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환장 통수 선협전-426화 (426/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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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 선계 간보기는 성공적? >

“으음. 내가 경솔하여 생각지 못한 것이 있었다."

정강이 건우를 보며 침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뭐지?"

“너의 존재를 금선 중에 누군가가 알게 된다면 어찌 될까?"

되묻는 정강의 말에 건우의 가슴이 서늘해졌다.

“하하하. 바로 그거지. 정강 선인도 역시 같은 생각을 했군."

“원래 이런 문제야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하하, 여기 금선에 필적할 등선자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재미있는 일이 생기겠군."

이 때, 금선을 언급한 정강의 말에 위락과 지욕계가 모두 흥미로운 눈빛을 빛내며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건우는 위락과 지욕계의 말이 아니라도 이미 문제가 간단치 않음을 깨닫는 것과 동시에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지욕계가 재미있는 일이라 했지만, 건우의 존재를 알게 되는 금선이 있다면 그가 어찌 나올지는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위협이 될 존재인 건우를 지켜보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지. 건우 선인이 쌓은 공헌이 크다는 것은 여기 있는 우리만 아는 것이 아닌가."

“우리만 입을 다물면 문제 될 것은 없겠지."

“정강 선인 그건 아니지. 알고 있는 것이 있잖아. 여기에 없는 갈협은 어찌할 텐가. 그가 모습을 감추었다고 일이 끝난 것은 아니지. 내가 갈협이라면 건우 선인이 등선을 하는 때를 기다려 금선에게 그 사실을 알렸을 것이야."

지욕계가 결국 갈협의 이름까지 꺼내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하긴, 등선도 하지 못한 놈에 대한 이야기를 금선에게 할 수는 없었을 테니, 당연히 등선 이후에 그 사실을 알렸겠군."

“그나마 그건 호재라 해야 하나?"

위락과 지욕계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가며 건우를 긴장시켰고, 정강은 그 둘의 이야기를 굳은 표정으로 듣고만 있었다.

“끄응. 서둘러 몸을 피해야겠군."

결국 건우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위락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몸을 숨긴다고 금선의 추적을 피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텐데?"

“그래도 이곳에서 버티는 것보다는 서둘러 몸을 피하는 것이 좋긴 하겠군."

“게다가 법칙의 힘을 드러내지 않으면 선인들끼리도 서로의 존재를 알아차리기 어려우니 그저 쥐 죽은 듯이 숨어 살면, 아주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지."

위락의 말에 정강과 지욕계가 저마다 앞날을 예상하며 제멋대로 떠들어 댔다.

건우는 그런 세 선인의 언행을 보고 듣는 중에 묘한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그 이질감의 이유를 알아차렸다.

세 선인들의 언행에는 기이하게도 묘한 여유가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서 문득 그들을 보며 물었다.

“진선들은 모두 너희와 같은가?"

“그건 무슨 소리지?"

“우리와 같다는 것이 뭘 의미하는 거지?"

“별로 기분이 좋게 들리지 않는 소린데?"

건우의 물음에 세 선인이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느낌일 뿐이지만 너희는 치열함이 없어 보이는군. 생각해보면 이전에 정강 선인과 갈협 선인이 다툼을 벌였을 때에도 두루뭉술한 감이 없지 않았지."

“음?"

“치열함이라……"

“그야 당연하지 않나? 불로영생을 하는 우리가 치열할 것이 뭐가 있지?"

치열함이 없어 보인다는 건우의 말에 세 선인은 도리어 그런 것이 뭐가 중요하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예리하긴 하네. 벌써 그런 것을느끼다니."

“그래, 옳게 보긴 했지. 혹여 금선이 되겠다는 목표라도 가지고 있다면 모를까. 그것도 아닌데 굳이 치열함을 가질 이유가 없으니까."

“그렇지. 생사결을 하려고 해도 공헌도에 막혀서 동귀어진이 되는 경우가 많지. 그래서 죽고 죽이는 싸움이 벌어질 일도 거의 없지. 그건 정강과 갈협을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지."

“솔직히 금선이나 옥선 같은 이들과 얽히지만 않으면 태평한 삶이 이어질 뿐이지. 그저 불로영생을 누리며 살면 그 뿐인데, 치열항? 그건 등선 초기엔 있었더라도 없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

“역시 그렇군. 짐작했던 대로야."

