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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환장 통수 선협전-429화 (429/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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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소(元氣素) 도조(道祖)께서 등장하셨다 >

“되었습니다. 그저 선계를 유람하려 하는 것 뿐, 특별한목적이 있어서 가는 것은 아니니 걱정하실 일이 아닙니다."

건우는 처서중에게 자신의 목적을 밝히지 않기로했다.

목적이 알려지는 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약점이 될 수 있고, 거래에서 손해를 볼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으음. 말씀하시는 것을 보아하니 저와 함께 일을 하는 것이 내키지 않는 모양입니다?"

처서중은 건우의 반응에서 그것을 알아차렸다는 듯이 물었다.

“아시는 것처럼 이제 막 등선을 한 몸입니다. 이런 중에 벌써부터 어디에 묶여서 머무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자유로이 선계를 떠돌며 많은 것을 경험할 생각이지요."

“그렇다면 더더욱 나와 일을 함께 해 보는 것이 좋을 텐데요? 이렇게 힘을 모아서 어떤 일을 함께 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란 사실을 모르셔서 그런 것입니까?"

“흔하지 않은 일이라 하더라도 여기저기를 떠도는 것만큼 흥미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단지 그런 이유일 뿐이지요."

“끄응, 결심이 그리도 확고하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합니다만, 아쉽군요."

처서중은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는 건우의 태도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건우를 설득하려는 생각을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어쨌거나 위금선대폭 가까운 곳으로 공간 법칙의 통로를 여는 것은 위금선께 불경이 될 것 같아서 이쪽으로 통로를 열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저는 이제부터 위금선대폭으로 가 볼 생각입니다만."

이제는 그만 헤어지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뜻을 담아서 건우가 말했다.

그러자 처서중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건우 선인의 뜻이 이리도 확고하니 달리 설득한 방법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그려."

“하하. 찾아보면 처 선인과함께 할 선인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하는 수 없지요. 그럼 예서 이만 헤어지기로 하십시다. 자, 배웅할 터이니 나가시지요."

결국 처서중도 설득을 포기했는지 그렇게 말을 하며 철탑 내부 공간을 두르고 있던 공간 법칙의 한 곳에 통로를 만들었다.

그리고 먼저 둔광을 펼쳐 그 통로를 통해 철탑 밖으로 나갔다.

건우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처서중의 뒤를 따라서 철탑 공간 밖으로 향했다.

이후, 두 사람이 나타난 곳은 이전 건우가 철탑으로 들어갔던 바로 그 밀림의 허공이었다.

건우가 나와보니 사라졌던 농부 노인이 다시 구층 철탑을 어깨에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처서중이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덕분에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건우는 작별 인사를 하기 전에 먼저 그렇게 감사 인사를했다.

처서중이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어쨌거나 그로부터 선계 생활에 도움이 될 조언들을 많이 얻었으니 그에 맞게 예를 표하는 것이 옳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고마운 마음이 있다면 이 처서중의 이름을 기억해 주십시오. 그리고 언제고 제게 도움을 줄 것이 있으면 오늘을 기억해 주십시오."

처서중은 건우에게 호감을 쌓아두고 작은 빚을 지워두는 것으로 이번 만남을 마무리하려는 듯했다.

건우도 그렇게 느꼈지만 별다른 거부감이나 부담감은 없었다.

처서중이 건우에게 큰 것을 바란 것이 아니니, 아주 적당한 처세를 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자,그럼……"

건우가 이제는 정말 헤어지자는 말을 하려는 순간이었다.

먼 곳에서 강력한 영기 파동이 밀려오며 그 영기 파동과 함께 누군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음?"

“어휴, 건우 선인도 참으로운이 없습니다. 이런 때에 하필이면 원기소(元氣素) 도조(道祖)가……"

“도조? 설마 진정 법칙 하나를 장악한 그 도조(道祖) 어르신이란 말입니까?"

건우가 처서중의 넋두리에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하아, 맞습니다. 법칙의 주인이신 도조 어르신입니다."

건우의 물음에 처서중이 깊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리고 그 직후 새하얀 둔광과 함께 원숭이 상을 한 노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원숭이 얼굴에 갈색의 털이 몇 가닥 섞여 있는 하얀색 털을 가진 노인의 모습은 이마에 난 깊은 주름 네 가닥 때문에 더욱 기괴하게 보였다.

“내 이야기를 하던 중이더냐?"

그가 처서중을 보며 물었다.

