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을 쪼개고 쪼개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존재가 소멸함을 알게 되었지."

“너무 작게 나누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분명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우연하게도 소멸이라 생각한 그 너머에서 뭔가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럼 소멸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것이 바로 인식의 차이인 것이다. 모두가 소멸되어 사라졌다고 생각해서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내가 우연히 인식하게 되었지. 그리고 그것들은 이전에 있었던 단절이나 나눔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아니, 법칙이 적용되지 않았다고요?"

“하하하. 법칙의 주인조차 알지 못하는 것인데 어찌 법칙이 그것을 자르고 나눌 수 있겠느냐."

“아! 단절과 나눔 법칙의 도조들께서 알지 못하는 것이라 그렇다는 말씀이군요?"

뭔가 도조와 법칙의 사이에 깊은 의미를 지닌 이야기인 듯 했지만 건우는 일단 기억만 해 두기로했다.

지금 당장은 원기소가 도조가 되었던 상황을 아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래서 절단과 나눔의 끝, 소멸이라 인식한 이후에 있는 것은 바로 나 원기소의 것이 되었고, 그것을 장악하여 원기소 법칙을 얻게 된 것이다."

“나누고 나눈 끝에 남게 되는 것이라. . . . . ."

“참으로 기이한 것이었지. 음과 양이 있으며 또한 그것을 매개하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서로 뒤엉켜 서로 다른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이지. 그래서 내가 원기소라 이름 붙인 그 원형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여러 다른 모습을 드러내곤했다."

“그렇군요."

건우는 원기소의 이야기를 들으며 대천 세계가 아닌 지구에서의 지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늙은이가 말하는 건 분자를 나눈 원자에 대한 이야기잖아!’

- 그러게요. 나누고 나눠서 결국 소멸이 된다는 것은 그것의 성질을 잃었다는 이야기니까 분자 상태를 더 나눈 결과겠죠.

‘아, 머리 복잡해지네. 원자, 분자, 이런 거 나오면 골아픈데.'

건우는 원기소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

하지만 그것은 대천 세계의 지식이 아니라 이전 세상인 지구의 지식이었다.

-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긴 하네요. 지구에서도 중세 이전 시대에 분자니 원자니, 원소니 해 봐야 그걸 누가 알아먹었겠어요? 지금 대천 세계의 인식은 딱 그런 정도라고 보면 되는 거죠.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원기소 도조가 물질의 성질이 사라져서 소멸이라고 생각했던 인식을 깨고, 그 이후에 남아 있는 원자를 인식했다는 거지? ’

- 그런 거 같네요.

‘그런데 왜 그 원기소 법칙을 쓰지 못한다는 걸까? ’

건우는 문득 그것이 의아했다.

그런데 건우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원기소가 정말 기함을 할 이야기를 꺼냈다.

“이 원기소가 음과 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문득 그 중심에 있는 것을 더 나누어 볼 생각이 들었지."

“네? 뭘 나눈다고요?"

건우가 깜짝 놀라서 물었다.

“말하지 않았나. 물질을 나누고 나누어 소멸에 이른 후에 나타나는 원기소, 그 원기소 또한 음과 양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중앙에 있는 양을 겉에 있는 음이 감싸는 형국이지."

“그래서 그걸 나누셨다고요?"

“그렇지. 음과 양을 나누고 다시 그 중에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양을 나누었지."

‘미, 미친!’

- 저거 핵분열 아니에요?

‘몰라! 나도 핵분열이 뭔지 잘 모른다고. 내가 거기까지 알 수는 없지. 하지만 들어보니 비슷한 거 같은데? ’

“그, 그래서 어찌 되었습니까?"

건우는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며 원기소에게 물었다.

< 분자(分子), 원자(原子). 원소(元素)?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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