건우는 세 선인에게 느꼈던 그 여유나 우유부단(優柔不斷)함의 실체를 확인하고는 그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우리들 역시 처음 등선을 했을 때에는 이렇지 않았다. 어차피 선인이 되었으면 나도 금선, 옥선을 지나 대라에 이르러 도조까지 노려보자는 생각을 했었지."

정강이 침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푸하하하하. 하지만 살아보면 알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아, 아니지. 건우 선인은 조금 사정이 다르지 않을까? 어차피 가만히 있어도 금선의 노림을 받을 테니, 어떻게든 금선의 자리에는 올라야 하지 않을까?"

“그런가? 하지만 그냥 숨어 사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경지를 숨기고 하급 수사들 사이에서 노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지."

위락과 지욕계는 여전히 정강보다 가벼운 언행을 이어갔고, 건우는 슬며시 눈썹을 찡그렸다.

그 때, 정강이 뭔가 심상치 않은 내용을 이야기했다.

“물론, 이렇게 살다가 어느 순간 허무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되면 그것으로 선인의 삶도 끝이 나겠지만."

“허무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 된다고?"

건우가 그것을 놓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세 선인을 보며 물었다.

“하하하. 불로영생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끝은 있기 마련이지. 진선들의 삶도 끝이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도 언젠가는 윤회로 돌아가거나 혹은 정신을 놓고 존재 자체가 붕괴된다. 그것이 진선들의 말로지."

“불로영생? 우리는 분명 그것을 쟁취했지만 등선을 거친 선인이라도 그 정신은 시간의 힘을 이기지 못하는 때가 오지."

“그런 경우를 일러서 허무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된다 하는 것이지. 물론 그 전에 스스로 윤회에 드는 경우도 많이 있고."

“그러고 보면 건우 선인이 그런 경우일 가능성이 높지. 그토록 많은 공헌을 가졌다면 당연히 전생의 지위가 진선은 넘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렇지! 스스로 윤회에 들었건, 사건에 휘말려 윤회를 했건, 어쨌거나 그만한 공헌은 그만한 지위가 필요한 법이니까."

“이야, 점점 건우 선인의 옛 정체가 궁금해지는데?"

이제는 건우의 전생에 대해서 제 멋대로 추측하며 망상을 펼쳐가는 세 선인이었다.

건우는 그런 모습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차고 있었다.

자신은 다른 세계에서 대천 세계로 튕겨져 온 영혼에 불과하다.

저들이 말하는 진선경 이상의 전생 따위는 가진 적도 없었다.

“으음. 혹시 선계에 대한 정보를 좀 얻을 수 있을까? 갈협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니 좀 먼 곳으로 몸을 피했으면 하는데."

건우는 이들과 될 수 있으면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갈협의 존재가, 가슴에 얹어 놓은 큰 바위처럼 묵직하게 느껴졌다.

그 때문에 건우는 최대한 서둘러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 만 간다고 하더 라도 아무 곳으로나 갈 수는 없는 일 .

가능하면 수미 세계나 그와 가까운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겠는가.

“하긴, 갈협의 존재가 편하진 않겠지."

건우의 말에 정강이 안색을 굳히며 말했다.

하지만 위락이나 지욕계는 건우에게 뭔가를 내어줄 생각은 전혀 없다는 듯이 멀뚱히 쳐다보기만 했다.

“화신기 때에 본 세상이 달랐고, 태령기가 되어서 보는 세상이 달랐지. 그러니 진선의 세상은 또 얼마나 다를까. 하지만 나는 이제 겨우등선에 성공한 초출에 불과하여 아는 것이 없다. 그러니 정강선인이 먼 길을 떠날 나를 위해서 도움을 좀 줄 생각은 없나?"

건우는 위락과 지욕계를 완전히 무시하고 정강을 직시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차피 위락이나 지욕계에게 뭔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건우였다.

“푸흐흐. 이리 정공법을 쓰면 참으로 곤란한데 말이지. 그런데 여기서 어물쩍거렸다가는 건우 선인과 좋은 인연이 되긴 힘들겠지?"

정강이 그렇게 말을 하며 건우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건우는 그저 묵묵히 정강의 다음 말을 기다릴 뿐이었다.

자신은 할 말이 끝났으니 그 이후는 정강의 선택에 맡기겠다는 뜻이었다.

이에 잠시 생각에 잠겼던 정강은 뭔가 결심을 굳힌 듯이 손에 들고 있던 쥘부채를 활짝 펼치고, 그 안에서 부챗살 하나를 뽑아냈다.

“어엇? 선기를……"

“정강 선인, 뭐하는 짓인가?