“다 들어놓고 뭘 확인하는 것입니까? 듣고도 몰라서 묻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런데 그런 노인을 향해서 처서중이 짜증스러운 반응을 숨김없이 내보였다.

건우는 고작 진선에 불과한 처서중이 어찌 도조 어르신에게 저리 무례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눈만 껌뻑거리고 있었다.

- 에게? 도조 맞아요? 영기나 의념으로 보면 건우 님보다 조금 나은 정도에 불과한데요? 저 정도면 옥선급 정도 아닐까요?

‘그러게? 아무리 봐도 법칙의 힘은 느껴지지 않는데? ’

물론 속으로는 몽이와 대화를 하며 원기소 도조라는 존재를 파악하려 애쓰는 중이었다.

“쯧, 인사하십시오. 그래도 도조 어르신인데 까마득한 후배인 건우 선인이 그렇게 멀뚱하게 있는 것도 예는 아니지요."

그 때, 처서중이 못마땅한 표정을 애써 지우며 건우에게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건우라 합니다."

건우는 처서중이 말한 도조란 이름 때문에라도 공손하게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도조 어르신, 이제 막 등선한 건우 선인입니다. 저와 같이 공간 법칙을 깨우쳤으니 도조 어르신께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자 곧바로 처서중이 건우 옆으로 다가서서 친한 척을 하며 원기소 도조에게 건우를 자세히 소개했다.

건우는 그 모습에 뭔가 불길함을 느꼈다.

지금 처서중의 행동은 뭔가 바라는 것이 있어서 건우를 이용하는 행태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하하. 그래, 건우라고? 반갑구나 나는 원기소라 한다."

그리고 그런 불안감은 원기소 도조가 건우를 향해 활짝 웃으며 인사를 했을 때, 더욱 강렬해졌다.

“자자,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안으로 드시지요. 건우 선인도 드십시다. 도조 어르신께서 오셨는데 훌쩍 떠나는 것도 예의가 아니지요."

그 때, 농부 노인의 허상이 철탑을 다시 거대하게 키웠고, 처서중이 입구를 열고 원기소와 건우를 탑 안으로 청했다.

그런데 이번에 처서중이 연 탑의 입구는 1층이 아니라 8층이었다.

건우는 꺼림칙한 마음이 들었지만 도조라는 존재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시 탑으로 들어섰다.

“자자, 이리로 앉으시지요."

“커엄. 대접이 이전과 많이 다르군?"

세 사람이 들어온 곳은 화려한 실내였는데 원형의 옥탁자와 금은과 상아로 만든 의자가 중앙에 있었다.

처서중은 그 탁자와 의자를 원기소와 건우에게 권하여 앉게했다.

이에 원기소는 이것이 일상적인 상황이 아님을 드러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하하.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이전에야 원기소 도조께서 일이 바쁘셔서 그런 것이었고, 오늘은 손님으로 찾아오신 것이 아니십니까?"

이에 처서중은 일이 아니라 손님으로 찾아온 원기소를 거기에 맞게 대우하는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데 그 직후 원기소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고, 곧이어 처서중을 노려보며 따지기 시작했다.

“응? 누가? 내가? 어허, 처서중 네가 머리를 굴리려느냐? 내가 너를 찾은 이유를 네가 어찌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이지?"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적당히 하거라. 내가 아무리 힘없는 늙은이라도 네 놈에게 무시를 당할 정도는 아니지 않느냐?"

원기소는 딱히 영기를 뿜거나 의념을 퍼트리지 않았다.

하지만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기만 하여도 그 기세가 묵직하기 짝이 없었다.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어찌 제가 도조 어르신께 무례할 수가 있겠습니까."

원기소 도조의 경고에 처서중이 다급하게 의자에서 내려앉아 대전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뭔가 의도했던 일이 틀어진 것이 분명했다.

건우는 그런 처서중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지금 상황이 어떤 것인지 가늠해 보느라 바쁘기 짝이 없었다.

- 도조가 처서중을 자주 찾아왔던 모양이네요?

‘그걸 처서중이 마땅치 않게 여기고 있었고? ’

오늘은 건우 님이 있으니 그걸 핑계로 원기소 도조를 잠시 들렀다가 가는 손님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그게 시작도 제대로 못하고 튕겨지고 말았군.'

네, 그런 거 같아요.

“쯧, 그 동안 내가 불편하기는 했겠지. 하지만 어쩌겠느냐 수도계가 다 그런 것을."

“네? 네, 네. 그렇지요. 맞는 말씀입니다."

“그만 올라앉아라. 신세 지는 마당에 그리 너를 곤란하게 해서야 되겠느냐."

건우가 잠깐 몽이와 대화를 하는 중에 원기소 도조가 땅바닥에 엎어진 처서중을 다시 의자에 앉게 만들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건우를 보았다.

“등선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네,그렇습니다."

“크크. 그래, 그런데 공간 법칙에, 생기, 조율 법칙까지 익히고 있구나? 이제 막 등선한놈이 법칙을 셋이나 깨달았다니 놀랍구나."

“아, 아닙니다. 그저 겉핥기로만……"

건우는 자신이 깨우친 법칙을 한눈에 알아보는 원기소 도조의 말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아니긴, 공간 법칙으로 따지자면 네가 여기 처서중이 보다는 나을 것이고, 생기나 조율도 만만찮은 깨달음을 가지고 있거늘."

이어지는 원기소의 말에 건우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도조가 한눈에 알아보고 그렇다고 하는데, 여기서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맞다고 잘난 척을 할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건우 선인이 저보다 공간 법칙을 깊이 깨달았다는 말씀입니까?"

그 때, 원기소의 말을 듣고 있던 처서중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아무래도 갓 등선한 건우의 깨달음이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말에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었다.

“깨달음이란 것이 모두 같지 않고 또 방향이 다르니 딱 잘라서 가부(可否)를 말하긴 어려우나 제법 깊은 깨달음을 가진 것은 분명해 보이는군. 그래서 네 깨달음이 어느 방향이냐? 공간 형성이나 이동이냐?"

원기소가 내친김에 확인을 하려는 듯이 건우에게 물었다.

건우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진법과 연계한 공간 이동에 조금 깨달음이 있습니다."

원래 건우는 수미 세계와 멸계 사이를 연결하며 공간 법칙의 깨달음을 얻었었다.

이후 이번에 등선하는 과정에서 다시 공간 법칙에 대한 깨달음을 더욱 깊게 했는데, 건우는 어떻게든 수미 세계로 빨리 가고 싶다는 무의식이 있었기에 공간 법칙에서도 먼 곳을 오가는 쪽으로 깨달음이 깊어 졌다.

“끄응, 그렇단 말이지? 그건 좀 아쉽구나."

그런데 건우의 대답에 원기소 도조가 앓는 소리를 내며 크게 아쉬워했다.

건우는 그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속으로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늙은이가 반드시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겠구나. 그리고 그건 공간 법칙과 연관이 있겠어. 어쩌면 처서중에게 시키던 일을 나에게도 시키려는 것이 아닐까? ’

건우의 눈빛이 깊은 곳에서 불안하게 떨렸다.

“하하하, 공간 법칙에 대한 깨달음이 저보다 뛰어나다니 정말 잘된 일이 아닙니까. 도조 어르신께서 원하시는 환경을 저보다 훨씬 잘 만들어 낼 터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때를 같이하여 들려온 처서중의 말에서 건우는 자신의 추측이 맞았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거야 봐야 아는 일이지. 어디 처서중 네 놈만 하겠느냐. 네 말대로 건우 저 녀석은 이제 겨우 등선한 놈에 지나지 않는데."

“하지만 깨달음이……"

“내가 언제 공간 이동을 시켜달라고 하더냐? 내가 필요한 것은 외부와 격리된 튼튼한 공간임을 네가 모르고 하는 말이냐?"

“무, 물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우 선인이 뛰어나니……"

“네가 내 일을 돕기 싫어서 이리저리 꾀를 부리고 있음을 내가 모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혹여 네가 크게 실수라도 한다면……"

“저,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절대로……"

“되었다. 너와의 이야기는 차후에 하기로 하고. 건우!”

“네. 넵 도조 어르신."

“너는 나와 이야기를 좀 하자꾸나. 내가 너에게 시킬 일이 좀 있느니라."

- 결국! 일이 이렇게 되고 말았네요. 어쩌죠?

‘어쩌긴, 상황 봐서 어떻게든 빠져나가야지. 그리고 보아하니 법칙은 몰라도 영기와 의념만으로 다툰다면 늙은이를 어찌하지 못할 거 같지도 않고.'

- 그래도 도조라잖아요.

‘뭐 그게 문제긴 하지만, 아직은 해 볼만 하다는 느낌이라서 말이지.'

건우는 그런 생각을 숨기며 슬그머니 고개를 숙였다.

“네,도조 어르신."

< 원기소(元氣素) 도조(道祖)께서 등장하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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