그 모습에 위락과 지욕계가 깜짝 놀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정강은 말없이, 뽑아낸 부챗살을 건우에게 내밀었다.

“으음, 저들의 반응만보아도 이것이 심상치 않음을 알겠는데, 어찌 이걸 나에게 주는 거지?"

건우가 정강이 내민 부챗살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러자 정강이 심언으로 말을 걸어왔다.

- 갈협과 내가 이전에 건우 선인이 쌓은 공헌을 보았을 때, 그 크기는 능히 금선을 넘어 옥선에 이를 정도였다. 이 부챗살은 그 가능성에 대한 투자인 셈이다.

- 투자라고?

- 그렇다. 차후에 연이 닿아서 나를 도울 수 있다면 도와 달라는 뜻이다.

- 내가 높이 올라갈 것이라 생각한다는 말인데?

옥선급의 공헌인데 어찌 무시할 수 있을까. 저 위락과 지욕계는 단지 금선급의 공헌이라는 소리를 듣고도 저리 몸을 사리고 있는데.

정강은 그렇게 심언을 보내며 위락과 지욕계를 훑어봤다.

애호에 건우가 가지고 있는 공헌이 금선급과 비길 만하다고 했던 것이 정강이었다.

하지만 사실 그 때부터 정강은 건우의 수준을 낮추어 위락과 지욕계의 선택을 제한한 것이다.

건우가 옥선급의 공헌을 지녔음을 알았다면 위락과 지욕계도 이미 건우에게 예물을 바치지 않았을까?

정강의 시선을 받은 위락과 지욕계는 정강과 건우가 심언을 주고받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인지 못마땅한 표정으로 눈을 부라렸다.

하지만 정강은 이내 그것을 무시하고 다시 건우에게 심언을 보냈다.

선계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니 지금의 건우 선인에겐 꼭 필요할 것이다.

고맙다. 이전의 악연은 잊겠다. 그리고 미래의 어느 때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정강 선인을 위한 수고로움을 피하지 않겠다.

그거면 족하지. 아무렴.

그럼 이만 상황을 정리하지. 나도 수련동부를 폐(閉)하고 떠날 것이니.

하하. 그렇게 하지.

정강은 결국 원하는 대로 건우와 좋은 관계를 맺은 것을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이미 이런저런 계산 끝에 건우와 좋은 관계를 맺기로 결정을 내리고 건우의 등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건우의 등선 후에 찾아왔을 때에도 처음부터 위락과 지욕계와는 다른 모습으로 때를 노렸고 결국 부챗살로 건우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했다.

이는 갈협과는 반대의 행보라 할 수 있었다.

갈협은 건우의 미래를 두려워해서 어디론가 모습을 감추었지만 정강은 도리어 건우의 마음을 얻으려 했고, 결국 성공했다.

당장은 갈협을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위락이나 지욕계는 너를 금선급으로 생각하지만 갈협은 다르다. 그는 네가 옥선급의 공헌을 지닌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 뭔가 일을 꾸미려면 금선이 아닌 옥선과 연을 맺어야 하는데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긴 갈협이 금선을 찾아갔다면 내가 등선한 직후에 금선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겠지.

그렇다. 그러니 너무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알았다.

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강은 그 심언 이후에 위락과 지욕계를 일으켜 세워 작별 인사를 하고는 수련동부를 떠났다.

위락과 지욕계는 뭔가 꺼림칙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끝내 건우와 새로운 관계를 맺지 못하고 떠나갔다.

그 모습에 건우는 갈협이 아니라 위락과 지욕계가 금선에게 자신의 정보를 팔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음,일단 선계 지형부터 파악을 하고 빨리 떠나죠.

몽이도 위락과 지욕계의 변심을 걱정했다.

하지만 그런 몽이도 상황을 크게 걱정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건우에겐 정강이나 위락 등이 모르는 법칙의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간 법칙은 정말 좋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천지 법칙의 흐름을 거스를 일도 없고 말이야.'

공간 법칙을 단순히 이동의 용도로만 쓴다면 역천의 판정을 받을 일이 드물다.

그리고 당연히 공간 법칙을 사용하면 일반적인 선인들의 발걸음 보다는 훨씬 먼 곳을 더 빠르게 오갈 수 있다.

‘어디 보자. 이 부챗살에는 뭐가 얼마나 들어 있을꼬? ’

건우가 웃으며 정강 선인의 선물을 살피기 시작했다.

< 좋아, 선계 간보기는 성공적?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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